253화
“그게 뭔….”
그란디스 국왕은 당혹스러움에 눈을 깜빡였다.
내가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닐까? 환청이라도 들은 건 아닐까? 싶어 멍하니 1황자를 바라보자니, 그가 뭘 보냐는 듯 서늘한 눈으로 마주 봐온다.
‘그럼 그렇지. 역시 내가 착각한 거였군.’
먹잇감을 노려보는 듯한 포식자의 눈빛은 그대로였다.
그에 얼빠진 얼굴을 수습한 국왕은 잔뜩 긴장한 상태로 되돌아왔다.
그나저나… 저 소녀는 대체 누구지? 1황자의 딸이 아니었던 건가?
손바닥 뒤집듯이 싹 바꾸는 1황자의 말은 환청이라고 쳐도 옆의 소녀가 그를 질타한 건 환영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녀가 1황자를 계속해서 나무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라 설득하러 온 거잖아. 그런데 그렇게 겁을 주면 어떡해?”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말을 들어 먹질 않는걸.”
“그래도 협박은 안 돼. 그렇게 해서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글쎄. 굳이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욘 없는데.”
“오빠!”
“알겠어. 협박은 안 할 테니까 우리 엘레인, 화 풀자. 응?”
그란디스 국왕은 눈앞의 광경에 두 눈을 의심했다.
지금 저 사악한 악마 녀석이 쩔쩔매면서 누군갈 달래주고 있는 게 맞나?
심지어 오빠라니….
설마 저 소녀가 그 유명한 황녀였단 말인가!?
“좋아. 약속만 지켜준다면 나도 더 이상 뭐라고 안 할게.”
“고마워. 역시 우리 동생의 이해심은 하해와 같구나.”
국왕은 이제 두 눈을 뽑아서 한 차례 닦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저 흉악한 악마 녀석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모습이라니!
어릴 적 낙마한 충격이 이제 와서 뇌에 이상을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끄응. 어쨌든 그런 거로 하고. …저기 국왕님?”
“예, 예!?”
갑자기 저를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에 콩콩. 머리를 때리고 있던 국왕이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자기도 모르게 존댓말을 쓴 국왕이 아픈 머리를 붙잡고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자 엘레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운하 건설을 피하고 싶은 이유. 사실은 국민들의 유출이 걱정돼서 그런 거죠?”
순수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묻는 소녀의 질문에 국왕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베네딕트 제국의 영향력이 강해져서 그란디스 왕국의 주권을 상실하는 걸 걱정하는 것이지만, 나름 근접한 황녀의 말에 그의 몸이 자연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아무리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그 황제의 자식이라는 건가.’
국왕은 똘망똘망한 눈에 갇힌 제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그 순간. 엘레인의 눈꼬리가 추욱 쳐졌다.
“그동안 걱정이 참 많으셨겠어요. 하지만 그 문제만 해결한다면 국왕님도 마음 푹 놓고 운하 건설에 동의할 수 있는 거네요. 그쵸?”
“그, 그렇지?”
부드럽게 묻는 말에 국왕은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오르칼과 소녀를 번갈아 봤다.
아무래도 저 소녀는 평화롭게 이번 일을 해결하고 싶은 모양인 듯한데….
어쩌면 저 소녀가 저 살벌한 악마의 손아귀에서 자신을 구해줄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겁니까?”
“아, 아니네. 그냥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야.”
오르칼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당장 갈아 마셔도 시원찮아 하는 모습이었지만, 덕분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국왕이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 엘레인이 오르칼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이상한 걸로 트집 잡지 말고. …그래서 오빤 어떻게 생각해?”
“흐음. 국민들의 유출을 막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그란디스 왕국에 도시화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해.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산업이 발달해야 하고, 이곳은 평평하고 넓은 땅이 널려 있으니까 괜찮은 산업 단지를 짓기 좋을 거야.”
“그걸 우리가 도와주면 된다는 거지?”
“저쪽은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경제 컨설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물론 산업단지가 완성돼도 그란디스 왕국이 스스로 자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은 혼자 돌아가지 않는다.
원자재 수입과 기술자 고용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라도 그란디스 왕국은 오히려 베네딕트 제국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할 것이다.
‘그란디스 왕국이 완전히 자립하기 위해선 원자재 생산과 산업 교육 시설, 경제를 유지할 내수 시장 확충 말고도 생산한 상품을 판매할 국외 시장이 필요하지.’
그리고 새하얀 백지와도 같은 그란디스 왕국은 위와 같은 일을 혼자 해낼 수 없다.
즉, 우리 제국에 놈들을 종속시키는 것쯤은 식은 수프 먹기라는 뜻이다.
‘엘레인만의 아름다운 휴양지 풍경을 조금 망칠 수도 있겠지만, 엘레인이 저렇게나 원하니 확실한 방법을 제시하여 꾀어내는 편이 낫지.’
충분히 발전시킨 뒤 안심했을 때 그란디스 왕국을 먹는다.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운 오르칼은 속으로 음산하게 웃었다.
당연하지만 그 속내를 모르는 엘레인은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추켜올렸다.
“우와! 오빠 진짜 똑똑해.”
“그,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대들이 도와준다면 정말이지 든든할 걸세!”
국왕 또한 감탄사를 흘렸다.
그토록 원하는 나라 발전을 저쪽에서 알아서 해준다고 하니 얼마나 기쁠까!
무일푼으로 경제 컨설트를 받을 생각에 신이 난 국왕이 해죽 웃자 오르칼의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와 박혔다.
미간에 펜촉이 날아올 것 같은 느낌에 등골이 서늘했지만, 이젠 그에게도 저 서늘한 시선을 회피할 방법이 생겼다.
“그, 그런데 이분은 누구신가? 아직 제대로 된 소개를 못 받았는데….”
“흠. 국왕 전하와의 대화에 집중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일을 빼먹고 말았군요.”
사실은 조만간 없어질 국왕 따위에게 우리의 소중한 엘레인을 굳이 소개해줄 필요가 없었을 뿐이지만, 저렇게 또 질문을 하니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아하게 다리를 꼰 오르칼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치켜든 뒤, 거만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의 여동생. 엘레인 베네딕트라고 합니다.”
“아이고.”
설마설마했더니 역시나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는 오르칼의 모습에 엘레인은 다시금 제 얼굴을 가렸다.
손으로 얼굴을 가린 덕분에 창피해 죽을 것 같은 마음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덕분에 그란디스 국왕이 흥미진진하게 흘깃거리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호오. 듣기론 뭔가 엄청난 것들을 줄줄이 만들어냈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놀랍군요. 이곳은 신문이 없을 텐데.”
“비록 낙후된 곳이라고 해도 소문이란 건 바다 건너에서도 들리는 법이니까 말이네.”
“그렇군요. 어쨌든 국왕 전하께서 들으신 소문은 사실입니다. 전염병을 치료하는 LA실린과 신문과 책을 빠른 속도로 찍어내는 인쇄기. 그리고 맛있는 과일과 채소를 사계절 내내 생산해낼 수 있는 유리 온실 등을 만들어낸 게 바로 제 여동생이니까요.”
오르칼이 어깨를 으쓱이며 각 분야에서 최정점을 찍은 것들을 몇 가지 소개했다.
당연하지만 그 말을 들은 국왕은 의심 반, 경악 반의 시선으로 작디작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그게 사실인가? 세상에 그런 것들이 있다고?”
“저 오르칼 베네딕트는 절대 거짓말을 입에 올리지 않습니다. 정 믿지 못하시겠다면 우리 제국으로 직접 와보시는 것을 추천드리지요.”
저렇게까지 자신만만하게 말하니 국왕은 더 이상 의심할 수도 없었다.
지금 남은 것은 오히려 경외감과 놀라움. 그리고 어째서 우리 왕국에는 저런 인재가 나오지 않는지에 대한 한탄이었다.
“베네딕트 제국은 정말이지 축복받은 곳이로구만.”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도.
사계절 내내 먹을 것을 생산해내는 유리 온실도.
하물며 종이책을 쉴 새 없이 찍어내는 인쇄기의 존재도 현 그란디스 왕국에선 꿈에도 꾸지 못할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지금의 우리 왕국에선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수준이랄까.
한 가지만으로도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것들을 저 어린 소녀가 해냈다니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런 대단한 사람을 몰라보고 실례를 저질렀구나. 여봐라! 여기 오렌지 주스 좀 가져와라!”
“네!”
그란디스 국왕이 외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소리쳤다.
그 외침에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린 엘레인은 그윽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국왕을 의아하게 마주 봤다.
왜 저렇게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거람?
그러한 의문도 잠시.
엘레인은 곧이어 등장한 주스와 새하얀 과자를 보며 두 눈을 반짝거렸다.
“와. 이 하얀 과자는 뭐예요?”
“그건 아롤이라고, 내 아들 녀석이 참 좋아하는 과자라네. 사양 말고 맛있게 먹게나.”
“그럼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엘레인은 먹을 것을 사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기쁜 마음으로 새하얀 과자를 집어 든 엘레인은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그런데.
“으움….”
“왜 그런가? 입맛에 안 맞나?”
국왕을 향한 작은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엘레인은 일단 입에 넣은 것을 필사적으로 씹어 삼키고는 최대한 상처 받지 않을 말을 골랐다.
“…저한텐 조금 딱딱하네요.”
“그런가? 하긴 자네처럼 여린 사람에겐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
“아하하. 그렇죠?”
여려 보이는 것과 딱딱한 걸 잘 먹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엘레인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딱딱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우유 비린내 비슷한 냄새와 확! 치고 올라오는 시큼한 맛 때문에 먹기 힘든 거지만, 어쨌든 못 먹는 건 똑같았다.
“그래도 오렌지 주스는 맛있지 않나?”
“아, 네! 이건 새콤하고 맛있어요.”
“크흐흐. 고 녀석 아주 비싼 녀석이거든. 아주 어렵게 구한 녀석이라 그런지 맛 또한 일품이라네.”
국왕의 자랑에 엘레인은 어색하게 웃었다.
국왕에게는 보기 힘든 과일일지 몰라도 엘레인에게 이건 그저 평범한 오렌지 주스였으니까 말이다.
“모자라면 더 말하게. 내 특별히 두 잔 정도는 더 내어주지.”
“아, 네.”
“그리고 시간 좀 되면 우리 아들이랑도 좀 통성명을….”
“국왕 전하.”
“으, 응?”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음산한 목소리에 수작질을 걸려던 국왕이 뜨끔했다.
오르칼은 검고 진득한 기운을 풀풀 풍기며 국왕을 향해 짓씹듯이 내뱉었다.
“국왕 전하의 아드님은 이제 겨우 아홉 살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어린 황녀님이랑 같이 어울리며 놀기 딱 좋은 나이구만.”
“우리 엘레인은 열세 살입니다. 아드님과 무려 네 살이나 차이 나는데 서로 말이 통하겠습니까?”
“응? 아홉 살이나 열세 살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국왕은 그게 뭔 개소리냐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르칼은 보통 뻔뻔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빨리 크는데, 만나 봤자 전하의 아드님은 엘레인의 말을 절반도 알아듣지 못할 겁니다. 그럼 아드님은 아버지가 친하게 지내라며 소개해준 손님과 말이 통하지 않아 상심할 테고 어쩌면 처음부터 만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릴 겁니다.”
“허…. 그건 너무 비약적인 상상이 아닌가?”
“지금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제 충고를 무시하시는 겁니까?”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러나? 알았네. 그냥 안 만나게 하면 될 거 아닌가.”
“잘 생각하셨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리 선언한 국왕은 질린 눈으로 오르칼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저 독사 녀석이 제 속내를 눈치채고 철통 방어를 시전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자기는 그 방패에 사정없이 튕겨 나갔고 말이다.
“크흠. 그럼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해 보자고. 아까 공장을 짓는 게 좋다고 말했는데, 어떤 공장을 짓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그런 건 알아서 생각….”
“쓰읍. 오빠.”
“…이곳은 볕도 잘 들고 물도 많으며 풍토적으로 농사를 짓기 딱 알맞습니다. 그러니 커피콩이나 사탕무. 그리고 목화처럼 2차 가공이 가능한 작물을 심고 그에 걸맞은 공장을 만드는 편이 좋겠지요.”
엘레인이 제재를 가하자 뾰족하게 쏘아붙이던 오르칼이 시무룩하게 말을 이었다.
다시 봐도 적응되지 않는 모습에 국왕은 영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먼. 1차로 농사만 짓는다면 수익이 별로겠지만, 그 작물을 2차로 가공하면 일자리가 더욱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돈도 더 벌 수 있겠어.”
커피콩은 볶아서 가루를 내어 판매를.
사탕무는 설탕으로 가공하여 판매를.
목화는 실로 뽑아내어 판매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물건을 생산하면 1차 산업에 목매고 있는 그란디스 왕국민들 또한 자연스럽게 문명의 발전을 받아들일 것이다.
“아까 말한 세 가지를 다 지으면 되는 건가?”
“이 정도 알려줬으면 이젠 알아서….”
“오빠. 이분은 그런 거 잘 모르시잖아.”
“…모를 수도 있으니 친절히 설명하도록 하지요. 일을 시작할 때는 기본적으로 이윤이 크게 남는 게 뭔지 생각해야 합니다. 설탕과 커피 가루는 주로 찾는 계층이 정해져 있고 공급 또한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는 이상 큰 이윤을 남기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목화는 다릅니다. 현 대륙에선 점차 원단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 실을 뽑는 공장을 만들어 물건을 판매하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겁니다.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공급이 너무 천천히 증가해서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으니까요.”
“허어. 이거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일을 치렀으면 큰코다쳤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국왕은 눈앞의 찻물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두 눈을 빛내며 말하기를.
“바로 왕명을 내리겠네. 마을 하나를 정해서 그곳을 공장 단지로 키워 보자고.”
“근데 이왕 하는 김에 목화도 직접 생산하고 실로 천을 짜는 공장까지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
“혹시 그 공장도 자네들이 지어주는 건가? 부끄럽지만 우리끼리 자급자족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모은 돈이 그리 많지 않아서 말이네.”
은근슬쩍 물어보는 국왕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경제 컨설트를 받는 것도 모자라 공짜로 공장까지 받는다?
이거 완전 날로 먹는 거 아닌가!
국왕은 내심 날먹을 기대하며 은근하게 엘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안 그래도 심기 불편하던 오르칼이 쾅! 소리가 나게 테이블을 쳤다.
“국왕 전하께서 자금을 보태줄 수 없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지어줘야겠죠.”
“그,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공장까지 국왕 전하의 것이 되는 게 아닙니다. 땅은 당연히 전하께서 지급해줘야 하고 인부도 그쪽에서 알아서 알선해주셔야 합니다. 물론 토지세와 다른 세금도 빼먹지 않고 드릴 테니 그런 쪽으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겠네. 내 명심하도록 하지.”
살벌한 눈빛에 그란디스 국왕은 바로 쭈그러들었다.
저 악마한테 탈탈 털릴 바에야 그냥 고분고분하게 따르고 말지.
입을 삐죽 내밀며 커다란 덩치를 옹송그리니 엘레인이 작은 손을 활짝 펼치며 내밀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
“나도 잘 부탁하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붙잡고 악수를 나눴다.
바야흐로 ‘그란디스 왕국 도시화시키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