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화
황태자?
신성제국의 황태자가 왜 여기서 나와?
엘레인은 당황해서 눈을 깜빡였다.
드워프 도시에서 만남 이후로 처음이었던가.
그때 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설득하느라 얼마나 진이 빠졌는지 모른다.
결국, 신성제국에 인쇄기를 도입할 수 있도록 협력해주기로 하고 그 대가로 도움을 받았었지.
지금쯤이면 아마 그가 원했던 대로 신성제국 내에서도 값싼 가격에 책이 팔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저. 황녀님?”
“아? 응. 들어오라고 그래!”
잠깐 딴생각에 빠져 있던 엘레인이 허둥거리며 외쳤다.
가늘게 뜬 눈으로 눈앞의 황태자와 그의 호위 성기사 제랄을 짙게 응시하고 있던 카론은 엘레인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야 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세요, 황녀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워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황태자가 웃으며 인사하자 엘레인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겨주었다.
황태자는 잠시 그런 엘레인을 바라보며 싱긋 웃더니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선물로 주었다.
“이건…?”
“조만간 대관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축하하는 의미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와. 감사해요.”
황태자에게서 꽃다발을 건네받은 엘레인은 환하게 웃었다.
형형색색 락스퍼와 보라색 라일락으로 이루어진 탐스러운 꽃다발은 참으로 싱그러웠다.
색깔 또한 매우 조화로워서 꽃다발이 이렇게 예쁠 일인가 싶기도 했다.
황태자는 순수하게 기뻐하는 엘레인을 은은한 미소를 띤 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건 제가 드리는 축하 선물이고요. 신성제국에서 드리는 선물은 황제 폐하의 검문이 끝나고 난 뒤 황녀님께 전달될 예정입니다.”
“네? 선물이 더 있다고요?”
게다가 황제가 직접 검문하고 있다니.
엘레인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극성이라고 생각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 일단 들어와서 앉으실래요?”
황태자는 여전히 문 앞에 서 있었다.
뒤에 서 있는 우직한 호위 성기사에게 눈인사를 한 엘레인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들어오는 황태자를 발코니로 이끌었다.
“황녀님?”
그때 아직 닫히지 않는 문 쪽에서 앨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레인의 부탁대로 차를 들고 온 앨리스와 베일리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마침 잘됐다. 베일리 언니. 찻잔 하나만 더 가져와 줄래?”
“네엡!”
엘레인과 황태자를 번갈아 보며 ‘모야모야~!’라고 숨죽여 외치던 베일리가 퍼뜩 대답했다.
앨리스는 차분하게 걸어와서 엘레인 쪽에 먼저 티 세트를 세팅한 후.
곧이어 베일리가 가져온 찻잔에도 따뜻한 찻물을 부어주었다.
“드세요. 피로 회복에 좋은 차에요.”
“향이 좋군요.”
사과청으로 만든 차는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일품이었다.
마찬가지로 사과차를 한 모금 마신 엘레인은 전보다 조금 상쾌해진 기분으로 황태자를 마주 봤다.
“역시 따뜻한 게 들어가니까 마음이 안정되네요.”
“…무슨 일 있었습니까?”
엘레인의 말 한마디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찻잔을 입에서 떼어낸 황태자는 엘레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혹시나 잔뜩 긴장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날까, 입가를 가린 엘레인은 아무렇지 않은 척 반대쪽 손을 내저었다.
“그래 보여요? 딱히 무슨 일이랄 건 없었는데 말이죠.”
“그런 것치고는 수심이 깊어 보입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애써 웃고 있던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역시 겨우 차 한 잔으로 우울한 기색을 모두 떨쳐내는 건 무리수였던 걸까.
최대한 괜찮은 척 입꼬리를 말아 올려봤지만,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가 퍽 애처로울 뿐이었다.
결국, 표정 관리에 실패한 엘레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나요?”
“걱정하실 만큼 많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혹,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황태자가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러면서 내보이는 차분한 눈빛과 배려심이 짙게 밴 몸짓은 이상하게 엘레인의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그래서일까?
잠시 침묵하고 있던 엘레인은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고민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냥… 아무래도 대관식이잖아요? 이제부터 한 왕국을 책임질 거라 생각하니 이런저런 걱정이 드네요.”
“국왕 자리가 부담스러우신 겁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요. 저는 제가 왕위를 이어받아도 되는지조차 잘 모르겠거든요.”
“흐음….”
황태자. 카르넬은 우물쭈물하며 제 고민을 털어놓는 엘레인을 바라보며 턱을 매만졌다.
평소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 엘레인의 자존감은 해저 저 밑바닥까지 떨어진 듯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이런 걱정이 전혀 필요 없는 사람인데.
대체 어떻게 말해주어야 그녀의 자존감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
평생 남의 고민을 들어준 적이 없는 카르넬은 미간을 좁힌 채 침음을 흘렸다.
호위 성기사 제랄이 봤다면 제 눈을 의심할 정도로 진지하게 고심하며.
굳게 다물어져 있던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저는 황녀님께서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격… 이요?”
“예. 제가 알기론 황녀님께선 백성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런 면식도 없는 난민들을 포용해준 것도 물론이고 꽤 오래전에는 천애고아들이 고통받는 걸 보고 선뜻 구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누군가의 위에 있어야 될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면 전 당연히 제 백성들을 잘 살필 줄 알고 포용할 줄도 아는 당신을 뽑을 겁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 또한 다르지 않을 테지요.”
“어….”
카르넬의 칭찬에 엘레인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음에도 없이 겉치레로 하는 말도 아닌, 사실 그대로를 나열하는 것과 다름없는 날것 그대로의 칭찬.
당연하지만 그런 것에 큰 면역력이 없는 엘레인은 서서히 얼굴을 붉혔다.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줘서 고맙긴 한데…. 아니, 이걸 대체 뭐라고 답해야 해?’
사실 그대로를 나열했는데 아니라고 겸손을 떨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서 창피했다.
그 와중에도 이쪽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매우 진지하고 또 쓸데없이 반짝거려서 엘레인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
결국, 비스듬하게 고개를 숙여서 크흠. 목과 마음을 가다듬은 엘레인은 제가 생각하기에 그나마 가장 괜찮을 것 같은 답을 내놓았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힘이 되네요.”
“무얼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더 당혹스러웠지만 말이야.’
엘레인은 아하하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어쨌든 진정성 있는 그의 말 덕분에 마음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황태자에게 고마움을 담은 눈빛을 보내던 엘레인은 문득 그가 했던 말 중 어느 한 부분을 떠올리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그런데 제가 보육원 아이들을 도와줬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인데….”
흠칫. 순간 카르넬의 몸이 움찔거렸다.
보육원 일은 어렸을 적 평민 카르넬로 돌아다녔을 때 엘레인과 겪었던 일.
황태자일 때의 카르넬은 모르는 게 당연했다.
답지 않게 말실수를 한 카르넬은 데룩 눈을 굴리며 그럴싸한 말을 만들어냈다.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아, 소문이요….”
그의 말을 듣는 즉시 엘레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소문으로만 접한 사람이 자격을 운운했다고 생각하니 설득력이 팍팍 떨어졌다.
그 탓에 왠지 모를 실망감과 함께 크게 줄었던 부담감이 다시금 차올랐다.
엘레인이 아까보다 더욱 우울한 기색을 내비치자 카르넬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카르넬은 한숨을 푹푹 내쉬어대는 엘레인을 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제랄이 그 모습을 봤다면 경악한 얼굴로 ‘진짜 황태자 전하는 어디에 계시냐!’라고 불경죄를 저질렀을 테지만, 다행히 그는 문밖에서 카론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그렇게 난생처음 들이닥친 난제에 눈앞이 깜깜해졌을 때.
문득 그의 뛰어난 청각에 어떠한 소리가 잡혔다.
“으음. 아무래도 제 말이 믿기 어려우신 듯한데 지금부터 제가 증거를 보여주겠습니다.”
“엥?”
갑자기 뭔, 증거요?
엘레인은 이게 뭔 개소린가 싶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뜬금없이 증거를 보여주겠다니.
도대체 뭘 어떻게 보여주려나 싶어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자 문밖에서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 누가 온 모양인데요?”
“들여보내셔도 됩니다. 아니, 부디 함께하고 싶군요.”
카르넬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엘레인으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엘레인이 손수 문을 열자, 안쪽에 손님이 와있다는 말을 듣고 시무룩해 하던 사람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황녀님!”
“다들 여긴 웬일이세요…?”
“조금 있으면 대관식이잖아요. 그래서 축하하러 왔죠!”
리안이 환하게 웃으며 바리바리 싸들고 온 물건을 들어 보였다.
얼떨결에 종이 가방 하나를 건네받은 엘레인이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카르넬이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안으로 들어오시죠.”
“예?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중요한 이야기도 다 끝났고 황녀님의 허락도 받았습니다.”
“그, 그럼 사양하지 않고….”
눈앞의 사람이 신성제국의 황태자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말에 신이 나서 안으로 들어왔다.
“와아, 엄청 넓다! 여기가 우리 영주님 방이에요?”
“으앗! 제이미 이 녀석! 여기서 뛰어다니면 안 돼!”
제이미가 신이 나서 뛰어다니자 리안이 제자 녀석을 잡으려고 아등바등거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용히 숨죽이고 따라 들어온 아르헤가 광기에 푹 절여진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오, 세상에. 이곳이 바로 황녀님의 방! 아아,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죽으면 황녀님을 더 이상 못 보는데도?”
“뭐! 그건 절대 안 되지!”
엘녹의 물음에, 이마에 손등을 올리고 가련하게 몸을 떨고 있던 아르헤가 버럭 소리쳤다.
그리고 두 주교의 뒤를 따라온 필립과 레눔은….
“호오. 이런 식으로 마감하는구먼?”
“이렇게 좋은 소재는 처음 봅니다. 역시 황궁이라서 그런지 재료부터 다르군요.”
황궁의 내부를 구경하며 건축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반면 엘레인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진 방안을 둘러보며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은 얼굴을 했다.
카르넬은 그런 엘레인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증거를 보여 드린다고 했었죠?”
“네?”
카르넬은 엘레인을 손을 잡아끌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얼떨결에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사람들 앞에 선 엘레인은 물음표 가득한 얼굴로 카르넬을 쳐다보았다.
“다들. 실례지만, 제가 질문할 게 하나 있습니다.”
“응? 질문이요?”
“뭔 질문 말인가?”
“황녀님 말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황녀님은 어떤 왕이 될 것 같습니까?”
아니, 이걸 여기서 물어본다고요…?
엘레인은 대놓고 질문하는 카르넬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익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장본인을 앞에 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비판 섞인 말은 쏙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자신이 살고 있는 영지의 영주를 평가하는 거라면 더더욱!
더군다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쪽팔려!’
한데 모인 시선에 엘레인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남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은 없지만, 한 영지의 영주이자 한 나라의 왕이 될 입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엘레인은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사람들의 시선을 피했다.
묘한 침묵만이 이어지는 공간 속.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아르헤였다.
“황녀님이라면 당연히 훌륭한 왕이 되겠죠!”
“그렇죠? 그런데 혹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구체적이라…. 제가 말재주는 없어서 그쪽이 원하는 답변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겪은 것을 위주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르넬의 요구에 이번엔 리안이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그에 그런 것도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리안이 엘레인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말하기를.
“사실 우리 영지는 워낙 낙후되어서 훌륭한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무시했어요. 하지만 황녀님께서 오시고 난 뒤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나쁜 주교를 물리쳐서 우리 영지민들을 구해주기도 하셨고 변방의 낙후된 영지를 항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커다란 영지로 키워내기도 하셨죠. 이러한 것들만 보아도 황녀님께서 얼마나 훌륭한 왕이 될지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안은 멍하니 눈을 깜빡이고 있는 엘레인을 향해 부드럽게 웃어주며 시선을 마주했다.
그에 엘레인이 할 말을 잃고 입을 헤 벌리자, 이번에는 아르헤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전 황녀님께서 이미 훌륭한 왕이 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매년 굶주려 죽어가는 이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주시고 치료비가 부족해서 사제들에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들에게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셨죠. 단언컨대 이미 황녀님께선 다른 왕들도 쉬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모두 이루어냈다고 생각해요.”
아르헤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엘레인은 단순히 영지를 발전시키는 것을 넘어서 세상을 바꾸었다.
대륙 전체가 엘레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한 건 절대 운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험험. 어디 그뿐입니까. 황녀님은 우리 노마스 족을 구한 것도 모자라서 드워프 도시를 구하기도 하셨죠.”
“그란디스 왕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타국에 적대적인 그들에게 새로운 문명을 알려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필립과 레눔이 이어서 말했다.
한 나라의 왕.
아니, 황제라고 해도 이루기 힘든 업적들을 줄줄이 해낸 엘레인이다.
그런 그녀가 왕위에 어울리지 않으면 대체 어느 누가 왕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다들… 고마워요.”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기분이 바로 이런 걸까.
따뜻한 그들의 시선에 긴장으로 굳어져 있던 엘레인의 몸도 안정을 되찾았다.
제이미 혼자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냥 어른들을 따라서 앞니 빠진 이를 씩 드러내며 웃었다.
덕분에 사람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트린 건 덤이다.
“어떻습니까? 제 말이 맞죠?”
훈훈한 분위기 속.
곁에 있던 카르넬이 슬쩍 엘레인의 귀에 속삭였다.
귓속을 간질이는 목소리에 번쩍 고개를 든 엘레인은 바로 코앞에서 보이는 카르넬의 얼굴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네. 진짜 황태자님 말 대로네요. 정말 고마워요.”
“…!”
엘레인의 환한 미소를 불과 한 뼘 거리에서 불시에 마주한 카르넬이 흠칫 몸을 굳혔다.
그리고 잠시 뒤.
“다행이네요. 기운을 차려서.”
카르넬은 태양보다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