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2화 (371/417)

372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어찌저찌 엘프들을 진정시키는 데에 성공한 엘레인은 한동안 그들과 사진을 찍어줘야 했다.

뭐, 수많은 엘프들과 사진을 찍어야 하는 건 둘째 치더라도.

베일리가 ‘황녀님과 엘프의 투샷이라니! 이 엄청난 그림을 그냥저냥 찍을 순 없어요!’라며 장인의 혼을 불태우는 바람에 작업 시간이 몇 배나 더 늘어나 버렸다.

덕분에 인생 사진을 건진 엘프들은 아주 좋아라 했지만 말이다.

“으으. 벌써 해가 져버렸네.”

“죄송해요오. 제가 자꾸 다시 찍자고 하는 바람에….”

“에이. 뭘 또 그런 걸로 우울해 있는 거야. 어쨌든 결과물은 좋았잖아?”

엘레인은 사진기를 꼭 붙든 채 눈치를 보고 있는 베일리의 등을 시원스럽게 두들겼다.

몸이 고단하긴 했지만, 그래도 엘프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 엘레인의 기분은 상당히 고조된 상태였다.

“다행이다. 그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축제를 즐기러 갈까요?”

베일리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마을 한쪽을 가리켰다.

해가 지고 밤이 내려앉은 마을에는 은은한 마법등과 반딧불이의 등장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낮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배경에 감탄하기도 잠시.

엘레인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난 먼저 들어가 봐야겠어.”

“네? 그럴 수가…. 역시 저 때문에 많이 피곤하신 거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슬슬 엘프 왕을 만나러 가 봐야 할 것 같아서.”

엘레인의 설명에 베일리는 두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엘프 왕이 언제 한번 다시 찾아와 달라고 했었지.

분명 엘프 왕은 아무 때나 찾아와도 상관없다곤 했지만….

그렇다고 황녀님이 지금 가고 싶으시다는데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베일리는 울적한 얼굴로 엘레인을 바라보았다.

“너무 아쉬워할 것 없어. 어차피 축제는 많이 남았는걸.”

“그렇죠…?”

“응. 그래도 오늘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언니들은 여기 남아서 마음껏 축제를 즐겨줘. 이엘로. 언니들을 좀 챙겨줄 수 있나요? 그리고 카론도요.”

“물론입니다. 제게 맡겨주세요.”

이엘로는 흔쾌히 대답했다.

그러자 뒤늦게 엘레인의 말을 이해한 카론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황녀님. 저는 축제 구경을 하는 것보다 황녀님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카론의 충성심은 나도 알고 있지. 하지만 저기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나뿐인걸?”

엘레인은 엘프 왕이 기거하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싱긋 웃었다.

그 모습에 카론이 ‘그럼 밖에서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는 얼굴로 엘레인을 바라보자, 곁에 있던 이엘로가 말을 덧붙였다.

“왕께서 기거하시는 곳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황녀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말씀은, 어차피 멀리 떨어져서 기다리게 될 것. 그냥 이분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라는 것 같습니다.”

“이엘로 말이 맞아. 이야기가 꽤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황녀님….”

“너무 걱정하지 마. 여기서 날 해칠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경도 오늘만큼은 경호 같은 건 잊고 푹 쉬어둬.”

엘레인은 빙그레 웃으며 카론의 어깨를 정겹게 두들겼다.

그것이 황녀님 나름의 배려라는 것을 알았기에.

베일리와 앨리스가 눈치껏 제 양팔을 잡아끌었을 때에 그는 힘없이 뒤로 끌려갔다.

“그럼 잘들 놀고 있어. 너무 늦게까지 놀지는 말고.”

“네! 황녀님도 조심히 다녀오세요!”

“응. 그래.”

엘레인은 울상을 짓고 있는 카론과 환히 웃고 있는 세 여인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몸을 돌렸다.

자, 그럼.

아까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러 가볼까?

***

휘영청 달이 뜬 밤.

엘프 근위대의 도움을 받아 왕의 방 앞으로 이동한 엘레인은 조심스레 노크했다.

“엘레인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안에서 대답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문이 활짝 열렸다.

아르닐도 이렇게 문을 열곤 하던데.

마법사 종특인 건가?

엘레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안을 살폈다.

“아…. 독서 중인데 제가 방해했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보다 올라오느라 다리가 아프셨을 텐데 이쪽으로 와 앉으시겠습니까?”

왕의 말에 엘레인은 머쓱하게 뺨을 긁적였다.

그의 말대로 꼭대기까지 올라오는데 많은 체력을 소모한 엘레인은 휴식이 간절했다.

그의 호의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기에 엘레인은 슬쩍 안으로 들어와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었다.

“에휴, 이제 살겠네.”

“푸훗.”

살짝 긴장이 풀어졌기 때문일까?

엘레인이 속마음을 그대로 말해버리자, 저쪽에서도 날것 그대로의 반응이 튀어나왔다.

엘프 왕은 크흠. 헛기침을 하며 표정 관리를 하더니 엘레인의 앞으로 따스한 차 한 잔을 내밀었다.

“드시겠습니까?”

“아, 네. 감사합니다.”

엘레인은 굳이 사양할 것도 없이 따스한 찻물을 입에 머금었다.

그리곤 찻물을 섭취하자마자 전신에 활력이 도는 것을 느끼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혹시 포션인가요?”

“아뇨. 세계수 잎을 말려서 우린 차입니다.”

“네? 이게 세계수 잎으로 만든 차라고요?”

“하하. 매년 세계수가 떨어트리는 잎을 모아 만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어머니 나무라면서 이파리를 막 뜯어대는 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엘레인은 괜스레 제 뺨을 매만졌다.

나 혹시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편인가?

…뭐. 꼭 그게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독심술이 뛰어난 것일 수도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겠다.

“그렇군요…. 그런데 따로 불러서 하실 말씀이 뭔가요?”

“우선 세계수를 구해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전하고 싶군요. 만약 그대로 세계수를 잃게 됐다면, 저희 엘프들은 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아주 나약해졌을 겁니다.”

진중한 엘프 왕의 말에 엘레인은 괜스레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대충 예상하곤 있었지만, 역시 그들의 힘은 세계수가 원천인 듯했다.

그런데 잠깐.

먼 과거에 그랬었다는 건 세계수가 나중에 나타났다는 건가?

대체 어떻게?

“세계수에 대해 많이 궁금하신 모양이로군요.”

“앗. 이번에도 티가 났어요…?”

“제가 원래 표정을 잘 읽는 편입니다. 그리고 세계수는…. 음. 제가 말로 백번 설명하는 것보단 역시 직접 보시는 편이 낫겠지요.”

“네?”

“잠시 일어나보시겠습니까?”

엘레인은 연신 의문을 던지면서도 그의 말에 따라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발밑이 환해지며 엘프 왕과 엘레인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어?”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에 엘레인은 세계수 아래에 도착해 있었다.

“와…. 마법 실력이 엄청나시네요. 마법을 쓰는 것도 못 느꼈어요.”

“엘레인 님에 비하면 아주 부끄러운 수준이지요.”

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이신지?

엘레인은 쑥스럽게 양쪽 뺨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이는 엘프 왕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정령사로서의 능력을 말하는 것 같은데 마법사와 정령사의 능력은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그러니 그의 칭찬이 조금 뜬금없이 느껴지는 수밖에.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겠군요. 하지만 저는 이 능력을 가지고도 세계수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당하게 세계수를 탈환해온 엘레인 님과는 다르게요.”

“그야 당시엔 워낙 혼란스러웠을 때고. 또 지켜야 할 게 많아서 그랬던 거죠…. 그러니까 너무 자신을 낮추지 마세요.”

엘프 왕은 최선을 다했다.

몇 없는 엘프들과 괴한과 맞서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더더욱 자국민들을 지키는 데 힘을 써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놈들의 진짜 목적이 세계수 훔치기라는 것을 알아낸다?

만약 그랬다면 그건 신이다!

피조물이 아니라, 조물주 말이다.

“아…. 엘레인 님은 정말이지 상냥하시군요.”

“아니, 뭘 또 그런 걸로 감동하세요.”

당연한 걸 말했더니 또 저렇게 감동한다.

괜스레 멋쩍어진 엘레인이 손사래를 치자 엘프 왕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역시 세계수를 만드신 분이라 그런지, 정말이지 아름다운 정신을 가지고 계십니다.”

“네? 그게 무슨….”

엘레인은 내가 뭘 들었지? 하는 얼굴로 엘프 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렇게 표정을 잘 읽는다던 엘프 왕은 엘레인의 의문에 답해주기는커녕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궁금한 게 참으로 많으실 겁니다.”

“저기요…?”

“제 이름은 리벨루스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앞의 세계수를 만져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엘프 왕. 리벨루스는 싱긋 웃는 얼굴로 세계수에 시선을 주었다.

그에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말없이 서 있던 엘레인은 천천히 세계수를 올려다보았다.

‘이걸 만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라고.’

솔직히 ‘어떻게?’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지만, 여기까지 와서 엘프 왕이 이상한 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엘레인은 긴장으로 굳은 손을 올려 세계수 줄기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마침내 엘레인과 세계수가 접촉한 순간.

엘레인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기억이 선명하게 흘러들어왔다.

***

태초에 정령들의 여왕이 있었다.

그녀는 어느 이름 없는 신께서 만드신 대지를 비옥하게 만들었고 맑은 물길을 트여냈으며 새로이 태어나는 생명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생명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그들의 삶이 복잡해질수록 정령 여왕이 해야 할 일도 늘어났다.

나중에 그녀보다 훨씬 나중에 태어난 정령왕들이 이제 그들의 삶에 간섭하는 건 그만두라고 조언했지만.

정령 여왕은 그만둘 수 없었다.

피조물들의 강력한 사념에 의해 탄생하고 물든 정령들이 세상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둘 순 없어.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해.

정령 여왕은 우선 제힘을 끌어모아 정령계를 만들었다.

정령들이 사악한 사념에 물들지 않게 지켜주는, 오로지 정령들을 위한 세계였다.

-이미 물들어버린 아이들은 어떡하죠?

-어쩔 수 없지. 처리할 수밖에.

정령왕들은 그렇게 오염된 정령들을 처리해나갔다.

하지만 그들도 섣불리 손대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이미 너무 많은 사념과 주위의 정령들을 흡수해서 정령왕급으로 강대해진 놈들이 그랬다.

그토록 강대한 놈들은 정령왕들도 직접 손대기 어려웠다.

그리고 이때 놈들을 처리한 것이 바로 정령 여왕이었다.

-여왕이시여. 당신은 너무 많은 힘을 사용하셨습니다.

-제발. 이제 그만하고 우리도 정령계로 가자. 이러다 쓰러지겠어.

땅의 정령왕과 불의 정령왕이 걱정스레 말했다.

물과 바람의 정령왕들 역시 당장이라도 정령 여왕을 정령계로 끌고 가고 싶은 얼굴이었으나, 그녀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이대로 떠나면 이 세계는 또다시 파국을 맞이할 거야. 그러니 안전장치가 필요해.

정령왕들은 입을 다물었다.

정령 여왕의 말마따나.

지금 당장 그들이 세상을 떠난다고 해도 이 세계에 사악한 사념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그것이 또다시 악한 정령을 만들어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해결할게.

정령 여왕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정령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신성한 힘을 내뿜는.

그렇기에 세계의 균형과 조화를 관장한다고 할 수 있는 ‘세계수’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힘과 격을 모두 나누어주면서까지 말이다.

-그 아이들을 먼저 돌려보내서 다행이야.

정령 여왕은 몸이 부서져 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지금쯤 정령왕들은 그녀의 요청에 따라 정령과 파장이 가장 잘 맞는 종족.

엘프를 찾아가 그녀가 직접 쓴 편지를 건네고 있을 것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이라면 파수꾼 역할과 더불어 사냥꾼 역할을 잘해 내주겠지.’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다.

정령 여왕의 신성한 힘을 가득 지닌 세계수와 가까이에 있으면 그들은 누구보다 강대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정령과 파장이 가장 잘 맞는 종족이니까 말이다.

나약한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길 간절히 원하는 그들이라면 정령 여왕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다.

정령 여왕은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완전히 눈을 감았다.

***

세상이 반전된다.

이곳은 새카만 어둠만이 존재하는 곳.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작은 균열이 생긴, 작디작은 영혼이 존재했다.

그것은 한때 정령 여왕이라 불리었으나, 지니고 있던 격을 세계수에 대부분 나눠주었기 때문인지 영혼의 크기가 아주 작아졌다.

거기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한꺼번에 많은 힘을 잃은 여파로 영혼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까지 했다.

그렇게 상처 입은 영혼은 오랫동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회복기를 거쳤다.

그리고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 마침내 모든 회복을 끝마쳤을 때.

그리운 세상으로 툭 떨어진 영혼은 그렇게 새 생명을 얻어 필멸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 기억을 모두 잃고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아이는 참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

부모는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웠고 악한 정령들이 판을 치지 않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도 잠시.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게 된 후로 아이는 급격히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는 등.

여러모로 의심이 많은 사고였으나 그런 것을 생각하기엔 아이는 너무 어렸다.

욕심 많은 백부는 그런 아이를 거둬들인 뒤 동생의 재산을 모조리 흡수했다.

하지만 백부….

아니, 아스터 왕은 그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동생의 딸을 방치했고.

투명 인간 취급했으며.

급기야는 제 딸의 장난감으로 쥐여주었다.

그런 곳이기 때문에 아이는 참으로 불행했다.

어쩌면 여기가 지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나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령 여왕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계수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정령 여왕의 영혼을 찾아 헤매고 있는 정령왕들조차도….

하지만 아이는 강인했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애썼고.

아이는 결국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 재앙이 찾아온 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여인에게 너무나도 각박했다.

홀몸으로 나온 여인은 살길이 막막했고.

먹고 살기 위해서 여인은 어쩔 수 없이 용병의 길을 걷게 된다.

***

세상이 또다시 뒤집히며, 이번에는 한창 전쟁 중인 광경이 펼쳐졌다.

여인이 살아있을 적엔 분위기가 흉흉하기만 했을 뿐 아직 전쟁이 시작되진 않았으니.

아마 이는 여인이 죽고 난 뒤의 일일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이것은 엘프들과 인간들 간의 전쟁이었다.

치열하게 이어지던 전쟁은 결국 오염된 정령들의 맹활약으로, 돌루스라는 이름의 남자가 세계수를 파괴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리고 파멸하기 직전.

세계수는 자신이 가진 힘을 발휘하여 모든 시간을 되돌렸다.

단 하나.

세계수를 창조한 ‘엘레인’의 영혼만이 죽기 전 기억을 그대로 가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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