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아가님, 혹시 시식해 봐도 됩니까?”
나는 갓 튀겨진 릴까스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는 리챠드에게 냅킨을 건넸다.
리챠드, 침 닦아요.
“아직이에요. 중요한 게 하나 남아써요.”
“어이쿠, 이런. 저도 모르게 그만.”
뒤늦게 정신을 차린 리챠드가 참을성 있게 뒤로 물러섰지만, 침샘은 본능에 충실했다.
킁. 킁킁. 킁킁킁.
그의 코도 쉴 줄을 몰랐다.
어째 그 모양새가 맛있는 걸 코앞에 두고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대형 똥강아지처럼 보였다.
“일단 여기 앉아서 기다려여, 리챠드.”
겨우겨우 잔뜩 기대에 부푼 리챠드를 의자에 앉혀 놓았다.
마냥 애처로운 눈빛에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냄비를 꺼내 들었다.
“비장의 소스를 만들어 줄께오.”
“얼른, 얼른 부탁드립니다, 아가님.”
나는 달궈진 냄비에 버터와 밀가루를 넣고, 차례대로 간장, 설탕, 케첩, 식초를 넣었다.
중간중간 릴리앙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로케 차례대로 재료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 쥬시면 됨미다.”
“오, 새콤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우스터소스를 대신해서 대충 흉내 내서 만들어 본 건데.
생김새도, 냄새도, 맛도 제법 그럴듯해졌다.
“이제 다 된 겁니까?”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반쯤 자리에서 일어난 리챠드에게 “쓰읍!” 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성질 급한 똥강아지야, 아직 멀었다구요.
“마지막 비장의 카드가 남았써여.”
일부러 남겨 놓은 츄릅 열매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리챠드를 비롯해 릴리앙과 이든의 눈이 커다랗게 확장됐다.
“그건…… 츄르의 재료 아닙니까?”
“녜! 전에도 말씀드렸찌만, 적절한 츄릅 열매 섭취는 식욕을 돋게 해 쥬거든요!”
“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입니다!”
대한민국에는 마법의 가루, 라면스프가 있다면…….
K―로판에는 마법의 열매, 츄릅 열매가 있다 이 말씀이야!
나는 다 만들어 놓은 소스에 으깬 츄릅 열매즙을 적당량 섞어 소스를 완성시켰다.
“짜잔, 완성!”
“드디어 먹어 볼 수 있는 겁니까?!”
리챠드가 벌떡 일어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제가 잘라 드릴께오.”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서툴지만 정성 들여 릴까스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다.
서걱, 서걱.
튀김옷이 바사삭 부서지는 소리가 침샘을 자극했다.
다 잘라 놓은 릴까스 중, 가장 큼지막하고 예쁘게 썰린 것 하나를 포크로 콕! 찍었다.
그리고 방금 만든 특제 소스를 푹, 찍어 가장 먼저 이든에게 건넸다.
“드셔 보세여!”
“……나?”
갑작스럽게 내밀어진 포크를 보고 이든이 당황하여 주춤거렸다.
“녜. 백쟉밈이 최고 어른이니까, 제일 먼저 드셔 보셔야져.”
“…….”
직접 그의 손에 포크까지 쥐여 주었다.
이든은 얼떨떨한 얼굴로 릴까스를 멀뚱히 보고만 있을 뿐, 좀처럼 입 안으로 가져갈 줄을 몰랐다.
“각하, 얼른 드셔 주십시오. 현기증 나려고 합니다.”
“……알겠다.”
참다못한 리챠드가 이든의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재촉하자, 그제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주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포크를 입 안으로 옮겼다.
마침내, 바사삭―.
그의 입 안에서 튀김옷이 부서지고 그 속에 숨겨진 육즙이 퍼져 나왔다.
“…….”
“…….”
곧바로 반응이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든은 무덤덤했다.
‘맛이 없나?’
조금 초조해진 마음으로 천천히 음미하듯 릴까스를 씹는 이든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츄릅 열매는 괜히 넣었나?
마지막에 맛은 한번 보고 줄 걸 그랬나?
이런저런 생각에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물었다.
“맛이…… 어때여?”
“돈 주고 팔아도 손색없을 맛이군.”
별안간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응?
“갑자기 어디 가십니까, 각하?”
덩달아 어정쩡하게 일어난 리챠드가 이든을 불러 세웠다.
그러자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가게 낼 자리를 알아보러 간다.”
“녜?”
……저 주책 어떡하면 좋아.
어쨌든, 그만큼 맛은 있다는 거니까. 안심해도 되는 거겠지?
* * *
릴리앙은 금세 내가 알려 준 릴까스 레시피를 숙지했다.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힘 조절이 서툰 것 외에 흠잡을 것 없이 혼자서도 릴까스용 고기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고기 밑 작업이 끝나 갈 때쯤, 기르신 신문에 한 기사가 떴다.
✒ [속보] 황실 曰, “이번 신년제 요리 대회, 개인별 재료 준비”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