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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32/142)

32화

[당연하지! 내가 맛있는 음식을 수소문해서 전국을 다닌 게 10년 차요. 내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약속하리다!]

―라고 호언장담한 첫 손님이 떠난 지 벌써 한 시간째인데.

여전히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안 오네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리챠드와 토리는 아예 포기한 듯, 테이블에 늘어져 있었다.

“안 되게써요.”

나는 벌떡 일어섰다.

‘이대로 엘코어와 내 생존 확률 상승의 기회를 놓칠 수 없어!’

토리에게 빌린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따.”

“그게 뭔데.”

“플랜 B요. 짜쟌.”

가방 안에서 화려한 꽃무늬 앞치마를 꺼내 들었다.

이내 눈이 마주친 이든에게 다가가며 으흥흥, 웃자 그의 표정이 서서히 구겨졌다.

“싫어.”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뎨.”

“절대 안 입는다.”

아이참, 하여간 맹수들이란 쓸데없이 촉만 좋다니까.

미인계를 써 보려고 했는데, 정색하며 철벽을 치는 것 보니까 이든은 플랜 B 동참에 가망이 없어 보였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런 일로 굳이 칭얼거리지는 않았다.

난 아빠를 귀찮게 하는 아기가 아니니까.

“그럼, 리챠드에게 부탁하께요.”

“저야 아가님의 부탁이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또,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요.”

지루해 죽겠다는 얼굴로 테이블에 늘어져 있던 리챠드가 벌떡 일어섰다.

그는 불만 없이 내가 내민 꽃무늬 앞치마를 착용했다.

“짜잔. 어떤가요, 아가님.”

“오오!”

“그건 잘 어울린다는 뜻인가요?”

방긋 웃는 리챠드와 찰떡이었다.

환한 금발과 동글동글한 이목구비의 레트리버는 다소 화려한 꽃무늬 앞치마도 무난하게 소화해 냈다.

‘오, 이 정도면 얼굴 천재인데?’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우응, 리챠드 최고! 짱 잘 어울림미다!”

양손을 동원해 엄지 척을 날리자 이든이 불만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무한테나 다 최고라 하는군.”

어깨가 한껏 솟은 리챠드가 입술 끝을 느른하게 당겨 올렸다.

“그야, 전 아가님께 최고의 집사이니까요.”

“시끄럽다, 리챠드.”

“이제라도 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의외로 어울리실지도 모릅니다.”

“…….”

“혹 아가님께 최고, 라는 말을 들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묘하게 ‘최고’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한 것 같은 건, 내 착각이겠지?

“한마디만 더 뻥긋하면 앞치마를 입은 채로 장례식을 치르겠다는 걸로 간주하겠어.”

그 후로도 리챠드는 이든의 뒤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귀찮게 했다. 그러다 기어코 꿀밤을 쥐어박히고서야 티격태격은 끝이 났다.

두 사람을 관찰하던 나는 조막만 한 손으로 테이블을 탕탕! 치며 주목시켰다.

“이제 플랜 B를 하러 모두 출똥할 꼬에요.”

이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플랜 B가 뭔데.”

“각자 잘 하는 걸 하면 됨미다.”

다들 의아한 얼굴이었다.

“잘 하는 거요?”

모두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며 말을 이었다.

“리챠드는 광장 분수대 쪽에 가서 사람들을 데려와 주세요. 잘 할 수 있쬬?”

“오, 그거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거든요.”

잔뜩 신난 리챠드가 자리서 벌떡 일어났다.

‘좋았어, 리챠드 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고.’

친화력 만렙인 리챠드에게 ‘호객행위’를 맡겨 놓았으니 든든했다.

그리고, 홍보는…….

“툐리!”

“네, 아가님. 무슨 일이든 소인에게 맡겨만 주셔요. 이 토리 무크, 가문의 이름을 걸고 임무를 반드시 수행해 내겠습니다!”

“전단지를 뿌려 줄 수 있겠쏘?”

“전단지요?”

“우응. 전단지는 내가 미리 만들었는데 도토리 가방에 넣어 놔써.”

평소보다 빵빵해진 도토리 가방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내가 지난 며칠간 밤새 만들었던 전단지가 들어 있었다.

“언제 이런 걸 다 만드셨습니까?”

리챠드가 도토리 속에 든 홍보용 전단지를 하나 꺼내며 감탄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따!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튀김계의 정점! <릴까스>

1인분 5,000 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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