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142)

42화

아침까지만 해도 평범했다.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면 이든의 방에서 그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는 것 정도?

“일어났나.”

막 잠에서 깬 내게 이든이 아침 인사를 건네 왔다.

포근한 이불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서 그를 바라봤다.

그는 침대 맞은편 간이 테이블에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신문을 읽고 있었다.

“안뇽히 주무셨어요.”

“몸은?”

“푹 자고 일어나서 컨디션 완전 죠아요!”

콧대에 비스듬히 걸쳐진 금테 안경 너머로 나를 살핀 그가 설렁줄을 짧게 잡아당겼다.

“아침은 여기서 먹도록 해.”

“녜.”

시계를 보니 열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내가 일어나길 기다렸던 걸까?’

원래 이 시간이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그였다.

굳이 느지막한 시간까지 신문을 볼 이유가 없었을 텐데…….

“백쟉밈, 오전에는 바쁘신 거 아니여써요?”

“오늘까지는 상관없다. 내일부터야 인간 놈들 사교 놀음에 장단 맞춰 줘야겠지만.”

이든은 신문에 눈을 고정한 채로 말했다.

나는 그런 그를 관찰했다.

활자를 읽어 내릴 때 부드럽게 굴러가는 호박색 동공.

중간중간 눈썹을 찌푸리기도 하고, 간간이 구절을 중얼거리는 낮은 목소리.

부쩍 날이 풀려서 그럴까.

모든 것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가족 같다.’

참으로 평화로운 오전이었다.

“보고 싶으면 가까이 와서 봐도 된다.”

이든이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허락했다.

앗. 내가 너무 티 나게 힐끔거렸나.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슬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곁에 놓인 빈 의자를 잡아끌었다.

그러자 이든이 신문을 접으며 제 무릎 위로 턱짓했다.

“여기서 봐.”

“……백쟉밈 무릎에서요?”

“네 땅콩 같은 키로는 거기 앉아서 안 보일 테니까.”

별거 아닌 것을 말할 때처럼 무심한 말투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내게 엄청난 의미였다.

‘진짜로? 농담 아니고?’

내가 바보처럼 굳어 있자, 이든이 번쩍 나를 안아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

“불편한가?”

“아, 아, 아뇨. 괜챠나요.”

으아아아.

내적 비명을 삼키기 위해 입술을 합! 오므렸다.

양옆으로 뻗어진 그의 단단한 팔이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받쳐 주었다.

품속에 와락 안긴 꼴이 됐다.

‘목말까지 타 보긴 했지만, 그래도 무릎 위에 앉는 건…….’

왠지 모르게 엄청 쑥스러웠다.

어쩌지? 시끄러운 속을 가라앉히느라 정신이 팔렸는데, 이든이 손가락을 불쑥 뻗어 신문의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 네가 언급됐군.”

나만 너무 의식하고 있나?

이든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나도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어디여?”

“여기. ……루나 라이언하트 백작 영애가 올해의 아기로 선정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라고.”

평온한 목소리로 신문에 적힌 활자를 소리 내어 읽어 준 그 덕분에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긴장하지 말자.

‘보통의 아빠와 딸에게는 일상 같은 일이잖아?’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하며 내가 나온 구절을 직접 읽어 보기 위해 활자로 눈을 돌렸다.

기르신 신문

제국력 1537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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