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녀도사가 예쁘면 생기는 일 (112)화 (112/120)

111화 사건의 공통점

“교도과아안!”

삽시간 귓가로 다가온 음성에 놀란 남자의 입에서 악에 받친 비명이 튀어나왔다.

“교도관!!”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상황.

남자가 한시도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왜.”

다시 남자의 귓가를 울리는 나른한 목소리.

“이제 와 너도 살고 싶어진 게냐.”

한번 싹튼 불길함은 좀처럼 사라지질 않았다.

불청객은 분명 자신과 비슷한 부류다.

평범함과는 결이 다른 미친놈.

이런 놈과 엮인다면 결과는 뻔하다.

“아무도 없냐고!!!”

그리고 그 대답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미련하구나.”

미묘하게 달라진 불청객의 목소리.

다소 중성적이었던 목소리가 아닌 찢어질 듯 높고 기괴한 음성이다.

귓가를 파고드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견디지 못한 남자는 열린 철제문으로 달려가 독방을 빠져나갔다.

“교도관!!”

남자의 간절한 부름이 복도 가득 쩌렁하게 울렸다.

앞이 깜깜하다.

남자는 눈에 힘을 주어 어둠이 짙게 깔린 복도를 훑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에 답해 줄 교도관이 바닥에 흐트러져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쯔쯧, 소용없대도.”

단 한 발짝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누구야 당신.”

순식간에 몸을 돌린 남자는 있는 대로 허공을 저으며 손을 이리저리 뻗어댔다.

“누구냐고!!”

온 복도를 휘젓고 다닌 남자의 손은 끝내 불청객의 털끝 하나 스치지 못했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인기척은 느껴져야 하는데.

곧 행동을 멈춘 남자는 조용히 주변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어째서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는 걸까.

“죽음의 이유를 물었어야지.”

왼쪽!

양팔을 벌린 남자는 재빠르게 소리가 들린 왼쪽 공간을 감싸 안 듯 조여 갔다.

없다.

불청객에게 닿지 못한 그의 손이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진다.

“왜냐고.”

다시 왼쪽!

이를 악문 남자가 같은 동작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같다.

“왜 자신이 죽어야 하냐고 물었어야지.”

“뭔 개소리야!!”

“누구냐고 묻는다는 건.”

발악하며 허공을 휘젓던 남자의 행동이 멈춰졌다.

“그대도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리고 고저 없는 서늘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그대가 죽어 마땅한 자라는 사실을.”

통보였다.

본능적으로 마지막을 직감한 남자는 불청객에게 멀어지기 위해 무작정 눈앞에 보이는 차단 문으로 달려나갔다.

곧 허공에서 생겨난 굵은 밧줄이 도망치던 남자의 목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컥!”

타탓, 탓!

밧줄에 목이 감겨 뒤로 끌려가는 남자의 발이 발버둥치며 복도를 퉁퉁 울린다.

“크흡, 컥!”

남자가 가느다란 팔뚝에 힘줄이 튀어나올 만큼 밧줄을 풀어보려 애썼지만, 목을 단단히 조여 오는 밧줄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벗어나려 할수록 더 세게 조여 오는 밧줄에 남자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커다랗게 뜨인 두 눈도 실핏줄이 터지면서 시뻘게졌다.

“흐… 으…….”

이내 공중에 떠오른 그의 발은 바닥과 점점 멀어지더니, 몇 초 후 숨이 꺼진 남자의 몸이 힘을 잃고 축 늘어지며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     *     *

남자가 발견된 건 막 동이 트던 교대 근무 시간이었다.

처음 현장을 목격한 교도관들은 황당한 복도 광경에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복도 중간, 밧줄에 칭칭 감겨 있는 제소자 한 명과 바닥에 쓰러져 있는 교도관 두 명.

그들을 더 당황하게 한 건 보초를 서던 교도관 둘이 단순히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곧이어 깨어난 그들도 황당해하긴 마찬가지였다고.

독방 시설에서 일어난 초유의 사태에 교도소장까지 수습에 나섰지만 무슨 문젠지 밤사이 교도소 내 모든 보안 카메라도 작동되지 않아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교도소 내 문제로 치부될까 두려웠던 소장은 수사를 의뢰했다.

“사인은 밧줄에 의한 교살로 보입니다.”

박 경위가 피해자 목에 남은 교살 흔적을 응시한다.

붉게 멍든 부위의 색은 점점 탁해지고 있었다.

“목 졸라 죽여 놓고 왜 굳이 밧줄로 몸을 감아 놨지?”

“범인 아니고서야 그 이유를 누가 알겠습니까.”

이 경위는 무심한 표정으로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하, 왜 하필 또 이 밧줄이냐고.”

“진짜 같은 범인일까요?”

이곳에 강력2팀이 불려온 이유.

바로 마 부장, 부사장 사건 현장에서도 발견된 굵은 밧줄 때문이었다.

“그걸 알면…….”

“근데 다른 제소자들은요? 복도에서 살인이 일어날 동안 구경만 했답니까?”

불쑥 끼어든 지 순경의 말이 박 경위의 말허리를 잘랐다.

“다 주무셨단다. 그것도 쿨쿨.”

“예?”

“교도관 둘도 밤새 늘어지게 잤단다. 그것도 여기 복도에서.”

“예에?”

이 경위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지 순경의 가느다란 실눈이 점점 커다랗게 뜨였다.

“이 난리가 날 동안 전부 잤다고요? 한 번도 안 깨고?”

“애초에 여기 독방 수용자들이 몇 안 돼. 다 합쳐야 다섯이야, 다섯.”

“그러니까 교도관까지 일곱이 여기 있었다는 건데, 목격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렇다는데 어쩌겠나. 하필 저놈의 CCTV도 불통이고.”

“왜 저희를 부른 줄 알겠네요. 이 사건도 해결될 기미가 없네. 없어.”

“이게 어디 시작부터 초를 쳐, 죽을래.”

박 경위의 과격한 손짓에 지 순경은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우리 생각 좀 해보자고요. 여기 복도는 이 쇠창살문으로 막혀 있고, 독방 문들도 전부 이렇게 닫혀 있었을 텐데.”

끼익, 철컥.

지 순경의 손이 바로 앞 독방의 철제문을 세차게 흔들었다.

“범인이 저 문을 열고 여길 들어와서 또 이 독방 문을 열고, 굳이 피해자를 복도까지 끌고 나와서 목 졸라 죽였다? 근데 교도관들도 다른 방 제소자들도 다 쿨쿨 잠을 잤다고요? 그 소란에?”

“그러게. 단체로 짰나? 가뜩이나 범인이 이 교도소를, 그리고 이 독방 시설까지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의문인데.”

“그것만 의문이겠냐, 하나하나 따져 보면 다 이상하지.”

“그러니까요! 애초에 교도관이 둘 다 잠든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 약이라도 타지 않고서야…….”

“교도소장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어. 깨어난 교도관 둘이 전부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거든.”

“그죠?!”

흥분한 듯 눈을 빛내는 지 순경에게 연이어 찬물 끼얹는 말들이 들려왔다.

“근데 문제는 둘 뿐만이 아니야. 독방 수용자들 전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난리니까.”

“에? 그럼 범인이 모두한테 약을…….”

“그게 가능하겠냐? 24시간 갇혀 있는 독방 수용자한테 어떻게 약을 먹여.”

“밥은 먹잖아요! 음식에 넣고 그럴 수도 있잖습니까.”

“불가능. 여기 두 명은 어제 저녁 시간에 싸워서 그 후로 독방에 수감됐대. 그 후론 물 한 모금 안 먹었고.”

이미 교정본부에서도 기본 수사는 마친 상태였다.

“와, 진짜 어떻게 이번 사건도 또 이래요?”

지 순경뿐만 아니라 모두가 숨이 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CCTV도 작동 안 했다니까 또 증거 하나 안 남았겠네요?”

“하나 있잖아. 저거.”

팀원들 모두 이 경위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밧줄만 봐도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밧줄의 굵기마저 이전 사건들의 밧줄과 비슷하다.

“아니… 그러니까 저 밧줄이 왜 여기 있을까요. 진짜 미치겠네.”

답답함에 머리를 벅벅 긁는 지 순경을 조용히 지나친 우주는 피해자의 얼굴을 면밀히 관찰했다.

“혹시 다른 놈이 뉴스 보고 따라 했을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지 순경의 말이 일리 있다고 여긴 이 경위가 고갤 끄덕인다.

“그럴 수도 있지. 오악산 사건들이 미제로 남니, 마니. 요즘 워낙 말 많은 사건이니까 대충 얹혀서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일수도.”

“근데 애초에 살해 도구 비슷하다고 엮는 게 맞나? 딱 봐도 오악산 사건이랑 이 사건은 밧줄 말고는 접점이 없잖아. 접점이.”

밧줄이 사용된 거 외에는 사건 현장의 모습도 완전히 달랐다.

“아뇨. 있습니다.”

팀원들의 고개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급하게 꺾였다.

현장에 도착 후 한마디도 없던 우주였다.

“뭐가 있는데?”

“이도하씨.”

“뭐?”

“이 남자 저번 오피스텔 살인 사건으로 잡힌 그 피의잡니다.”

그 순간, 피해자에게로 몰려간 팀원들은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확인했다.

“그놈 맞네, 맞아.”

“헐… 진짜네요. 그 오션 오피스텔 범인 놈이죠?”

“제가 아까 말 안 했습니까?”

밧줄에 정신을 빼앗겼는지, 피해자 신분도 말하지 않은 이 경위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범인이 같은 놈이라고 장담하긴 힘들지만.”

그리고 우주는 확신하듯 다음 말을 담담하게 이어 갔다.

“마형석, 황이재 부사장 사건과 이 사건을 연관 짓자면 공통점은 이 밧줄, 그리고 이도하씨겠네요.”

그의 말을 들은 형사들의 눈빛에 각기 다른 의문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     *     *

“오악산 사건 전담반이 생길 거 같아요.”

언론에서 마 부장과 부사장의 사건을 합쳐 오악산 사건이라 불렀다.

“전담반이라니요?”

근데 전담반이라니?

이미 우주네 팀이 맡은 사건이 아니었나?

“밧줄 범죄 전담반보다는 낫죠?

“예?”

“일단 도희씨가 현장부터 보셔야 할 거 같네요.”

그렇게 사건 현장을 찾아 상황을 전해들은 도희는 한참을 사색에 잠겼다 깨어났다.

“도희씨 뭐 이상한 점이 있습니까?”

팀원들은 묵묵히 도희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끝내 도희에게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그리고 우주와 단둘이 자릴 옮긴 도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운을 띄었다.

“고민해 봤어요.”

우주는 차분히 도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만약 제가 범인이라면 어떻게 죽였을지.”

우주도 고민해 본 사안이었다.

답을 찾진 못했지만.

“그래서 결론은요?”

“요물이 있다면 가능해요.”

“오피스텔 범인처럼 말이죠.”

투명 목걸이를 가진 놈이 벌였던 사건도 의문투성이였다.

도희가 없었다면 절대 해결하지 못했을.

“어떤 걸로도 설명할 수 없던 사건의 의문들에 술법이 걸린 요물들을 끼워 넣는다면 뭐든 가능해져요.”

그렇다면.

“이 사건들…….”

도희의 말을 자른 우주가 선수 치듯 말했다.

“범인이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니란 소리네요.”

바로 도희가 하려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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