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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황궁의 개복치 (1/145)

1화. 황궁의 개복치2021.03.04.

황태자 궁의 그 하녀는 어딘가 특별한 데가 있다. 황궁의 사용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렇게들 말하곤 했다. 황태자 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하녀도, 궁을 지키는 기사도, 심지어는 고작 얼굴 몇 번 본 게 다인 다른 궁의 하녀도 말이다. 여기서 ‘그 하녀’가 누구냐 하면, 얼마 전 느닷없이 입궁하여 황태자의 전속 하녀가 된 여인, 로제타 메이필드다. 로제타는 아름다웠다. 붉은빛 머리칼은 막 피어난 여름 장미처럼 싱그러웠고, 푸른 눈동자는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처럼 말갛게 반짝거렸다. 정석적인 미녀 상은 아니었으나 어딘가 눈이 가는 매력이 있었다. 키는 시원시원하니 컸고, 성큼성큼 걷는 다리는 길게 쭉 뻗었으며, 메이필드 남작가의 레이디로 잘 교육받은 사람답게 자세가 아주 곧았다. 다만 어쩐지 귀족 영애처럼 우아하고 나풀거리는 느낌이 아닌 기사처럼 꼿꼿하고 팽팽한 모습이었다. 기다란 눈을 곱게 접고 웃는 모습이 특히나 아름다웠는데, 그래선지 기사들은 로제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무엇이든 건수를 잡아 도와주곤 했다. 그러나 그녀가 ‘특별한 하녀’로 불리는 것은 단지 그녀의 출신이나 외모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 유명한 점은 따로 있었다.

1654956371063.jpg“로제타! 거기 앞에!”

16549563710635.jpg“으응? 앞?”

콰앙! 기사의 다급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로제타가 기어코 나무에 머리를 박았다. 제법 큰 소리가 울리며 그녀가 뒤로 고꾸라졌다. 이번 주에만 세 번째 있는 일이었다. 어제는 아무것도 없는 복도에서 미끄러졌고, 엊그저께는 다른 하인이 실수로 던진 쟁반에 맞아 기절했다. 그 탓에 로제타는 몇 번이고 방으로 실려 가야 했다. 이것이 바로 유명세의 이유였다. 틈만 나면 쓰러지는 저 지독한 유약함. 어찌나 자주 기절하는지 개복치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1654956371063.jpg“고작 그런 한미한 남작가도 귀족이라고, 귀족 티 내는 거야 뭐야?”

1654956371063.jpg“쟤도 한 달도 안 돼서 나가겠네.”

1654956371063.jpg“자꾸 피해를 주면 가만 안 있을 거야.”

로제타가 입궁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하녀들은 쯧쯧 혀를 차며 이렇게 수군거리곤 했다. 그녀들로서는 동료 하녀가 자리를 비우면 일손이 부족해지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고작 한 달 만에 하녀들은 로제타를 좋아하게 되었다. 별달리 한 게 없음에도 이상하게 로제타는 사람을 끌어당겼다. 그녀는 개복치라는 별명에 걸맞게 시도 때도 없이 다쳐 자리를 뜨긴 했지만, 한 시간도 안 돼서 돌아와 제 몫 이상의 일을 해치웠다. 허술한 주제에 또 착하긴 엄청 착해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마음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로제타가 가장 까다로운 업무를 도맡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면, 바로 전속 하녀 일이었다. ‘미친 황태자’, 아르문트 볼드윈 폰 라그나르의 전속 하녀. 대부분 3일 만에 질려 도망가는 그 일을 로제타가 자원했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퇴사의 ‘퇴’ 자도 꺼내지 않았다. 황태자 시중에서 해방된 하녀들은 매일 밤 로제타를 찬양하며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그녀 덕분에 황태자 뒤치다꺼리를 할 것이 줄어든 기사들도 로제타에게 각종 간식을 갖다 바치며 감사를 표했다. 특별한 하녀, 로제타는 그 어떤 상황에도 동네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어느 날 황태자의 암살자를 눈앞에서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16549563710635.jpg“지금 뭐 하는 거예요?”

붉은 머리를 하나로 정갈하게 묶어 올린 로제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푸른 눈동자는 순수한 의문으로 빛났다. 이상한 걸 보았다. 얼마 전 황태자 궁으로 배정받은 하인, 톰이 황태자에게 가져다줄 은쟁반 아래로 날카로운 단검을 감췄다. 그리고 그 옆에 선 황태자 궁의 기사, 제럴드는 분명 그 모습을 보았는데도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로제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16549563710635.jpg“설마 그걸로 전하를 찌르려고요?”

그 순진하고도 멍청한 질문에 톰과 제럴드는 짧게 시선을 교환했다.

1654956371063.jpg“아쉽네, 꽤 마음에 든 계집애였는데.”

1654956371063.jpg“미안, 로제타.”

그들도 이 특별한 하녀를 퍽 좋아했다. 멍청한 미인을 싫어할 남자는 애초에 많지 않다. 그러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 법.

1654956371063.jpg“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자는 반드시 죽어야 하거든.”

마침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거리낄 것도 없다. 톰이 재빨리 단검을 빼 들고 로제타에게 달려들었다. 숙련된 암살자답게 동작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단검이 순식간에 힘없는 여인의 급소를 노렸다. 푸욱! 섬뜩한 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붉은색의 속눈썹이 힘없이 나풀거렸다.

1654956371063.jpg“대충 치워두고 얼른 가자.”

제럴드가 귀찮다는 듯 귀를 후비며 말했다.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털썩, 하고 무언가 땅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의아해진 제럴드가 고개를 돌리자, 시야에 놀라운 장면이 담겼다. 그의 앞에 로제타가 서 있었다. ‘황궁의 개복치’, 혹은 ‘특별한 로즈’ 따위의 별명으로 불리는 아름답지만 유약한 하녀, 로제타가. 다만 늘 싱그러운 웃음을 걸치고 있던 것과 달리 눈앞의 여인은 소름 끼칠 정도로 무표정했다.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던 맑은 눈망울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채 서늘하게 빛을 냈다. 제럴드는 그녀의 눈빛 위로 희미하게 감도는 기운의 정체를 알았다. 잘 벼린 검처럼 날카로운 기운, 살기였다. 여인 뒤로는 땅바닥에 힘없이 늘어진 톰의 시체가 보였다.

1654956371063.jpg“……!”

제럴드는 다급하게 몸을 숙였다. 휘잉, 하는 바람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그의 목이 있던 위치로 예리한 검날이 지나가는 소리였다.

16549563710635.jpg“오, 실력이 제법이네.”

로제타가 사르르 눈을 접으며 평가했다. 제럴드가 평소 아름답다고 생각하곤 했던 그 눈웃음이었으나, 그녀의 손에 동료를 죽인 검이 들려 있는 지금은 섬뜩하기만 했다.

1654956371063.jpg“너……!”

16549563710635.jpg“그 좋은 실력을 왜 암살에 쓰지?”

제럴드는 무어라 더 말을 잇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입술을 뗄 시간도 없이 매서운 공격이 퍼부어졌기 때문이었다.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린 로제타는 느긋한 표정으로 몸을 움직였다. 태도는 여유롭기 짝이 없었고, 동작은 워낙 작아 멀리서 보면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손짓 하나하나가 모두 정확하고 매서웠다. 작은 단검에 담긴 기운은 어찌나 강력한지 최상급 암살자인 제럴드도 감당이 어려웠다. 아니, 감당은커녕 이런 실력자는 평생 만나본 적도 없었다.

1654956371063.jpg‘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고작 스무 살 먹은 계집애가, 한미한 남작가 출신의 일개 하녀가 어떻게 이런 실력자일 수가 있나. 제럴드는 도무지 믿기지 않아 입술을 짓씹었다. 그러나 아무리 깨물어 보아도 눈앞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 더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서둘러 도망을 시도했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도망과 은신은 그의 전문분야였다. 여태껏 그 누구도 그의 그림자를 뒤쫓지 못했다. 다행히도 로제타는 소리를 질러 암살자의 존재를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제럴드는 그녀의 멍청함에 감사하며 이런저런 추측을 이어나갔다.

1654956371063.jpg‘출신과 정보 모두 거짓이고, 실은 황태자가 몰래 심어놓은 호위기사라도 되는 건가. 그렇다면 최근 황태자에게 보낸 모든 암살자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유도…….’

제법 사실에 가까운 추측이었다. 그러나 더 이어지지는 못했다.

16549563710635.jpg“미안, 제럴드.”

분명 그의 뒤에 있던 로제타가 순식간에 앞에서 나타난 탓이었다.

16549563710635.jpg“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자는 반드시 죽어야 하거든.”

그녀는 톰의 말을 따라 하며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그것이 제럴드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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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분 후. 로제타를 찾는 목소리가 황태자 궁의 한편에 쩌렁쩌렁 울렸다.

1654956371063.jpg“로제타, 로제타!”

1654956371063.jpg“어휴, 얘는 또 언제 어디서 자빠진 거야!”

황태자 궁의 하녀, 엘리아와 멜라니가 로제타를 찾아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16549563710635.jpg“나 여깄어!”

얼마 지나지 않아 로제타가 얼굴을 내비쳤다. 막 씻었는지 덜 마른 머리가 이리저리 엉켜 있었다.

16549563710635.jpg“미안, 실수로 연못에 빠져서, 다시 씻고 옷을 갈아입느라…….”

1654956371063.jpg“네가 그러면 그렇지 뭐. 얼른 가! 전하께서 널 찾으셔!”

16549563710635.jpg“응! 바로 갈게!”

로제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도도 뛰어갔다. 어찌나 열심히 달리는지 도중에 발목도 한번 접질릴 뻔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엘리아와 멜라니는 혀를 쯧쯧 찼다.

1654956371063.jpg“어휴, 쟤는 정말 너무 약하고 허술해서 큰일이야.”

1654956371063.jpg“어디서 괴롭힘당하면 어쩌나 몰라.”

1654956371063.jpg“그나저나 톰은 아까부터 왜 안 보인대? 하녀장 님이 화가 잔뜩 났던데. 디저트를 들고 사라졌대.”

1654956371063.jpg“뻔하지 뭐. 또 도망간 거지.”

황태자 궁 사용인이 한두 명 도망간 것도 아닌데 새삼. 멜라니가 어깨를 으쓱였다. *** ‘로제타 메이필드, 20세, 황태자 궁의 하녀, 별명은 황궁의 개복치.’ 현재의 로제타를 정의하는 정보였다. 정확히는 ‘이번 생’의 로제타를 말이다. 그러나 이전 생의 그녀를 정의하는 호칭은 조금 달랐다. ‘로제타 메이필드, 30세, 제국 최강의 검, 황태자의 직속 호위기사, 대마법사의 친구, 유일한 소드마스터…….’ 이것 말고도 수도 없이 많았다. 대부분 그녀의 무위와 능력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첫 번째 생에서 로제타는 검의 경지에 이른 기사였다. 오래도록 황태자의 곁을 지킨 호위이기도 했다. 제국 유일의 소드마스터라는 권력, 초호화 타운 하우스를 여러 채 구매하고도 남아도는 부, 황태자의 직속 호위라는 명예. 모든 것을 가졌고 목표하던 전부를 이루었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오점이란 없었다. 어느 날, 황태자 아르문트가 죽기 전까지는. 암살이었고, 범인은 찾지 못했다. 로제타는 최강의 기사라는 호칭이 우습게도 제 주군 하나 지키지 못했다. 그것은 그녀 인생 최초의 실패였다. 로제타는 이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어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제국 유일의 대마법사, 발레리안을 찾아갔다.

16549563710635.jpg-“시간을 돌려.”

전하가 아직 살아 있는 때로 시간을 되돌려라. 로제타는 그렇게 요구했다. 발레리안은 대마법사인 자신도 장담할 수 없는 마법이라며 그녀를 만류했으나 결국 로제타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이윽고 아르문트가 그녀에게 하사한 검을 매개체로 대규모 시간 마법이 완성되었다.

16549563798532.jpg-“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라.”

16549563710635.jpg-“상관없어.”

자신만만한 말을 마지막으로 시간이 돌아갔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려 십 년이나 전으로 말이다. 어찌 되었건 다시 호위기사가 된 로제타는 아르문트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잠을 최대한 줄여 늘 그의 방문 앞에 동상처럼 서 있었고, 수많은 암살자를 죽이고 또 죽였다. 그러나 이게 웬걸, 아르문트가 또 죽었다. 저번 생보다도 더 빠른 시기에 암살당했다. 그리고 그가 죽음과 동시에 시간이 다시 돌아갔다. 로제타는 절망할 겨를도 없이 다시 스무 살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발레리안이 걱정했던 부작용이었다. 아르문트의 죽음을 막지 못하면 무조건 다시 시간이 돌아간다. 로제타는 일종의 루프에 빠지고 만 것이다. 세 번째 생에서도, 네 번째 생에서도 아르문트는 죽었다. 시기와 이유는 다 달랐으나 로제타가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같았다. 그리고 다섯 번째인 이번 생이 시작되며, 로제타는 방법을 조금 달리 해보기로 했다.

16549563710635.jpg‘지금까진 늘 그의 호위기사가 됐었지.’

그러나 호위기사가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돼 있었다. 여자인 그녀는 더욱이 그랬다. 아르문트는 평소 호위를 달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었고, 제 방 안에 호위가 들어오는 것을 무척 꺼렸다. 그의 방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은 하녀가 유일했다. 그리하여 이번 생의 로제타는 하녀가 되었다. 능력 있는 발레리안의 도움 덕에 입궁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제 능력을 들키지 않고 아르문트를 지키는 것이었다.

16549563710635.jpg‘마음 같아선 전하께 사정을 털어놓고 협조를 구하고 싶지만…….’

이는 이미 로제타가 세 번째 생에서 해봤던 전략이었다. 시간을 돌렸다니, 다른 이가 말했다면 허무맹랑한 헛소리로 취급받았을 내용이지만 화자가 그녀라면 말이 달랐다. 황태자는 로제타의 말을 경청했고, 잠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그녀를 내보냈다. 그리고 그녀가 방을 나선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심장마비로 죽었다.

16549563710635.jpg‘개복치 자식.’

로제타는 매우 불경하게도 제 주군을 마음속으로 이렇게 칭하곤 했다. 사실 알려진 바와 다르게 진짜 개복치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했으니 아르문트는 개복치보다도 더한 놈이다. 너 나중에 죽는다고 알려주면 놀라서 죽고, 가만 내버려 두면 별별 방법으로 죽으니 원. 어쨌든 알고 보니 유약했던 그의 성정 탓에 로제타는 차마 진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 대신 그녀는 하녀로서 그를 모시며 모든 위협요소를 몰래 제거하기로 했다. 자리를 비울 때의 변명을 위해 ‘틈만 나면 쓰러지는’ ‘연약한’ 하녀를 연기했다. 항상 곁을 지키기 위해 전속 하녀에도 자원했다. 몰래몰래 암살자를 처단하고 그 시체를 치우는 건 귀찮았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확실히 호위기사일 때보다 다닐 수 있는 영역이 넓어 오히려 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 그 무엇보다 로제타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으니.

16549563710635.jpg“전하, 부르셨…….”

로제타가 말을 마치기도 전, 핏줄이 선명히 솟은 단단한 팔뚝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았다.

16549563798603.jpg“로제타.”

순식간에 몸이 뒤로 기울었다. 등 뒤로 두툼한 가슴 근육이 닿음과 동시에 특유의 야릇한 향기가 코를 스쳤다.

16549563798603.jpg“내 로즈.”

집착이 덕지덕지 묻은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16549563798603.jpg“기다리느라 미치는 줄 알았잖나.”

16549563710635.jpg“읏!”

간지러운 입술의 촉감이 목에 닿자 로제타는 저도 모르게 신음했다. 그녀가 몸을 파드득 떨자 등 뒤의 커다란 사내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 웃기만 하면 차라리 다행이지.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달아올랐는지 모를 것이 뒤를 쿡쿡 찔러댔다. 이것이 바로 그녀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호위기사로서 곁을 지킬 때는 무뚝뚝한 모습만 보여주던 황태자 아르문트가, 이번 생에선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이상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

16549563710635.jpg“뭐, 뭐 하는 거예요?”

16549563798603.jpg“뭐긴.”

아르문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었다. 굵직한 목소리가 나긋하게 이어졌다.

16549563798603.jpg“유혹하는 거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관능적인 눈웃음에 넘어간 로제타는 차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나마 외쳐 볼 뿐이었다. 이러면 안 돼요,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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