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입맞춤의 대가2021.03.14.
느닷없는 입맞춤에는 응당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로제타가 대담한 사람이라도 이유도 없이 황태자에게 입 맞추지는 않는다. 계속되는 회귀에 기어코 미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사건이 발생한 그날, 로제타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과를 보냈다. 다른 하녀들과 함께 응접실의 난로를 청소하고 불을 피운 후, 이곳저곳 먼지를 털고 계단을 닦았다. 물론 다른 이들과 달리, 그녀는 중간중간 자리를 비우며 황태자의 동향과 안전을 살폈다. 그녀가 아무리 강한 기사라고 한들 어디 있는지도 모를 아르문트를 지킬 능력은 없으니까. 얼른 그에게 곁을 허락받아야 더 확실히 지킬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로제타는 일하는 내내 한숨을 푹푹 쉬었다. 다행인 점은, 로제타가 기억하는 한 이 시기에는 암살시도가 그리 잦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의 전속 호위가 된 해부터 부쩍 암살자가 늘었었다. 원래는 스물다섯에 호위기사가 됐었으니, 앞으로 오 년은 남았다. 물론 안심할 수는 없다. 로제타가 회귀할 때마다 과거도 조금씩 변하곤 했기에, 이번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로제타는 바짝 긴장한 채로 오전 일과를 마치고, 사용인 홀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후 오후용 검은 메이드 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그제야 황태자 전속 하녀의 일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살아 돌아와, 로제타!”
“로지, 힘내! 쓰러지지 말고!”
이제는 거의 단짝이나 다름없는 멜라니와 엘리아가 로제타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외쳤다. 로제타는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답하며 황태자의 침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좋아, 오늘은 좀 더 친해져 보는 거야!’
푸른 눈동자에 뜨거운 열의가 이글거렸다. 어제 다짐한 대로, 조금씩 더 다가가 볼 심산이었다.
‘안 부담스럽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가 다가가고 있다는 것도 모를 만큼 말이야! 로제타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주먹을 들어 올려 문을 두드렸다. 똑똑, 경쾌한 노크 소리와 함께 로제타가 입을 열었다.
“전하, 로제타예요.”
그녀는 이제 청소를 하러 왔다는 용무 대신 이름을 밝혔다. 제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이에 대해 아르문트는 처음에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시선을 던졌으나, 따로 추궁하지는 않았다.
“……들어와.”
척 가라앉은 목소리를 보아하니 오늘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그녀가 온 게 영 마땅찮거나. 로제타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해맑은 얼굴로 그의 침실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짜증이 가득 난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는 아르문트였다. 아무래도 후자가 이유였던 모양이다.
“지겨우니 오늘은 입 다물고 청소나 해라.”
어제 수다를 너무 많이 떨었던 게 실책이었나. 로제타는 패인을 분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굴만 십 년 넘게 본 나는 얼마나 지겹겠니.’
마음만 같아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로제타는 입술을 꾹 깨물고 답답한 마음을 눌러 삼켰다.
‘오늘은 텄다, 텄어.’
단단히 마음먹고 왔지만, 저 심통 난 꼴을 보아하니 더 다가갔다간 역효과만 날 것 같았다.
“휴.”
맥이 탁 풀리는 기분에 로제타는 무의식적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제 소리에 제가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이거 또 한숨 쉬었다고 뭐라 하는 거 아냐?’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난로를 청소하던 로제타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아르문트를 흘끔거렸다. 웬일인지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마시고 있던 홍차나 더 들이킬 뿐이었다. 그래도 황족이라고 무언가를 먹을 때 말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예법은 지키는 그였다.
‘홍차 향이었구나. 아까부터 방 안의 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
황실에 진상되는 찻잎이라 그런지 유독 향이 진하고 좋았다. 홍차 특유의 차분한 냄새에 은은하게 감도는 베르가못 향,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스파이시한 잔향까지. 어디선가 맡아본 듯 그리 낯설지는 않은 향이었다.
‘어라?’
무언가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로제타는 번쩍 몸을 일으켰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게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곧바로 움직여야 한다. 설령 별일이 아니었더라도 파악이 우선이다. 수년간의 호위 생활 끝에 터득했던 진리였다.
“전하!”
로제타가 다급히 외치며 아르문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돌격에 아르문트는 마시던 차를 미처 삼키지도 못하고 몸을 물렸다. 그러나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탓에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역시……!’
날 암살하려는 속셈이었나. 아르문트가 소파에 놔두었던 검을 집으며 생각했다. 그렇게 무시해대는 데도 틈만 나면 말을 붙이는 게 이상하다 했다.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방실방실 웃는 게 어쩐지 의심스러웠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실망스럽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신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검을 잡았던 그였다. 고작 하녀로 위장한 암살자 한 명 상대하지 못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녀의 움직임이 그의 예상을 추월했다. 눈 깜짝할 새에 다가온 로제타가 아르문트의 멱살을 휘어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이미 아르문트의 검을 저 멀리 내팽개쳤다.
‘이게 무슨……!’
당황한 아르문트가 저항하려 했으나 로제타의 몸은 미동도 없었다. 분명 가냘픈 여인의 몸이건만, 그에게는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아르문트는 얼른 호위라도 불러야겠다 싶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입안에 머금고 있던 차가 추잡하게 흘러내리겠지만 이 상황에 그게 대수겠는가.
“리-!”
리처드 경! 하고 외치려 하였으나 그보다 먼저 로제타가 그의 얼굴을 휘어잡았다. 마법을 쓰려는 건가. 내 머리를 터트리려 하나. 끔찍한 예측에 아르문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무언가가 느닷없이 아르문트의 입술을 열고 들어와 그 속의 여린 살을 헤집었다. 말랑하고 길쭉한 것. 로제타의 손가락이었다.
“……!”
아르문트의 눈동자가 일순 커다래졌다. 흔들리는 시야에 제 입속에 손가락을 처박은 하녀의 예쁘장한 얼굴이 담겼다.
“입술 더 벌려요, 전하.”
단호한 목소리가 귀에 닿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아르문트는 다시금 로제타를 밀어내려 했으나 돌덩이라도 되는지 꼼작도 하지 않았다. 당황한 탓에 팔에 힘이 빠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는 재빨리 차선책을 선택했다. 콰직! 단단한 이가 로제타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비릿한 피 맛이 입안에 퍼졌다. 비명을 지르리라는 아르문트의 예측과 달리, 로제타는 살짝 몸을 움츠릴 뿐 손가락을 빼내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점막과 혀를 긁어대려 시도하다, 그가 이를 꽉 깨문 탓에 잘되지 않자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나.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낯선 감각이 까칠한 입술 위로 느껴졌다. 이내 말랑하고 촉촉한 것이 그의 입을 파고들었다. 눈을 부릅뜨고 있던 아르문트는 어렵지 않게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바로 로제타의 입술이었다. 일개 하녀가, 아마도 암살자일 그녀가 감히 그에게 입을 맞춘 것이다.
‘독살?’
아르문트가 어금니를 꽉 깨물어 침입을 막으려 했으나 로제타는 이 또한 예상한 듯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아릿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이 틈을 타 독약을 밀어 넣을 줄 알았건만 착각이었다. 정말 목적 자체가 입맞춤인 것처럼 로제타는 여린 속살을 훑고 숨결을 섞었다. 아니, 입맞춤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끈적하다. 그녀는 탐색이라도 하듯 그의 입안 모든 곳을 샅샅이 빨아들였다. 혀가 얽히고 타액이 넘어가는 생경한 감각에 아르문트가 움찔 몸을 떨었다.
“전하, 혹시 부르셨……!”
몇 시간 같은 몇 초가 흐른 후에야 호위기사가 제 직무를 시작했다. 눈앞의 광경을 확인한 리처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만큼 당혹스러운 장면이었다. 잔뜩 흐트러진 차림새로 소파에 누운 황태자 전하와, 그의 멱살을 붙잡고 입을 맞추는 로제타라니. 누가 봐도 로제타가 강제로 황태자를 덮치는 상황이 아닌가.
“전하!”
리처드가 로제타의 몸을 거칠게 잡아당겨 떼어냈다. 원래는 곧바로 검을 휘둘러 죽였어야 함이 옳으나, 차마 그러지 못한 그였다. 콰당! 가냘픈 여인의 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제법 세게 떨어진 탓에 소리가 컸다.
“괜찮으십니까, 전하?!”
아르문트가 리처드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시야가 어지럽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혀가 유독 얼얼한 것으로 보아 정말 독에 당하기라도 한 모양이다.
“당장 신관을…….”
“신관을 불러요.”
목소리가 겹쳤다. 아르문트는 고개를 돌려 뻔뻔하게도 제가 하려던 말을 대신한 여인을 사납게 응시했다.
“얼른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
커다란 손이 로제타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고개를 잡아 올렸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목을 꺾어줄 심산이었다. 어차피 배후는 알아내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아르문트의 눈썹이 다시금 꿈틀거렸다. 로제타의 입술이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차에, 독이, 들어 있었어요.”
로제타가 파들거리는 입술에 애써 힘을 줘 중얼거렸다. 터진 입술 사이로 피가 울컥 솟아 나왔다. 차? 아르문트의 시선이 테이블을 향해 돌아갔다. 로제타가 몸을 던진 탓에 찻잔은 이미 깨져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웬일로 로제타가 아닌 다른 하녀가 가져다준 차였다.
“세타…….”
로제타가 차마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아르문트는 힘없이 늘어지는 여인의 몸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곤 이번에는 머리채 대신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들었다. 로제타의 입술처럼 푸르게 물든 검지가 보였다. 그의 입안에 넣었던 그 손가락이었다.
“저 차를 가져온 하녀를 데려와. 주홍빛 머리에 녹안을 한 여자다.”
아르문트가 리처드를 향해 명령했다. 막 죽을 뻔한 상황임에도 얼굴은 무표정하기 짝이 없었다. 다만 그의 눈빛만은 드물게도 혼란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황금빛 눈동자가 일렁이며 로제타를 빤히 응시했다.
“아니, 그 전에.”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관을 불러라.”
*** 로제타는 목표가 하나 생기면 그것을 달성할 때까지 밤낮 가리지 않고 몰두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목표는 한결같았다. 누구보다 강한 기사가 되는 것. 어언 스물다섯의 나이에 기사단장의 직위에 오르고, 이내 제국 유일의 소드마스터가 되며 로제타는 마침내 목표를 이루었다. 그 뒤로 몇 년간 목표 없는 삶이 이어지다, 아르문트가 죽으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아르문트를 살려 이 루프를 끝맺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서 로제타는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 기사로서의 명예도, 권력도, 부도. 전부 말이다. 그렇다면…… 목숨은? 과연 자신이 목숨까지 걸 수 있을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르문트를 살리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죽음이 그녀의 첫 실패이기 때문이다. 자존심을 위해 명예고 권력이고 다 집어던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목숨까지 걸기는 좀 애매하다. 이렇듯, 로제타는 아직 그를 위해 대신 죽어줄 마음까지는 없었다. 그런 그녀가 대책도 없이 독을 마셨을 리는 만무하다. 저걸 먹어도 죽지는 않는다는 확신과, 독을 대신 마셔줬을 때 얻을 수 있는 신뢰.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철저히 계획적으로 움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차마 예상하지 못한 것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고작 그 정도 양의 독을 마시고 기절하는 제 연약한 몸뚱이였고, 남은 하나는 바로……. 눈을 뜨자마자 흐릿한 시야를 뚫고 보이는 저 잘생긴 얼굴이었다. 로제타는 멍하니 눈을 껌뻑거렸다. 침대 옆 의자에 앉은 아르문트가 보였다. 그녀가 깨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 모양새다. 아르문트가 그럴 리 없으니 아마 꿈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굵직한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깼나.”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고 있던 그가 제 앞머리를 무심히 쓸어넘기며 말했다. 눈가가 유독 어두운 것이 영 피곤해 보였다.
“아…… 전하?”
로제타가 황급히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당황한 나머지 하마터면 그의 이름을 부를 뻔했으나 다행히 자제했다. 설마 날 간호한 거야? 그 아르문트가? 도무지 믿기지 않아 이리저리 눈을 굴렸으나 좁은 방안에는 정말로 그녀와 그밖에 없었다. 몸이 멀쩡히 움직이고, 타오르는 것 같던 목도 더는 아프지 않은 걸로 보아 치료가 끝난 모양이다. 흘끗 본 창밖에는 이미 땅거미가 내려 있었다.
“일어날 필요 없다.”
아르문트가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말했다. 다만 사납기까지 하던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가 퍽 너그러웠다.
“신관의 말로는 거동이 힘들 수 있다 했으니. 무리하지 마라.”
그녀의 몸을 걱정하는 내용에 로제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감동했다.
‘와, 이 정도 효과면 독쯤이야 열 번도 먹겠다!’
난공불락의 성을 공략했다는 기쁨에 피부 위로 전율이 흘렀다. 그러나 이 상황에 즐거운 티를 낼 수야 없다. 로제타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눈치 없는 입꼬리를 애써 자제시키며 입을 열었다.
“전하, 제가 아까 그리 행동한 이유는요.”
“알고 있다. 암살을 막으려 한 거겠지.”
그냥 차에 독이 들었다고 말을 할 것이지. 왠지 아르문트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로제타는 모르는 척 말을 돌렸다.
“참, 홍차에 들어있던 독 이름은…….”
“세타르.”
아르문트가 로제타의 말을 끊고 대답했다.
“네가 쓰러지기 전에 말하려 한 것이지.”
“아, 맞아요! 다행히 알아들으셨네요.”
“……차에 들어 있던 것이 세타르인 줄은 어떻게 안 거지?”
“향 때문에요.”
혹 저를 의심할까 봐 로제타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예전에 맡아본 적 있거든요. 세타르의 뿌리를 가루로 만들어서 홍차에 넣었을 때 나는 냄새.”
그게 몇 회차였더라. 그때는 아르문트가 차를 한 모금 삼키고 나서야 독이 들은 걸 알았다. 대마법사 친구가 근처에 있었던 덕에 해독할 수 있었다. 물론 결국은 어떻게든 죽었지만. 다행히 아르문트는 그다지 의심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로제타가 암살자라면 독을 대신 마실 리는 없으니 당연하다.
“범인은 잡으셨어요?”
“이미 자결했더군.”
“저런……. 치료는 잘 끝내셨고요?”
“그래.”
아르문트가 내 말에 이렇게 잘 대답해주다니! 맨날 무시만 했으면서! 로제타가 또다시 감탄했다. 그녀는 미소가 튀어나오려는 걸 참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독이 무엇인지 알았던 덕에 해독도 빨랐다. 네가 빨리 처치해 입안에 남은 독이 얼마 없기도 했고.”
“다행이네요!”
“다만.”
단호한 목소리로 읊조린 아르문트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커다란 손이 위로하듯 로제타의 어깨를 덮었다.
‘어라. 목숨 한번 구해줬다고 이렇게 착하게 나올 애가 아닌데?’
그제야 로제타는 깨달았다.
“너는 너무 독을 많이 마셨다더군. 때문에, 아마 넌…….”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며칠 내로 죽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