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잊지 못할 하루2021.07.25.
“네? 제 몸이요?”
“그래.”
왜 루니엘라 영애에게 선물할 드레스를 내 체형에 맞춰요? 로제타가 눈으로 말했다. 아르문트는 그녀의 얼굴 위로 드러난 의문을 분명 알아들었음에도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듯 소파에 앉아 딴청을 부리는 그였다. 입지도 못할 드레스를 왜 굳이 그녀의 체형에 맞춰 제작하라 했는지, 그 또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냥 왠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꼭 로제타가 연회 때까지 살아 있을 것만 같아서. 로제타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눈만 껌뻑거렸다. 그러나 곧 알아서 이유를 찾아냈다.
‘아, 이 시기에는 내가 좀 말랐었지. 그럼 루니엘라 영애의 체형과 그나마 비슷하려나?’
그녀가 고개를 숙여 제 몸을 훑어보았다. 생각해보니 스무살인 현재 자신은 다른 때보다 유독 마른 편이었다. 아버지인 메이필드 남작이 레이디의 소양을 운운하며 먹는 것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다. 검을 수련하느라 체력소모가 많은데, 제대로 먹지도 못하니 살이 붙을 리가 없다. 같은 이유로 로제타는 키도 늦게까지 컸다. 기사가 된 이후 그녀는 남작가에서 지낼 적에는 못 먹었던 음식을 마음껏 섭취하였고, 늦게나마 영양을 흡수한 덕인지 스물두 살까지도 키가 조금씩 컸다. 원래부터 큰 편이었기에 다 큰 후에는 다른 여인들을 아래로 훌쩍 내려다볼 정도가 되었다. 이는 하녀가 된 이번 생에도 다른 바 없었다. 반대로 루니엘라 영애는 발육이 이른 편이었으니, 아마 지금쯤은 그녀와 체형이 제법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 체형에 맞추라고 한 거구나.’
로제타가 아르문트의 눈썰미에 감탄하며 납득했다. 사실 그는 루니엘라 영애의 체형을 전혀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제 체형에 맞춰서 제작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나중에 손볼 수 있도록 여유롭게 잡아주세요.”
“네, 그럼 이리로 따라오시겠어요?”
“네, 마담. 전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로제타는 밝은 목소리로 부탁하고는 엠마의 뒤를 따라갔다. 아르문트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올려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나중에 손볼 수 있게…….’
그가 로제타의 말을 되새김질했다. 당연한 말인데도 어쩐지 뒷맛이 영 씁쓸했다.
치수를 재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로제타에게는 그 시간이 무척 길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자, 다 됐어요.”
“네! 감사합니다!”
엠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로제타는 후다닥 걸어 나왔다.
‘황궁에서 너무 오래 나와 있었어. 이제 바로 돌아가자 해야지.’
그녀가 이렇게 다짐했다. 황궁 밖에 오래 있을수록 아르문트가 위험해질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코너를 돌아, 레이스 커튼 사이로 아르문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로제타는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아르문트는 소파에 앉아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쓸쓸하고 고독한 눈빛을 하고선. 언젠가 저런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 이전 생에서 황궁 밖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딱 저랬다. 그 당시 아르문트와 나누었던 대화가 연이어 떠올랐다.
-“경은 성 밖에서 열리는 축제에 가본 적이 있나? 아니면 야시장이라던가.”
-“예, 가끔 친구와 가보았습니다.”
-“어떻던가?”
-“음, 별건 없습니다. 소매치기도 많고, 불량배들도 꽤나 돌아다니죠. 그렇지만 시장에서 파는 꼬치구이는 과연 일품이에요. ……잠행이라도 가보시겠습니까?”
-“……아니다. 괜한 얘기를 했군.”
로제타가 꼬치구이를 언급할 때, 아주 짧은 순간 아르문트의 눈동자는 옅은 기대감으로 반짝였었다. 금방 다시 원래의 차분한 눈빛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녀는 평소답지 않은 광채를 선명하게 기억했다. 로제타가 가만히 서서 아르문트를 응시했다. 그때, 그녀의 시선을 느낀 아르문트가 고개를 돌렸다.
“……로제타, 거기 서서 뭐 하는 거지?”
얼른 오지 않고. 그가 덧붙였다. 목소리는 무뚝뚝했지만, 이전 생의 것보다는 그 울림이 달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도 몇 배는 밝아 보였다. 꿀꺽. 로제타가 결심한 듯 침을 삼켰다. 그러곤 그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무엄하게도 그의 곁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얼굴에 가늘게 미소가 떠올랐다.
“감사해요, 전하.”
느닷없는 감사 인사에 아르문트의 한쪽 눈썹이 휘어 올라갔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셔서요. 오늘 일은 정말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그랬다. 네 차례의 회귀 동안, 그와 이런 시간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었다. 다섯 번째인 이번 생은 여러모로 특별했다. 많은 것들이 의미 깊었고 이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그녀가 정말 죽는다고 해도, 혹은 아르문트가 또다시 죽어 시간이 돌아가더라도, 이때의 기억은 영원토록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로제타는 아르문트도 자신처럼 오늘을 잊지 못하기를,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 여기기를 바랐다.
“보답으로, 전하께도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드릴게요.”
로제타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속삭이는 듯한 그녀의 말에 아르문트가 몸을 움찔 떨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한 번만 믿고 맡겨주세요, 네? 딱 한 시간만 제게 내어주시면 돼요.”
아르문트는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창밖에는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리처드는 아까부터 이제 돌아가야 한다 주장했다. 곤란하군. 아르문트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에 반해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피어났다. 로제타가 말하는 ‘잊지 못할 하루’란 어떤 것일까, 하는 기대감이.
“……뭐, 한 시간 정도라면.”
아르문트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로제타의 낯빛이 금세 환해졌다. 고대하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좋아요! 그럼 일단 벗으세요, 전하!”
다만 그 내용은 아이처럼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아르문트가 눈을 크게 떴다. 여기서 옷을 벗으라고? 그가 당황이 역력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근처에 서 있던 리처드 또한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둘의 사이가 이렇게까지 진척되었단 말인가. 아니, 그런데 굳이 내가 보는 앞에서?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입을 쩍 벌렸다. 그러나 로제타의 기상천외한 제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리처드 경도요, 벗으시는 게 낫겠어요.”
아르문트의 고운 눈썹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무얼 하자는 건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저, 저는 그런 취미 없습니다!”
어떻게 세 명이 함께 그런……! 리처드가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외쳤다. 두 팔로는 보호하듯 제 가슴을 감싼 그였다. 로제타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눈을 껌뻑거렸다. 여전히 얼굴만은 순수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네? ……무슨 취미요?”
“그, 그걸 어떻게 제 입으로……!”
“저는 그냥, 여기서 옷을 갈아입고 나가자는 건데요. 그렇게 화려한 차림으로 나가면 여러모로 눈에 띌 테니까요.”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람? 로제타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리처드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얼굴은 더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랐다. 붉은 기가 목까지 타고 내려올 정도였다. 리처드가 도움을 구하듯 아르문트를 바라보았다. 저만 오해한 거 아니잖아요. 그가 눈빛으로 말했다.
“경은 참 상상력도 풍부하군.”
그러나 아르문트는 그런 그를 철저히 무시했다. 마치 자신은 처음부터 로제타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뻔뻔한 태도였다. 쯧쯧 혀를 찬 로제타가 뒤돌아 엠마에게 다가갔다.
“마담. 남자 옷 두 벌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다지 비싸 보이지 않는 거로요.”
“그럼요, 물론이죠!”
돈도 안 받을 테니 걱정 말아요. 엠마는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의미로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
“도대체 어딜 가는 건가?”
아르문트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로젠다이엠 의상실을 나와 로제타를 따라 걸은 지도 벌써 십 분째였다. 그것도 돈을 받고도 입지 않을 차림새를 하고서. 사실 그렇게까지 엉망인 차림은 아니었다. 너른 품의 셔츠에, 단정하게 다려진 바지는 평민들이 입을 법한 옷이었으나 옷걸이가 옷걸이인 만큼 그 태가 남달랐다. 그 위로 걸친 얇은 로브는 얼굴을 가리기에도 적합했고 말이다. 다만 아르문트가 이토록 불쾌해하는 까닭은 바로 리처드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누가 보면 쌍둥이나 커플로 오해할 법한 모습이었다. 리처드도 제 주군과 커플룩을 입는 게 썩 마음에 들진 않았으나 신분 차 탓에 차마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로제타는 이런 두 남자의 마음도 알아주지 않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저놈의 조금은 왜 이렇게 길어? 아르문트가 속으로 툴툴거렸다.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황태자인 자신에게 이런 고생을 시키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오 분 후. 아르문트의 인내심이 슬슬 바닥나려는 때, 로제타가 밝은 얼굴로 돌아섰다.
“다 왔어요!”
“도대체 어디길래-.”
이렇게 고생을 시켜? 아르문트가 시큰둥하게 제 눈을 반쯤 가린 로브를 걷어냈다. 그리고 놀라운 풍경이 시야에 담겼다. 석양빛을 받아 분홍색으로 물든 시장이 보였다.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하 웃으며 그를 지나쳐 갔고, 상인들은 목소리를 높여 아직 다 팔지 못한 상품을 홍보했다. 조금 더 먼 곳에는 광대 분장을 하고선 유리병으로 저글링을 하며 여행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었고, 어딘가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수도의 구시가지 쪽에 위치한 시장에 온 것이었다.
“곧 야시장이 열릴 거예요. 어쩌면 작은 불꽃놀이를 할지도 모르고요. 황실에서 주최하는 거에 비하면 규모가 아주 작지만 그래도 제법 볼만해요.”
로제타가 기억을 더듬어 설명하며 슬쩍 그의 눈치를 보았다. 아르문트는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검은 로브 아래로 눈동자가 환하게 반짝거렸다. 로제타가 아주 짧게나마 보았던 바로 그 광채였다. 그의 상기된 얼굴을 보자 어쩐지 코끝이 시큰거렸다. 로제타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을 이었다.
“딱 좋은 시기에 오셨네요. 여름밤에 행사가 가장 많거든요. 자, 그럼 이쪽으로 가볼까요?”
“전하, 로브를 더 눌러 쓰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리처드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그 또한 아름다운 풍경에 반쯤 취해 있었으나, 그래도 직무가 더 우선이었다. 아르문트는 그의 말에 따라 로브를 당겨 쓰며 로제타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늘 철두철미한 그답지 않게 계속 얼굴을 드러내고 주변을 둘러보기 바빴다. 그만큼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황태자가 된 이후, 이렇게 시장에 나와 사람들 사이를 걸은 것은 처음이었다. 호위를 줄줄 달고 이런 곳에 와서 ‘나 황태자요’ 하고 티를 낼 바에, 그저 궁에 머무는 것이 낫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금방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예쁜 옷을 입고 있는 로제타에게 몇 번 시선을 둘 뿐이었다. 그 덕에 긴장이 사르르 풀렸다. 아르문트는 마음을 놓고 행위 예술을 하는 사람을 빤히 구경하기도 하고, 노점상에서 늘어놓은 물건들을 저도 모르게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그거 만지면 사야 해요!”
“아, 미안.”
로제타의 호령에 아르문트가 깜짝 놀라 손을 떼어냈다. 다행히 상인이 그를 보지 못한 덕에 쓸데없는 소비는 피할 수 있었다.
“전하, 이쪽은 복잡하니까 제 손 잡고 오세요.”
로제타가 목소리를 낮췄다. 전하라는 호칭을 누가 들으면 큰일이니까. 그녀는 별생각 없이 아르문트의 손을 붙잡았다. 워낙 자주 스킨십을 하다 보니 이쯤은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아르문트는 자신을 끌고 가는 로제타의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쿵, 쿵, 쿵.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이토록 선명히 느낀 적이 있던가. 아르문트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만큼 지금 이 순간이 그에게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모든 것이 그저 꿈만 같았다. 여름밤의 상쾌한 바람과, 옅게나마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 분홍빛으로 물든 풍경…….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붉은 머리의 여인. 로제타가 고개를 살며시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 시원한 눈매가 사르르 휘어지며 웃음이 피어났다. 쿵. 심장이 크게 뛰었다.
-“보답으로, 전하께도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드릴게요.”
문득 로제타가 당당하게 말하던 목소리가 귀를 울렸다. 이쯤 되니 아르문트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또한 지금 이 순간을, 석양 아래 환하게 떠오른 저 미소를 죽어서도 잊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 여기다! 우리 이거 먹을까요?”
어느새 작은 가게 앞에 도착한 로제타가 신이 난 얼굴로 물었다. 아르문트는 겨우 상념에서 벗어나서 시선을 돌렸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음식이 시야에 담겼다.
“이게…… 뭐지?”
“뭐긴요, 꼬치구이죠. 이거 엄청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로제타가 상인에게 자연스럽게 돈을 내고 두 개의 꼬치를 받아들었다. 두툼한 고기와 채소가 번갈아 가며 끼워져 있는 모습이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전하, 위험합니다.”
리처드가 쏜살같이 다가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일국의 황태자가 시장에서 무엇이 들었을지도 모를 음식을 먹다니. 호위기사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아르문트가 알아서 거절하리라 생각했다. 이런 부분에서는 아주 까다로운 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아르문트는 입술을 벌려 꼬치에 끼워진 고기를 받아먹었다. 리처드가 뒤에서 경악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으며.
“……맛있군.”
“그렇죠? 여기요, 더 드세요.”
로제타가 헤헤 웃으며 그에게 꼬치를 건네주었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리처드에게도 새로운 꼬치를 내밀었다.
“리처드 경도 드세요! 아, 혹시 시장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세요?”
하긴, 백작가의 귀한 영식이시니까. 로제타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 말이 리처드에게는 도전장처럼 느껴졌다. 비록 이미 전하께 선수를 빼앗겼다고는 해도,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할 수는 없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감사히 먹겠습니다.”
리처드가 결연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입을 벌렸다. 그녀가 주는 것을 멋지게 받아먹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견제가 들어왔다.
“경은 손이 없나? 직접 들고 먹게.”
아르문트가 차갑게 말하며 로제타의 손에서 꼬치를 빼앗아 리처드의 손에 들려주었다. 정작 자신도 첫입은 그녀에게 받아먹었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