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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어떤 프러포즈가 좋아? (119/145)


119화. 어떤 프러포즈가 좋아?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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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로지가 이렇게 똑똑했었나.’

멜라니는 당황한 나머지 입을 쩍 벌렸다.

그녀가 기억하는 로제타는 틈만 나면 자빠지고, 연못에 빠지고, 난로를 청소하다 숯검정이 되어 돌아오는, 그런 귀여운 바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 친구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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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람을 바꿔놓는다더니.’

멜라니는 사랑의 위대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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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전혀 아니야. 이거 내가 산 거야.”

다만 감탄하는 건 감탄하는 거고, 임무는 임무였다.

멜라니는 주먹을 불끈 쥐고 열심히 거짓말을 꾸며냈다.

받아먹은 게 있는 이상 뭐라도 해야만 했다. 받아먹은 게 과할 정도로 비싼 거라면 더욱이 그랬다.

다만 발레리안의 능글맞음에 익숙해진 로제타를 속여넘기기엔 그 수준이 너무 허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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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봉급이 얼마나 짠지 다 아는데, 직접 사기는 무슨.’

로제타가 흥 콧방귀를 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아 모르는 척해줄까 싶다가도, 계속 넘어가기에는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 며칠 사이 그녀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웬일인지 고급스러운 복장을 차려입은 러크가 그녀의 방문 근처를 서성이고 있기에 말을 걸었다.

그러자 러크는 마치 우연히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더니 뜬금없이 요즘 유행하는 액세서리에 대한 얘기를 떠들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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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인데, 로제타 양은 이 중에서 어떤 게 예쁠 것 같아?”

 
기나긴 서론의 요지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으냐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저 러크가 평소처럼 헛소리를 하는구나 생각했지만, 오늘 아침 테오도르 신관이 번쩍번쩍 빛나는 장신구를 걸친 모습으로 다가와 선호하는 프러포즈 방식에 관해 물을 때에는 그 연관성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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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신관인데. 그런 거 받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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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로제타의 질문에 테오도르 신관은 사색이 되더니, 황급히 장신구를 손으로 가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저렇게 두려워할 거면 애초에 왜 아르문트의 제안에 승낙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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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사람들을 다 첩자로 고용하다니.’

첩자라고 칭하기에는 그 목적이 좋기는 하나,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거였다.

로제타는 아르문트에게 한소리 해야겠다고 각오하며 멜라니를 째려보았다.

지은 죄가 있는 멜라니는 흠칫 몸을 떨었다.

차라리 로제타가 무어라 더 지적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말없이 노려보기만 하니 더 가슴이 조여왔다.

결국, 머지않아 그녀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을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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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이, 그게…… 내가 받으려고 받은 건 아니고. 나도 거절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어른이 주는 건 받는 게 예의니까!”

나이 차가 얼마나 난다고 어른이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에 로제타가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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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참고로 나는 거절했어.”

분위기가 풀어진 때를 틈타 엘리아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멜라니의 얼굴이 억울함으로 일그러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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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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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값비싼 목걸이에 눈이 멀어 친구의 정보를 냅다 전달한, 간사하기 짝이 없는 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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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엘리아의 일침에 멜라니는 화살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 가슴을 쥐어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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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로지! 내가…… 내가 쓰레기였어!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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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쁜 의도로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네가 재물에 약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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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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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면 친구도 파는 첩자.”

멜라니가 시무룩한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하자 엘리아가 또다시 냉큼 끼어들었다. 이쯤 되면 멜라니 전용 폭력배나 다름없어 보였다.

몇 차례 더 아웅다웅하던 그들은 곧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건 로제타만이 아니었다.

황태자의 입지가 좋아진 만큼, 황태자궁의 사용인들은 전에 없는 명예와 특혜를 누렸다.

특히 멜라니와 엘리아는 로제타와 친하다는 이유로 많은 사용인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황태자가 로제타를 황후로 세우려 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황후의 전담 하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하녀장은 그들에게 많은 자유 시간을 보장해주었고, 업무도 최대한 아르문트와 로제타를 보필하는 쪽으로 배정했다.

덕분에 로제타는 자신의 친구들과 이렇게 티타임을 가지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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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로지. 이건 정말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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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해놓고 또 내 정보 팔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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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절대 안 말할게. 약속해!”

멜라니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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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떤 프러포즈가 좋아?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고, 진짜로 다른 데 안 말할 거야.”

로제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의심의 눈초리에 멜라니는 제 전 재산을 걸겠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그녀가 그토록 아끼는 재산을 건다면야 믿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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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잘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그냥 평범한 게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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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거라면 어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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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로제타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 적당한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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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평소처럼 함께 밥을 먹은 뒤에 결혼하자 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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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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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따끈한 차를 마신 뒤에?”

기껏 고민해서 말했건만, 멜라니와 엘리아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뭐가 이상하기라도 한가?

로제타는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만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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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평범해서 안 평범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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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되게 별로다. 우리 로지는 상상력이 메말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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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하께 이를까 봐 농담한 거지? 제발 그렇다고 해줘.”

예상치 못한 혹평이 이어졌다.

로제타는 민망한 마음에 괜스레 언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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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차 마시고 프러포즈하는 게 뭐가 어때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하는 자연스러운 청혼,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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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진심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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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멜라니가 이건 어디 가서 정보랍시고 팔기도 애매하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엘리아는 눈물을 찍어내는 시늉까지 했다.

이렇게 취향 존중이 안 된다니.

잔뜩 골이 난 로제타는 다시는 제 취향에 대해 털어놓지 않겠다며 의미 없는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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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문트는 로제타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노라 선언했던 말을 칼같이 지켜냈다.

물론 완벽한 청혼을 해내겠다는 집착이 독이 되어 로제타를 귀찮게 하기는 했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정말 모든 면이 완벽했다.

그레이한의 재판과 계승식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그는 잠잘 시간도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그런 와중에도 아르문트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서라도 로제타를 살뜰히 챙겼다.

아침에는 그날그날의 입맛을 알아내 식사 메뉴를 직접 지시했고, 밤에는 그녀가 잠들 때까지 곁을 지켜주다 남은 일을 마저 처리하러 갔다.

또한 로제타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간에 그날 당장 가져다 바쳤다.

한번은 지나가는 말로 철이 한잠 지난 과일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마탑에 부탁을 해 다른 대륙에 있는 과일을 공수해 오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리처드는 눈 밑을 시꺼멓게 물들인 채 이런 부탁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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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 양. 이런 말씀 드리기 정말 송구하지만…… 전하 앞에서는 조금만 말을 조심해주시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전하께서 다소 정신이 나간 면이 있어서.”

 
감히 제 주군을 묘사하기에는 몹시 불경한 표현이었으나, 아르문트가 시킨 일을 처리하느라 잠도 잘 못 자고 온 대륙을 쏘다닌 걸 감안하면 그리 무례한 편도 아니었다. 로제타는 한때 아르문트의 전속 호위로서 일하던 사람으로서 더더욱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심지어 러크는 로제타가 무슨 얘기를 하든 군말 없이 복종하는 아르문트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개 같다’라고 중얼거리다 걸려 크게 얼차려를 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아르문트는 황궁 전체에 팔불출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로제타를 귀하게 여겼다.

다만 아무도 알지 못했으나 유일하게 아르문트가 그녀의 말에 복종하지 않을 때가 있었으니.

바로 관계 도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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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문, 그만……!”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은 로제타에게서 높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자극이 너무 심한 나머지 허리가 절로 튕기듯 휘었다.

그녀는 구명줄을 잡듯 아르문트의 어깨를 강하게 그러쥐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새하얀 피부 위에서 가냘프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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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만해요.”

그녀는 어떻게든 자극에서 도망치기 위해 애를 썼다.

눈가에 눈물을 대롱대롱 단 채로 애원까지 했으나, 아르문트는 평소 다정하게 굴던 것과 달리 그녀의 부탁을 묵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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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어.”

착하지. 나지막이 속삭인 그가 위로하듯 그녀의 다리에 촉 입을 맞췄다.

목소리는 다정하기 짝이 없었으나 이어지는 행동은 숨이 막힐 정도로 거셌다.

방금까지는 낯선 자세가 수치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던 그녀였으나, 이제는 그런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눈앞에 불빛이 번쩍번쩍 튀었다. 강력한 쾌감이 그녀의 온몸으로 번졌다.

로제타는 본능적으로 그의 결 좋은 머리카락을 잡아 쥐었다.

지금도 충분히 견디기가 힘들거늘, 아르문트는 자비 없이 그녀를 자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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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힘들어하면 안 되는데.”

그는 정말 부끄러움이란 걸 모르는 사람 같았다. 지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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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야 제대로-.”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로 야릇한 말을 귓가에 속살거린 아르문트가 나긋하게 웃으며 옷을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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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만 벗고 있던 거야?’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자신과는 달리, 아르문트는 머리카락이 다소 헝클어진 것 빼고는 매우 말끔한 차림이었다.

쾌락에 빠져 그 사실도 인지하지 못 하고 있었다니.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로제타는 뜨거운 숨을 쌕쌕 내쉬며 그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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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얼른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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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언제 뭘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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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랬잖아. 얼른 잡아먹히고 싶다고. 그대 눈빛이 그렇게 말하던걸.”

어느새 제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아르문트가 사르르 눈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은밀한 곳을 지분거리는 모습이 나긋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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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만하라니까요! 이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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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새끼 맞아.”

아르문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맥박이 뛰는 곳에 가볍게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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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계속 나쁜 짓 좀 할게.”

날카로운 이가 피부를 따갑게 파고들었다.

어둠 속에서 황금빛 눈동자가 짐승의 것처럼 빛났다.

여태껏 겨우 유지해온 절제력이 완전히 바닥났음을 증명하는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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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한 대로, 열락이 잠시 쉴 새도 없이 이어졌다.

집요하게 그녀를 탐닉하는 그의 행동에 얼마나 울어댔는지 마지막에 가서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지칠 대로 지친 로제타는 땀에 젖은 시트를 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 눈꺼풀만 겨우 움직여댔다.

아르문트는 힘들지도 않은지 젖은 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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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제발…… 적당히 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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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하자는 로제타를 꼬드겨 기어코 세 번을 채운 아르문트가 뻔뻔하게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는 곧 로제타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냉큼 잘못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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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조금 줄여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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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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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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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매일 할 생각을 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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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해보지.”

아르문트는 서운하다는 듯 눈썹을 시무룩하게 늘어뜨렸다.

로제타는 그런 그가 못내 징글징글해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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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도 않아요? 요즘 잠잘 시간도 많이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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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잘 시간이 충분하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즐거우니까.”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답하며 수건을 다른 쪽으로 옮겼다. 손길이 슬며시 그녀의 가슴께를 향했다.

로제타는 곧장 이를 파악하고 그의 손등을 매섭게 찰싹 때렸다.

아파라. 아르문트가 불쌍한 척을 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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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유일하게 힘든 게 하나 있다면…… 그대의 취향을 알기가 참 어렵다는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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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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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가 워낙 눈치가 빨라야 말이지. 예전에는 그렇게 눈치 없는 척을 하더니, 이제는 봐주질 않더라고.”

입가에 걸린 미소가 무척 능청스러웠다.

로제타는 그가 닦아주기 편하도록 한쪽 팔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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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번쩍번쩍한 걸 하나씩 달고 와서 똑같은 질문을 하는데, 봐주기에는 너무 티가 많이 나잖아요. 그러게 누가 그렇게 비싼 거 마구 사주래요? 매수하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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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알아낼 수야 없지. 비싼 값을 치르는 것이 마땅한 정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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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잘한다니까.”

로제타가 푸스스 웃으며 양쪽 팔을 모두 벌렸다. 안아달라는 의미였다.

아르문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냉큼 침대에 올라가 그녀를 껴안았다. 로제타가 무겁다고 말하자 그는 포옹한 채로 빙그르르 돌았다.

로제타는 꺄르륵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와 한 몸이 되어 아이처럼 침대 위를 이리저리 구르는 게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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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행복할 수 있는 걸까.’

하루하루가 정말 너무 행복했다.

다른 사람들은 종종 그녀를 찾아와 결혼 이후에는 더 행복해질 거라고 장담하곤 했는데, 솔직히 그녀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

지금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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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이대로면 좋을 텐데.’

로제타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아무런 변화 없이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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