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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4화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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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렇습니까? 그것 또한 영광입니다!”

유쾌하게 웃은 김명석이 자리에 앉았다.

“이제 막 귀환하신 만큼, 지금 지구에 대해 궁금하신 게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예. 아무래도요.”

“물어보십시오.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시혁은 자신이 가장 궁금했던 걸 물었다.

“제 여동생은, 살아 있습니까?”

김명석의 입 꼬리가 삐쭉 말려 올라갔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쏟아진 귀환자 중에 가족부터 찾는 이는 의외로 적었다.

인성 합격!

“다 무사하십니다. 지금 여동생 분이 오고 계시죠.”

시혁의 입에 함박웃음이 걸렸다.

‘정말 살아 있구나!’

심지어 곧 만날 수도 있었다.

순간 여동생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 시혁은 녀석을 딸처럼 길렀다. 좋은 대학에 진학 했을 땐 뛸 듯이 기뻤고, 막노동을 하더라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애썼다.

물론 지금은 10년이 지나 서른이겠지.

가슴이 벅차 올랐지만 지금은 티내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감정은 여동생을 만났을 때 해금 해도 늦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은 2042년인가요?”

“그렇습니다. 10년이 지난 상태이죠. 아마 에드가라트 대륙에선 300년을 사셨겠지만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으하하핫!”

그 말을 하며 김명석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귀환자를 많이 상대해본 만큼, 300년간 산 대륙에 대해 오히려 잘 아는 듯 행동하면 점수 따기가 수월 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좋은 첫인상을 남긴 기억이 많다.

‘정옥자와도 이렇게 친해졌지!’

하지만.

“···뭐 그런 셈이죠.”

시혁은 그저 씩 웃어보일 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김명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너무 아는 채 했나? 혹시 역효과가 났다거나? 젠장. 그냥 예지 들여보낼 걸. 아직 뜨거워도.’

괜히 자신이 들어간다고 했나 후회되었다.

하지만 표정과는 달리 반대로 시혁은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어떻게 알지? 정확 하잖아!?’

시혁은 대수림에 떨어진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짜를 세었다.

해가 지고 뜨는 것이 300년 동안 반복되었다. 때문에 그는 300년을 살고 있음을 알았다.

가는 세월에 집착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정보.

상대는 그것을 훤히 꿰고 있었다.

아는 방법이 있는 것일까? 1년에 30년. 뭐 그런 걸까?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했다.

‘최대한 아는 척. 몰라도 아는 척 해야 해.’

시청각 자료를 보지 않았더라면 신기해 하며 이것저것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난 다른 귀환자들과 달라.’

시청각 자료에 따르면 최초의 귀환자들은 지구로 돌아오자 마자 한국에 있는 몬스터들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고 했다.

공략집까지 내어서 인류의 승리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한다.

늦게 귀환한 귀환자일 수록 아는 것이 많다.

그렇다면 시혁은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시혁이 아는 대수림의 괴수들은 시청각 자료에 없었다.

즉, 시혁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조금 전 상대 했던 박쥐들 역시 붉지 않고 검지 않았던가?

‘붉은 놈들이 강화된 녀석이었을까?’

어쨌든 다른 귀환자들과 자신의 시작은 엄연히 달랐다. 그렇기에,

‘상황파악이 끝나기 전까진 입을 다문다.’

시혁이 말이 없자, 김명석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옷은 마음에 드십니까?”

“예. 딱 맞는 옷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있는 옷이 그런 것들 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뇨, 오히려 편합니다.”

그것에 대해 시혁은 순수히 감사했다.

오히려 트레이닝복이라서 운신이 편했다.

물론 초록 트레이닝복에는 가디언을 상징하는 백호문양이 수놓여 있었지만 시혁은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얻어 입는 주제에 뭘 가린단 말인가?

가디언 본부에서 편한 옷을 찾으면 트레이닝복이 나오는 게 당연한 것을.

“나중에 어떻게 돌려 드리면 될까요?”

“하하하. 가지셔도 좋습니다. 아! 버리셔도 상관 없고요!”

그 후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시혁은 시청각 자료에서 알아내지 못했던 세부적인 것들을 물어봤고, 김명석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럼···제 고향은 사라진 거군요.”

“예. 정확히는 10년 전에 몬스터들에게 빼앗겼다가 되찾아서 재건 중이었는데, 이곳의 터줏대감이었던 폭탄박쥐들이 대거 습격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군요. 10년 전에 빼앗겼던 곳······.”

거기까지 생각하던 시혁이 싱긋 웃었다.

“그 와중에 제 여동생은 살아 남은 거로군요?”

“예. 하늘이 도운 것이겠지요.”

대부분 시혁이 질문을 하고 김명석이 답하는 쪽이었다.

대답을 하며, 김명석은 시혁에게 궁금한 점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귀환자가 정부에게 최초로 발견된 경우, 정부는 귀환자에 대해 아무것도 물어볼 수가 없다.

그것은 국제법. 정확히는 국제귀환자법 위반이었다.

가장 먼저 귀환자와 접촉할 수 있는 건 같은 귀환자들. 정확히는 한국 귀환자 협회에 소속된 간부뿐이다.

때문에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순 있지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 마저도 애매한 대답은 시혁이 노련하게 피해버리는 덕분에 김명석은 들어오기 전에 얻었던 시혁에 대한 추측을 데이터로써 치환할 수 없었다.

‘이 자, 보통이 아니야.’

그 이후론 정부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스마트폰이 울렸다.

그것을 본 김명석이 싱긋 웃었다.

“여동생 분이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이제 만나볼 수 있으시겠군요.”

“······!”

시혁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10년 만에. 아니, 300년 만에 여동생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감격 스럽기도 할 것이다.

김명석이 품 안에서 카드 두 장을 꺼냈다.

새로운 주민등록증. 그리고 또 하나는 귀환증이었다.

“귀환자 분들에게 발부되는 증서입니다. 이건 나라에서 발급 되죠. 일단 C급 헌터와 동급으로 대접 받으십니다. 직접 와서 신청을 하시면 2달은 걸렸을 작업입니다만 저희도 운이 좋군요. 시혁님을 최초로 만난 덕에 이렇게 빨리 발부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감사합니다.”

두 카드를 받아든 시혁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쓸데없이 말은 많았지만 사람은 착한 듯했다.

허허실실 웃던 김명석이 본론을 꺼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유능한 헌터를 원합니다. 그 중에서도 강하고 많이 아는 귀환자 분들을 환영하죠. 물론 한귀협에서 먼저 부르시겠죠. ‘한귀협’에 속하면 귀환보조금을 받으실 겁니다. 게다가 그들은 좋은 길드를 많이 알고 있고, 돈 되는 길드에 시혁씨를 집어 넣어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돈보다 국민을 위해 힘을 쓰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저희에게도 한 번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렇다고 우리가 돈을 못 버는 건 아닙니다만. 하하하하!”

그리 말하며, 마지막 카드를 내민다.

김명석의 명함이었다.

그것을 받은 시혁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그것으로 되었습니다.”

이제, 여동생을 만날 차례였다.

* * *

“후···가는군.”

가족상봉을 끝마친 정시혁은 여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

창문 너머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명석의 입 꼬리가 씩 말려올라갔다.

“많이 아쉬우신 가요?”

그의 옆에 선 이예지가 툭 내뱉었다.

“자네는 아쉽지 않나? 저렇게 조건 좋은 귀환자는 역사를 통 털어도 없을 텐데 말이야.”

정부 측에서 먼저 발견해서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정시혁은 김명석이 바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말 몇 마디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그에게는 공명심이 있어.”

그것은 이예지를 구해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어볼 사람이 저밖에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예지가 툴툴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선뜻 나서는 건 쉽지 않지. 강해서 그것들을 쓸어버릴 능력이 있는 것과 그것을 행하는 데에는 많은 차이가 있으니까.”

“자신의 힘에 취해서 그런 걸수도 있습니다. 뽐내고 싶은 심리···많이 겪어봐서 압니다.”

“···억지야. 흐음, 그래. 자네에겐 억지가 아닐 수도 있겠지.”

이예지는 귀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그녀가 말한 것 말고도 귀환자에게 이래저래 얽힌 안 좋은 기억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귀환자를 좋게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자네를 구하지 않았나?”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제가 알아서······.”

순간 김명석의 눈길이 이예지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래. 이번엔 몇 년의 수명을 사용할 생각이었지?”

“······.”

이예지는 묵묵히 시선을 내리 깔았다.

10년 대격변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열 다섯 소녀는 스물 다섯이 되었다.

그녀를 구하고, 보살피며 훌륭한 국가공인 가디언으로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김명석이다.

때문에 이예지는 자신의 생명이 자신의 것만이 아님을, 김명석이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과하게 사용하면 김명석의 마음이 좋을 리가 없음을, 오히려 이럴 때마다 실시간으로 찢어지고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가끔은 아버지가 너무 많은 걸 알고 계셔서 힘들 때가 있습니다.”

“업무 시간 때는 상사다.”

“······.”

기가 팍 죽은 수양딸을 바라보며 김명석은 혀를 찼다.

그녀가 관철 하려는 삶의 본질과 본인의 생명이 저울질 될 때면 항상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기에 더 이야기를 진행시켜 봤자 서로가 피곤해질 뿐이다.

“어쨋거나 순수하게 고마워 해야 할 문제다. 나중에 보게 된다면 꼭 감사의 말을 전하도록 하렴.”

“···예. 다시 만나면 반드시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뭔가 불퉁한 얼굴. 김명석이 혀를 쯧 하고 찼다. 저러니까 남자들이 다가오지를 못하지.

“무엇보다, 그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어.”

김명석을 보자마자 반가워서 짓는 정시혁의 웃음은 진짜였다.

비록 김명석의 질문들에 명쾌히 대답해 주지 않고 다소 배타적이었지만, 그것은 김명석이 찔러보기 식으로 말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명석은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곳에서 300년을 살다 온 사람이야. 많은 사람들을 만났겠지. 자네도 알지 않나. 에드가라트 대륙에서 오래 살다 온 귀환자들은 돌아온 지구에 대한 미련이 없어. 말 그대로 2회차 인생을 거머쥔 행운아들인 양 굴지.”

이예지가 버릇처럼 물고 있던 온도계를 떼었다.

72.7도. 좀처럼 온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매사에 건방지기도 하죠. 가진 힘을 과신하고. 더군다나 자신들의 가치가 이곳에서 큰 의미를 둔다는 걸 알아채고 나면 남아있던 공손함 마저 벗어 던지고 거만하게 굴기 일쑤입니다. 우리 쪽에서 시청각 자료를 보거나···그게 아니더라도 인터넷을 접할 기회가 생겨서 귀환자를 검색해 보거나···본인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자각하면 남아있는 가족들을 짐짝 취급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마치 다른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종인 것처럼 굴죠. 더 상위 종족 말입니다.”

“그건 각성자들도 조금씩은 있는 생각 아니니?”

“각성자들은 선민사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준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더하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 말하는 이예지의 표정엔 경멸이 묻어났다.

본인도 포함되어 있는 카테고리. 각성자들에 대한 경멸이었다.

김명석의 얼굴에 아주 약간의 안타까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녀석은 너무 올곧았다.

“그는 여동생의 안부부터 묻더구나.”

“···적지 않은 귀환자들이 그리 말합니다만, 이후 행보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자네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어.”

“그렇습니까.”

“그래. 한 팀을 이끄는 팀장으로서 그런 판단은 좋지 못하네. 게다가 지금은 조금이라도 귀환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지. 아니, 한귀협과도 좋은 사이를 만들어 가야만 해. 반드시.”

대격변 이후 대한민국은 많이 바뀌었다.

무력한 정부를 대신해서 나선 각성자들은 자신들만의 카르텔을 구축 했고, 그들을 견제하는 와중에 대거 나타난 귀환자들이 만든 귀환자 연합에 대한 대처도 늦어졌다.

현재 대한민국은 45%의 가디언, 40%의 각성자 카르텔, 그리고 15%의 귀환자들이 이끌어 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런 상황 쯤은···알고 있습니다. 귀환자들 중에서도 훌륭한 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죠.”

그녀가 말하는 귀환자들. 즉, 정부와 친한 귀환자들도 더러 있다.

대표적으로 빙설마녀 정옥자.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녀가 그러하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각성자 카르텔과의 저울추 싸움에서 정부가 패배했을지도 몰랐다.

“이런 상황인 만큼 고급 인력은 필수적이지.”

“하지만 그 분들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았어도······.”

“알지. 그들은 알아서 정부를 선택해 주었겠지.”

그들은 카르텔의 각성자들 처럼 돈을 쫓지 않았다. 그렇다고 귀환자 연합의 이들처럼 음흉하지도 않았다. 그저 사람들이 더 죽지 않기만을 바라고, 원하던 이들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대한민국 정부 소속이 되는 것이 가장 낫다는 판단에 가디언에 섰던 이들이었다.

“정시혁. 저 귀환자도 그런 귀환자였으면 좋겠군.”

김명석의 말에, 이예지 역시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요.”

“내기 하나 할까? 난 저 자가 그런 귀환자일 거라는 것에 걸지.”

“···부장님은 너무 낭만적이십니다.”

“그래서 내기 상품은 뭘로 하지? 자네가 선 한 번 보는 것으로 할까?”

“제가 이기면요?”

“나도 선을 보면 되지. 네가 정해주는 사람으로.”

“···너무 한쪽만 유리한 내기 같습니다만?”

“그래서, 쫄리나?”

“제가 이기면 정옥자 아주머니와 선을 보게 만들 겁니다.”

김명석의 눈동자가 부릅떠진다.

세상에. 이런 재앙을 스스로 불러들일 줄이야?

“절대 져선 안 되겠군.”

김명석은 이미 사라진 정시혁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제발, 자네가 그런 귀환자이길 바란다네. 난 그녀와 만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다른 이유를 떠올린 김명석이 이를 악물었다.

‘김세건. 그 양반은 마지막 한 자리가 귀환자라고 했었지.’

인류를 구하게 될 마지막 한 자리.

그럴 확률이야 희박하겠지만 그 마지막 귀환자가 정시혁이었으면 하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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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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