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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8화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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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협 본부.

그곳엔 여러 간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름은 정시혁···정부에서 먼저 발견을 했고, 다섯 시간 이상 같이 있었다는 건가?”

“듣자하니 무력은 좀 강해 보이더군. 120년차 정도?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흐음···300년차 꼰대가 120년차 이상의 무력을 갖고 있다···?”

“어느 대륙에 어느 왕국 출신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나?”

“없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300년차면······.”

“그래. 150년차인 우리들이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있을 리 없지. 업데이트 된 세계관이 277년이니까.”

“데이터에 구멍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 그걸 채워넣을 인재 일지도 몰라.”

“혹은 300년간 빌어먹다가 뒤진 거지일지도 모르죠. 심지어 속옷 차림이었다는데 말입니다.”

“음···속옷 차림이었다니···아무래도 꺼림칙 하군.”

셋은 그 후에도 한국의 101번째 귀환자, 정시혁에 대해 논의를 거쳤다.

“보나마나 300년차면 진짜 말 안 듣는 퇴물 아니겠습니까? 그냥 좀 놔두죠. 좀 기를 꺾어 놓을 필요가 있어요.”

“···그건 그렇지. 하여간 좆밥 새끼들이 도망치면서 오래 살아남은 게 뭐가 자랑거리라고. 먼저 돌아와서 터 잡아 놓은 우리 위에 군림하려 하고 말이야.”

“끌끌끌끌. 약한 주제에.”

그랬다. 귀환자가 생기고, 국제적인 귀환자 협회가 생기고, 으쌰으쌰 하면서 키워 놓은 판에 숟가락만 얹는 주제에 200년차 이상 들은 참으로 개판이었다. 그런 주제에 강하지도 않다. 그저 꼰대처럼 나불나불 거리기만 할 뿐.

물론 그렇다고 무턱대고 버려둘 수도 없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만큼은 너무나도 소중했으니까.

에드가라트 대륙. 혹은 연 대륙이라 불리는 그곳의 정보들의 업데이트가 한국의 귀환자들에겐 필요했다.

그래야 속출하는 신규 몬스터들을 마치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공략법을 내세워 가디언과 한각협에 비싼 값에 팔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도 방치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귀환증서가 있다 한들 한귀협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다는 건 완전 귀환자 협회와 척을 진다는 것이 되는데, 귀환자가 귀환자 협회와 척을 진다는 건, 그 인프라 모든 것을 버린다는 건 너무 손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귀협에는 막강한 당근이 존재한다.

귀환보조금!

그렇다.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십억이 지급되는 귀환보조금은 지금 막 귀환해서 무일푼인 귀환자들에겐 달콤한 당근이었다.

“음, 그러다가 가디언에 속하게 되면 어떻게 하죠?”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가디언 측에 있을 때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이미 신규 신분증과 귀환증서도 발급 받았다고 하더군요.”

쾅!

“확실한가?”

“심어 놓은 녀석에게 들은 말입니다.”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나 보군?”

“하긴. 300년차면 눈독들일 만 하지.”

“흠···.”

그들은 살짝 고민했다. 저울질했다. 빨리 받아들이는 게 무조건 이득이기는 했지만 위신이 서지 않았다.

일명 신참 기죽이기.

이것을 이례적으로 하지 않고 데려오면 언제나 행해 왔던 관행이 끊기는, 예외도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된다.

게다가 그들은 귀환자에게 귀환보조금과 더불어 여러가지 혜택을 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디언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쯤 되자 희박한 가능성만 두고 저울질 하는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길지 않은 고민이 끝났다.

“버릇을 들여야 겠지.”

그렇게 101번째 귀환자 정시혁의 처우가 결정되었다.

방치.

* * *

시혁은 동생내외와 살게 된 후 이것저것 물어봤다.

앞으로의 목표라던지. 그런, 가족을 일군 인간들이라면 응당 있는 것들을 물었다.

둘은 고민하지도 않고 말했다.

시혁은 동생내외와 살게 된 후 이것저것 물어봤다.

앞으로의 목표라던지. 그런, 가족을 일군 인간들이라면 응당 있는 것들을 물었다.

둘은 고민하지도 않고 말했다.

“서울로 이사 가는 거.”

여동생은 D급 힐러이고 김창익 역시 C급 탱커다. 평판도 나쁘지 않은지 일도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둘의 월급을 합치면 5천만원이 넘어간다.

F급 헌터만 되어도 대기업 초봉보다 잘 받는 세상에서 이 정도면 행복한 가정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이 아니면 안전하지 못하거든.”

시혁이 대마경으로 떨어지기 전에도 서울 집값은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집값이 비싸다고 한다.

하긴, 몬스터들이 활개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인 만큼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 하리라.

“월세는 비싸니?”

“가장 최근에 알아본 강남 단칸방 월세가 3천이야. 아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정도를 얻으려면 월 1억은 줘야 해. 물론 강남이랑 멀어질 수록 싸지지만, 아무리 못해도 월세가 천 만원이 넘어가. 그래도 아이를 키워야 한다면 학군도 좋아야 하고···적어도 강동 까진 진출해야 되는데 거기도 지금 사는 집보다 작은 곳들이 월세 5천은 우습게 넘어가.”

“······.”

몬스터가 창궐하는 세상이 된 이후.

월세 놓던 집주인은 자기가 들어가서 살기 시작했다.

건물이 많은 집주인은 소중한 사람들을 챙겼다.

세를 놓으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 서울에. 특히 강남에 살고 싶은 고위급 헌터들은 상당히 많았고, 그들은 당장 모은 돈은 없어도 버는 돈은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 C급 탱커 김창익과 D급 힐러 정시아는 집을 사지 못했고, 남양주를 탈환하면서 정부에서 준 우선권으로 이곳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며 인서울을 할 자금을 모으는 고단한 길을 가고 있었다.

거기까지 설명을 들으니 여동생과 김창익이 버는 5천이 조금 전보다 적게 느껴졌다.

“헌터 일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돈은 계속 모이고 있어.”

물론 헌터 일은 위험하다.

하지만 요즘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

자라나는 어린아이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니 비록 이런 세상이라 하더라도. 아니, 이런 세상이라 더더욱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다.

그 무엇보다 주거지.

내 땅이라는 개념이 소중해진 시대.

“나도 보태마. 곧 귀환보조금이 나올 거야. 그래도 300년 차인데 꽤 나오지 않을까?”

찾아본 결과 귀환자는 한국귀환자협회에 가입만 되면 귀환보조금이 나오고, 강함에 따라서 메이져 길드에서 알아서 모셔간다고 들었다. 특히 귀환보조금은 협회와 연결되는 것만으로도 받을 수 있는데, 그 금액대가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대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에 귀환한 277년차 귀환자가 받은 귀환보조금을 예상한 외신에서는 그가 43억을 받았을 거라는 소리도 있었다.

그렇다면 시혁은 어떨까? 긍정 회로를 돌려보자면 적게 받는다 해도 10억은 넘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시혁은 자신 있게 말했다.

도와줄 수 있다고!

하지만 둘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우린 열심히 잘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우선 돈 좀 벌어서 자립 부터 해. 수억이건 수십억이건, 오빠는 무일푼이니까 돈을 좀 모아둘 필요가 있어.”

“으음···그건 고맙긴 한데 좀 정이 없지 않니?”

하지만 둘은 완강했다.

그저 좋은 삼촌 노릇. 딱 그것만을 바랐다.

시혁의 입가에 어쩔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스무살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두고봐라. 돈 많이 벌어서 너희 팔자도 내가 쫙쫙 펴주마.’

정말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부담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 벌게 되어서 집 한채 사주면 되지 않을까?

시혁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강했으니까.

물론 다른 귀환자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아마존과도 같은 열대우림이 아니라 각 도시와 나라에 떨어져 그곳에서의 문명과 함께 발전해 나갔다고 하니까.

하지만 자신 역시 300년 동안 생존하고 강해진 이력이 있다.

‘뭐, 곧 알게 되겠지.’

곧 연락이 올 것이다.

그 전에 많은 공부를 해 둬야 했다.

누가 보면 백수생활이라 하겠지만 시혁은 놀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쥐고,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헌터들의 생리를 파악하려 애썼다.

정보를 탐했다.

한귀협에서 연락이 왔을 때 남들 만큼은 아는 척을 해야 하기에, 그가 검색으로 닿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탐했다.

이곳의 몬스터들. 한귀협의 역사, 그리고 가디언과 한각협, 한귀협에 흐르는 묘한 신경전 혹은 그 이상의 다툼들 까지 대한민국의 몬스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읽고 또 읽고, 알아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 한귀협에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왜 연락이 안 오는 거지?”

마음 같아서는 창익을 따라 사냥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귀환자는 정부에서 귀환자격증을 받아도 한귀협에서 귀환자 심사를 거치지 않으면 던전이나 작업장, 점령지 등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여동생과 매제에게 달팽이 기름을 코팅해 주기도 했다.

둘의 피부가 아이처럼 깨끗해 졌으며(그래도 창익은 못생겼지만), 창익의 역량이 상승하기도 했다. 본인 말로는 검사는 받지 않았지만 B급 심사를 받으면 반드시 합격할 거라고, 뛸 듯이 기뻐하기도 했다. 여동생 역시 힐의 지속성과 양이 많이 늘었다고, 그래서 등급 심사를 받아봐야 겠다고 기쁜 듯이 말했다.

시혁은 웃으면서도 고개를 갸웃 했다.

‘달팽이 기름이 그런 능력까지는 없을 텐데?’

그의 기술, 달팽이 기름은 상대의 몸을 DNA가 기억하는 최상의 상태로 만들 수는 있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래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둘은 눈에 띠게 역량이 발전되었다.

“내 몸에 무슨 변화라도 있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후로도 한귀협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한귀협은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짜증이 폭발할 지경.

“아니 뭐 어쩌라는 거지?”

애옹애옹!

그때 창 밖으로 날카로운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종종 아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오기도 했다.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지만, 고양이가 많은 동네에선 종종 들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발정기이니 어쩔 수 없었다.

시혁의 입 꼬리가 흐뭇해진다.

“짜식. 너도 저기에서 아웅다웅 하고 있는 거냐?”

알 수 없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앵간히 하고 돌아와라. 알겠지?”

그 후로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시혁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알아서 눈치가 보였다.

동생은 일을 나가고, 매제는 쉬는 날이다.

단비의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 지친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를 하는 김창익을 붙잡은 건 반쯤은 눈치가 보여서 였다.

“단비는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 매제는 좀 쉬어.”

“···으음? 그, 그래도 되겠어?”

피곤이 잔뜩 묻어 나오는 목소리로 창익이 그리 묻는다.

“그래. 일을 했으면 쉬어 줘야지. 내가 할 일이 뭐가 있냐? 이런 거라도 해야지.”

“으음, 평소엔 아니라고 말하겠고 이번에도 아니라고 말할 거지만, 오늘만큼은 좀 부탁하고 싶네.”

“뭐, 오랜만에 티비나 보면서 느긋하게 쉬라고.”

어깨를 토닥여준 시혁은 옷을 입었다.

생각해 보니 바깥에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굳이 집에 틀어 박히려던 건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창익의 옷을 빌려 입었다. 시혁의 키가 많이 커버려서 팔다리가 많이 비었지만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잠깐 나가는데 정상적인 옷은 필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단비를 마중나가러 가는 길.

명품수트는 아니더라도 딱 맞는 옷을 입고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겐 신체에 맞는 옷이 딱 하나 있었다.

“딱 백수 꼴이네.”

자연스레 주머니에 손을 넣을까 했지만 꾹 참았다. 그럼 진짜 백수가 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전신을 초록색 츄리닝으로 물들인 백수는 그렇게 조카가 다니는 유치원으로 휘적휘적 걸어나갔다.

* * *

단비는 삼촌이 좋았다.

삼촌이 오고나서부터 엄마와 아빠가 웃는 일이 많아졌다.

엄마 아빠가 좋으니 단비도 삼촌이 좋았다.

그거 말고도 삼촌이 좋은 이유는 열 가지도 더 댈 수 있었다.

삼촌은 잘생겼다.

삼촌은 인형놀이도 재밌게 해준다.

라면도 엄청 잘 끓인다.

라면 몸에 나쁘다고 하는 엄마한테 그건 잘못된 상식이라고, 알고 보면 탄단지(이게 뭔지는 모르지만) 구성이 잘 잡혀 있고, 고기와 야채고명(이건 도대체 뭘까?)을 얹어서 먹으면 완벽한 한끼 식사가 된다고, 그러니 일주일에 한두번은 괜찮지 않냐고 말해줘서 맛있는 라면을 많이많이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삼촌은 쿠야를 낫게 해주었다.

죽어가던 쿠야가 살아났을 땐 말 그대로 기적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했다.

물론 그 이후 쿠야는 집을 나갔지만, 그건 삼촌 탓이 아니지 않은가?

우는 단비에게 삼촌은 눈을 마주보며 말해줬다.

쿠야는 다시 돌아올 거라고.

삼촌이 말해줬으니까 쿠야는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삼촌이 좋았다.

그런 삼촌이 단비의 눈앞에 있었다.

단비가 함박웃음을 머금고는 종종종 달려왔다.

“삼쪼오오오온!”

삼촌이랑 단비는 손을 잡고 같이 걸었다.

그것만으로도 신나서 방방 뛰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단비는 침이 고였다.

하지만 엄마의 엄한 얼굴이 생각나서 단념했다.

시혁은 아쉬워하는 단비를 보고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데려갔다.

“삼쫀이 사주는 거야?”

금방이라도 기쁨으로 울것만 같은 눈동자는 은하수라도 갖다 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이 앞에서 아니라고 어떻게 말할까? 실제로 사주려고 온 거기도 한데.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가져 가려다가 깨닫고야 만다.

‘있을 리가.’

그렇다. 돈이 없었다.

왜 돈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게 다 한귀협 새끼들 때문이다. 이 새끼들은 전산상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

어떻게 한 달이나 안 부를 수가 있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 단비야 미안해.”

단비의 표정이 금방 울상이 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찢어지는 마음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무것도 없다는 몸짓을 보여주었다.

바지 주머니에서 먼지만 나오고, 엉덩이 주머니까지······?

“우와! 삼쫀 부자다아아아!”

“······?”

시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5만원권들을 보았다. 한 번 접힌 그것의 두께로 보건데 적어도 4장은 겹쳐져 있을 것이다.

5만원 권 지폐를 모두 펼치니 그 안에서 작은 쪽지 하나가 나왔다.

- 대놓고 드리는 촌지입니다.

분명 김명석의 솜씨이리라.

아니, 어떻게 이걸 모르고 걸어다닐 수가 있었지?

‘나중에 고맙다고 전화라도 해야겠군.’

“삼쫀이 최고야!”

몸에 나쁘다고 엄마가 못 먹게 하는 걸 삼쫀이 다 사주니 단비는 좋아서 방방 뛰었다.

그렇게 단비는 3단 아이스크림을 한 입 크게 베어물려 했다.

휘이익!

하지만 시혁은 본능적으로 단비의 허리를 들어올리고 뒤로 쭉 몸을 뺐다.

어어 하는 사이에 단비가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렸다.

“···삼쫀 나빠! 내 아이스크림!”

단비는 울려고 했다. 원망하려 했다.

하지만 삼촌의 시선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고, 그 얼굴은 어린 단비가 보기에도 너무 심각했다.

단비는 뒤를 보았다.

······.

그곳엔 거대한 균열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조금 전 단비가 서 있던 자리와 아이스크림 가게 등등은 그곳에 이미 빨려 들어간 상태.

그 대신이라고 말하는 듯, 균열에선 돼지머리를 한 괴물들이 나오고 있었다.

단비는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 불안해서 손발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꾹 참았다. 학교에선 살고 싶으면 울지 말고 도망쳐야 한다고 했다.

“삼촌 도망가자. 도망가자!”

삼촌은 도망치지 않았다.

삼촌의 손바닥이 단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삼촌이 지켜줄게.”

마음이 안정되었다.

삼촌이 앞으로 걸어간다.

단비도 삼촌처럼 도망치지 않았다.

삼촌을 기다렸다.

두렵지 않았다.

삼촌이 저기로 가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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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남양주 문지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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