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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19화 (19/44)

&19

시혁의 황금빛 눈동자가 주변을 둘러본다.

가로등마저 꺼진 상황.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 왼쪽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잡았다.

이번엔 오른쪽에서 날아왔다. 그것도 잡았다.

그렇다면 화살을 쏘고 있는 사람이 하나 이상인 것일까?

‘한 곳에서 날아오고 있다.’

시혁이 눈을 감았다.

오감을 끌어올렸다. 감각이 확장되며 주변에서 뻗어지는 기운의 흐름이 명확하게 읽히기 시작했다.

맞물린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유동적으로 흘러가는 기의 흐름.

그것들 중 하나의 톱니바퀴가 헛도는 듯한 잡음을 흘린 순간 황금빛 눈동자가 그곳을 주시했다.

딱 주먹만큼 벌어진 공간 사이로 한 명의 인간이 시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

피슛!

시혁이 손을 뻗어 화살을 잡았다. 황금빛에 노출된 화살이 뱀처럼 꿈틀거리다 불타올라 사라졌다.

너무 놀라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시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지금 내가 귀신을 본 것인가?

그때를 틈타 시혁의 뒤쪽 허공이 열리며 다시 한번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날아오는 화살을 붙잡은 후 몸을 돌려 다트처럼 던졌다.

공간 사이로 날아간 화살이 녀석의 어깨에 박혔다.

화살엔 폭탄벌레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콰아아앙!

‘소리가 가깝군.’

시혁은 빠르게 움직였다. 빛 한 점 없는 어둠속에서 황금의 선이 그어진다. 그가 선 곳은 산의 중턱. 왼팔을 잃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시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헐떡이는 상대를 바라봤다.

역시, 너무 똑같이 생겼다.

“너, 쌍둥이냐?”

상대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똑같이 생겼나 보지?”

“상당히.”

“그래···큭큭! 엄청 닮았겠지. 네가 죽인 게 나의 형이니까.”

“그래서 날 죽이러 온 거냐?”

“···그래. 분명 죽이려고 온 거였는데 결과는 이렇게 되었군. 쿨럭!”

시혁은 녀석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녀석은 나를 죽이려 했다. 그래서 죽인 거다. 만약 내가 죽었다면 그 일대의 모든 사람들이 죽었을 거다. 네 형은 그걸 노린 거다. 죽을만 하다 생각하지 않나?”

“큭큭큭큭!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아아, 우리 형이 잘못했구나. 그래서 죽어도 쌌구나. 오해가 풀렸네. 미안하다···할 것 같나?”

시혁의 입가에도 웃음이 걸렸다.

“아니.”

“크하하하하하하!”

둘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시혁이 여전히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했다.

“날 공격한 놈들은 뭐지? 빌런이라는 녀석들인가?”

궁금해서 물었지만 대답이 돌아올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은 순순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흑곡의 용병들이다.”

흑곡이라.

시혁의 황금빛 눈동자가 번뜩인다.

“약하더군.”

“네 주위를 끌게 하고, 저격으로 죽일 생각이었으니까. 그리고 말은 바로 해야지, B급 헌터 다섯과 맞먹는 전력을 우습게 죽이는 네놈이 너무···강한 거다. 큭큭···크흐흐흑! 쿨럭! 죽을 각오를 하고 오기는 했지만···생채기 하나 못 낼 줄이야.”

녀석이 한 움큼의 피를 쏟아냈다.

보아하니 죽을 걸 알면서도 온 것 같았다.

하긴. 그러니 일단은 귀환자인 자신을 스스럼 없이 공격한 것이겠지.

“너는 내 반쪽을 죽였다. 어떤 스탯도···업적도, 형을 대체할 수는 없겠지. 가족이란···그런 거다.”

시혁은 멍하니 죽어가는 녀석의 눈을 보았다.

초점을 잃어가는 눈동자에 여전히 맺혀 있는 눈물.

역겹기 그지없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큭큭. 잘···잘 알고 있다니 다행이로군.”

회광반조일까? 죽어가던 눈빛이 되살아나며 그 자리에 광기가 도사린다.

“그렇다면 너도 곧 느끼게 될 거다. 가족을 잃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

시혁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큭크···쿨럭! 내가 너만 죽이려 했다면 오산이야. 그랬으면 네가 외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겠지. 네 가족에게도 똑같은 놈들을 보냈다. C급 힐러와 이제 막 B급이 된 탱커쯤은 손쉽게 찢어발길 전력을 보냈다. 아아···맞다. 네 조카······프흐, 네 조카까지 네놈 때문에 죽는 거다. 네 그 성급한 행동 때문에! 죽는 거란 말이다아아아!”

마지막 한마디는 비명에 가까웠다.

그것이 주변으로 퍼져나가 산과 산을 부딪쳐 쩌렁쩌렁 울린다.

“······.”

당황한 것일까? 아니면 몸이 굳어버릴 만큼의 충격을 받은 것일까?

시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박승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박승현은 그것이 신나서 살아생전 마지막이 될 말들을 토해냈다.

조금이라도 더 이 녀석에게 고통을 주고 싶었다.

“좀 서두르면 셋 중 하나는 살릴 수 있겠지. 어디부터 갈 생각이지? 여동생이 당직을 서고 있는 보건소인가, 매제가 들어간 던전의 앞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조카 혼자 남아있는 여동생의 집인가!”

녀석은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이 세상의 마지막을 웃음으로 종결지으려는 듯 웃음소리는 거칠기 그지없었다.

“썩 많은 준비를 했군. 하지만 내 준비 보단 조잡했다.”

시혁이 꺼져가는 박승현의 눈빛을 담담하게 응시했다.

그 눈동자에는 그 어떤 초조함도,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네가 보기엔 어때. 지금 내가 가족을 잃을 것 같아 초조해 보이나?”

“······.”

박승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기 싫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말해주는 사실은,

“네 계획은 실패했다. 나를 죽이는 것도, 내게 소중한 것을 죽이는 것도.”

“그럴···리······.”

“있지. 애초에 아무 조치 없이 내가 가족과 떨어지는 결정을 했을 거라는 것부터가 오판이야.”

녀석은 말이 없었다. 이미 숨을 거두었다. 싸늘한 시체의 얼굴에 담긴 표정은 허망하기 이를 데 없었다.

화르르륵.

황금 호랑이의 기운이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남자의 시신을 모두 태운 후 사라졌다.

트럭에 치일 뻔한 택시로 돌아간 시혁이 비몽사몽해 있는 아저씨를 흔들어 깨웠다.

“어, 어어어억!”

깨어난 택시기사가 다짜고짜 비명을 질렀다.

시혁의 얼굴을 보곤 묻는다.

“지, 지금이 몇 년도입니까?”

“무슨 소리십니까? 2042년입니다만.”

“아···환생이 아니네.”

한숨 속에는 섭섭함과 안도감이 혼재되어 있었다.

시혁은 한숨을 내쉬며 길을 재촉했다.

“빨리 가시죠.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가족들이 무사할 것은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 바른 호랑이 기름이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서두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택시기사는 쉬고 싶었지만, 이런 길가에 손님을 홀로 두고 떠날수도 없는 노릇이라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택시가 전속력으로 도로를 질주했다.

* * *

잔업을 끝마친 9시.

정시아는 보건소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갔다.

“요즘은 해가 짧네.”

주변은 어두웠다. 물론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그 어두운 거리를 채웠지만, 대낮처럼 밝지는 않다.

그 어둠을 틈타 두명의 빌런이 조용하게 움직였다.

정시아의 뒤를 노렸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정시아가 우뚝 서서 뒤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상하네.”

집으로 걷던 정시아가 골목길로 향했다. 집으로 가려면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하는 길이 오늘따라 음습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아가 그렇게 골목으로 사라지고, 빌런들 역시 재빨리 따라붙었다.

때마침 틀어진 골목. 그 골목에서 황금빛이 수 차례 뿜어지더니 비명이 울려 퍼진다.

“크, 크악! 끄아아아악!”

화르르륵!

빌런의 절규가 들린다.

하긴, 여인에게 잡힌 목이 타오르고 있는데 비명을 지를 수밖에.

그는 연약한 힐러를 힘으로 찍어 누르려 했다. 가까스로 목을 쥔 힐러의 손을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어쩐 일에서인지 힐러의 손길은 연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B급의 근접딜러 못지않은 힘으로 남자의 힘을 찍어 눌렀다.

정시아가 이를 악물며 씹어 뱉듯 말했다.

“와.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그래도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끄윽···네, 네년···힐러 아니었나? 어떻게 계집 따위가 나의 힘을···!”

“말이 거치네.”

와드드득.

“끄으으으으어억!”

남자를 압도하는 정시아의 얼굴이 냉철하기 그지없다.

털썩.

결국 정신을 잃은 빌런이 실 끊어진 연처럼 쓰러졌다.

“힐러지만 치료는 하지 않도록 하죠.”

그리 말한 시아가 스마트폰을 들어 147번을 눌렀다.

“가디언이죠? 여기 빌런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제압했는데요. 도망치라고요? 아뇨 제가 제압을 했다니까요?”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정시아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 * *

한편, 김창익은 시혁을 픽업해 주고 돌아오는 길에 길드의 연락을 받고 낯선 파티에서 탱킹을 하는 중이었다.

4시간이나 이어지는 던전행.

앞에서 탱킹을 하는 김창익의 몸에는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아···쉬고 싶었는데.’

까라는 대로 까야 하는 길드원의 특성상 거부할 수가 없었다.

까라면 까야 했다.

그는 가장이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나머지 네 명의 파티원과 김창익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 정도였다.

김창익이 달려드는 일각늑대 세 마리를 능히 받아내며 말했다.

“이제 공격하세요!”

이제 네 명 중 한 명의 근접딜러와 두 명의 원딜러가 공격을 해야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힐러까지 합세하여 네 명 전원이 공격에 나섰다.

그것도 창익의 등을 향해.

콰아아앙!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끄, 끄아아악!”

비명이 흘러나왔다.

창익의 비명은 아니었다.

근접딜러가 온 몸에 황금불길을 휘감고 발광하고 있었다.

“한 수를 숨기고 있었나? 크, 끄으으윽!”

원딜러들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황금빛 불똥이 튀어서는 그것을 끄려고 여념이 없다. 힐러가 그런 둘에게 힐을 퍼부었지만 힐링의 마력을 에너지원으로 삼기라도 했는지 불길을 재촉할 뿐이다. 오히려 가까이 간 힐러마저 불똥이 튀어서 힐러까지 비명을 지르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무심하게 뒤를 돌아본 창익이 이를 빠득 갈았다.

이미 달려든 일각늑대 세 마리는 숯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작지만 꺼지지 않는 황금 불길이 빌런들을 조금씩 집어삼켰다.

흑곡의 빌런들이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작열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 이게 무슨···힘이지? 끄으으윽!”

그 말에 김창익이 이를 씩 드러냈다.

“무슨 힘이긴. 호랑이 기운이지.”

“크아아악!”

“허···참. 갑자기 빵꾸가 났다고 좋은 던전을 제안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나? 새끼들이 내 뒤통수를 쳐? 길드를 탈퇴해야 하나···이참에 길드를 새로 만들어 버려? 씨이펄 기분 한 번 개 좆 같네.”

분노에 찬 김창익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이곳은 던 전 안.

김창익은 이런 상황에서 빌런들을 살려두는 호인이 아니었다.

* * *

끼이익.

같은 시각. 택시에서 내린 시혁이 여동생의 집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단비는 호랑이 기름을 바르지 않았다.’

물론 무사할 것이다. 그리 믿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가 없었다.

초조해진 마음에 집으로 올라가는 길이 천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집앞에 도착했다.

평상시와 같은 현관문이 보인다.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가자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내부가 시혁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단비의 방 문을 조심스레 열어 본다.

쌔근. 쌔근.

단비는 자신의 침대에 몸을 묻고 천사처럼 잠들어 있었다.

시혁은 그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단비의 앞을 지키는 고양이가 있었다.

살쾡이처럼 몸집이 큰 고양이가 앞발에 묻은 피를 핥으며 시혁을 바라봤다.

으에옹.

쿠야의 눈동자가 평소와 달리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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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습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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