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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혁에 의해 바다늪귀의 등껍질이 부서지고, 건물 내부가 흔들리고, 이상함을 느낀 3세대 귀환자들이 간부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이 꼴이 되었다.
남은 간부들은 필사적으로 버텼다.
단전이 파괴된 두 명의 간부는 이미 죽었고, 나머지 다섯은 서로의 등과 등을 맞댄 채 자신들의 검과 주먹, 지팡이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2세대건 3세대건 간에 서로의 지원병력을 부른 상태.
지원병력이 먼저 오는 쪽이, 그리고 그때까지 버티는 쪽이 승리하는 전투였다.
모두가 필사적이었다.
2세대 귀환자 간부들은 이 악물고 버텼다.
그들은 2세대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축에 한 간부들.
눈앞 12명의 3세대 버러지들에게 결코 지는 것은 수치였다.
과연 전투가 지속될수록 전세는 점점 2세대 간부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다섯 명이고 3세대 귀환자들이 12명이라 해도, 간부들은 AA급인 반면 3세대들은 보통이 B급. 약하면 C급. 아주 좋게 쳐 줘 봤자 A급 말석이 고작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끄윽!”
전투가 무서워 약소국으로 도피한 채 공녀와 결혼했다가 독살당한 도복 남자의 팔이 날아갔다.
“끄억!”
키워 놓은 가문의 위세를 이용해 겨우 권왕의 제자가 되어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 재능 있는 사제를 질투하여 어쭙잖게 찍어 누르려다 죽은 건틀릿 청년의 발목이 검에 잘린다.
잘 생긴 무인에게 눈이 멀어 스토킹을 하다가 발을 헛디뎌 요절한 여인도, 없는 재능을 한탄하다 한 방을 노리고 정령왕을 꼬셔보려다 불타 죽은 소년 역시 간부가 날린 파이어 스피어에 머리가 꿰뚫려 죽어버렸다.
이젠 전세가 완전히 기울어졌다.
지팡이를 든 2세대 간부. 김이석이 씩 이를 드러내며 그런 3세대들을 조롱했다.
“결국 너희 버러지 새끼들은 우릴 못 이겨. 무슨 짓을 하더라도 말이지. 이게 바로 힘의 차이다.”
본인 자신을 천마라 칭하던 이진혁에게 억눌려 표출하지 못했던 만년 2인자의 야심이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2세대 간부 중 가장 강한 것은 바로 자신.
이렇게 된 이상, 이번 일만 잘 진압하면 자신이 협회장이 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차라리 잘 됐어!’
츠으으읏!
그의 지팡이가 빛을 뿜어 냈다.
사람 머리통만 한 에너지 볼트 스무 개가 주변을 장악하더니 김이석의 근처에 몰려들었다.
그때, 우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2세대 귀환자들이 도착했다.
3세대 귀환자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묻어났다.
지팡이를 추켜든 김이석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경고하지. 덤비면 죽이겠다. 하지만 항복한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 주마. 모두들 무릎 꿇어!”
살아남은 3세대 귀환자들이 하나 둘씩 무기를 버렸다.
무릎을 꿇었다.
예견된 절망을 무력하게 기다렸다.
낭자한 피, 십수 구의 시체, 분노와 광기, 그리고 3세대 귀환자들의 절망.
그 모든 것이 증폭될 대로 증폭되어 극에 달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츠으으으읏.
출처 모를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집어 삼켰다.
어둡던 주변이 더욱 어둡게 물든다. 나중에 가서는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더 밝다 느껴질 정도로 빛이 사라지고, 피부에 닿는 연기의 감촉이 끈적해졌다.
에드가라트에서 6서클 마법사로서 마탑의 간부까지 올라간 이력이 있던 김이석은 지금 이 안개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아차렸다.
‘흑마법?’
당장에 라이트 마법을 사용했다. 속성 변환 마법을 사용해 두르고 있던 에너지 볼트의 속성을 빛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라이트 마법은 애초에 통하지 않았고, 빛 속성으로 바뀐 에너지 볼트들은 어둠에 닿자마자 설탕처럼 녹아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또다시 사방이 어둠으로 물들었을 때,
붉은 안광 두 개가 번쩍이더니 김이석의 앞으로 날아왔다.
“으, 으윽!”
김이석은 빛의 힘을 지팡이 끝에 압축시켜 휘둘렀다. 어둠을 밀어내는 것이 빛의 힘.
하지만 이번만큼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콰아아앙!
김이석의 몸이 뒤로 날아가 거북이 등껍질에 부딪힌 후 바닥으로 추락했다.
한 움큼의 피가 토해진다.
온몸에 난 자잘한 상처가 전부 벌어지며 다량의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끄어어억!”
마탑출신 6서클 마법사였던 김이석은 그렇게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눈을 힘겹게 뜨자, 아주 잘 아는 인물이 서서 조롱어린 시선을 그에게 보내고 있었다.
“이···이만···식!”
“그래, 기억하는군.”
214년차 귀환자 이만식. 그는 꽤나 많은 정보를 제공했지만 단지 그것뿐인 그저그런 3세대 귀환자였다.
모든 귀환자들은 죽어서 지구로 돌아올 때 몸이 복구된다.
죽는 와중에 심장도 터지고, 머리도 날아가고, 단전도 깨지지만 돌아오면 전부 복구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만식은 달랐다.
돌아온 당시 그는 애초에 마나가 없었다. 내공도 없었다. 그것은 214년 동안 단 한 번도 강해지고자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만식은 말했다.
214년 동안 그저 그런 노인으로 그저 그런 삶을 살아 돌아온 이만식 귀환자는 헌터도 뭣도 할 수가 없었다.
세계에 대한 지식도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
때문에 귀환자 협회는 이만식을 정원사로 두었다.
그것이 214년 동안 전투가 아닌 농사, 생계 등을 배우며 버틴 그에게 딱 어울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럴 진대······.
“넌···내공도 마나도···없지 않았나?”
“그렇게 믿어줘서 참 고맙긴 했지.”
“우리에게···거짓말을 했던 건가?”
“속이다니. 너흰 내 몸에 마나가 있냐고만 물었지 바깥에 가지고 있냐고 물은 적은 없지 않나.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 나 정도 되는 마법사에게 거짓말은 독이지.”
이만식이 손을 뻗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이만식의 라이프 포스 베슬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 리치!?”
“그래. 백골로 살아가다가 죽어서 귀환했지. 피와 살···심장. 모든 것이 되돌아 왔지만 생명력과 마나 만큼은 바깥에 둘 수밖에 없더군. 큭큭큭”
백골이었던 리치. 하지만 죽어서 귀환하자 귀환 직전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리치이면서 리치가 아니게 되었다.
아주 끔찍한 혼종.
“그 덕분에 몰래 힘을 모으고, 때를 기다렸다가 이렇게 기회를 잡게 되었으니 역시 인생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모양이야. 허허허허.”
처음 이곳에 귀환했을 때, 귀환자 협회의 간부들을 대면 했을 때 이만식은 자신의 힘을 드러낼지 말지를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가 214년을 배운 것은 흑마법. 에드가라트 대륙에서는 경원시 되는 마법이었고, 비주류였다.
간부가 될 확률보다 배척당하고 감시 당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판을 뒤엎자니 천마 이진혁이라는 존재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애초에 이만식은 남 밑에서 간부노릇이나 할 그릇이 아니었다.
때문에 돌아오자마자 힘을 잃은 것으로 하고, 정원지기가 되었다.
라이프 포스 베슬은 자색 만드라고라 밭 깊숙한 곳에 묻어서 보관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견고한 귀환자 카르텔이 흔들릴 때를.
바로 지금과 같은 때를!
그것이 정시혁이 떠난 후 밭에서 라이프 포스 베슬을 캐낸 이만식이 등장한 경위였다.
“이제, 때가 왔다.”
이만식이 손을 들어 라이프 포스 베슬을 움직였다.
검은 암흑 덩어리가 십수 구의 시체 중 하나로 빠르게 날아가 스며 들었다.
몇 번 꿈틀대던 시체가 땅을 짚고 일어나다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린다.
시체엔 머리가 없었다.
그렇게 이진혁으로 만들어진 데스나이트가 저벅저벅 걸어가 이만식의 앞에 섰다.
이만식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김이석을 포함한 2세대 간부들을 바라봤다.
“인사하거라. 가장 먼저 데스나이트가 된 너희의 선배다.”
“으, 으으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김이석은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당연히 살게 해 줘야지. 오히려 수명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저주받은 이곳에서도 영원히 살 수 있도록 도와주마.”
“제, 제발···!”
무릎 꿇은 2세대 귀환자들에게 이만식이 싱긋 웃어주었다.
“보내는 마당에 하나 꼭 묻고 싶군. 정말 3세대 귀환자 전부가 2세대인 너희보다 약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냐?”
으아아아아!
2세대 간부들은 대답 대신 공격을 택했다.
곧 다른 2세대가 움직였고, 덩달아 3세대 귀환자들도 전투에 나섰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 * *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상황을 정리한 이만식이 각탁 중앙에 앉았다.
그 외에 남은 자리를 3세대 중 그나마 쓸 만한 놈들로 채워 넣었다.
사실상 3세대보다 2세대들이 이만식에게는 유용했지만, 정권이 변한 만큼 2세대들의 기를 누를 필요가 있어 내린 결정이었다.
기존 간부들을 지원하러 왔던 2세대 귀환자들에겐 흑마법충, 데스웜을 먹여 생사여탈권을 빼앗은 후 돌려보냈다.
애초에 3세대들을 전부 죽이러 온 2세대들인 만큼 목숨을 부지한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며 돌아갔다.
이로서 그들은 절대 새로운 간부들을.
아니, 협회장 이만식을 배신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모든 간부들이 실실 웃으며 그런 2세대들을 조롱했다.
하지만 이만식에게 있어선 3세대 역시 못미더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본인들의 세상이 온 것처럼 웃고 있는 여덟 명의 간부들에게 이만식은 데스웜을 내밀었다.
“이, 이것을···우리까지 먹어야 합니까?”
이만식은 고개를 저었다.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간부 자격은 박탈이다.”
“······.”
“너를 대신할 귀환자는 많다.”
말을 꺼낸 간부는 본전도 찾지 못하고 독충을 가장 먼저 삼켜야만 했다. 이윽고 나머지 간부들도 독충을 삼켰다.
그것을 확인한 이만식이 부드럽게 타일렀다.
“마법사에게 약속은 소중하다. 마법을 발현하는 주체가 나 자신이기 때문이지. 약속을 일부러 어긴다면 마력이 날아간다. 그것은 흑마법사도 마찬가지. 그런 내가 약속하마. 사소한 이유와 변덕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너희를 죽일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간부를 나가겠다 말하면 데스웜을 없애주도록 하지.”
그제야 불안해 하던 모두의 표정이 펴졌다.
이렇게까지 말하니, 독충 한 번 삼키고 권력을 얻은 자신들이 행운아처럼 느껴졌다.
이때 243년차 귀환자, 독공의 고수 박기혁은 눈치 빠르게 행동했다.
벌떡 일어나 절이라도 할 것처럼 고개를 숙인 후 손뼉을 쳤다.
독가에서 혓바닥 하나로 살아남았던 박기혁은 사내 정치(?)가 그 무엇보다 자신있었다.
“협회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나머지 간부들도 그에 질 새라 박수 세례를 퍼부었다.
짝짝짝짝짝짝!
이만식 역시 수년을 힘없는 정원사로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겪은 고충이 있기에 감회가 새로운 상황.
박기혁의 공치사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고맙군.”
분위기는 좋았다.
박기혁이 한마디를 더 하기 전까지는.
“감히 여쭙건대···정시혁 귀환자는 어떻게 할까요? 많은 이들이 바다늪귀의 등껍질이 깨져나간 걸, 한귀협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그 말에 이만식의 입 고리가 씩 말려 올라간다.
“계속 해 보도록.”
박기혁은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니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새로운 귀환자 협회의 첫 행보는 정시혁의 척살로 시작하는 것이······.”
콰앙!
박기혁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뒤통수가 폭발해서 머리가 남지 않았으니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머리를 잃은 박기혁의 시체가 바닥에 엎어졌다.
머리가 터지는 바람에 사방팔방 피가 튀었다.
갑자기 싸해지는 분위기.
박기혁의 피를 뒤집어쓴 이만식은 더없이 분노하고 있었다.
“이···무지렁이가 누굴 죽일라고······!”
그렇게 박기혁의 독충을 폭발시킨 이만식이 잔뜩 충열된 얼굴로 소리쳤다.
“이곳에 저 자와 같은 머저리가 또 있다면 제발 지금 말해라. 한 번에 죽일 것이다!”
있을 리가 만무했다.
모두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정시혁. 그는 지금의 우리들이 전부 덤벼도 어쩌지 못하는 상대다. 앞으로도 그렇겠지. 그러니 저딴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죽을죄라는 걸 너희는 알아야 할 것이다.”
부르르르.
말을 끝마친 이만식이 몸을 떨었다.
몇 시간 전, 그 황금색 폭발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전율이 인다.
“절대 그를 거스르면 안 된다. 결코 그를 막아서도, 심기를 거슬러서도 안 돼. 잘 보이려고 알랑거릴 바엔 그저 소 닭 보듯 하는 게 우리의 신상에 이롭다.”
그는 태풍이다.
무사하려면 태풍의 눈으로 들어가던가, 멀리 도망치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태풍의 눈에 들어가기 전에 찢겨 죽을 게 뻔하다면 그저 멀리 도망치는 것이, 서로 없는 듯 사는 게 상책이었다.
“앞으로도 정시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엄금한다.”
만약 그가 먼저 연락이 온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세력을 키운다. 1세대 귀환자건, 2세대 귀환자던 차별 없이 대할 것이다. 각성자와 우리의 다른 점은, 서로의 지식공유로 계속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비급이나 비전을 아낌없이 풀어라. 나부터 그리하마. 그리해서, 세력을 키워서 내가 이끄는 협회는 절대로 국제 귀환자 협회에 고개를 조아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이만식은 과거, 이진혁과 국제귀환자협회 협회장의 결투를 잊지 못한다.
아니, 그것을 결투라고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방적인 폭행.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기 직전까지 얻어 터지던 이진혁을 어찌 잊겟겠는가?
그리고 맺어진 굴욕적이고 불평등한 조약.
이만식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정시혁에겐 굴복해도, 그에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귀환자 협회는 3세대 귀환자들이 이끌어 나가게 되었다.
법칙도 재정립되었다.
1. 귀환자는 귀환자를 죽일 수 없다.
2. 특히 300년차 귀환자 정시혁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한다.
3. 위 두 가지 법칙을 절대적으로 지킨다.
4. 가지고 있는 정보를 모두 공유하여······.
* * *
그렇게 한국 귀환자 협회가 구조조정이 되건, 가장 먼저 재정립된 규칙이 무엇이건 말건 시혁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가 신경 쓰이는 것은 오직 단 하나다.
최근에 산 지갑 안에 끼워져 있던 명함을 꺼내 들었다.
- 대한민국 가디언 본부 본부장 김명석.
통화음이 여섯 번이나 울렸을까?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중년 남성의 사무적인 목소리가 들려 온다.
“대한민국 가디언 본부 본부장 김명석입니다. 실례지만 누구실까요?”
그 말에 시혁의 입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다.
“정시혁입니다.”
숨 한 번 들이켜는 소리.
이어지는 침묵.
사무적이고 딱딱하던 조금 전과는 달리 상당히 말랑해진 목소리가 시혁을 반겼다.
“으아! 정시혁 귀환자님! 저희 쪽에서 먼저 연락을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선수를 빼앗으시네요!”
“누가 먼저 하는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그리고 이제 저는 귀환자가 아닙니다.”
“하하! 그렇죠. 그랬었죠!”
시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시간 되실 때 밥이나 한 끼 하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20만 원에 대한 보답도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에이이, 대놓고 드린 촌지에 무슨 보답이 필요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부디 만나주시겠습니까?”
반가워서 미치겠다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190이 넘어가는 거대한 풍채의 중년인과 겹치자 꼬리를 팔랑팔랑 흔드는 레브라도 리트리버가 생각나서 시혁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예. 그게 아니더라도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아,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뵈어야지요! 어떤 일 때문일까요!”
“그건 만나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대화를 이어가는 시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흑곡.’
시혁은 자신과 가족을 위협한 이 집단을 세상에서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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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곡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