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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24화 (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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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의 충격적인 모습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나무껍질일까, 아니면 녹슨 쇠가 깨진 파편일까?

그 해괴하다 못해 끔찍한 것을 온 몸에 두르고 있는 이 자는 형태만 인간일 뿐 결코 인간 같지가 않았다.

“···누구냐. 누군데 이곳에 와서 행패야?”

“정시혁.”

“···그게 누구···?”

시혁의 손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녀석의 목이 둥실 떠오르더니 바닥을 굴렀다.

양 손에서 뻗어나온 사슬에 피가 맺혀 떨어진다.

노렸던 부위가 정확히 베어졌다.

시혁의 입 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다.

“감이 죽진 않았네.”

이윽고 시혁은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켰다. 5미터 가량의 각질사슬이 때로는 채찍이, 때로는 칼날이 되어 주변 녀석들을 도살했다.

빌런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진다. 대부분이 지원을 부르려 안쪽으로 들어갔지만 옆으로 빠져서 도망치려는 놈들도 있었다. 시혁은 사슬 끝의 뭉둑한 두꺼운 부분을 갈고리처럼 구부렸다. 그 후 던져진 사슬이 정확히 빌런의 오른쪽을 지나치더니 배를 꿰뚫고 쭉 당겨진다.

“어딜 가나?”

“크···크헉!”

와직!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축 늘어졌다.

위이이이이잉!

안쪽에선 경보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황급하게 뛰는 소리가 들려 온다.

“한 번에 모여주면 좋지.”

시혁은 공장 안쪽의 문을 찢어 발기고 안쪽으로 들어가며 생각했다.

마경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만난 강적.

갑옷 곰.

녀석은 온 몸을 각질로 두른 채 시혁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의 몸이 닿을 때마다 벽이 갈리고, 땅이 뒤집어졌다. 만약 정통으로 몸통박치기를 당했더라면 다짐육 처럼 먹기 좋아진 채 녀석의 위장으로 직행 했을 것이다.

폭탄벌레의 밭으로 유인하고,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겨우 낸 상처에 폭탄벌레를 박아 넣고 폭발 시키기를 반복하며 서너 시간쯤 목숨을 건 사투 끝에 녀석을 죽일 수 있었다.

그 후, 황금 호랑이와 만나기 전까지 아주 요긴하게 잘 써먹은 힘이었다.

사슬처럼 늘어뜨리고, 휘둘러서 당기고, 한 부위에 압축시켜서 더욱 강한 경도를 만드는 등 폭탄벌레의 힘만큼이나 시혁은 이 능력의 경험치가 아주 높았다.

폭탄벌레의 힘은 강력하지만 시끄럽다. 주변의 이목을 끈다. 때문에 잡아야 하는 사냥감이 많을 땐 알아차리고 도망치지 못하게 갑옷 곰의 힘을 이용해 조용하게 처리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조용하게 처리할 때다.

특히 요즘처럼 CCTV나 스마트폰이 널려 있는 곳에선 조심 또 조심 해야만 했다.

이 능력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를 전부 가릴 수가 있었다.

푸학!

여섯 명의 빌런이 열두 동강이 되어 쓰러졌다.

총탄이 통하지 않자 여기저기서 투척물이 날아왔다.

단검, 화살, 표창, 그것도 아니면 에너지체 등등 전부 각성자들의 스킬에 기반한 무기들이 뿐이었다.

푹. 푹푹푹!

“···음?”

평소라면 박히지도 않았을 그것들이 시혁의 몸에 박혔다.

물론 깊이 박힌 건 아니었다. 아주 얕다. 하지만 저깟 것들이 각질을 뚫은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때 하나의 단검이 시혁을 향해 날아왔다. 그것을 낚아챈 후 확인하자 검은 기운이 코팅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꽤나 익숙한 기운이었다.

“···너희가 이걸 어떻게 사용하고 있지?”

대답 대신 날아오는 것은 아까와 같은 투척물들.

시혁은 그것을 쳐내지 않고 몸을 웅크렸다. 다가오는 그 모든 것들이 각질을 뚫고 옅게 박힌다.

곧 시혁의 각질이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일어났다.

그걸 본 누군가가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엎드려어어!”

파드드드드드득!

털썩. 털썩털썩.

으으으으. 으으!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신음소리.

다들 수십 개의 각질이 꽂힌 채 쓰러졌다. 개중엔 팔다리만 박힌 이들도, 삐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장기 깊숙이 박힌 이도, 머리에 박혀서 그대로 절명한 이도 있었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절명한 이들의 몸에선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시혁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시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놀라운 일이었다.

입구에서 빌런들을 죽일 땐 검은 연기가 뿜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으로 들어오니 상대하는 놈들의 힘이 강해짐과 동시에 죽으니까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몬스터라도 되는 거냐? 왜 죽을 때마다 검은 연기가 나오는 거지?”

말을 하던 시혁이 양 팔을 교차했다.

허공에서 날아온 한 자루의 검이 시혁의 팔에 박혔다.

콰칵. 카카카칵!

불꽃이 튀기고 각질에 금이 간다.

일검을 먹인 놈이 뒤로 물러나더니 기겁했다.

들고 있던 검의 이가 전부 나가 있었다.

녀석은 등에서 새로운 검을 뽑아들고 시혁에게 달려들었다.

시혁이 양 손에 들린 사슬을 뒤로 뻗었다가 앞으로 휘둘렀다. 갈고리 형태의 사슬이 떨어지며 녀석의 어깨와 등을 꿰뚫고 그대로 땅에 박혔다.

그렇게 빌런은 꼬챙이에 꿰인 개구리 신세가 되었다.

“끄어어어억!”

시혁은 그제야 주변을 둘러봤다.

수십 구의 시체와 수십 조각의 팔다리, 머리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고 아직 살아있는 반송장들은 자신의 생명력을 날숨으로 뿜어내며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혁은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가책을 느끼기엔 이 녀석들이 이곳에서 하고 있는 짓거리가 너무나 추악했다.

특정 용액이 잔뜩 담긴 캡슐.

그 캡슐 안에는 심장과 신장, 간이나 콩팥, 눈알 따위의 것들이 들어 있었다.

눈알이 담긴 캡슐의 위에는 ‘원딜, B, 각성자’라고 쓰여 있다.

다른 캡슐들에도 F부터 B까지, 탱커부터 힐러까지 수많은 각성자들의 장기가 담겨 있다.

도대체 이걸 어디에다가 쓰는 걸까?

각성자들의 장기를 이식하면 그 각성자의 힘을 얻기라도 한다는 걸까?

토악질이 나왔다. 이런 일을 자행하는 이 놈들을 장난으로라도 불쌍히 여길 수 없었다.

파란 캡슐들 사이에 빨간 캡슐을 확인해 본다. 백 개가 넘어가는 파란 캡슐과는 달리 5개가 채 되지 않았다.

심장이 담긴 캡슐 위에는 ‘3, C, 귀환자’라고 쓰여 있다.

“가지가지 하는군.”

한숨이 절로 나왔다. 개중에는 3이 아니라 1이 표기된 캡슐도 존재했다. 1세대 귀환자들을 죽인 후 장기를 적출해서 팔아 넘긴 것 같았다.

“다 떠나서 정말 겁도 없네.”

웬만한 빌런들도 귀환자는 건들지 않는다.

지금은 그가 죽인 한귀협 협회장, 이진혁의 말마따나 일벌백계의 본을 아주 제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알아본 결과 귀환자 잘못 건드렸다가 씨가 마른 빌런집단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참으로 간도 크지 싶었다.

시혁은 아직도 개구리처럼 버둥거리고 있는 빌런에게 물었다.

“뒷배가 있거나, 아니면 그냥 흑곡이 미쳤거나. 둘 중 뭐지? 곧 죽을 것 같은데 시원하게 말하고 죽지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빌런이 초탈한 듯 웃었다.

“곧 죽는데 내가 미쳤다고 널 시원하게 해주겠냐? 이 괴물 같은 새끼.”

“괴물들은 너희들이지. 짐승만도 못한 벌레들.”

사실 녀석은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시혁의 손 끝에서 푸른 기운이 빠져나와 장침이 되었다.

그렇게 녀석의 대가리에 장침을 꽂으려는 순간.

퍼억!

어디선가 날아온 투사체가 녀석의 머리를 먼저 터뜨렸다.

터진 머리에서는 초록색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독?’

시혁이 뒤로 물러나며 손을 휘저었다. 야구공 만한 두 개의 구체가 반으로 잘리며 독을 토해냈다.

치이이익!

독이 튄 땅에서 수증기가 뿜어진다. 주변 허공이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너 이 새끼···뭐 하는 새낀데 내 부하들을 다 죽여놨어어어어어!”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주변에 메아리 친다.

녀석들의 기억에서 본,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네가 우두머리구나.”

“그러는 넌 누구신데 남의 영업장을 이 모양으로 만들었어?”

“정시혁. 300년차 귀환자 정시혁이다.”

시혁의 말에 녀석의 표정이 몰라보게 변한다.

분노조절장애가 말끔히 치유되는 표정이었다.

‘젠장···잘못 걸렸군.’

흑곡의 보스, 곽두호는 이를 악물었다.

300년차 귀환자라기에 약할 줄 알고 받은 거액의 의뢰.

두 각성자. 특히 300년차 귀환자의 샘플을 얻기 위해 파견한 열 명의 부하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해 버렸다.

‘사생아 새끼···앞뒤 재지 않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나.’

물론 앞뒤 재지 않은 것은 자신 역시 마찬가지다.

생각해 보면 그간 너무 일을 벌려놓기만 했다.

물론, 알아서 죽어줄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이룩한 모든 걸 포기하고 도망치기도 싫다.

‘많이 먹으면 체하는데······.’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곽두호가 가슴 주머니에 들어있던 케이스를 열어 입 안에 털어 넣었다.

20개가 넘는 붉은 보석이 그의 입 안 가득했다.

와작. 와자작. 와작!

곽두호는 빨리 보석을 씹어 삼키려 애썼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시혁은 기다려줄 생각이었으니까.

꿀꺽.

곧 곽두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손아귀에 응축시킨 기운이 공처럼 변한다.

초록색 광구가 아니라 검은색 광구가 시혁을 향해 날아왔다. 시혁은 손을 들어 전완근 족 각질을 확대해 방패를 만들었다.

푸학 하는 소리와 함께 각질이 녹으며 시혁의 속살이 드러난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독기였다.

어어 하는 사이에 주변이 검은색 연기로 가득해졌다.

어둠 속에서 검은 광구가 날아와 꽂힌다.

퍼퍽! 퍽!

그것이 시혁의 몸에 닿을 때마다 각질이 녹았다. 수증기가 쌓여서 주변이 어두워진다. 연기에 닿은 캡슐들이 침식 되며 내용물을 흘러나왔다.

그는 장난으로라도 시혁을 조롱하거나 자극하지 않았다.

검은 독안개가 만들어낸 어둠을 틈타 이동하며 검은 구체를 쏘아낼 뿐이었다.

‘빌어먹을 새끼. 어떤 놈인데 저렇게 안 녹는 거야?’

그가 가지고 있는 A급 스킬 포이즌 오브. 그 스킬이 자신의 구속, 그리고 제구력과 더해지면 AA급 헌터도 죽일 수 있는 필사기가 된다.

붉은 보석까지 먹었다.

희생을 감수하고 살기 위해 모두 털어 넣었다.

힘이 넘쳤다. 지금 이 상황이면 눈앞의 귀환자가 아니라 협회장이라는 S급 각성자 이진혁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약을 먹으니 자신감이 넘쳐났다.

겁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이 현상은 빨간 약을 많이 먹었기 때문임을 그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벌써 피부가 붉어지며 손끝이 뾰족하게 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일단···죽이고 생각한다···!’

손바닥을 펼치자 검은 구체가 둥실 떠올랐다. 그것이 입맛대로 형태를 변형시켜 뾰족한 원뿔형이 되었다.

괴물의 팔이 된 그것을 꽉 쥐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귀환자에게 던지려는 순간 일직선으로 날아온 사슬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끄윽······!”

“네 위치 쯤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단지 그는 놀랐을 뿐이다.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이 검은 연기가 상당히 친숙하다는 것이. 그리고 놈의 검은 구체가 시혁을 맞출 때마다 오히려 시혁의 몸이 그것을 흡수한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혁은 곽두호를 보았다.

녀석의 피부는 눈에 띄게 붉어져 있었다.

손 끝에는 검은색의 뾰족한 손톱이 돋아 있다.

시혁에게는 정말. 아주 친숙한 외형의 것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쯤 되자 손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시혁이 곽두호에게로 손을 펼쳤다.

“으···으으···!”

곽두호는 입을 틀어막고 안간힘으로 버티다가 결국 쩍 벌렸다.

콰아아아아!

놈의 눈코입에서 빠져나온 검은 연기가 시혁에게로 빨려 들어왔다.

“으억! 으어어어억!”

녀석이 비명을 지른다. 검은 연기가 빠져나올 수록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오더니 피골이 상접해지고 검던 머리가 하얗게 탈색되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녀석의 몸은 빼빼마른 고목처럼 변하더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검은 연기가 녀석의 몸에 닿자 조금 전과는 달리 살이 녹는다.

“사, 살···살려 줘. 살려 줘···끄아아아악!”

본인이 뿜어낸 독을 이기지 못하고 발광하는 모습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혁은 녀석의 머리를 밟는 대신에 손을 대었다. 곧 손이 번들거리더니 녀석의 몸을 코팅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회복 시켜준다.

“어억···억···고, 고맙. 고맙다. 이유는 모르지만···살려 줘서. 크으······.”

몇 초 사이에 할아버지가 된 녀석을 바라보던 시혁이 살린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살려야지. 뇌에 침을 꽂아야 하는데.”

“···끄어어억!”

녀석의 대가리에 푸른 장침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는다.

혼탁하기 그지없는 머릿속. 그 머릿속 자갈은 온통 검은색과 붉은색들 뿐이었다.

시혁은 그것들을 하나 하나 들어가며 정보를 취합했다.

취합 하면 취합 할수록 시혁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얼마의 시간이 그렇게 흘렀을까? 눈을 뜬 시혁이 녀석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도대체 너,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냐?”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이미 녀석은 백치가 됐으니까.

하지만 대답이 들려 왔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구나. 도대체 네놈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게냐?”

“······?”

시혁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양 갈래로 땋은 후 동그랗게 말아올린 머리. 파란 치파오를 입고 있는 여인이 눈앞에 있었다.

탄탄한 몸, 웬만한 남성보다 굵은 허벅지는 상대방이 무투파임을 가르쳐 준다.

미녀. 그것도 상당한 미녀다.

20대 미녀가 40대로 곱게 늙으면 이렇게꾸나 싶게 생긴 여인이 눈앞에 있었다.

“다시 묻지. 넌 이곳에서···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왜 내가 할 일을 대신 하고 있지?”

여인은 주변을 둘러봤다. 말 그대로 시산혈해의 현장. 홀로 서 있는 각질이 가득한, 파충류처럼도 보이는 괴한은 수상한 것을 넘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공격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녀가 주먹을 꽉 쥔다.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그녀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유명인이 눈앞에 있었지만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180년차 귀환자 출신의 가디언 빙설마녀 정옥자.

‘으음.’

각질 속에 숨은 시혁의 얼굴이 난감함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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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곡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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