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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진건읍의 바깥쪽에 쳐진 철조망.
그 철조망을 경계로 안쪽은 사람이 사는 구역, 바깥쪽은 몬스터가 사는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바깥으로 10명 남짓의 헌터들이 탄 방탄트럭이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검문을 받고 있었다.
“인원은 6명, 김민수와···아이···들. A급 용병파티 들어 가셔도 좋습니다. 흡!”
용병파티의 이름을 읽다가 실수를 할 뻔한 가디언이 들어가라는 신호를 주었다.
완전무장을 한 6명의 헌터가 그 길을 지나 안쪽으로 진입한다.
아니, 진입하다가 말고 멈춘다.
조수석에서 머리를 내민 남자가 아직도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가디언을 바라봤다.
“웃깁니까?”
“······.”
가디언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요즘 같은 시대에 공권력이 대단 하다지만 헌터끼리의 분쟁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실례는 본인이 했으니 일단 고개를 젓고 본다.
짧은 시간 가디언을 응시하던 헌터가 씩 웃었다.
“에이, 웃겨야죠. 웃으며 살자고 만든 이름인데. 안 그러냐, 얘들아?”
예!
하하하하!
남자가 이빨을 드러내며 웃자 험악하던 얼굴이 구수하게 변한다.
그제야 가디언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잡고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그래야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수고하십쇼!”
곧 방탄트럭이 출발했다.
가디언은 피식 웃으며 철창 문을 닫고는 다시금 경계를 섰다.
* * *
오늘도 한 명의 가디언을 웃긴 김민수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번 사냥도 운수가 좋을 것 같네. 안 그러냐, 얘들아?”
그럼요!
모두가 한 마음 한 소리로 말한다.
그렇게 새벽 공기와 가라앉은 안개를 뚫고 방탄트럭이 몬스터 구역으로 착실하게 나아갔다.
굳이 새벽에 헌터활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새벽 이 시간이 가장 사람 적고 몬스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곳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폭탄박쥐들은 전형적인 야행성 몬스터라서 지금이 가장 활동이 왕성한 시기다. 물론 어두운 만큼 위험하기에 대부분은 피하는 시간대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이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포함한 부하 놈들을 지켜줄 테니 걱정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던전이 아닌 필드.
현대문명과 현대화기가 통하는 곳이다.
끼익.
적당한 장소에서 방탄트럭이 멈춰 선다.
턱. 터억!
곧 방탄트럭의 위에 고깃덩이들이 올라왔다.
육향이 강한 몬스터인 사향뿔소의 특수부위였다.
어둠 속, 날갯짓이 들려 왔다. 음파 감지 센서가 요동 치며 마릿수를 예상한다.
13마리.
부하들과 마찬가지로 소총을 들고 창문을 연 김민수가 소리쳤다.
“불 켜!”
확!
어둡던 주변이 특수한 빛으로 인해 밝아졌다.
키에에에엑!
점막이 달린 손으로 눈을 가린 박쥐들이 하나 둘 픽픽 떨어졌다.
“쏴!”
우두두두두두두!
“이 새끼들은 박쥐인 주제에 시력이 좋아. 덕분에 우린 편하지만. 야! 머리 노려라. 괜히 살아서 차에 붙으면 터진다!”
물론 터져도 괜찮을 만큼 견고한 트럭을 가져왔지만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은 건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사체가 터지면 터지지 않은 것의 반값도 받지 못한다.
돈 벌러 왔지 돈 쓰러 온 게 아닌 것이다.
그렇게 어린아이 크기의 열 세 마리 박쥐가 머리와 심장, 몸통 등등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졌다.
물론 이걸로 죽는다면 이 녀석들은 맹수이지 몬스터가 아니었을 것이다. 방금의 포격으로 죽은 몬스터는 13마리 중 2마리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몬스터의 생명력은 질기기 그지없다.
때문에 헌터 자격증이 없으면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하다못해 짐꾼들도 F급은 달고 다닌다.
우르르 나온 부하들이 기다란 죽창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푹. 푹푹!
그렇게 모든 폭탄박쥐를 안전하게 죽였다.
아니, 죽였다 싶은 순간 한 폭탄박쥐가 창을 잡더니 부하를 끌어당겼다.
끼이에엑!
어어 하는 사이에 딸려간 부하에게 폭탄박쥐가 달려들어 자폭했다.
콰아아앙!
만약 중간에서 땅이 치솟아 둘을 갈라놓지 않았더라면 분명 부하는 죽었을 것이다.
“으, 으으···!”
자신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패닉이 오기 직전, 김민수의 손바닥이 그런 녀석을 진정시켰다.
짝짝!
“야. 정신 안 차리냐?”
“죄, 죄송합니다!”
“돈 벌고 집에 가야지. 우린 언제나 돈 벌고 간다. 죽어도 술 진탕 마시다 죽어.”
“예!”
군기가 바짝 든 녀석이 빠릿빠릿하게 시체들을 트럭 위로 실었다.
김민수의 표정도 약간은 풀어졌다.
잠깐 긴장을 풀었을 때 무언가 날아와 김민수의 어깨를 찔렀다.
푸욱!
“······!”
김민수가 고개를 들었다. 다른 녀석들과 달리 인간 크기의 박쥐가 그곳에 있었다.
꼬리 끝에서 새로운 화살촉을 밀어내고 있는 저놈은 B급 헌터와 맞먹는 살상력을 가진 몬스터, 화살촉 폭탄박쥐다.
‘젠장···방심하지 말라고 해 놓고 내가 방심했군.’
부하들이 총탄을 들이밀려 했다. 하지만 김민수는 손을 들어 저지했다.
“저 녀석은 총탄이 먹히지 않아. 꼬리 끝은 트럭도 뚫을 테지.”
“어,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내가 너희의 대장인 이유를 보여 주는 거지.”
호기좋게 말했지만 한 방 먹은 상태에서의 전투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뺀다면 녀석의 게릴라 활동에 궤멸 될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도망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저 녀석 비싸다.’
그의 목표는 돈이 많아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려면 짜바리보다는 저런 확실한 한 마리가 나았다. 지금 잡은 것들을 모두 더해도 저 한 마리 가격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데, 저런 대어를 놓칠 수는 없었다.
시간을 끌면 자신만 손해다.
‘한 번에 끝낸다.’
녀석이 꼬리 끝 화살촉을 투척 하려고 동작이 커진 틈을 노렸다.
‘지금!’
키 작고 다부진 김민수의 몸이 땅으로 푹 꺼지는가 싶더니 트램펄린 처럼 그의 몸을 튕겨 낸다. 타이밍 좋게 그 반동을 이용한 김민수의 몸이 정확히 포탄처럼 화살촉 폭탄박쥐에게로 쏘아졌다.
녀석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저 얼굴을 단숨에 박살 낼 생각이었다.
적어도 김민수의 생각은 그러했다.
하지만 화살촉 폭탄박쥐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많은 사냥감들이 자신의 꼬리를 투척용으로만 알고 있었다. 공중에서 뛰어오른 녀석들은 더욱 멍청하다. 하늘에서 갑작스레 궤도를 바꾸는 것쯤 화살촉 폭탄박쥐에겐 너무 쉬운 일이었다. 괜히 B급 마수가 아니었다.
그렇게 김민수도, 화살촉 폭탄박쥐도 서로를 죽일 생각에 동상이몽을 펼치고 있을 때, 한 줄기 황금빛이 난입했다.
콱!
김민수의 몸은 허공을 갈랐다.
그렇다고 공격을 당한 건 아니었다.
쾅 하고 떨어진 김민수가 중간에 난입한 무언가를 노려봤다.
그곳엔 표범인지 고양이인지 분간조차 가지 않는 무언가가 화살촉 폭탄박쥐의 경동맥을 정확히 물고 녀석의 숨이 끊어지기를 지그시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수와 녀석의 눈이 마주쳤다.
녀석의 눈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김민수가 말했다.
“야! 내 사냥감 내놔!”
물론 김민수의 말을 저 녀석이 알아들을 리 없다. 그냥 열이 받아서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것을 들은 고양잇과 맹수는 무려 고개를 저었다.
도리도리!
······.
그러더니 폴짝 뛰어서 그 녀석만 가지고 도망가는 게 아닌가?
인간도 아닌 놈에게 농락을 당한 김민수가 이를 악물었다.
“이, 이런···씨···!”
쿵.
한 쪽 무릎이 절로 꿇어진다. 한 번에 많은 힘을 사용했기에 정양이 필요했다.
부하들이 달려와 호위하듯 그를 감쌀 때에도 김민수의 시선은 녀석이 사라진 방향을 쫓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지 않아! 젠장. 이거 중급 포션 각인데···.”
중급 포션을 사용하고 부하들의 돈을 챙겨주면 자신의 몫은 없다시피 했다.
허탕.
“젠장······.”
허탕을 칠 순 없다. 아니, 그 이전에 눈앞에서 먹잇감을 놓친 게 너무 열이 받았다.
이번 김민수의 파티에 용병으로 낀 신참이 말한다.
“···저 녀석, 전투 중에 몰래 몬스터들 빼 가기로 유명한 놈입니다.”
“알아, 나도. 듣기만 했지, 보는 건 처음이라 당황했을 뿐이야.”
누군가에겐 인간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구해준다 하여 수호수로, 누군가에겐 그저 신종 몬스터로, 그리고 김민수에겐 내 돈 가져간 몹쓸 놈으로 각인된 녀석.
“쫓아간다···저 녀석 쫓아갈 거다.”
이대론 억울해서 못 갈 것 같았다.
“몸을 회복하고, 쫓아간다.”
다행히 그의 능력은 추격에도 꽤 용이했다.
* * *
쿠야는 사람 크기만 한 화살촉 폭탄박쥐의 목덜미를 물고 있지만 열심히 달렸다.
건물인지 숲인지 분간이 안 가는 것들을 넘고 구덩이를 파고든 후 다시 뛰쳐나와 자신의 비밀장소로 향했다.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던 쿠야가 멈춘 곳은 산 중턱에 우거진 숲.
그제야 쿠야는 화살촉 폭탄박쥐를 내려놓았다.
푸욱!
입을 벌려 심장에 들어있는 마정석을 취한 쿠야가 호랑이 기운을 뿜어내 앞발 끝에 모았다.
뾰족 튀어나온 발톱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촤악! 촥! 촤악!
앞발이 휘둘러질 때마다 박쥐의 몸이 토막나기 시작했다. 호랑이 기운이 뿜어내는 열기가 잘라낸 폭탄박쥐의 시체를 곧바로 태워서 피도 나지 않았다. 딱 쿠야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진 그것을 바라보던 쿠야가 다시 한 번 휘둘러 반의 반으로 토막들을 자른다.
휘이이잉.
어두운 숲은 적막하고, 고요하고, 아무도 없이 평화로웠다.
그곳에 쿠야의 울음소리가 퍼졌다.
먀아아우우우.
여전히 적막한 가운데 풀 숲에서, 나무둥치에서, 땅 밑에서 숨죽이고 있던 것들이 하나 둘 꼬물 거리며 나오기 시작했다.
야옹. 야옹.
야오오오오옹.
울려퍼지는 아기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그 뒤를 어미 되는 네 마리의 고양이가 따라 나온다.
녀석들이 폴짝폴짝 거리며 쿠야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아빠와 인사한 고양이들의 시선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화살촉 폭탄박쥐의 사체조각이었다.
아작아작. 아작. 냠냠.
자신의 새끼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본 쿠야의 목에서 고로롱 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B급 마정석 하나밖에(?)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쿠야는 배부르기만 했다.
쿠야는 생각한다. 이게 바로 주인님들의 마음일까?
내가 사료를 먹던 시절에도, 아파서 죽어가던 시절에 억지로라도 먹으려 노력했을 때에도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을까?
그때였다.
먀아···!
뭔가 쿠야의 몸에서 황금 불길이 화르륵 타올랐다가 사라진다.
깨달음을 얻은 듯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왠지 모르지만 쿠야, 인간 나이로 12세 하고도 6개월차 고양이는 지금 이 깨달음으로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았다.
······!
그때, 뒤에서 묘한 기척이 느껴졌다.
쿠야는 화들짝 놀라 앞발을 휘둘렀다.
휘둘러 지는 앞발을 따라오는 호랑이 기운이 적의 몸을 가격했다.
턱!
······!
주인이 준 쿠야의 힘이 허무하게 막혔다.
그리고, 눈앞엔 쿠야가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미야아아아!
화들짝 놀란 쿠야가 뒤로 번쩍 뛰었다.
놀라 나자빠지는 쿠야를 바라보며 시혁 역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시혁은 쿠야가 밤마다 어딜 그렇게 가나 궁금해서 뒤를 밟았다.
쿠야는 도심을 배회하는가 싶더니 철조망을 가뿐하게 뛰어넘은 후 안으로 들어왔다.
도처에 가디언이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몸놀림은 재빠르고 은밀했다.
시혁이 다 감탄할 정도.
그러더니 기회를 틈타 화살촉 폭탄박쥐를 사냥하는가 싶더니 사람들의 이목을 피해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아니, 이 녀석들은 다 뭐니?”
물어는 봤지만 대답이라 봤자 ‘에옹’ 내지는 ‘으에옹’ 밖에 더 있을까?
그리고 애초에 어이가 없어서 물어본 거지, 그는 대충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이 열 다섯 마리의 꼬물이들은 전부 다 쿠야의 자식들일 터였다.
녀석들은 쿠야가 차려 놓은 밥상에 앉아 열심히 사체를 씹어먹고 있었다. 쿠야의 힘인지, 쿠야의 아들 딸 답게 보통 고양이와는 궤를 달리하는 떡잎들 때문인지 살아있을 땐 총탄도 튕겨내는 폭탄박쥐를 야무지게도 먹고 있었다.
시혁이 적이 아님을 알아차렸음일까?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쿠야에게로 달려와 볼을 부비고 배를 까뒤집고 난리가 났다.
쿠야는 여전히 시혁을 바라보며 머쓱한 표정만을 지어보일 뿐이다.
시혁이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었다.
‘즐기며 사는 모습 보기 좋다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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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폭탄박쥐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