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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28화 (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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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방금 전에도 각성자들과 전투가 벌어질 뻔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시혁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물어봤다.

“너, 혹시라도 인간을 죽인 적이 있니?”

도리도리!

그것을 알아 듣기라도 하듯 쿠야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시혁이 만족스럽다는 듯, 그럼 그렇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건 정말 잘 한 일이다만.”

다행일 뿐 원론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사실, 쿠야가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도심 속을 배회하며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 신기할 정도.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이제는 해결책이 필요해졌다.

이쯤 되자 시혁은 자신의 안일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쿠야가 이곳까지 나와서 먹이활동을 할줄은,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이곳은 위험한 곳이니까.

융단폭탄박쥐가 있는 곳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녀석들이 살아있는 게 용했다.

‘역시 미리 잡아둘 걸 그랬나.’

시혁은 자신의 힘을 보고 도망친 융단폭탄박쥐를 기억하고 있었다.

충분히 잡을 수 있음에도 잡지 않은 것은 귀찮아서가 아니다.

필요해서였다.

만약 시혁에게서 도망친 녀석이 폭탄박쥐들을 더 데리고 와서 인간들을 습격 했다면 시혁은 녀석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러지 않고 최소한의 먹이 활동 만을 하면서 조용히 지냈다.

시혁에게 잔뜩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물론 그것이 녀석을 살려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만약 폭탄박쥐가 점거한 영역만이 몬스터가 있는 전부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융단폭탄박쥐와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몬스터들이 융단폭탄박쥐의 영역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들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한 채 균형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시혁이 덮어놓고 융단폭탄박쥐를 잡았더라면 팽팽한 균형이 깨지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지금 구축된 사냥터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갑작스러운 변화에 휩쓸리는 건 결국엔 각성자들과 인간들이다.

물론 다른 녀석들도 시혁에게 겁을 집어먹으면 참 좋겠지만 그러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강하다고 모두 저 녀석처럼 지능이 높으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이처럼 인간 공격하기를 꺼리는 융단폭격박쥐는 다른 구역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때문에 한귀협보다, 가디언과의 관계보다, 여동생과 매제를 훈련 시키는 것보다 융단폭탄박쥐라는 녀석의 우선순위가 많이도 밀린 것이 사실이었다.

그 결과 쿠야가 비교적 안전해진 이곳에 터를 잡고 먹이활동을 하며 자신의 와이프들과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야오옹.

먀오오웅.

벌써 화살촉 폭탄박쥐를 냠냠 먹어치운 새끼들은 3등신의 아가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소형견보다 거대했다.

그런 녀석들이 쿠야에게 다가가 갖은 아양을 떠는데, 그것을 보는 시혁의 심장이 다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쿠야는 다가온 녀석들을 핥아주었다.

쿠야가 녀석들을 핥을 때마다 옅은 황금의 기운이 녀석들을 코팅한다.

“······호오.”

시혁의 호랑이 기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시혁의 도움 없이 쿠야가 자체적으로 기름을 생산(?)해서 발라주고 있다는 점에서 시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혁의 얼굴에 대견하다는 빛이 스쳤다.

기름을 발라준 셋 중 가장 먼저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 인간이 아닌 고양이일 줄이야?

‘녀석. 이제 다 컸구나.’

그렇다면 이 녀석들 역시 쿠야의 호랑이 기름을 바르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그 기운을 발현하는 날이 올 것이다.

물론 새끼들이 장성할 때까지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후회는 여기까지다.

일단 시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쿠야의 가족은 자신의 가족.

좀 확대해석을 하자면 녀석들은 시혁의 손자 손녀 며느리나 다름 없다.

시혁의 손이 검게 물들었다.

달팽이 기름도, 호랑이 기름도 아니었다.

시혁이 쿠야의 등 위에서 꾹꾹이를 하고 있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다른 녀석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우량아였다.

아메리칸 숏헤어라고 하던가? 그 품종과 쿠야의 곱슬곱슬한 털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컷 녀석.

시혁은 그 녀석의 몸에 정글문어의 먹물을 발라 주었다.

녀석은 금세 진흙에 흠뻑 빠진 꼴이 되었다.

그런데 뭐가 그리 좋은지 그르릉 거리며 시혁의 눈을 뻔하게 바라본다.

고로롱.

정글문어의 먹물은 비슷한 시혁의 능력들이 모두 그러하듯 아기 고양이의 몸에 흡수 되어 사라졌다.

다음에 발라준 고양이는 유독 몸집이 작은 아기 고양이다.

크림색깔의 암컷 고양이의 모색과 곱슬거리는 쿠야의 모질을 빼닯은 암컷 고양이는 시혁을 보고도 뚱한 표정을 지을 뿐 그르릉도, 야옹도 하지 않고 있다.

녀석에게도 먹물을 발라준다.

그 후에도 다른 아기 고양이들과 며느리 뻘 되는 네 마리의 암컷 고양이들에게도 전부 다 정글문어의 먹물을 발라주고서야 시혁의 시커멓던 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쿠야가 고개를 갸웃 했다. 마치 뭘 발라 주었냐고 묻는 듯했다.

시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으에옹.”

“······.”

너도 답답해 봐라.

때가 되면 어떤 능력인지 다 알게 될 것이다.

다만 아기 고양이들에게 먹물을 발라주며 알게 된 사실이 시혁을 슬프게 했다.

‘고자라니······.’

이미 탈 고양이가 된 쿠야와 보통 고양이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인지라 생식능력이 없다.

생각해 보면 다행이었다.

아무리 이 녀석들이 시혁과 쿠야의 교육을 받아 인간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무분별한 번식을 통해 그 수가 늘어난다면 충분히 혼란을 줄 수가 있었다.

이용하기에 따라선 득이 될지도 모르지만, 도대체 이 녀석들을 왜 이용해야 한단 말인가?

시혁은 그저 이 녀석들이 걱정이 될 뿐이다.

그렇다고 집으로 데려 가자니 숫자가 너무 많다. 하루종일 15마리의 똥오줌을 치우며 집사노릇을 하다 잠이 드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그리고 이럴 때, 시혁은 아주 편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통화음 몇 번 울리지 않아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그의 이름은 바로 김명석이다.

- 시혁씨. 아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급한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가 찾아갈 상황이 아니라서요. 괜찮으시다면 이곳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 으하하하. 계약서 들고 가면 되는 겁니까?

“하하하하. 그건 아니고요.”

- 당연히 농담입니다. 하지만 이거 어쩌죠. 제가 지금 강원도 쪽에 와 있는 바람에 그곳으로 빨리 갈 수가 없습니다. 급한 일이시면 혹시 제가 아니어도 괜찮으실까요?

“괜찮습니다만 가디언 측에서 높은 권한이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 아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요즈음 들어 제 대리로 일처리를 시키고 있는 아주 유능한 녀석이 있으니까요. 아마 시혁씨도 잘 아는 녀석일 겁니다.

“······?”

* * *

경계에서 출입 절차를 밟은 이예지는 빠르게 달렸다.

GPS가 가리키는 좌표는 이곳으로부터 6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새벽이라서 기승을 부리는 박쥐들을 제친 이예지는 점점 시혁이 말한 곳으로 가까워져 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지금 시각은 새벽 5시. 시혁은 왜 이곳으로 가디언을 요청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전투에 관한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기 전에 힘을 빼는 불상사를 일으키진 않았다.

다만 언제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몸을 예열한 채 앞으로 나아갈 뿐.

곧 그녀의 시야에 시혁이 보였다.

시혁은 표범 만 한 고양이 한 마리의 목덜미에 손을 얹고 있었다.

이예지는 저 고양이를 알고 있다.

소문이 무성한 ‘황금 수호신’이 바로 저 녀석이었다.

요즈음 들어 다시금 고개를 쳐드는 폭탄박쥐와 헌터들 틈바귀에서 조금씩 헌터들을 도와주는 마수.

하지만 가장 강했던 몬스터를 물고 사라진다거나, 공격당한 사례는 없지만 마수인 이상 인간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었기에 황금 수호신 말고도 약탈자 내지는 방해꾼으로 여기는 헌터들도 더러 있어서 정부에서 현상금을 걸어 놓은 상태였다.

등급은 B급 최상단, 혹은 A급 말단으로 생각되며, 일단  포획 해도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사살 하라는 것이 정부에의 방침이기도 했다.

그런 마수가 시혁과 대치하고 있었다.

‘시혁씨가 당할 리는 없어.’

아예 그런 상황은 배제했다.

그렇다면 포획하고 있다는 의견이 합리적이다.

상황을 파악(했다고 생각)한 이예지가 착지해서 시혁에게 다가갔다.

“잘 짓누르고 계시면 제가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예지가 품 안에서 총을 꺼내 쿠야에게 겨눴다. 필드로 향하는 가디언이 반드시 챙겨야 할 슬링백 안에 들어있던 마취총이었다.

그걸 본 쿠야가 기겁했다.

미야아아아우우우!

“질기군요. 시혁씨 손아귀에서도 이렇게 팔팔하다니!”

“아이고 잠시만요!”

시혁이 깜짝 놀란 쿠야를 쓰다듬어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은 제가 키우던 고양이입니다. 제 자식이죠.”

“예?”

이예지의 맥이 탁 풀렸다.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이 녀석은 분명한 마수···입니다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무 자격증이 없는 헌터가 마수를 키우는 건···불법입니다.”

“음, 녀석이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었습니다.”

시혁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10년 동안 살던 고양이가 죽기 직전에 귀환한 시혁을 만나고 몸이 나았다는 말에 이예지는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것과 이 아이가 이렇게 된 것과는······?”

그 말에 시혁이 방긋 웃었다.

“제 힘의 여파 때문입니다.”

굳이 자세한 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이 녀석들을 정부에 인정 받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말했을 뿐이다.

물론 이예지가 더 캐묻는다면 더 말해줄 의향도 있었다. 이예지는 믿을만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예지 역시 그 이상은 물어보지 않았다.

선을 지킨 것이다.

“그렇군요. 이 마수···아니, 고양이······으음.”

“쿠야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예. 이 쿠야는···요즘 이곳에서 사냥을 하는 헌터들 사이에서 말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현상금도 건 상황이고요.”

“으음, 역시 그렇군요.”

시혁은 한숨을 내쉬며 이예지에게 다시금 물어봤다.

“어떻게 안 될까요?”

이예지는 신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입니다만 위에선 어떻게 볼지 알 수 없네요. 일단 위에 보고를 올리고 관계자를 이곳으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에 스마트폰을 든 이예지가 김명석에게 전화를 건다.

아니, 전화를 하려고 할 때 아스라이 먼 곳에서 워커 발자국 소리가 들려 왔다.

‘누군가가 오고 있다.’

시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곧이어 나타난 것은 여섯명 남짓의 무장한 헌터들, 김민수와 아이들이었다.

김민수가 이를 악물며 쿠야에게 소총을 겨눴다.

그것을 따라 다른 녀석들 역시 총을 겨눈다.

척!

척척척!

“이 녀석은 우리가 먼저 쫓던 사냥감입니다. 우선권은 저희에게 있으니 다들 비켜 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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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폭탄박쥐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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