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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29화 (29/44)

&29

그리 말하며 총구 끝을 흔들어 비키라는 시늉을 해 보인다.

이예지가 한숨을 내쉬며 쿠야 앞을 가로막았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무슨 오해 말입니까?”

말하는 김민수의 얼굴에 조금씩 홍조가 돌았다.

눈앞 여자가 예뻐도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눈앞에 자신의 원수 녀석이, 그의 돈줄이 있었다.

“우린 화살촉 폭탄박쥐를 잡던 중에 부상까지 입었습니다. 그런데 끝을 내려니 저 녀석이 화살촉 폭탄박쥐를 물고 달아나 버렸죠. 그래서 쫓아온 것인데 뭐 문제 있습니까? 게다가 유해조수잖아요? 정부에서 현상금까지 걸어 놓은 것 같던데 그런 몬스터 앞을 가로막는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대한민국 가디언 1팀장 이예지라고 합니다.”

“···아하.”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다 했더니 이예지였구나!

얼마 전, 남양주에 열린 균열이 뉴스에서 나왔을 때 이예지의 얼굴을 처음 봤었다.

김민수와 아이들은 일단 총구를 내렸다.

상대가 가디언이라는데 총구를 계속 겨눌 만큼 김민수는 막 나가는 놈이 아니었다.

“자. 이제 말씀하시면 됩니다. 저희가 무슨 오해를 했죠?”

“이 아이는 몬스터가 아닙니다. 고양이죠.”

“아니 고양이가 무슨 표범만 합니까? 그리고 저 녀석 현상금 걸려 있다니까요? 게다가 그 현상금 정부에서 건 거잖습니까?”

“곧 그 현상수배가 풀릴 겁니다. 이 아이에겐 주인이 있거든요.”

이어지는 이예지의 설명에 김민수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니까···고양이를 몬스터로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저 사람이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많지만 굳이 틀린 말이 아니라서 시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쿠야 아빠 되는 사람입니다.”

그 말에 김민수는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남이 키우던 강아지 잡아가려다 걸린 개장수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을 쫓느라 벌컥벌컥 들이킨 500만 원(중급 포션)은 누가 책임져 준단 말인가?

아직도 상처부위가 나으려면 시간이 걸릴텐데 말이다.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옆에 딱 봐도 동물 좋아해 보이는 예쁜 가디언이 있었다.

‘쿠야라는 녀석은 포기한다.’

하지만 변상은 받아야 겠다.

김민수가 자신의 어깨에 둘러진 붕대를 풀었다.

많이 아물었지만 그래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환부가 드러났다.

“이거라도 변상 받아야겠군. 딱 5천만 원 내고 가쇼.”

시혁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아 저 녀석 때문에 다쳤다고!”

시혁은 그제야 저들이 쿠야를 따라오면서 보았던 각성자들임을 알아챘다.

시혁의 입가에 피식 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본인이 방심하다가 화살촉 맞아 놓고 그걸 쿠야가 했다고 말하니까 웃음이 나오지 안 나옵니까.”

김민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알고 있었나?’

약간의 머쓱함, 부끄러움. 하지만 마지막 감정은 곱절의 분노다.

“그걸 보고 있었으면서···가만히 있었다는 거지, 지금?”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언제 봤다고 반말입니까.”

애초에 그때 쿠야가 가만히 있었으면 화살촉 폭탄박쥐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녀석은 단숨에 방향을 틀어서 눈앞 헌터의 경동맥을 정확히 찌르려 했으니까. 녀석들의 꼬리는 투척만의 용도가 아니다. 창처럼 활용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을 김민수가 알 리 없다. 그리고 이렇게 화가 난 것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천만 원 정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 정도론 내 분이 풀리지 않겠어.”

하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김민수는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명분에서도 밀리는 이 상황의 타개책이 어떤 것인지도 김민수는 잘 알고 있었다.

김민수는 목소리를 착 내리 깔며 이예지를 바라봤다.

“이건 남자대 남자의 일이니까 예지씨는 빠지시죠.”

그 말에 이예지는 너무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살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김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어이없게도 눈앞의 유해조수 아빠놈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거다.

뭐야. 나한테 한 말이 아니었어?

“이름이나 알자.”

“정시혁.”

“···정시혁? 그 남양주 문지기 정시혁!?”

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

그때 이예지와 함께 인터뷰 하던 모습이 선했다.

이예지 옆에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키 크고 잘생긴 얼굴의 사내가 바로 저 녀석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묘했다.

아무도 없는 산골.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남양주 균열에서도 만났던 둘이 이곳에서도 오붓하게 있는 모습까지.

‘···와. 짜증난다. 뭐 데이트 이런거야? 인생······.’

부러웠다. 잘생긴 것도 부러웠고, 저런 미녀와 노닥거리는 것도 부러웠다. 그리고 자신이 전형적인 악당이 된 지금 상황이 열 받았다.

“너 몸이 폭발 한다며? 어디 내 흙갑옷도 뚫을 수 있는지 보자.”

꽈득. 꽈드드득.

발 밑 땅이 그의 전신을 감쌌다.

“좋은 말로 할 때······!”

김민수가 좋은 말 할 때 변상하라고 소리치려던 그때였다.

끼에에에에. 으에에에엑!

아스라이 들리는 폭탄박쥐떼의 날개소리.

스무 마리는 되어 보이는 폭탄박쥐들이 이곳으로 날아왔다.

녀석들은 시혁과 김민수를 보았다. 그때는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이예지. 정확히는 그 뒤에 서 있던 쿠야를 발견하고는 발가락으로 쿠야를 가리킨 후 무차별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김민수는 압도적인 상황에 멍해졌다.

폭탄박쥐 스무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자폭을 하면 F급이고 A급이고 장사 없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시혁이 폭탄박쥐떼를 힐끗 보더니 허공에 파리 쫓듯 주먹을 끊어 치기 전까진 그러했다.

쾅!

후두둑.

······.

뻗어나간 주황색 구체가 박쥐들 중앙에서 폭발하며 모든 것을 피떡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를 바라보던 무표정한 시혁의 눈초리가 김민수에게로 옮겨진다.

“좋은 말로 할 때, 뭐?”

“······.”

* * *

한편 그 시각,

부하들의 며칠에 걸친 수색에도 잡히지 않던 고양이 마수가 드디어 꼬리를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기운의 발현.

멀리서도 보일 만큼 빛나던 황금빛 기운!

그 기운을 감지한 부하들이 본거지로 찾아와 위치를 말했다.

그래서 잡아오라고 시켰다.

20마리에 가까운 부하들이 갔으니 분명 잡을 수 있을 터였다.

융단폭탄박쥐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자리했다.

하지만 쾅. 하는 옅은 소리와 함께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돌아온 정찰병의 대답은 모두를 화나게 만들었다.

끼엑. 끼에엑! (당했습니다. 모두가 한 방에 죽었습니다!)

20마리의 동포가 한 방에 죽었다.

그렇다는 건 융단폭탄박쥐의 생각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라는 말이 된다.

끼엑!

꾸에에에에엑!

그것을 들은 부하들이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동굴에 거꾸로 붙어있던 부하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그간 융단폭탄박쥐의 소극적인 정책(?)에 마음껏 사냥하고 먹지 못해서 받은 스트레스의 잔이 고양이 마수라는 한 방울로 인해서 넘쳐 흐른 느낌이었다.

이대론 안 되었다.

제물이 필요했다.

이젠 효율 적이지 않은 명령이 상황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상황이 되었다.

융단폭탄박쥐가 근엄하게 말했다.

그에에에에엑! (그 녀석을 사냥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나서라. 그리고 시체라도 좋으니 내 앞에 대령해라!)

끼에에에에에에에엑!

마치 그 대답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모든 폭탄박쥐들이 일제히 입구이자 출구인 곳으로 날아간다.

그 수가 족히 천마리는 되어 보였다.

융단폭탄박쥐가 눈을 끔뻑끔뻑 떴다.

뭐야. 너무 많이 나가는데?

하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큰 물결이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융단폭탄박쥐도 참전해야만 했다.

폭탄박쥐의 거대한 무리가 새벽 하늘을 뒤덮었다.

* * *

“······.”

김민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혁이 강한 건 알았다. 남양주 문지기라는 타이틀이 괜히 얻어진 건 아니니까.

하지만 강하기론 김민수 역시 못지 않았다.

A급 헌터인 그가 강하지 않으면 누가 강하단 말인가? 자신도 균열 입구에서 능력을 발현해서 수성을 한다면 남양주 문지기 못지 않은. 아니! 더 훌륭한 방식으로 녀석들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마 게이트를 혼자 독식했으니 돈도 엄청 많이 벌었을 테지.

운 좋은 놈. 그런데 잘생기기까지 한 놈!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시비 한 번걸어볼까 싶은 녀석이 눈앞에 있어서 시비를 걸었다.

자신있었으니까.

한 쪽 입 꼬리가 절로 올라 갔으니까.

하지만 시혁의 한 방을 본 김민수는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뒤에 있던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민수와 아이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좆됐다.

그런 김민수에게 시혁이 채근한다.

“좋은 말로 할 때. 그 다음 뭐라 말하려 했지?”

“좋은 말로 할 때······.”

김민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조용히 떠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굴렸을 뿐 변명은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말을 높이는군.”

“아···제가 말을 낮췄던가요? 제가 종종 저보다 어려보이는 분에겐 그리 합니다. 너, 너무 동안이시라. 으하. 으하하하!”

거대한 웃음소리.

놀라울 정도로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았다.

아니, 호응해주는 이들이 있기는 했다.

다시금 날아오는 폭탄박쥐의 물결이 그러했다.

끄에에에에엑!

하늘을 덮을 만큼의 규모다.

“···많군요.”

이예지의 이가 악물어진다.

놀라운 상황이지만 가디언은 이런 상황을 상정해서 움직이는 훈련을 많이 해 왔기에 몸이 매뉴얼 대로 움직였다. 스마트워치를 켜서 현재 위치, 예상 규모, 그에 따른 예상 위험도를 적어 인트라넷에 올린다.

곧 이예지가 있는 지역의 20킬로 남짓에 위치한 가디언들의 스마트폰에 비상연락이 갈 터였다.

“시혁씨. 도와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시혁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상황에서 도망을 가겠습니까?”

그걸 들은 이 상황에서 조용히 도망을 가려던 김민수와 아이들이 우뚝 멈춘다.

둘과 한 마리의 시선이 김민수와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젠장······.’

도대체 일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뒤를 돌아봤다. 천 마리가 넘는 박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저들은 그럼 저것들에 맞설 생각인 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아아!’

뭔가를 깨달은 김민수가 다섯 명의 부하들을 바라봤다.

“방탄트럭으로 가서 경계지역으로 이동해라.”

“···형님!”

“솔직히 내 한 몸 지킬 순 있겠는데 너희까지 지키진 못하겠다.”

카득. 카드드득.

말을 하는 와중에도 발밑에서 올라온 흙더미가 김민수의 몸을 두껍게 덮었다.

방어엔 자신 있었다.

물론 시혁의 주먹질을 버틸 자신은 없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난 포션 값 좀 벌고 가야겠다. 어이, 이예지씨라고 했던가요? 제가 여기서 잡은 놈들은 정부에서 잘 쳐주는 겁니다?”

그 말에 이예지의 입가에 풋 하는 미소가 지어진다.

“제가 또 104마리를 105마리로 표기할 정도의 융통성은 있습니다.”

“···기왕이면 110마리로 해주쇼.”

부하들을 내려보낸 김민수가 육중해진 몸으로 걸어왔다. 걸어오는 내내 관절이 꺾이는 부분이 툭툭 금이 가며 운신이 편하게 변했다.

“이렇게 된 거, 잘 부탁합니다 형님.”

“······?”

“300년차라면서요? 그럼 나보다 형님 아닐까요?”

그 말에 시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명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남았고, 또 한 사람은 돈때문에 남았다.

‘뭐, 아주 돈만 보고 남은 건 아니려나.’

물론 저 많은 폭탄박쥐를 상대 하는 건 위험하다. 그것은 이예지와, 이곳에 있을 새끼 고양이들도 마찬가지.

다행히 녀석들이 원하는 건 쿠야였다.

시혁은 김민수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김민수가 ‘어잇 시벌!’ 하는 사이에 시혁의 달팽이 기름이 발동 되었고, 그것은 정확히 김민수의 왼팔 어깨까지를 감싼 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줬다. 조금 발랐지만 부상이 나을 정도는 될 거다.”

“······!”

이번엔 이예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쿠야를 노려도, 폭탄박쥐들이 이곳으로 많이 몰려올 겁니다.”

이예지가 머뭇거리더니 시혁의 손을 잡았다.

곧 달팽이 기운이 그녀의 온 몸을 뒤덮었다.

“···허억!”

온 몸으로 전해져 오는 고양감이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평소처럼 행동하시면 됩니다. 이곳을 잘 부탁드립니다.”

끼에에엑!

지척까지 날아온 폭탄박쥐들.

시혁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호랑이 기운과 상승작용을 일으킨 폭탄먼지벌레의 힘이 박쥐들 뿐인 검은 허공을 황금색으로 칠했다.

콰아아아아앙!

폭탄박쥐들의 뒤덮은 하늘에 구멍이 뻥 뚫렸다.

이 한 방으로 죽은 폭탄박쥐가 적어도 100마리는 되어 보였다.

‘산개해서 많이 죽이지 못했군.’

구멍이 뚫린 곳의 먼 하늘.

그 먼 하늘에 체고 30미터 남짓의 융단폭탄박쥐와 눈이 마주쳤다.

···기, 끼에에에에엑!

녀석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다.

그 속도가 가히 제트기와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넌 죽여야겠다.”

시혁은 쿠야를 안아 든 후 숲을 달렸다.

모두와 50미터 정도 떨어진 시혁이 새로운 힘을 발현했다.

청록색의 기운이 그의 발에 맺혔다.

콰아아앙!

그의 몸이 허공을 격했다.

그가 밟고 있던 숲이 푹 꺼지며 거대한 균열이 형성되었다.

그와 쿠야가 상공 200미터를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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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폭탄박쥐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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