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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또다시 시혁에 대한 기사와 영상으로 도배되었다.
가장 핫한 영상은 가디언 측에서 제공한 일인칭 시점 액션캠이다.
그곳엔 김명석에게 쿠야에 대해 설명하는 이예지의 사무적인 얼굴이 담겨 있었다.
- 그게···이상하게 듣지 마십시오, 부장님. 시혁씨가 기르고 있는 고양이가 저 거대한 한 마리인데······.
그걸 듣던 시혁이 덧붙였다.
- 한 마리가 아닙니다.
- 네? 무슨······.
따악.
시혁이 손가락을 퉁기자, 그것을 신호로 받아들인 아기 고양이들이 투명하던 몸을 하나 둘 드러내기 시작했다.
야옹.
야오오옹.
물론 그것은 정글문어 먹물의 효과다.
5초 이상 가만히 있으면 몸이 주변과 동화되는 능력.
물론 켜고 끌 수 없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당시 새끼 고양이들에겐 깊숙한 곳에 숨어서 눈에 띠지 않는 구명줄이 되었다.
물론 그것을 알 리 없는 이예지의 사무적인 얼굴은 당황으로 물들었다.
- 어머···어머머······!
갑자기 그녀의 앞에 생겨난, 한 마리만으로도 심장이 아플 것 같은 고양이가 열 다섯 마리라니?
귀여워서 미치기 일보 직전의 표정이 있다면 지금 이예지가 짓고 있는 표정일 것이다.
- 아아······!
야옹. 야오오옹!
그걸 같이 보고 있던 모두의 사무적인 얼굴이 일순간 헤벌쭉 풀렸다.
한 명의 헌터는 그 모습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자식···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사냥감을···크흐, 끄흐으윽!
김민수의 뜨거운 눈물에 모두가 더 어리벙벙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끝으로 짧은 영상이 끝났다.
ㄴ 고양이들 미쳤다, 미쳤어. 진짜 개 귀엽다. 어쩜 저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대부분이 고양이가 귀엽다는 반응이었지만 다른 의견도 있었다.
ㄴ 저것들 다 유해조수 아님? 다 저 호랑이만한 녀석처럼 자랄 텐데, 나중에 사람 물고 죽이면 어떻게 함?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타당한 반응이었다.
ㄴ 막 민가를 털러 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번식도 막 하고?
ㄴ 뉴스 보니까 고자라고 하던데? 번식할 일은 없을 듯.
ㄴ 쟤네는 몰라도 쿠야는 번식시킬 수도 있으니까 더 늘어나지 않을까?
ㄴ 에이, 남양주 문지기가 어련히 알아서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조심 하겠지.
ㄴ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한 사람을 믿고 놔두는 건 좀 안일한 짓 아닐까?
ㄴ 하지만 국가가 나선다면 어떨까? 가! 디! 언!
ㄴ 아무리 그래도 중성화가 깔끔한 답 아닐까?
ㄴ 그 말 본인 앞에서 해보셈. 쿠야 앞에서 너 땅콩 떼야된다 그러면···크흑! 당신은 사람입니까!
ㄴ 아니. 고양이잖아···그리고 고양이 많으면 얼마나 밤에 왱왱 거리고 집값 떨어지는데.
ㄴ 쿠야가 임신시킨 고양이는 철마산에 살지 않음? 쿠야가 데리고 갔잖아. 그런 논리라면 철마산이 고양이 밭이 되고 오히려 민가는 고양이가 없어지지 않을까?
ㄴ 다른 수컷 고양이들에게 애도를······.
ㄴ 그리고 땅값이 떨어진다니 무슨 소리야? 지금 남양주 수호신 때문에 남양주 땅값이 얼마나 떡상하고 있는데?
ㄴ 제발 남양주민이면 정시혁님 응원합시다!
이런저런 말이 많지만, 결국 시혁을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 모든 반응을 보던 시혁이 쿠야를 바라봤다.
“너, 앞으로 무분별한 번식은 금지다.”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쿠야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하아악!
“···아니 이녀석이 하악질을 해?”
시혁의 표정이 더욱 엄해졌다.
“금지다. 알았어? 이미 자식이 많다. 있는 행복이나 간수 잘 해.”
이건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이었다.
행복을 더 늘릴 생각을 하지 말고, 있는 행복의 소중함을 쿠야가 알았으면 싶었다.
으음, 너무 인간적인 잣대려나?
먀우우······.
그래도 귀여운 쿠야는 어느 정도 시혁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시혁이 손을 들어 쿠야에게 내밀었다.
쿠야는 익숙한 듯 거대한 앞발을 들어 그런 시혁의 손을 툭 쳤다.
동조의 하이파이브!
“짜식.”
시혁은 가디언 측이 제공했던 영상을 다시 한 번 돌려봤다. 모두가 쿠야의 자식들을 귀여워해주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 중 으뜸이라면 갑자기 눈물을 터뜨린, 전혀 그럴 것 같이 생기지 않은 김민수와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예지일 것이다.
이예지는 갑자기 생긴 고양이들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고양이들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뒤로 화들짝 물러났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쿠야의 그루밍을 통해 하위호환이나마 불에 대한 내성이 있는 녀석들은 이예지의 온도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버텨냈다.
거기서 또 한 번 멍해지는 이예지의 모습을 보니 시혁이 다 뿌듯했다.
사건이 일단락 된 후 따로 시혁에게 다가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 난다.
- 정말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힘, 모두를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시혁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이런 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해야 한다든지 하는 공리주의적인 대답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예지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진심으로 시혁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그녀의 답은 틀렸다. 시혁은 그러라고 그녀에게 달팽이 기름을 발라준 것이 아니었다.
- 약속 하나 해주십시오. 지금처럼 무리하지 않아도 예전보다 강해졌다면, 더 이상 무리해서 기껏 다시 채워진 수명을 깎지 않기로.
- 노력, 아니. 그리 하겠습니다.
거기까지 떠올린 시혁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달팽이 기름을 제대로 발라준 것이 전혀 후회 되지 않았다.
* * *
시혁이 남양주 수호신이라는 별명을 얻은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융단 폭탄박쥐가 죽으면서 철마산 근처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일단, 바리게이트가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는 철마산 너머로 새로 세워졌다. 일단 간이 철조망으로 구역을 나눈 꼴밖에 되지 않지만, 한 달 정도 더 시간이 지나면 남양주와 철마산을 나눴던 바리게이트처럼 구색을 갖출 수 있을 터였다.
몬스터의 구역이었던 이곳은 여러 건설업체가 뛰어들어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원래 산이었던 곳은 건드리지 않았다. 울타리를 쳤다.
이곳에 몬스터가 살지는 않지만 수호수가 터를 잡고 있다.
쿠야.
300년차 귀환자 정시혁의 소환수는 이곳에서 혹시라도 철조망을 뚫고 나오는 몬스터들을 잡아 남양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킬 터였다.
* * *
“김민수와···아이들. 큭큭! 들어 가셔도 좋습니다.”
“어휴, 이젠 대놓고 웃네요?”
“웃으라고 지은 이름 아닙니까?”
“아니 웃으니까 좋다고요, 좋다고.”
하하하하!
이번에도 유쾌하게 웃어젖힌 김민수와 아이들이 필드로 향했다.
이번엔 새벽이 아니라 대낮이었다.
사실 박쥐가 나와서 새벽에 사냥을 나선 것이지, 다른 지역은 아침에 점심 즈음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녀석들도 자신들을 잘 보지만, 자신들 역시 녀석들을 잘 볼 수 있으니 좋았다.
하늘을 날며, 밤에 나타나서, 여차하면 자폭해 버리는 까다로운 폭탄박쥐 새끼들 보다는 그 너머에 있던 녀석들이 훨씬 편하고 좋았다.
부아아아앙!
개조한 방탄트럭이 전속력으로 전진했다.
짐 싣는 칸의 천장이 없던 트럭은 짐 싣는 칸도 확실히 천장이 있는 녀석으로 바꾸었다.
엔진도 최상급으로 바꿨고, 여기저기엔 뾰족한 징이, 트럭의 앞쪽엔 공성추 비슷한 녀석이 달려 있었다.
이렇게 개조하는 데만 5천 만원이 들었다.
이게 다 투자다.
부아아아아아아앙!
“달려라, 달려!”
오프로드 트럭이 미친듯이 속력을 내며 달렸다.
그러다 마주친 것이 체고 2.5미터에 1톤은 족히 나가 보이는 사슴형 몬스터였다.
위쪽 송곳니가 흡혈귀처럼 뾰족한 이 녀석은 방탄트럭을 바라보더니 멍청하게 달려든다.
꾸아악!
이전의 방탄트럭이었으면 김민수와 아이들이 넘어 갔겠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콰아앙!
거대 고라니라고 명명된 녀석은 찌부러진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탱크마냥 트럭 뚜껑을 연 김민수와 아이들이 무기를 가지고 나와 녀석의 숨통을 끊었다.
“큭큭큭. 이새끼들은 박쥐들이랑 달리 멍청해서 좋아!”
아직 소문나지 않은 사냥터인지라 사람들도 적었다. 곧 남양주로 많은 헌터들이 몰려 와 문전성시를 이루겠지.
그 전까지 열심히 꿀 빨면 되는 거다.
“다 실었으면 가자!”
예!
부아아앙!
숲이나 다름없는 길을 달리며 김민수는 생각했다.
‘이게 다 형님 덕분이다.’
정시혁. 그의 형님. 형님이 융단폭탄박쥐를 죽였기 때문에 이렇게 피지컬만 좋고 멍청한 고라니 밭이 열렸다.
게다가 그가 잡은 폭탄박쥐 63마리 역시 마리당 100만원에 매입되어(융통성 없는 이예지 덕분에) 6300만원을 벌 수 있었다. 게다가 녀석들을 막고 있던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에서 3000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쿠야가 채간 화살촉 폭탄박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이득이었다.
‘뭐, 그 녀석도 새끼 키우려고 그랬던 건데. 지금에 와선 미안하네.’
그때를 생각하니 약간은 머쓱해 진다. 전투가 끝나고 나타난 쿠야의 새끼들을 보고 모든 상황을 이해 했었다. 사실 그때 펑펑 운 건은 좀 머쓱 하기는 했다.
‘지금 내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말이지.’
집에 있는 가족을 생각한 김민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의 동생도 시혁 형님처럼 강했다면, 지금쯤 같이 사냥을 하며 행복하지 않았을까?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김민수가 최대한 다른 생각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상황에 매몰되어 부하들 앞에서 실없이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어떻게 녀석들은 투명할 수가 있는 거지?
참 신기한 일이지만, 김민수에게 일어난 일에 비하면 그건 신기한 일도 아니다.
김민수는 언제나 눌러쓰고 있는 건빵모자를 벗었다.
정수리까지 까져 있던 머리가 어쩐 일에서인지 5센티나 전진해 있었다.
기적과도 같은 일.
시혁은 아니라고 하지만, 형님이 이렇게 만들어 주신 거 아닐까 싶었다.
좋은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
하지만 정시혁은 틈을 주지 않았다.
‘친해질 명분이 없어, 명분이.’
형님 형님 하며 붙어봤지만 참 어려운 사람. 도도한 도시남자였다.
‘언제고 은혜를 갚을 날이 오겠지.’
김민수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눈앞에 거대 고라니가 나타났다.
“속도 올려!”
부아아아아앙!
하지만 김민수와 아이들은 속도를 올린 걸 후회하게 된다.
여타 거대 고라니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온 몸에 철갑을 두르고 있는 녀석이 트럭으로 질주했다.
녀석에겐 거대한 뿔도 있다.
말로만 듣던 철갑 거대 고라니.
저것과 부딪치면 그의 방탄트럭은 산산조각 부서질 터였다.
“머, 멈춰 멈춰어어어!”
끼이이이이익!
급정거라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순간에도 다가오고 있는 철갑 거대 고라니의 거대한 뿔!
이렇게 5천만원을 날리는 건가 싶어 눈물이 앞을 가리던 순간 무언가가 철갑 거대 고라니의 진로를 변경시켰다.
김민수는 핸들을 틀어 가까스로 고라니를 비껴서 나무에 트럭을 박을 수 있었다.
콰아앙! 우직!
나무는 부러지고 신상트럭은 비교적 멀쩡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민수와 아이들이 무기를 챙긴 채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무기를 꽉 쥔 손의 힘이 풀린다.
철갑 거대 고라니의 숨통을 끊은 것은 호랑이만 한 라일락 모질의 고양이.
남양주 수호수, 쿠야였던 것이다.
“임마! 반갑다!”
김민수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적의 숨통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쿠야가 고개를 들더니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맹수의 접근에 ‘아이들’은 절로 뒷걸음질 쳤지만 김민수만큼은 자리를 지켰다.
쿠야의 거대한 앞발이 김민수의 손바닥을 가볍게 쳤다.
마치 하이파이브 하듯.
“너 진짜 우리 말 알아듣는 거냐?”
어흐응.
쿠야는 김민수와 아이들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펄쩍 뛰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김민수는 깔끔하게 죽은 몬스터 사체를 보았다. 너무 깔끔해서 가지고 가면 제값 이상을 받을 것 같았다.
“마정석도 안 먹고 가는 거냐. 이건 대놓고 주는 거잖아······.”
마치 그때의 일을 변상하는 듯한 쿠야의 행동에 사나이 김민수의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졌다.
명분이 생겼다.
이건 전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에 핸드폰을 들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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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의 각성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