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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32화 (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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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으니 전화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전화를 받는 시혁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녀석이 시혁의 손자 손녀들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게 생각나서였다.

또한 녀석도 능글맞게 말을 잇는다.

- 아니 참. 쿠야를 봤는데 전화를 어떻게 안 합니까?

김민수의 말에 시혁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녀석은 잘 있든?”

- 어휴. 잘 있고 말고요. 큰 선물도 주고 떠났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시혁이 피식 웃었다.

바깥에서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시혁이 융단폭탄박쥐를 잡은 후, 정부는 쿠야를 정밀 조사했고 AA급 마수로 결정지었다.

물론 시혁이 기르고 있고, 말은 못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시혁이 주인이라는 것까지 확인하자 마수에서 ‘소환수’로 신분을 상승시켜 주기도 했다.

시혁은 김명석에게 제안했다.

융단 폭탄박쥐가 막고 있던 곳을 쿠야가 대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당연히 정부는 콜이었다.

확인은 안 해봤지만 S급을 뛰어넘을 것이 분명한 초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그 방향성이 효율적이고,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쿠야는 AA급 마수. 듣자하니 융단폭격박쥐는 쿠야가 죽였다고 하니까.

그때, 정부는 아예 더 통 큰 제안을 해 왔다.

아예 철마산을 시혁에게 준다는 것이다.

철마산은 국유지.

정부의 것이다.

때문에 보통은 절대 개인소유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시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만한 돈이 없다고 말하자, 시혁이 잡은 수천 마리의 폭탄박쥐와 융단폭탄박쥐에 대한 보상의 7할을 지불하지 않는 대신 철마산을 양도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자는 말을 들었다.

시혁은 잠깐 멈칫했다.

주고 받았다고는 하지만 묘하게 가디언이, 정부가 시혁에게 좀 더 쳐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호의를 받아서 마음이 불편한가?

대답은 ‘아니다’ 였다.

‘잘 지내야 하는 쪽을 하나 고르라면, 가디언인 것 같으니까.’

살아가며 서로 돕고 사는 관계가 꼭 필요하다면, 시혁은 가디언이 편했다.

시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시혁은 철마산의 주인이 되었다.

물론 잔금도 두둑이 받았다.

무려 21억 원.

철만산을 양도받은 것을 감안 하고서라도 상당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 그나저나 형님. 쿠야 새끼들은 지금 잘 자라고 있습니까?

“잘 있지. 지금도 아주 잘 뛰어놀고 있다.”

시혁이 60평의 큰 집을 마련해서 다행이었다. 15마리의 고양이들이 깨발랄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 나중에 더 크면 저 한 마리 주시면 안 됩니까?

그 말에 시혁이 피식 웃는다.

“글쎄. 단비가 그렇게 둘 것 같지 않다만.”

“꺄하아아!”

야옹.

야오오옹!

지금 이 순간에도 단비는 낚싯대 두 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열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엄청난 환심을 사고 있었다.

요즈음 들어 매일매일 시혁의 집에 단비가 놀러와서 시혁 또한 흡족한 상태다.

아마 녀석들의 절차가 끝나면 철마산에 풀어놓고 키워도 되겠지.

단비가 철마산에 와서 고양이들과 놀면 그림이 너무 예쁠 것 같았다.

시혁은 김민수의 치근덕 거림(?)을 적당히 받아넘기며 전화를 끊었다.

“언제 봤다고 형님 형님 하는지 원.”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시혁은 웃고 있다.

넉살 좋고 유들유들한 김민수가 시혁은 그리 싫지 않았다.

돈돈 하며 밝히는 놈이지만, 시혁에게는 뭔가를 바라지 않고 시혁이라는 사람 자체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게 눈에 너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 한 명이 시혁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

“예, 본부장님. 전화 바꿨습니다.”

- 하하하. 기쁜 소식 전해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쿠야의 아이들의 절차가 끝났으니 이제 철마산에 풀어서 키우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 그런데···음, 다만 조건···이라기보다는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테이머 분야에서 권위 있는 가디언이 한 명 있는데···언제고 한 번 쿠야와 쿠야의 새끼들을 보고 싶어 해서요. 언제 날 잡아서 한 번 뵙고 싶다는데 괜찮으실까요?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시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경우가 세계 최초일 테니 그쪽 권위자도 이 상황이 궁금할 것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자 또 한 번의 전화가 울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낚싯대로 고양이들과 놀아주던 단비가 이상했다.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며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단비야 왜 그러니? 무슨 일 있어?”

“···어어, 삼쫀! 허공에 글씨가 써져 있어.”

허공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단비는 허공을 가리키며 한 자 한 자 똑바로 읽어 갔다.

마치 자신도 글자 정도는 잘 읽을 수 있다고 자랑 하듯 말이다.

“동물들···의···친구. 로 각성···하, 셨습니···다! A그으으읍!”

“······?”

단비는 자신이 저 글씨를 다 읽었다는 것에 기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혁은 당황했다.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단비가 각성했다.

시혁의 놀람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단비는 각성스킬을 여과 없이 사용해 버렸다.

갑자기 두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야! 친구하자!”

냐옹!

야오옹~!

“이름? 어···대빵이랑 쪼꼬미!”

단비의 손가락에서 노란색 기운이 뿜어지더니 대빵이라고 불린 녀석과 쪼꼬미라고 불린 녀석을 감쌌다.

공교롭게도 두 녀석은 시혁이 오징어먹물을 발라준 처음과 두번째 고양이이기도 했다.

녀석들이 단비에게 다가가 볼을 부볐다.

고양이 언어로 따지면 ‘너 내꺼’라는 표식이다.

그르르르르릉.

“······.”

시혁이 어어 하는 사이에 단비는 두 고양이와 계약을 맺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른 고양이들과도 소통을 하더니 하나 둘 계약하기 시작했다. 결국 15마리 전부와 계약을 마친 단비가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삼촌 나 친구 생겼어!”

“네가 웃으니 나도 좋긴 하다만······.”

야우웅.

야오오오옹!

열 다섯마리가 단비의 곁으로 와서 경쟁하듯 볼을 부비고 갖은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중요한 건 단비와 녀석들이 붙어 있으니 녀석들의 기운. 그리고 단비에게서 뿜어지는 생명력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거였다.

마치 같이 있으면 서로가 서로로 인해 강해지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시혁은 떨어뜨렸던 스마트폰을 쥐고 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너희 같이 있냐? 그···내 집으로 와야 할 것 같다. 그게···단비가 각성했어.”

* * *

가족회의가 열렸다.

시혁은 단비가 허공에 보인다는 것들을 써달라고 요청했고, 단비는 어려움 없이 공책에 자신의 눈에 보이는 글씨를 적었다.

아직 삐뚤삐뚤한 글씨였지만 알아보는 데에는 충분했다.

직업 : 동물들의 친구(A)

스킬 : 소통하기(C), 친구맺기(B)

보통 직업란에 적힌 것이 단비의 잠재력이다. A라고 쓰여 있으니, 단비는 A급 까지는 무난하게 올라갈 것이다.

거기에 나중에 호랑이기름까지 바른다면 AA급. 노력 여하에 따라 S급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아직 스킬들의 레벨이 부실하지만 헌터인 두 부부는 알았다.

시드 스킬이 무려 2개다. 저 스킬들이 성장하고, 그러면서 스킬트리가 활성되면 더더욱 엄청난 스킬들이 생길 거라는 것을 말이다.

거기까지 확인한 정시아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이 정도면 무조건 시켜야 되는 거긴 한데······.’

하지만 무엇보다 단비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

정시아는 단비를 불렀다.

대빵이랑 쪼꼬미와 놀고 있던 단비가 우다다 하고 달려왔다.

“응!”

“단비야. 단비는 크면 뭐가 되고 싶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비의 꿈은 의사였다.

엄마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물론 정시아는 의사가 아니고 단비가 잘못 알고 있는 거지만 굳이 그것을 정정하지 않았었다.

아무래도 의사는 노력을 하면 닿는 길이지만 힐러는. 각성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었다.

단비가 각성자가 될 리 없다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비의 대답도 바뀌었다.

“나 각성자 될거야! 각성자 돼서 많은 동물들과 친구할 거야! 그리고 강해지고 강해져서 엄마랑 아빠랑 삼쫀이랑 다 지켜줄 거야!”

그 말에 가족들의 얼굴에 예외없이 포근한 웃음이 지어진다.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시기도 절묘하다.

내년에 단비는 학교를 가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각성자 아카데미에 보내야 겠네.”

김창익에 말에 모두가 동조했다.

대부분 각성은 18세 이후로 하지만 때로는 그 전에 계기가 생겨서 각성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그들을 잘 키워보자고 만들어진 것이 한국 각성자 아카데미다.

물론 각성 했다고 다 아카데미에 가는 건 아니다.

각성자 아카데미의 등록금은 상당히 비쌌으니까. 분류별로 각성자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기에 초빙해야 하는 교사와 사용해야 하는 각성자용 도구들, 몬스터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그나마 정부가 5할 이상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더욱 비쌌을 것이다.

물론 평범한 학교에 다니게 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하지만 걱정이 많아서인지 문제가 될 소지부터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평범한 학교에서 단비가 별종 취급을 받고 놀림을 당하며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을지도, 그 반대로 상처를 줄지도 몰랐다. 어린아이들에게 있어 특별함이란 것은 어른의 기준으론 모두 파악하지 못할 만큼의 변수였다.

하나뿐인 딸, 제대로 키워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정시아와, 김창익이라 더더욱 이런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몰랐다.

정시아 부부가 아직도 서울을 꿈꾸고 있었으면 고민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니까.

하지만 이제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돈에 여유가 있었다.

자식을 장성시키는 데에 드는 자금을 채울 재력이 물리적으로 충분했다.

시혁도 한 손 거들고 싶었다.

“단비가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된다면 나도 보태마.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 말에 정시아와 김창익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할 수 있어. 그냥 삼촌으로서 나중에 용돈이나 두둑하게 챙겨주면 그걸로 족해.”

“그래. 이미 많은 걸 해줬다. 우리가 이렇게 등급이 오르고 한 것도 다 네 덕이야.”

“거참.”

시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너네가 아무리 고집 부려봐라. 해주고 싶을 때 해줘야만 직성이 풀리는 시혁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웃음은 곧 경악으로 물든다.

시아가 한 한마디 때문이었다.

“오빠는 자리 잡고 결혼할 생각이나 해. 평생 혼자 살 거야? 고자도 아니고 말이야.”

“···아니, 고자라니 말이 좀 심하지 않니?”

시혁은 주변을 살폈다. 단비가 들을까 봐서였다. 하지만 단비는 이미 저만치 떨어진 채 새로사귄 열 다섯 마리의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어서 이곳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전혀 심하지 않아. 언제까지 석영언니 생각하면서 늙어갈 거야? 오빠. 여긴 이세계가 아니야. 나이를 먹는다구. 난 오빠가 여기 오자마자 연애 할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멀쩡한 사람이. 진짜 만나는 사람 없어?”

한 사람이 잠깐 떠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나마’일 뿐이다.

“없지.”

“에휴···참다 참다 말하는 거야. 난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구.”

“지금도 행복해.”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무 우리만 보면서 살지 마. 우린 오빠가 너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아주 잘 나가고 있으니깐.”

정시아가 그리 말하며 김창익을 꽉 끌어안고 자랑하듯 말한다.

“나는 이미 듀얼 클래스 심사에서 통과했어. 등급도 B급으로 향상 됐고. 오빠한테 말은 안 했지만 우리 여보도 길드에서 인정 받아서 팀장으로 승급한 지 좀 됐어. 연봉도 많이 올랐고! 부서도 던전이 아니라 필드로 바뀌었고! 이번에 오빠 덕분에 열린 거대 고라니 필드 있잖아? 그 필드가 요즘 노다지라고 여기저기 중소형 길드들이 달려들고 있어. 아마 그 대열에 우리 오빠도 낄 것 같아. 팀장으로!”

그 말에 시혁은 뛸 듯이 기뻐했다.

“뭐야. 왜 말 안 했어? 축하한다, 매제!”

그 말에 김창익이 피식 웃는다.

“네가 남양주 수호신이 된 마당에 무슨 생색을 내겠냐?”

“그거랑 이거랑은 당연히 다르지 인마.”

“하하···그런가? 그럼 지금이라도 축하해 줘라!”

“지금 축하해 주고 있잖아. 축하한다!”

화기애애한 가운데 정시아가 못 박듯 말했다.

“그러니까 우린 괜찮아. 그러니 오빠는 누군가를 만나서 행복해 줬으면 좋겠어! 단비도 사촌동생이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지금 낳아도 7살 차이라구?”

“···못 하는 소리가 없다.”

모두가 화기애애했다. 시혁도 웃었고, 여동생도 웃었고, 단비도 해맑게 웃었다.

단 한 사람. 김창익만이 달랐다.

아니, 녀석도 웃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그 행복한 웃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어둠이 보이는 건 시혁의 과한 추측일까?

대마경에서 벼려진 직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저 녀석, 뭔가 있는데.’

시혁의 눈매가 좁아졌다.

거대 고라니 필드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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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자 친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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