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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주머니(C)
강철만을 넣을 수 있는 아공간을 제공하는 스킬이다.
강철 소환(B)
강철 주머니에 있는 강철을 가루 형태로 뽑아낼 수 있는 스킬이다.
그저 강철을 저장하고, 그것을 가루 형태로 꺼낼 수 있는 스킬들.
때문에 이상근은 A급으로 올라올 때까지도 자신의 특성은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얻은 하나의 스킬이 두 계륵을 금덩이로 바꿔 놓았다.
소환체통제(A)
이 스킬은 그를 A급에서 S급으로 격상시켜 놓았다.
뽑아낸 강철을 몸에 두르고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시혁에게 문자를 보낸 직후부터 강철을 뽑아냈고, 다섯시간 만에 시혁이 도착했다.
1분에 100KG의 철가루가 소환 가능하다.
다섯 시간 동안 그가 뽑아낸 철가루는 30톤.
공교롭게도 강철 주머니에 들어 있는 거의 전부의 양이었다.
그것이 시혁에게 달려드는 이상근의 등으로 빠르게 달라붙었다.
시혁의 코앞까지 다가갔을 땐 덤프트럭 만 한 주먹이 등 뒤에 매달린 채 이상근이 휘두른 주먹과 똑같은 방향과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놀란 시혁이 뒤로 물러났다. 그가 밟고 있던 땅이 문자 그대로 30톤 짜리 철덩어리에 맞은 것처럼 움푹 파였다.
“······이건 뭐.”
시혁이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2미터도 되지 않는 이상근의 등 뒤에 5미터 가량의 주먹이 자라나 있으니 이 얼마나 기괴한 모습이란 말인가.
“이런 거, 만화에서만 보던 거 아닌가? 각성자들의 스킬이란 건 참으로 기괴하군.”
그 말에 이상근의 입 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다.
곧 등에 붙어있던 30톤의 주먹이 그에게로 흡수되며 5미터 가량의 철갑거인이 완성된다.
명치가 있어야 할 부분엔 녀석의 얼굴이 자리한다.
이것 또한 상당히 기괴한 모습이다.
놀라웠다.
“그 정도 무게를 짊어지고도 그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다니. 각성자들의 스킬이란 건 참으로 오묘하단 말이지.”
여유를 부리는 듯한 시혁의 말에 이상근은 대꾸하지 못했다.
30톤을 힘을 몸에 붙잡아 두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콰아앙!
이상근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말 그대로 S급 각성자의 움직임.
30톤을 온 몸에 이고 움직이는 거라곤 생각하지 못할 만큼의 빠르기였다.
이번엔 시혁도 도망치지 않았다.
30톤 거인의 육탄박치기를 양 손을 펼쳐 감당하기로 했다.
콰콰콰콱!
터엉!
시혁이 뒤로 쭉 날아가다가 공중에서 자세를 잡았다.
이상근은 시혁의 예상 착지지점에 이미 도착한 후 주먹을 활 시위처럼 당기고 있었다.
30톤의 무게에 2미터의 리치를 가진 체고 5미터의 거인이 제대로 휘두른 주먹이 시혁에게로 날아온다.
공중에 뜬 시혁은 그것을 주먹으로 맞 받아쳤다.
꽈앙!
거인의 주먹이 맥주캔처럼 찌그러졌다.
쿵 쿵 소리와 함께 30톤의 거구가 두 발자국 물러났다.
땅에 발을 디딘 시혁이 자신의 주먹을 보았다.
샌드백을 맨손으로 휘둘러 빗겨 쳤을 때처럼 까져서 붉어져 있었다.
“얼얼하군.”
확실히, 엄청난 무게에서 나오는 강철주먹은 얼얼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시혁의 발바닥이 청록색 기운으로 물들었다.
콰앙!
밟고 있던 바위가 부서진다.
빠르게 거리를 좁힌 시혁이 회축을 돌아 뒤꿈치로 거인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거인은 아름드리 나무 다섯 개를 분지르고서야 멈췄다.
“크헉···!”
이상근의 입에서 피가 토해졌다.
온 몸에 강철을 둘렀지만 충격을 다 받아내지는 못했다.
쓰러진 5미터의 거인. 그 거인의 명치 위로 시혁이 착지한다.
이상근을 내려 보는 눈동자에 더이상의 호기심은 남아있지 않았다.
“이 정도의 강철을 자유롭게 들고 뛰는 몸뚱이가 어찌 이리 빈약하지? 이게 스킬이라는 녀석의 한계인가?”
일부러 맞받아 봐서 알아낸 사실은, 적어도 이 강철거인은 시혁과 어느 정도 힘겨루기가 가능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 힘을 내는 육체라면 그만큼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상근의 육체는 풀메뚜기의 힘을 두른 시혁의 돌려차기 한 방에 피를 토할 정도로 비루하기 그지없었다.
상대해 본 결론은, 스킬이란 녀석은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대신 분명한 약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쪽 짜리.”
시혁의 발이 벌레를 밟기 직전처럼 들어올려졌다.
발바닥엔 청록색의 기운이 만연하다.
“죽기 전에 할 말은.”
쿨럭!
다시 한 번 피를 토한 이상근이 씹어뱉듯 말했다.
“내 아들은···뭐라고 하며 죽었나.”
시혁의 얼굴이 측은하게 변했다.
아버지라도 찾으며 죽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인가?
시혁은 굳이 이 녀석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살려 주세요 제발. 너도 그리 말할 텐가?”
“······.”
잠시 멍해져 있던 이상근이 씨익 웃었다.
“그걸 듣고도 내 아들을 죽인 놈이 잘도 그렇게 지껄이는군.”
“나는 창익이랑 다를 수도 있지.”
“······무슨!”
“잘 가라.”
시혁의 발이 이상근의 얼굴 아랫부분을 짓밟았다.
콰앙!
쩌저적!
시혁의 발이 두터운 강철을 뚫고 들어갔다.
강철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더니 유리처럼 깨졌다.
통제력을 잃었는지 이상근을 감싸던 모든 철이 가루가 되어 작은 동산을 만들었다.
철가루 냄새와 약간의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죽은 줄 알았던 이상근의 손이 시혁의 팔을 꽉 쥐었다.
“내가···죽어도, 넌 죽이고···간다···했다!”
그렇게 30톤에 달하는 철가루가 시혁과 이상근을 향해 압축 되며 거대한 공이 되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공이 용암처럼 백열하더니 부글부글 끓어 오르며 증발하기 시작했다.
30톤의 철구가 증발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황금불길에 휩싸인 시혁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다 태우기엔 범위가 너무 넓었는데, 알아서 이렇게 모아주다니 오히려 시혁의 입장에선 녀석의 자폭이 고마웠다.
물론 고마워할 대상은 철보다 먼저 증발해 사라진 지 오래였다.
10대길드의 아성을 깨부술 언더독이라 불리던 드레이크 길드의 길드마스터 이상근은 그렇게 세상에서 증발했다.
시혁의 몸이 어둠 속으로 스며 들었다.
마치 이곳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 * *
한편 그 시각, 한국 귀환자 협회의 새로운 협회장 이만식은 갖은 업무에 치여 살고 있었다.
아직 정식으로 협회장 취임도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그의 하루는 바빴다.
아직도 세간에서는 협회장이 자신이 아니라 이진혁인 줄 알고 있다.
아무도 이진혁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그 당시에 현장에 있던 십수 명의 귀환자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십수 명의 입에서 단 한 마디조차 새어나가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데스웜을 기반으로 한 철권통치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야기가 새어 나가면 반드시 색출 당해서 머리가 터질 텐데 실수로라도 이진혁이 죽은 사실을 발설할 멍청이는 귀환자 중에 없었다.
그때, 방문을 열고 간부 하나가 들어왔다.
“협회장님. 협회장님을 찾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만식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진혁은 지금 폐관 수련을 하고 있다고 했을 텐데?”
실제로 데스나이트가 된 이진혁은 신체 강화의 마법에 노출되고 있었으니 폐관수련이 맞다.
그리고 모두가 이진혁이 협회장인 줄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해서 반려하면 되는 안건을 왜 자신에게 들고 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게···전화를 건 것이 한각협의 협회장입니다.”
“······!?”
한각협.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인 현무진.
대한민국 각성자 랭킹 1위에 빛나는 뒷방 늙은이가 무슨 일로 전화를 주었단 말인가?
“반려 할까요?”
“···아니. 이미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알고 전화를 한 것일 텐데 여기서 반려할 순 없지.”
정확히는 안 받고 싶지만, 나중을 위해서라도 받아야만 한다.
그렇게 이만식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 바꿨습니다.”
잠시간의 침묵.
- 역시···당신은 이진혁 귀환자가 아니로군요.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노인의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다음 날이 걱정되는 그 목소리를 이만식이 되받았다.
“새로 부임한 이만식이라고 합니다.”
- 하하···그렇다면 이진혁 귀환자는 죽은 겁니까?
“살아났죠. 괜찮습니다. 그저 제가 협회장이 된 것뿐입니다.”
애매한 말이지만 오롯한 진실이기도 했다.
죽었다는 말보다는 정보를 교란시키는 데에 탁월한 말이었다.
상대방 역시 별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간다.
-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이거 다른 걸 물으러 전화를 걸었다가 축하를 하게 됐군요.
“감사합니다. 조만간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겁니다. 그때 마저 축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젠 무슨 일로 전화를 하신 건지 들어볼까요?”
- 흘흘···단도직입적인 것, 좋군요. 그렇죠. 서로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말입니다. 특히 제 쪽이 더욱 소중하겠죠. 아이러니 하게도 말입니다.
300살 가까이 살고 있는 이만식에게 이제 막 100세를 넘은 이가 저런 말을 하면 이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신체나이로 치면 이만식이 70세도 되지 않은 반면 눈앞의 노인은 말 그대로 100세 노인이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92세에 각성해서, 아직까지 죽지 않고 각성자 협회의 수장 자리를 오롯이 지키고 있는 인물.
아무리 리치가 되었던 이만식이라지만 존중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말씀하시죠.”
그래서 웬만한 대외비가 아니면 후하게 이야기 해줄 생각이었다.
그의 질문을 듣기 전까지는.
- 저는 정시혁 귀환자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습니다.
······.
“왜···그에 대해 물어 보는 겁니까?”
- 저희 협회 쪽에 있던 드레이크 길드가, 아무래도 그에게 당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길드에 가입된 귀하디 귀한 S급 각성자가 그렇지 않은 이에게 죽었습니다. 귀환자와 사투 끝에 죽었다면 따져 물으러 전화를 했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에 대한 정보를 물으려던 겁니다. 적을 알아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왜 그리 생각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결과를 도출해 낸 적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아마 사물의 기억을 보는 싸이코 메트리 같은 능력이 아닐까?
“그를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 아무래도, 본때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 말에 이만식은 쾌재를 불렀다.
시혁을 죽여줄 것 같다거나, 시혁과 저쪽이 양패구상을 할 것 같기 때문이 아니었다.
‘알아서 지옥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겠다는데 말릴 필요가 없지.’
존중하는 상대이건 뭐건 간에, 새로 취임한 그에게 있어 한국 각성자 협회는 언젠간 상대해야 할 산이었다.
하지만 이만식은 그럴 수 없었다.
진실만을 말해야 해서? 아니다.
진실만을 말하면서도 정보를 왜곡 시키는 것쯤은 그에겐 쉬운 일이었다.
‘차라리 전화를 받지 말 걸 그랬군.’
그랬다면 검수할 길이 없는 한각협회장은 시혁을 그냥 치는 병신 같은 선택을 했을 텐데 괜히 전화를 받아버려서 그럴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몰랐으면 몰랐지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이상 이만식은 사실만을 말해야 했다.
자신을 건드린 한각협을 처리한 정시혁의 분노가 자신을 향할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이만식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손해 보는 진실을 말할 생각이었다.
“그를···건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정시혁이 혈혈단신 이곳에 와서 어떤 짓을 벌였는지 낱낱이, 필요 이상으로 말했다.
그것을 묵묵히 듣던 현무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 귀찮은 상대라는 건 확실하군요.
“아마 그는 자신을 건들지 않으면 아무 해악도 끼치지 않을 겁니다.”
- 그가 가디언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 문제겠죠. 그런 이가 가디언으로 넘어간다면 대한민국의 세력구도가 바뀌니까요. 아니 그렇습니까.
이만식은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설명을 해 주었으니 이 이후는 자신의 손을 떠났다.
- 어찌 되었건 이렇게까지 설명해 주니 고맙군요. 당신과도. 아니, 당신의 한귀협과는 더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안녕 하시길.”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후우.”
이만식은 자신의 목에 갖다 대어졌던 운명의 칼날이 자신을 비껴 나갔다고 확신했다.
이제 여기서가 갈림길이었다.
“···그에게, 이 사실을 고해야 할까?”
왜냐면, 전화를 한 번이라도 걸면 정시혁이라는 태풍으로 가까워져야 하니까.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면 말려들어가지 않으려고 발악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최선을 다 했다. 여기까지야.”
더군다나 그에겐 넘어야 할 그만의 산이 존재했다.
벌써, 이번 달에 상납해야 할 상납금을 국제 귀환자 협회. 국귀협에 보내지 않은 상태다.
“언젠간, 찾아오겠지.”
국제 귀환자 협회 협회장.
이만식은 그를 상대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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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창설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