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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37화 (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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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시혁은 잠에서 깨어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역시···라면은 아무리 배달이 빨라도 불어서 오는구나. 가서 먹는 거랑 맛이 전혀 다르네.”

이럴 거면 집에서 그냥 끓여 먹었지.

하지만 괜찮다.

이걸 다 먹고 또 끓여먹으면 되니까.

- 제한시간이 지나도 브레이크가 오지 않는 던전이 등장해 또다시 화제입니다. C급으로 판명 난 이 던전은 C급 헌터 5인 파티가 도전해서 4번이나 실패한 던전으로서, 한 달 전 F급으로 등장해서 9차 만에 클리어 되었던 이른바 ‘헌터지옥 던전’과 같은 유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모두에게 심어주고 있는데요. 때문에 이번엔 길드랭킹 7위에 빛나는 불사조 길드의 A급 정예들이 나선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이번 파티에 들어가는 리더는······.

시혁은 계속해서 뉴스를 탐독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고라니 필드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아무리 사냥터 안쪽이라고 해도 굉음이 들리고 빛이 번쩍번쩍 거렸을 텐데, 뉴스에선 그에 관련한 아무것도 보도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세간엔 아무것도 나오고 있지 않았다. 따로 연락이 오는 단체도 없었다.

이런 부분으로 연락이 오면 준비해 둔 말이 있었는데, 쓸 일이 없게 되었다.

“뭐, 이 상황이 베스트이긴 하지만.”

시혁은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렇게 아침겸 점심을 먹고, 4시간 정도 늘어져 있다 보니 전화 한 통이 왔다.

정시아였다.

“여보세요. 일하고 있겠네.”

- 일은 무슨 일이야? 사표 냈어.

“호오, 진짜 그만 둔 거야?”

- 당연하지. 우리 길드 만드는 거 아니었어?

“그렇지.”

- 빨리 와. 길드 만들어야지.

“추진력 하나는 정말 대단해. 어디로 가면 되냐? 헌터 등록소로 가면 되나? 알아보니까 등록증 들고 가야 된다던데.”

시혁의 말에 정시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그거 너무 옛날 정보 같은데. 집에서도 만들 수 있어.

“······?”

- 그냥 우리 집으로 와. 신분증이랑 가디언에서 받은 귀환증명서 꼭 가져오고.

“······.”

시혁은 챙길 걸 챙기고 정시아의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맞은편 아파트 단지에 살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 * *

“삼쪼오오온!”

문을 열자마자 단비가 시혁을 반긴다.

단비를 무등 태운 시혁이 시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정시아는 컴퓨터 앞에서 한참동안 씨름 중이었고, 그 옆에는 창익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멀뚱히 선 채 시혁을 보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시아는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시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귀환증명서랑 신분증 가져왔지?”

시혁의 손에서 그것들을 건네받은 시아가 스마트폰으로 그것들을 앞뒤로 찍더니 다시 되돌려 주었다.

“와···요즘엔 진짜 집에서도 길드 등록이 가능한 거야?”

“전부 가능한 건 아니고, 사전에 등록 해놓고 확인 절차만 등록소에서 받으면 돼. 대부분 길드마스터가 가는데, 길드원이 대리인으로 참석 가능하긴 하니까 귀찮으면 내가 알아서 다 할게~”

그리 말하며 이것저것 등록하는 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서 움직여 주는 이 상황이 시혁은 든든했다.

시혁이 넌지시 말했다.

“난 그냥 길드만 만들어지면 되는데, 혹시 길드 마스터는 너희 중에 한 사람이 할 생각은 없어?”

그 말에 모니터에서 시선을 뗀 시아가 이상한 사람 보듯 시혁을 보았다.

“오빠가 얼굴마담을 해야 의미가 있지. 그래야 다른 놈들이 우습게 보지 않을 거 아니겠어?”

“그건 또 그렇네.”

“그리고 길드마스터가 세금 내요. 돈 많은 사람이 내시라구용.”

“그, 그래.”

정시아는 그렇게 전산작업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

시혁도 등록을 끝마쳤고, 정시아 본인과 김창익도 넣었다. 단비도 집어넣었다. 얼마 전에 각성 심사를 받고 F급 자격을 받은 상태인지라 문제 될 건 없었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길드 창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알기에, 길드 창설의 조건은 B급 이상의 헌터가 길드 마스터여야 하며, 길드마스터를 포함한 각성자의 총원이 4명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시아의 얼굴이 멍하게 변했다.

“···작년부터 5명으로 바뀌었다고···하네?”

시혁과 시아, 창익. 그리고 단비까지 4명이다.

한 명의 각성자가 부족했다.

“쿠야를 끼면 어떨까?”

쿠야는 분명 AA급 판정을 받은 소환수이다. 하지만 소환수라는 것이 문제였다.

“안 되지······.”

“아······.”

“음······.”

모두는 고민에 빠졌다.

한 명이 부족한데, 그 한 명을 어디서 채운단 말인가?

“창익오빠. 아는 헌터 중에 믿을만 한 헌터 없어? 이바닥 소문 좋은 그런 헌터 말이야.”

“···시아야. 나 이 바닥에 소문 쫙 나서 오히려 내가 소문이 안 좋아······.”

“아······.”

“시아야말로 괜찮은 힐러나, 아니면 다른 헌터 없어?”

“보건소에서 일 하면서 인맥 다 끊겼지···던전도 안 들어가는 헌터생활을 몇 년이나 했는데, 남아 있겠어?”

“그건 그래······.”

“음······.”

시혁도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아는 인맥 중에는 없을까?

하지만 가디언 쪽 인맥만 아는 시혁이 떠올릴 수 있는 인맥이라면 김명석과 이예지 정도밖에 없었다.

김명석은 가디언 본부장이고, 이예지 역시 그곳에서 팀장 혹은 본부장 대리를 맡고 있다.

“공무원은 투잡 불가능하지?”

“······.”

“아니, 그냥 답답해서 해본 소리야.”

그렇게 모두가 끙끙거리고 있어 봤자 해결책은 없었다.

밥때가 다 된 걸 인지한 시혁이 벌떡 일어났다.

“고민할 땐 자파부리지.”

자파게티와 너부리를 섞은, 둘 중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조합의 라면을 만들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제불능이라는 듯 고개를 젓는 정시아였지만 내심 오빠가 끓여주는 라면은 언제나 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다.

“···정말 못 말려.”

“흘흘흘.”

그렇게 주방으로 가서 물을 올렸다.

4명이 먹을 거고 한 명은 어린 단비인 만큼 8개 정도 끓이면 모자람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물 끓기만을 기다리던 시혁의 스마트폰에 하나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니 이미 4통의 전화도 온 상태였다.

발신자는 모두 단 한 명.

그 한 명이 남긴 문자를 보았다.

[술 한 잔 마셨습니다···형님이 전화를 안 받으셔도···제 마음 몰라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제 첫인상이 별로였을 수 있습니다. 밤낮으로 고민하다가 글 남깁니다. 저 정말 진솔하고 좋은 놈입니다···저의 진심이 느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으음, 그냥 무음이라 못 받은 거다만.”

한참을 바라보던 시혁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아 예, 형님. 전화 받았슴다.

“취했냐?”

- 많이 안 마셨슴다. 그냥 답답해서요···흐흐. 잘 계심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너 길드 가입되어 있냐?”

그 말에 김민수가 잠시 멈칫 한다.

- 팀으로 활동하곤 있지만 길드는 아직······.

“그럼 찍어주는 주소로 와라. 길드 만드는데 네가 들어오면 되겠다.”

- ···예?

“어디냐.”

- 저, 저 남양주 XX에 있습니다!

다행히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식으면 맛없다. 10분 안에 와라. 와서 해장해라.”

- 자, 잠깐요! 형님?

전화를 끊은 시혁이 물을 더 넣고 냉장고에서 파를 추가로 꺼내 송송 썰었다. 아, 너부리와 자파게티를 하나씩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조미료를 추가한 후 국물 좀 자작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콩나물이 없네. 그래도 술 먹었다는데 사오라고 할 걸 그랬나.”

* * *

10분 후. 김민수가 도착했다.

시혁은 이미 10인분의 라면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저, 저 왔습니다 형님.”

“왔으면 앉아라.”

김민수가 쭈뼛쭈뼛 걸어와 6명이 앉아도 되는 큰 상의 귀퉁이에 앉았다.

“술 많이 먹었냐.”

“음, 그렇진 않습니다.”

“아직 먹을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배 많이 고프진 않지?”

“···아휴, 기다릴 수 있습니다.”

곧 화장실을 다녀 온 김창익이 시혁의 옆에 앉았다.

김민수와 김창익의 시선이 마주친다.

둘의 첫 인상은 이러했다.

‘못생겼네.’

‘으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참 되다 만 얼굴이로구나.’

“반갑습니다. 김창익이라고 합니다.”

“김민수라고 합니다.”

둘은 서로 손을 잡았다.

꽈아악.

조금씩 힘이 들어간 손아귀들. 묘한 신경전이 흐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혁의 말이 이어졌다.

“설명했다시피 길드를 만들 거다. 4명밖에 없는데 5명이 정원이라, 혹시 괜찮으면 길드 가입하라고.”

“···강제적인 겁니까?”

“당연히 아니다. 좀 시간을 두고 다른 사람을 찾아도 되는데, 너라면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서 부른 거야.”

“그 말씀은 정말 감동입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김민수는 시혁이 자신을 찾아줘서 감동했다.

친해지고 싶어서 계속 치근덕 거리는 것도 한 두번이지, 자신의 마음은 둘째 치고 무조건 들이대는 건 상대방에게도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을 정리하려고 장문의 문자까지 보내게 된 건데 이렇게 답장이 오다니?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만들 길드의 가입 제안이라니 얼마나 기쁠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짚고 넘어가야 했다.

“형님. 전 A급 헌터입니다. 형님은 AA···아니, S급도 넘는 분인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형님의 길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김민수의 올곶은 시선이 김창익에게로 향한다.

“전 제가 인정하지 않은 사람을 형님으로 모실 생각이 없습니다.”

그 말에 김창익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면전에서 이런 말을 듣는데 웃는 건 호인이 아니라 병신이다.

“B급이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만?”

“그렇다면, 저와 결판을 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길드에 들어가고는 싶습니다만, 이대로 들어가면 전 확실히 서열에서 당신에게 밀리겠죠. 전 그건 찝찝해서 싫습니다. 형님 대접을 받고 싶으시다면 형님인 이유를 저에게 가르쳐 주셔야겠습니다.”

주제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민수 나름의 소신발언이었다.

“사나이 김민수, 한 번 몸 담은 곳엔 뼈를 묻습니다. 그런 저에겐 더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시혁은 이 상황에서 둘을 중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김창익의 눈동자에서도 김민수의 것과 같은 불똥이 튀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훌륭한 동생 두려면 형님 인증을 해야 겠군.”

“절 이기신다면, 덮어놓고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그냥 서로 존대 하면서 지내는 겁니다. 나이도 있으시니 차마 저를 형대접 하라고 말하진 못하겠군요.”

둘 사이에 살벌한 기류가 흘렀다.

이러다 정말 누구 하나가 굴복하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싸움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그때 도어락이 열리며 시아와 단비가 등장했다.

손에는 콩나물이 들려 있었다.

“아이구 5분이나 늦었네. 오빠, 나 늦은 거 맞지? 면 다 불었지?”

그 말에 시혁이 고개를 저었다.

“원래 설익게 끓여서 괜찮다.”

“다행이다!”

시혁이 콩나물을 씻으러 주방으로 향했다.

정시아도 자리에 앉았다.

당연하지만 남편인 김창익의 옆이었다.

그녀는 습관처럼 김창익의 팔짱을 끼며 김민수를 바라봤다.

“말씀은 종종 들었어요. 저 시혁오빠 동생이구요, 이름은 정시아라고 해요. 창익오빠 와이프이기도 하구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그러면서 내밀어지는 섬섬옥수.

“······.”

김민수는 손을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정시아와 김창익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양반다리를 무릎앉기로 전환했다.

그리고는 김창익에게 말한다.

“지금까지의 무례는 용서해 주십시오, 형님.”

“······?”

김창익은 맥이 탁 풀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언제부터 당신의 형님이죠?”

“이 순간부터 형님이십니다.”

김민수는 자신이 인정하지 않은 사람을 형님으로 모실 생각이 없다.

그리고 김창익의 와이프를 보는 순간 김창익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꼭 물어볼 것이지만 지금은 참았다.

어떻게 저 얼굴로 이런 미인과 결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결 같은 건 좀 더 친해진 다음에 물어봐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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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창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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