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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38화 (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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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김민수는 ‘아이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아이들의 숫자는 총 15명이었다.

파티를 짤 때마다 시간이 되는 녀석들 위주로 짜다 보니 6명, 많게는 8명까지도 함께 동행하지만 언제나 그런 숫자가 유지되려면 15명은 있어야 했다.

그간 김민수가 적적하지 않게 열심히 김민수를 따라서 필드 사냥을 해준 고마운 녀석들.

그 녀석들을 보며 김민수가 사정을 설명했다.

“음···암튼 그렇게 되었다. 길드에 들어가게 되었어. 미안하다.”

그 말에 한 사람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뭐가 미안합니까? 형님 지금까지 길드 못 들어가서 그랬지 들어 가려고는 항상 했잖아요?”

그건 그렇다. 처음엔 김민수도 길드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소문이 안 좋게 나서 김민수가 원하는 급의 길드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고, 덕분에 던전보다는 필드를 돌다 보니 김민수와 아이들이라는 파티를 결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듣자하니 소수정예라면서요? 그럼 높은 등급 던전 돌고 시간 많이 남는데, 그때도 우리 안 쓰실 거면 미안한 거 맞구요.”

“···설마 내가 그러겠냐?”

“아니 그럼 뭐가 미안합니까? 우린 형님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김민수는 목 울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이 녀석들과 길드를 만들려고 했다.

길드를 만들어서 던전을 돌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F급 내지는 E급들 뿐. 그나마 김민수와 오래 함께 한 녀석들의 등급이 C급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길드를 만들어 봤자 유명무실할 뿐 길드의 꽃이라는 던전 사냥은 꿈도 못 꾼다.

때문에 지금처럼 현대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필드 사냥을 고집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만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런 얼굴 하지 마십쇼. 필드에서만 우리 찾아주시면 됩니다.”

“···지금처럼 자주 못 다니니까 그렇지.”

“걱정 마십쇼. 그간 형님 따라다니면서 배운 세월이 얼만데요? 그냥 깊이 안 들어가고 잡으면 형님 없어도 충분히 돌아갑니다!”

“···어, 그건 좀 서운한데?”

으하하하!

애써 유쾌하게 웃는 녀석들에게 김민수는 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형님 가족과 교류하며 안 사실은, 이럴 땐 미안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거였다.

“고맙다. 내가, 혹시 뒷처리부 구하시는지 한 번 물어나 보마.”

뒷처리부란,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서 사체나 마석들을 수거하는 직업을 뜻했다.

종종 마석이나 중요 재료들을 빼돌리는 녀석들도 있다는데, 김민수의 아이들은 절대적으로 믿을만 하니까 길드에도 이득일 터였다.

훈훈해지는 분위기.

“그래서 던전은 언제 돕니까?”

“내일 아침.”

“···이러고 있으셔도 됩니까?”

“지금 내가 술 마시는 것처럼 보이냐?”

확실히 김민수는 몇 시간 째 담겨있는 첫 잔을 비우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길드 이름이 뭡니까?”

그 말에 김민수가 씩 웃었다.

“정시혁과 아이들.”

아······.

뭔가 안타깝게 수긍하는 듯한 그 분위기에 김민수가 다 민망해졌다.

“···이라고 제안했다가 대차게 까였다.”

“다행입니다. 형님의 이상한 센스가 그분에게 번진 줄 알고 걱정했지 뭡니까.”

“다른 멋진 이름 있으니까 걱정 마라. 근데 너희 김민수와 아이들 별로였냐?”

당연하죠!

“······끙.”

* * *

시혁은 단비를 무등 태운 채 산을 오르는 중이었다.

철마산.

그곳의 울타리를 넘자, 철마산 꼭대기에서 황금 빛이 번쩍이더니 호랑이 한 마리가 반갑다는 듯 달려온다.

당연하지만 호랑이가 아닌, 이곳의 터줏대감인 쿠야였다.

“히이익!”

하지만 덩치가 커진 쿠야의 모습을 처음 보는 단비는 대경실색 했다.

약간은 울먹거리기 까지 했다.

하지만 쿠야가 그르릉 소리를 내자 겨우 진정했다.

잠시 후, 시혁에게서 내린 단비가 쿠야에게 졸망졸망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이야 쿠야. 우리 아직 친구지?”

어흥.

단비가 내민 작은 손을 바라보던 쿠야가 그곳에 자신의 앞발을 맞췄다.

그렇게 단비는 쿠야의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쿠야를 따라서 뒤늦게 열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달려온다.

“그 새 더 큰 것 같다, 너희들은?”

야옹. 야오오옹.

시혁은 녀석들의 머리를 하나 하나 쓰다듬어준 후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시혁이 단비를 데리고 이곳에 온 이유는, 이 믿음직한 쿠야에게 단비를 맡기기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단비가 자신이나 부모 곁에서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단비야. 그럼 삼촌 다녀올게요?”

“네, 삼쫀. 일 열심히 하구 오세요!”

단비의 말에 시혁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길드마스터가 늦으면 안 되지.”

시혁은 이미 던전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 여동생 부부와 김민수에게로 향했다.

* * *

시혁까지 모이자 네 명의 던전 인원이 완성되었다.

던전 감독관은 사람의 면면을 확인한 후 나지막이 말했다.

“길드 싸울아비, 맞으시죠?”

그렇다. 길드의 이름은 싸울아비였다.

시혁이 정한 이름은 ‘단비와 가족’ 이었는데 기각되었고, 김민수는 정시혁과 아이들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말해서 모두에게 눈총을 샀다. 그래서 시아에게 그러면 넌 뭐 좋은 이름 있냐고 말했고, 정시아는 자신은 이름을 고르는 입장이라서 생각을 안 해봤다는 뻔뻔한 말로 상황을 모면했다.

그때, 아무 말 않고 있던 김창익이 제안한 길드 이름이 바로 싸울아비다.

- 내가 언젠가 길드를 만들게 되면 하려던 이름이거든?

어감이 괜찮다.

그래서 무슨 뜻인지 검색을 해봤다.

- 무예를 익히어 그 방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네. 괜찮은데?

근데 오히려 김창익이 그 뜻을 듣고 뜨억한 표정을 짓는다.

- 싸우는 아비 아니었어?

- ···아닌 것 같은데?

- 아···그, 그래? 내가 아는 뜻이랑 다르네?

- 아니, 우리중에 아비는 너밖에 없잖아? 이 뜻인 편이 낫지.

피식.

“예. 싸울아비 맞습니다.”

그렇게 짓게 된 것이 싸울아비였다.

길드 이름까지 확인한 던전 관리원은 자신이 할 일을 했다.

“이곳은 B급 던전이고요, 던전 이름은 붉은 개미 던전입니다. 아마 D급 불개미들이 나올 겁니다. D급 몬스터가 나오는데 B급으로 책정한 건 그만큼 많은 녀석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디팬스형 던전이기 때문입니다.”

그밖에도 적잖은 설명이 지나고 나서야 감독관은 던전에 들어가도 좋다는 허가를 내 주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반납했다.

던전에 들어가면 던전에서 나온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이 튕겨져 나가기 때문이었다.

옷을 입고 들어가면 몸만 들어가고 옷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식이었다.

때문에 모두가 던전에서 나온 것들로 이루어진 슈트를 차려입은 상태.

시혁 역시 슈트를 입고 스마트폰을 반납 하려는데 때마침 전화가 왔다.

김명석이었다.

- 하하하하! 길드를 만드셔서 오늘 사냥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곧 들어가시겠군요?

“그런 소식은 도대체 어디서 듣는 겁니까?”

- 아무리 한각협에서 하는 일이지만 나라의 허가를 받고 하는 일인데 어찌 저희가 모르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 B급 던전을 구매해서 들어가시는군요. 불개미 던전이면···후후. 적합하군요.

“예. 한동안 길드원들의 캐미를 맞추는 시간을 가질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던전은 처음이라 좀 흥분 되기도 하네요.”

- 잘 다녀오십시오. 나중에는 저희가 골칫거리 던전을 좀 의뢰해도 되겠습니까?

“값만 잘 쳐주신다면요.”

그렇게 전화를 끊은 시혁이 스마트폰을 사물함에 넣었다.

그리고 손짓하는 셋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싸울아비 길드의 첫 던전행이 시작되었다.

* * *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축축한 동굴의 내부다.

8차선 도로가 들어가도 될 만큼의 거대한 터널같은 내부. 그 내부의 이곳저곳엔 붉은 빛을 뿜어내는 보석이 무질서하게 박힌 채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발광석.

여러모로 쓸모가 많기 때문에 꽤나 비싸게 팔리며, 클리어만 되면 뒷처리부들이 들어와서 가장 먼저 캐는 녀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발광석 사이사이로 보이는 1미터 크기의 개미들이 오늘 싸울아비 길드가 잡아야 하는 몬스터인 거대 불개미였다.

푸른 마정석을 이마에 박은 녀석들은 외강내유를 제대로 보여주는 몬스터로써, D급 딜러 기준으로 그 이하의 공격력을 가진다면 흠집조차 내지 못하지만, 그 이상의 공격력을 가진 이라면 간단하게 머리를 부숴 무력화 시킬 수 있는, 헌터의 하수와 중수를 나누는 몬스터다.

객체의 등급은 D등급이지만 한 마리를 잡으면 반드시 떼로 몰려들기 때문에 개미 던전은 웬만하면 C등급 내지는 B등급까지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게다가 이 던전처럼 통로가 일자형인, 소위 말하는 ‘디펜스형 던전’의 경우에는 한꺼번에 많은 불개미들을 상대해야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권장인원은 잘 짜여진 C급 헌터 15명.

그런 곳을 넷이서 왔다.

듀얼 클래스의 시아, 그리고 아직 B급인 김창익, 더불어 A급인 김민수와 무엇보다 300년차 귀환자라는 정시혁이 아니었더라면 허가가 나지 않을 정도로는 난이도가 높은 사냥터이기도 했다.

거대 불개미 한 마리가 싸울아비 길드를 확인하고는 꽁무니를 높게 쳐들며 부르르 떨어댄다.

자신들만 아는 페로몬을 발산하는 행위. 저것을 그냥 놔두면 거대 불개미들이 수십 마리 단위로 우르르 몰려들 터였지만 모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

곧 우르르 소리가 나며 수십 마리의 거대 불개미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딱 폭탄주먹 내뻗기 좋은 각도네.’

개인적으로 시혁은 폭탄주먹을 뿌릴까 하는 유혹을 느꼈다. 이런 편한 지형구조라면 응당 한 번 내뻗어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참았다.

이 자리는 시혁 혼자 캐리하는 자리가 아닌, 모두의 케미를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시혁은 팔짱을 낀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수십 마리의 거대 불개미들이 앞다투어 다가온다.

시혁이 팔짱을 낀 것을 본 김민수가 입 꼬리를 구수하게 말아 올렸다.

형님의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 걸 창익형님에게 보이라고 말씀하시고 있군!’

물론 그에게 있어서 김창익은 영원한 형님이다.

김민수는 김창익처럼 생겨먹었으면서 정시아 형수와 같은 미녀와 결혼한 경우를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귀족이라고 불리는 힐러라니?

이미 김민수의 머릿속 김창익은 정시혁과 동급의 형님이었다.

물론 존경심의 기준은 달랐지만 말이다.

그러니 형님 대접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B급인 김창익이 시혁 다음으로 주도권을 잡으면 오히려 파티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심계 깊은 시혁형님은 김창익에게 형님 대접은 하되, A급으로서의 발언권은 지키라는 의도로 이런 기회를 주신 게 틀림 없었다.

형님은 형님이지만, 강하기는 내가 더 강하다고!

‘내가 유리한 지형의 던전을 고르신 것부터 그런 의도를 읽었어야 했는데.’

김민수는 시혁을 바라보며 목례했다.

시혁은 그런 김민수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나한테 인사를 하는 거지?’

그때 김민수가 모두를 제치고 앞으로 달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건 기회야···형님들한테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거야. 김민수. 넌 할 수 있어!’

짝!

손바닥을 허공에 댄 후 땅을 짚었다.

곧 짚은 땅 주변이 늪처럼 변하며 달려오던 개미들의 발이 묶인다.

“후! 이제 이 녀석들을 제가 어떻게 요리하나 지켜보시면······?”

난데없이 생긴 늪으로 인해 개미들의 발이 묶인 것은 맞다.

실제로 20마리 정도는 김민수의 힘으로 인해 발이 묶이기도 했다.

하지만 뒤에서 끊임없이 몰려오는 불개미들은 그런 불개미들을 징검다리처럼 밟으며 다가갔다.

발이 묶인 것을 확인한 불개미들은 꽁무니를 앞으로 뺀 후 강한 산성이 담긴 산성액을 민수에게 쏘아내기도 했다.

“아이고, 아이고 따가워!”

불개미들이 진군하는 속도가 김민수가 이 녀석들을 늪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이, 이게 아닌데.’

실패다. 일단 뒤로 빠지려 했다.

불개미 던전을 많이 돌아봐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불개미 던전처럼 단순한 구조의 던전은 경험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자신의 생각보다 몰려드는 숫자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이, 일단 제가 막을테니 시, 시혁 형님이 나서 주시는 것이······.”

“그럴 필요는 없지!”

그렇게 말하는 김민수의 앞을 지나치는 이가 있었다.

김창익 형님이 허공에 주먹을 뻗자 노란 불길이 뿜어져 나가 선두에 있는 불개미들을 모두 불태우며 후열, 그 후열로 빠르게 지펴 들어가고서야 진압되었다.

한 번의 주먹질로 죽은 불개미는 대략 8마리.

그 주먹이 무차별적으로 내뻗어진다.

절대 B급의 위력이 아니었다.

착. 하고 착지한 김창익이 발이 늪에 닿자 뒤를 돌아봤다.

“동생. 이거 좀 어떻게 해줄 수 없을까? 이동에 방해가 돼서······.”

“아! 옙······.”

김창익의 말에 김민수가 땅의 늪지화를 멈췄다.

쾅 쾅 소리와 함께 김창익이 앞으로 쭉쭉 치고나간다.

그 거대한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김민수에게 누군가가 손을 얹는다. 고운 손의 주인은 정시아였다.

힐링. 그 힐링이 김민수에게 묻은 산성액을 전부 씻어냈다.

“괜찮아요?”

“네······.”

그 후에도 전투는 계속 되었다.

김창익이 앞을 뚫고, 김민수가 개미들의 발목을 잡고, 정시아가 그런 김민수를 회복시켜주는 상황.

왠지 시무룩해 보이는 김민수를 바라보며 시혁이 빙긋 웃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이제 너도 우리 식구니까.’

시혁은 새로이 생긴 이 귀여운 동생에게 달팽이 기름을 제대로 발라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가가던 시혁이 그대로 멈춰 섰다.

뭔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저 먼 허공, 그러니까 이곳에서 300미터는 떨어져 있는 곳에서 검은 기류가 형성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검은 기류로 이루어진 핏줄 같은 것이었는데, 시혁의 시선을 묘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다시 본 순간 그 기류는 사라졌다. 얼마나 감쪽같은지 시혁은 진짜 자신이 진짜 헛것을 본 것인가 의심할 지경에 이르렀다.

‘···으음, 헛것이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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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창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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