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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41화 (41/44)

&41

헌터지옥던전.

개미가 한 번 빠지면 살아 나오지 못하는 개미지옥과 같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던전.

클리어하지 못하는 던전.

가만히 놔두면 안에 있는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는 여타의 던전과 달리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터지지 않는, 그래서 모두가 불안해 하던 던전.

최근들어 F급 던전 중에 그런 던전들이 종종 있었다.

물론 빠르게 클리어 되고 있는 중이다.

한각협에서 직접 파견한 B급 헌터들이 10명 15명씩 들어가서 클리어 하고 나오고 있었다.

F급 던전이지만 D급 던전과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일반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가 그곳에 있다고 밝혀졌다.

투입된 헌터들의 힘을 흡수해서 성장하는, 이른바 ‘성장형 던전’이라는 결과다.

성장형 던전이라는 단어가 새롭게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 생긴 C급 던전 역시 그런 성장형 던전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성장형 던전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헌터귀신이 더 강렬한 어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매체에서는 C급의 헌터귀신 던전이 나왔다고 알렸고, 한각협은 이번엔 다른 길드들에게 이 던전의 클리어를 부탁했다.

한각협은 클리어 하고 나온 길드에게 특혜를 약속했다.

그 특혜는 한각협에 속해 있는 많은 길드들은 물론 TOP 10의 길드들조차 군침을 돌게 할 만큼 달콤했다.

길드랭킹 7위에 빛나는 불사조 길드 역시 그런 길드 중 하나였다.

때문에 C급 던전이지만 A급 이상의 길드원으로만 이루어진 특별 파티를 결성한 것이다.

아무리 헌터귀신 던전이라지만, 보통의 C급 던전을 혼자 들어가서 클리어할 수 있는 인원이 15명이라면 클리어 못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4명의 A급, 1명의 AA급으로 이루어진 최정예가 C급 던전에 투입되었다.

“···진짜···이건 지옥인가.”

AA급 힐러이자 탱커인 박해리의 이가 빠득 갈렸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지금 이 상황이 정확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끼에에엑!

날아오는 악마의 얼굴을 부수며 박해리의 기억은 불과 3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의 환호 속에서 들어간 C급 헌터귀신 던전.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다.

아무리 헌터귀신 던전이라도 AA급 던전도 능히 클리어가 가능한 인력이 투입된 이상 걱정 없었다.

도대체 어떤 몬스터들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들어가서 본 것은 몬스터가 아니라 뼈만 남은 몬스터들의 사체였다.

하지만 박해리는 베테랑 헌터 답게 뼈만 남은 몬스터가 언데드로 살아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경계했다.

차라리 뼈들이 일어나서 공격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언데드 대신 수십 마리의 붉은 박쥐들이 날아와 불사조 파티를 공격했다.

- 이, 이 녀석들 박쥐가 아닙니다!

- 아, 악마다. 악마야!

- 강합니다! C급 몬스터는 될 것 같···크아악!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의 현장.

그녀의 힐은 많은 팀원을 살렸지만, 3명의 팀원을 떠나 보내야만 했다.

72마리의 악마들을 잡으려고 3명의 팀원이 그렇게 희생되었다.

불사조 팀은 이 정체불명의 것들을 악마라고 칭하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인간과 흡사한 외형, 피막날개와 뾰족한 꼬리를 가진 이것들이 악마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악마란 말인가?

- 우리가 알고 있는 C급 던전이 아니야. 이곳은···적어도 B+급 던전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클리어 한다. 방심했어.

마음을 다잡아라! 충분히 클리어 할 수 있다!

하지만 뿔 달린 악마들이 그들을 덮치는 순간 그 생각을 고쳐 먹어야만 했다.

뿔 달린 악마들은 적어도 B급 몬스터의 역량을 보였고, 불사조 팀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모두들 베테랑 헌터.

요령이 붙은 불사조 팀은 능히 악마들을 죽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3시간 동안 죽인 C급 악마가 112마리, B급 악마가 32마리다.

팀원들의 희생도 만만치 않았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죽은 팀원이 무려 7명이었다.

8명이 남은 불사조 팀은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갔고, 그렇게 도착한 것이 바로 보스 룸 앞 거대한 홀이다.

그곳에서 팀원들은 넋을 놓았다.

두 개의 뿔을 달고 있는 악마 12마리가 그들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들의 신체능력은 능히 A급 몬스터라 부를 만했다.

무엇보다 골칫거리는 그것들이 입으로 뿜어내는 붉은 연기였다.

‘이것들은···독이야.’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고약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실제로 몸이 실시간으로 둔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숨을 안 쉴 수도 없는 노릇. 그것을 지연시키는 것이 박해리의 힐링이었는데, 힐링을 사용하는 주체인 박해리 역시 이 정체불명의 독에 중독된 상태였다.

이제 버티기도 힘든 상황.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박해리는 들고 있던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이러다가는 다 죽는다.’

배낭을 열었다.

수많은 포션들 중 단 하나.

가장 크고, 가장 짙은 농도의 액체를 담고 있는 병을 집어 들었다.

한 병에 10억을 호가하는 최상급 힐링포션.

꿀꺽. 꿀꺽!

그것을 전부 들이마셨다.

게임 캐릭터로 비유하자면 총 HP가 100인 캐릭터가 1000을 채워주는 힐링포션을 전부 들이마신 셈이었다.

“크으으으···쓰다.”

- 활력활용(AA)이 활성화 됩니다.

- 생명의 기운이 유형화 됩니다.

츠으으읏.

그녀의 몸에서 푸른 수증기가 줄기차기 뿜어진다.

그것이 붉은 안개와 마주치자 보라색으로 뭉쳐서 땅으로 떨어졌다.

- 그릇에 비해 생명의 기운이 너무 많습니다.

- 더 이상 들어오면 그릇이 깨집니다.

“이미 다 마셨다고. 마셨을 때 나와야지···소화 되면서 경고하면 뭐, 토하라는 거야 뭐야.”

입가에 묻은 포션을 닦은 박해리가 뒤를 돌아봤다.

나머지 팀원들은 박해리가 무슨 짓을 한 지 알아차리곤 대경실색했다.

“제정신입니까, 당신!”

자신이 죽으면 이 파티를 대신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맡은 석동식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른다.

“못생긴 놈이 비명까지 지르니까 진짜 못생겨 보이네. 그럼 이 상황에서 뭘 어쩌란 거야? 어차피 이러다 다 죽는다. 나 하나 희생해서 길을 뚫을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지.”

“······.”

“나 죽으면 승진한다고 좋아하던 놈이 이제 와서 착한 척은.”

“그건 장난이잖아요!”

“닥쳐. 니 말이 씨가 된 것 같으니까.”

씹어 뱉듯 말한 박해리의 시선이 8마리의 A급 악마들에게로 향한다. 녀석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뿜어지고 있는 파란색 기운을 경계하는 듯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스으으으으읍!”

박해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퍼져 나가던 푸른 안개가 그녀에게 모여들더니 두꺼운 막을 형성했다. 자연적으로 방사되는 기운을 몸으로 압축 시킨다.

‘힘들군.’

당장이라도 힘을 풀고 싶다.

힘을 풀면 기운이 방사 되며 아군에게는 힐을, 적군에게는 파괴를 가져다 주리라.

‘이 폭발적인 기운을이것을 녀석들의 한복판에 뿌린다.’

그 이후는 모르겠다.

알아서들 하겠지.

그렇게 자신의 몸을 폭탄처럼 던진 순간, 보스룸 너머에서 붉은 광선이 쏘아져 그녀를 정확히 가격했다.

뛰어든 것보다 빠른 속도로 나자빠진다.

그것을 7명의 팀원들이 간신히 받았다.

애써 응축 했던 푸른 연기가 해방 되며 팀원들의 자잘한 상처를 모두 치료했다.

붉은 연기도 모두 보라색이 되어 가라앉았다.

물론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상처가 나았지만 다시금 생길 것이고, 연기는 가셨지만 다시 몰려올 테니까.

무엇보다 주축이 되었던 박해리가 정신을 잃은 채 죽어가고 있으니 앞날은 불을 보듯 뻔했다.

“커헉···!”

석동식이 눈물을 머금은채 소리쳤다.

“방어에 치중해 봤자 소용 없습니다. 모두들 돌격 합시다!”

그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그나마 지금이 가장 유리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A급 악마들은 교활했다.

걸어오는 전투를 이리저리 피하며 숨결 사이로 연기만을 뿜어 낼 뿐이다.

깨끗하던 주변이 다시금 붉게 물든다.

그것을 들이쉴 수밖에 없는 7명의 헌터들은 점점 지쳐 갔다.

몸이 움직이지 않고, 의식이 드문드문 끊긴다.

팀원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 갔다.

귓가에는 낄낄대는 악마들의 조롱이 들릴 뿐이다.

석동식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까진가.’

눈이 감겼다.

털썩.

낄낄낄낄.

석동식까지 모두 쓰러진 걸 확인한 악마들이 그들에게로 다가간다.

그때였다.

순간, 홀의 뒤쪽에서 황금빛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악마들을 덮쳤다.

콰아아앙!

13마리의 악마가 단 한 번의 주먹질 만으로 삭제 되었다.

시혁이 뒤를 돌아본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죽진 않았군.”

죽지 않으면 살릴 수 있다.

수백 명의 목걸이에 저들의 목걸이까지 추가하고 싶지 않았다.

“우선 안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네.”

옛날 생각이 난다.

이 안개에 시혁 역시 골치 깨나 썩었다.

들이마시면 기분이 나쁘고, 언제나 달팽이 기름을 활성화 시켜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른 듯했다.

‘아니 왜 냄새가 좋은 거지?’

흡사 빵집을 지나칠 때 나는 달달하고 고소한 냄새가 도대체 고약해야 할 붉은 안개에서 왜 난단 말인가?

그것은 시작이었다. 붉은 연기 역시 검은 연기처럼 시혁의 눈코입으로 빨려 들어온다.

입이 달았다.

마치 사탕을 머금은 것처럼.

“사, 살려······.”

그때, 가장 선두에 있던 남자가 손을 뻗으며 목숨을 구걸했다.

시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을 살리려고 던전 초입부터 미친 듯이 뛰어 왔는데 당연히 살려야 했다.

시혁의 손이 빛났다.

시혁은 8명에게 달팽이 기름을 발랐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발라주지는 않았다.

딱 몸이 회복될 정도로만, 김민수에게 처음 발라줬을 때 처럼 발라주었다.

그들을 살리고 싶을 뿐 남발할 생각이 없었다.

시혁은 자신의 능력이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 명 만큼은 달랐다.

마치 여기저기 금이 간 유리병 같았다.

게다가 온 몸이 차가웠다. 얼어붙기 직전의 몸이다.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

‘뭐에 맞은지 알 것 같군.’

그래서 좀 더 정성을 들였다.

금이 간 유리병이 수복될 정도.

딱 그정도로만 달팽이 기름을 썼다.

추위로 벌벌 떨던 여인의 표정이 잠을 자듯 평온해 졌다.

8명 다 곧 정신을 차릴 것이다.

시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 미소는 바짝 굳는다.

시혁을 포함한 9명을 모두 덮을만큼의 붉은 광선이 쏘아졌기 때문이었다.

시혁이 손을 휘둘렀다.

순간 붉은 광선이 시혁의 손바닥 앞에서 방향을 틀더니 튕겨 나갔다.

콰아아앙!

“······.”

앞을 보았다. 보스 룸의 안쪽이 보인다.

그곳에는 뿔 2개 달린 악마들 수십 마리와, 그것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악마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시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녀석의 뿔은 3개.

그렇다면 시혁의 기준에서 저 녀석은 중상급이었다.

붉은 광선을 쏘아낼 수 있는 최소 조건이기도 했다.

“도대체 너희들이 왜 여기 있는 거냐?”

시혁이 앞으로 걸어갔다.

보스 룸을 지날 때까지 녀석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더더욱 앞으로 다가가자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

정확히 56마리의 악마들이 정시혁 한 명에 의해 벽까지 내몰렸다.

마치 호랑이를 마주친 늑대 떼를 보는 듯했다.

그것도 퇴로가 없는 늑대 떼 말이다.

- !#$#@%#

뿔이 3개 달린 중상급 악마가 시혁에게 뭐라뭐라 씨부렸다.

언제나 그렇지만 시혁은 그들의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모르겠고, 그냥 다 죽어라.”

시혁의 주먹에 주황색과 황금색이 소용돌이 쳤다.

끼에에에에엑!

중상급 악마가 비명을 지르며 시혁을 가리켰다.

55마리의 중급 악마들이 필사의 각오를 다지며 시혁에게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부질없다.

지구에 와서 내뻗은 것 중 가장 강력한 주먹이 모든 악마들을 소멸시켰다.

“······.”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던전에 벽에 구멍이 뚫렸다.

뚫린 구멍으로 드러난 것은 죽기 일보 직전의 보스 몬스터와, 작은 굴을 가득 채울 만큼의 붉은 보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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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달린 원숭이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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