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리 삼촌이 마지막 귀환자-43화 (43/44)

&43

인터넷은 또다시 정시혁으로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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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급 헌터지옥 던전 클리어! 주역은 남양주 수호신?

경기도에 위치했던 C급 헌터지옥 던전이 4시간 만에 클리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온 인물은 불사조 정예병력이 아니라, 같은 시각 B급 던전을 클리어 하러 들어갔던 남양주 수호신, 정시혁으로 밝혀져서 회제입니다.

정시혁 씨는 B급 불개미 던전을 클리어 하던 중 갑자기 열린 검은 포탈로 들어갔다가······.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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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아니, 불사조 길드가 들어간 거 아니었음?

ㄴ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ㄴ 던전 들어갔다가 검은 포탈 열려서 그리 됐다던데?

ㄴ 던전 10개 클리어 하고 마지막 던전에서 불사조 길드 만나서 살려준 거임?

ㄴ 그럼 나머지 9개는 뭐야?

ㄴ F급 헌터지옥 던전이라잖아. 근데 9개나 남아 있었나? 전부 다 한각협에서 처리한 거 아니었어?

또한 정시혁과 같이 찍은 정불산의 사진이 이목을 끌었다.

정시혁의 물음에 정불산이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동영상은 아니지만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모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ㄴ 남양주 수호신이 정불산이 누구냐고 했다며?

ㄴ 심지어 정불산은 불산조 길드 마스터라고 본인 소개함 ㅋㅋㅋ

ㄴ 길드 이름 자기 이름이랑 비슷하게 지은 거 여기서 뽀록 났죠?

ㄴ 길드랭킹 7위 길드 마스턴데, 그래도 S급인데 저런 취급을 당하니 당황할 만도 함 ㅋㅋㅋ

ㄴ 길드랭킹 7위면 뭐함. 남양주 수호신이 모르신다는데! ㅋㅋㅋ

ㄴ 이쯤 되면 경기도 수호신도 되는 거 아니냐?

ㄴ 아직 그 정도는 아닌 듯. 그래도 불사조 길드에는 수호신 맞지.

ㄴ 어허, 불사조라니. 불산조 길드잖아. 길마 이름부터 정불산인데 몰라보면 섭섭해~

ㄴ 그나저나 아직도 치료중이라며? 많이 죽었던데······.

ㄴ 8명이라도 산 게 어디야···진짜 줄초상 날 뻔했어.

ㄴ 그럼 원래 갔던 불개미 던전은 클리어 되었음?

ㄴ 남양주 수호신이 도착해서도 1시간도 더 있다가 가족들 나왔다던데?

이후 이슈가 된 사진은 정시아와 김창익, 김민수 삼인방이었다.

ㄴ ㅋㅋㅋ 나와서가 더 대박임. 진짜 셋 다 펑펑 울면서 나왔는데 시혁이 기다리는 거 보고 멍한 표정 ㅋㅋ

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던 거임 ㅋㅋㅋ

ㄴ 심지어 먼저 나와서 기다렸던 거임 ㅋㅋㅋ

ㄴ 상황 파악하자 마자 남양주 수호신 등짝에 불 나던데? 아니 길원 주제에 길마한테 그래도 되냐?

ㄴ 여동생이면 그래도 돼.

ㄴ 아···ㅇㅈ. 걱정 많이 했겠네.

ㄴ 근데 김창익은 그렇다 치고 김민수? 그 사람은 왜 운 거임?

ㄴ 나중엔 주저앉아서 꺼이꺼이 울던데? 콧물도 나오던데?

ㄴ 뭐지. 숨겨 놓은 삼촌인가.

ㄴ ㅋㅋㅋ 미친 동생도 형도 아니고 삼촌이냐.

ㄴ 저 얼굴에 형제겠냐 그럼.

그렇게, 싸울아비 길드는 때 아닌 유명세를 탔다.

며칠 후, 생존자들의 인터뷰가 올라왔다.

인터뷰 내용은 시혁이 말한 것과 대동소이했다.

ㄴ 신종 몬스터? 악마라고? 나중엔 천사도 나오겠네.

ㄴ 그니까, 녀석들이 헌터귀신 던전의 장본인 들이라는 거지?

ㄴ 남양주 수호신 아니었으면 계속 빨릴 뻔했네.

ㄴ 그런데 한귀협은 뭐하냐? 몬스터 업데이트 안 하고?

ㄴ 노코멘트임. 요즘 좀 시원찮네. 활동도 안 하고. 쓸모가 없잖아, 쓸모가?

ㄴ 한귀협도 한귀협인데 한각협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음? 헌터귀신 던전 C급이 마지막인 거 아니었음? 그리고 본인들도 악마 상대한 적 있는 거잖아. 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었어? 불사조 길드도 모르고 들어간 거잖아?

ㄴ 자기네들은 다른 던전 들어갔다던데?

ㄴ 그게 말이 됨? 되게 편한 변명 같은데.

“흐음······.”

스마트폰을 덮은 인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급책이 통째로 날아가다니······.”

탁.

탁탁탁.

탁탁.

인영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리다가 멈춘다.

탁!

팽팽하던 저울추가 개인적인 원한이 추가되어 한 쪽으로 기울었다.

* * *

한편, 그 시각 정시아는 스마트폰이 보여주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시혁의 등짝을 때리는 그녀의 모습이다.

그것을 본 정시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휴···못살아···이제 어떻게 돌아다녀, 어떻게!”

이후 그녀는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 근황을 묻는다 던가, 기사 잘 봤다며 낄낄 거리는 친구도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십수 년 전에 알던 옛 남사친들이 밤이 되니 왜 잘자냐고 연락이 오는 것일까? 개중엔 김창익이 내 아내는 잘 지내고 있지만 내가 널 못 지내게 할 생각인데 어디 사냐고 묻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자신의 사진에 담긴 댓글을 보던 정시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남양주 등짝녀래···내 별명이 남양주 등짝녀야.”

그리 말하며 자신의 무릎을 본다. 그녀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어 있는 단비를 보니 더욱 속상했다.

단비가 커서 엄마를 검색했을 때 등짝녀라고 나오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그런 시아를 창익이 위로했다.

“아휴···남양주 미친개보단 낫잖아, 여보.”

물론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마침 함께 있던 김민수가 울상을 짓는다.

정시아를 동정해서가 아니었다.

사실 김민수야말로 누군가를 동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남양주 오열남보단 낫지 않을까요?”

시혁이 검은 포털을 타고 떠난 후, 나머지 셋은 3시간이 아니라 4시간 동안 시혁을 기다렸다. 열려 있는 검은 포탈로 다시 되돌아오길 학수고대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검은 포탈은 소멸되었다.

그 안에 있던 시혁도 소멸된 줄 알았다.

가장 먼저 울먹인 것이 김민수였다. 그런 김민수에게 오빠를 믿어야 한다고 말하며 정시아가 울기 시작했고, 김창익이 훌쩍 거리며 따라 울었다. 그렇게 1시간을 더 기다리다가 출구 포탈로 이동했다. 만약 단비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기다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나오자 마자 보이는 얼굴이 정시혁과 그를 어떻게든 따라온 기자들이었다.

정시혁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걸 보고 정시아는 시혁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렸고, 김민수는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남양주 오열남이었다.

“인터넷에서 난리입니다. 다 큰 남자가 저렇게 우니까 왜 이렇게 못나 보이냐고요. 이번에 잡혀 있던 소개팅도 취소됐습니다. 아니, 보통 이런 기사 나오면 막 귀엽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실제로 시아 누님은 막 귀엽다 예쁘다 하는 댓글 많잖아요?”

당연하지만 울상 짓는 김민수에게 진실을 말할 잔인한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그것은 김민수 본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도 이유 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저 김민수는 김창익이 부러울 뿐이다. 솔직히 못생긴 걸로 치면 김민수나 김창익이나 도긴개긴(본인 생각이지만)인데 별명이 너무 달랐던 것이다.

“아니, 형님은 왜 듣기 좋은 별명입니까?”

“맞아. 왜 오빠만 좋은 별명이야? 어이 없어.”

“아, 그런 게 있었어?”

자신도 별명이 생긴 것이 신기해서 김창익은 스마트폰을 보았다.

댓글 반응을 살피는 김창익의 입 꼬리가 씰룩 거린다.

“내가 여보랑 결혼해서라는데?”

“어머! 그거면 인정이지!”

“하···인생.”

방문 너머까지 들리는 김민수의 푸념을 들으며, 시혁이 피식 웃음을 머금었다.

“그래도 이번 일로 싸울아비 길드도 유명해 졌잖아?”

“···원인 제공자가 저런 말 하니까 별로다.”

정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식 웃었다. 처음엔 진짜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 있으니 너무 기뻤다.

하긴, 생각해 보면 괜한 걱정이기는 했다.

그 누가 있어서 오빠를 해할 수 있겠는가?

굳이 문제라면 정시혁을 제외한 나머지. 본인들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시혁은 옳은 일을 했다.

검은 포탈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알았더라면 빨리 가보라고 보챘을 정도로 옳은 일을 해주었다.

크으!

자신의 오빠지만 참 번듯하고 괜찮은 남자 아닌가?

‘도대체 왜 여자가 안 붙는 거지? 소개팅이라도 주선해 볼까? 연락오는 애들 많던데?’

하지만 정시아는 그 생각은 생각에서 그쳤다. 자신이 이상한 별명이 생겼다고 놀리는 순수한 친구들도 많지만, 허례허식 같은 안부를 묻다가 갑자기 오빠 이야기로 빠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걸 기억해 냈기 때문이다. 당시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이것들이 앙큼한 속내가 있었다.

‘절대 안 되지. 암!’

오빠라면 잘 할 것이다. 언제든 잘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준비 다 하셨습니까?”

대답 대신, 문이 열리며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시혁의 모습이 드러났다.

“워······.”

평상복 내지는 츄리닝 차림만 봐 왔던 모두는 시혁의 수트 핏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형님. 사람이 다 달라 보입니다! 아, 물론 원래도 잘생기셨었지만···와······.”

“그런 게 뭐가 중요해. 어디 뽐내러 가는 것도 아닌데. 너도 멋지다.”

김민수 역시 정장을 차려 입고 있었다.

물론 다부진 체격과 작은 키 덕분에 깍두기 핏이었지만 나름의 멋이 있었던 것이다.

“큭큭. 낭만의 주먹패 같지 않습니까?”

“장례식 가는데 그런 말 해서 되겠어?”

그 말에 김민수도 웃음기를 지웠다.

“안 되죠. 안 되고 말고요.”

그렇다. 그들이 가려는 것은 장례식.

그것도 무려 336명의 합동 장례식이었다.

정시아는 단비를 케어 해야 해서 가지 못했고, 김창익은 가도 되지만 시혁이 그냥 집에 있으라고 말했다.

“너희 몫까지 우리가 다녀올게.”

“잘 다녀 와라.”

그때 시아의 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단비가 일어나 시혁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삼쫀 너무 멋있어요! 잘 다녀오세요오오오!”

시혁의 입 꼬리가 씩 말려 올라갔다.

“그래. 잘 다녀오마.”

* * *

장례식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이루어졌다.

체육관의 한 면이 전부 영정사진이었다.

336명의 영정사진은 전부 크기가 같았다.

검은 정장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대부분이 헌터들이었으며, 개중에는 유명한 이들도 많이 보였다.

그 유명한 이들 중, 가장 주역이 되는 이가 장례식에 등장했다.

정시혁.

많은 헌터들. 길드원과 길드 마스터, 그리고 각성자 협회의 관계자들의 시선이 정시혁과 김민수에게로 향했다.

그러다가, 한 명 두 명씩 고개를 숙였다.

F급이건 A급이건 S급이건 상관 없었다.

시혁을 본 모두가 고개 숙여 목례했다.

존경의 의미였다.

336명의 각성자들의 장례나마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전부 그곳에서 목걸이를 가져온 시혁 덕분인데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존경과 존중을 받고 있는 시혁은 가슴 한 편이 간질거려서 혼났지만 말이다.

‘···공기가 무겁군.’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려 온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시혁과 김민수가 영정사진들 앞에서 예를 끝마치자, 그것을 기다린 수십 명의 남녀가 시혁과 김민수 앞으로 모여들었다.

장례를 치르는 헌터들의 유가족들이었다.

그들의 시선은 너나 할 것 없이 젖어들어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이 필요할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이들에게 시혁 역시 마주 고개를 숙여 예를 다했다.

아름다운 장면.

장례식이 아니었다면 잔잔한 박수갈채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스트로보가 터졌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언론사에서 1면에 이 사진을 대문짝 만하게 실을 터였다.

“허허···내가 올 때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군요.”

다 죽어가는 노인의 쇳소리.

그런 노인의 휠체어를 밀던 남자가 그런 노인을 위로한다.

“아닙니다. 어찌 협회장님과 저 자가 비교가 될 수 있겠습니까?”

“아니에요. 멍청하게···아무것도 못했던 나보단 저 분이 훨씬 협회장 다운 일을 했습니다. 부끄러워 지는군요.”

휠체어를 탄 노인은 한국 각성자 협회의 협회장, 현무진이었다.

“허···저 자를 어서 빨리 만나봐야 겠습니다.”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 그래 주시겠습니까?”

시혁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이 묘한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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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각성자 협회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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