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20화
심문관 안젤라.
질리언에게 있어 그녀는 옛 전우이자, 그 인연을 현재까지에도 이어온 자랑스러운 지인이었다.
그런 그녀를 믿었기에 자신의 딸의 상태도 보여줬던 것이다.
저주 자체만으로 이단으로 몰고 가진 않겠지만, 대개 교회에 신변을 위탁한 자들은 저주받은 자들을 숨기지 않는 법이었으니까.
그러니 과거의 연을 빌어,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가 세상의 모진 핍박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그런 절박한 바람에 안젤라는 질리언을 향해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을 겁니다. 설령 저주에 걸렸다 하더라도, 주신님께선 노력을 하는 자마저 내칠 만큼 냉혹하진 않으니까요.’
천성을 노력으로 극복한다.
대대로 재능을 타고난 무가에겐 설득력이 없는 말이었다.
태어나길 모두가 다르게 태어나는데, 그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어찌 부족한 자들에게 노력을 강요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질리언은 안젤라를 믿고자 하였다.
자신의 전우를.
그리고 자신의 딸의 상태를 보고도 남들에게 그 사실을 퍼트리지 않았던 그녀를.
‘그런데 그 결과가 이런 건가.’
가족처럼 여겼던 아이다.
피 한 방울 이어지지 않았지만 아들이라도 된 것처럼, 진심으로 자신의 뒤를 이어 이 가문을 후계자로 삼는 것도 고려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무정히 그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럼에도 차마 그녀만을 탓할 수 없는 건, 그 아이를 무고하다 말하며 검을 뽑지 못했던 건…….
‘그 아이가 사술에 대해서 연구한 건 아마도 세실 자매님 때문이겠죠. 야만족들의 금기를 이용하면 치료할 수 있다 생각한 걸 겁니다. 그 위험성을 아는 저로썬 정말 안타깝다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쨍그랑!!
집무실에 도착한 질리언이 난동을 부렸다.
테이블과 장신구가 뒤집어지고, 그 위에 있던 모든 것이 산발하며 퍼져나갔다.
그 사이로 보이는 탁한 액체가 담긴 병과 은제의 컵.
안젤라가 선물로 주었던 성수와, 성수를 담는 잔이었다.
깨진 파편 속에 고고히 빛을 비추는 신뢰와 친분의 증거.
질리언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잔을 쥐었지만, 차마 그것을 망가트리고자 할 순 없었다.
‘나는, 어찌 해야 했던 거냐.’
갈등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기엔, 그는 너무나도 많은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으니까.
‘그 자리에서 검을 뽑더라도 막았어야 했나? 하지만 그리 한다면 가문은, 세실은…….’
아무리 공작가라는 지위가 있어도 결국 제국의 안에 속한 것이다.
권위보다도 법이.
그 위에 신앙이 앞선 나라에선, 그 역시 평화의 시대를 살아갈 뿐인 지도자에 불과할 뿐이다.
반란이라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체재는 뒤집을 수 없으리라.
그렇게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는 자신이 혐오스럽다.
‘나에게 그 아이는……. 이런 식으로 생각을 되짚어가며 포기해야 할 정도로 보잘 것 없는 존재였던 건가?’
누군가가 방에 난입해온 건, 그런 자학감이 바늘이라도 되듯 머리를 들쑤실 무렵이었다.
"가주님."
일라이 덴. 시종복을 입고 있는 상처의 여인.
그녀 역시 안젤라와 마찬가지로 옛 전우였던 자였다.
"도련님께서 남기신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무슨……."
두통에 머리를 움켜쥐었던 질리언이 다급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안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가주님에게 전해달라는 말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죠."
"……."
"……안젤라의 방문이 불미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십니까?"
무뚝뚝하지만 한 없이 진지한 눈빛이다.
그녀 역시 안젤라의 방문을 탐탁찮게 여기는 것일까?
그것보다도 셰인이 남겼던 말이 신경 쓰인다.
‘불미스러운 일이라니, 셰인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걸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건가?
질리언이 떨리는 손으로 그녀로부터 편지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털썩.
이윽고 편지를 읽은 그의 몸이 자리에 주저앉혀졌다.
일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기에.
아니, 그 이상으로 머리의 두통이 심해졌기에.
‘셰인, 너는 대체…….’
이윽고 질리언의 시선이 깨져버린 성수의 병으로, 그리고 그를 담아내었던 은잔으로 향해졌다.
어째서 그 아이가 이런 걸 알고 있는가.
한편으론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편지의 내용에, 라인하르트 공작은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처럼 교회를 지지할지.
아니면 그들을 배반해, 이 나라에 피란을 일으킬지에 대해서.
* * *
에버그린 골드리안.
그녀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사자의 심장을 먹는 뱀’이란 평가를 내뱉는다.
다른 가문의 영애들처럼 권력자의 아내가 되는 게 아닌, 그 뒤에서 실세로 군림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이상이 멀지 않음을 증명하듯, 그녀가 노린 자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밑에 들어가게 된다.
기름이라도 덧칠한 듯 매끄럽게 움직이는 혓바닥은 제 아무리 영리한 자라도 농락하고, 때로는 현혹하며 듣는 이를 뜻대로 조종하니…….
설령 말을 듣지 않아도 간사한 입담을 통해 포섭한 뒷배는 권력자건, 학자건, 전사건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런 그녀의 현 목적은, 다름 아닌 자신이 속한 가문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 당신에게 의뢰를 하게 되었다, 이거지.’
제네릭 얀데르센.
제국 내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그는, 현재 에버그린의 의뢰를 받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었다.
유능한 장남이 버젓이 살아 있음에도, 제 남편을 데릴사위로 들여와 가문의 권력을 꿰차고자 하는 정신 나간 야심가의 사주를 받고서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죠. 살인자나 반란자도 아닌 이단자를 상대로 재판에서 승소를 거두라니!’
‘아이 참~ 누가 승소까지 하래? 나는 성의의 표현으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한 것뿐이라고.’
성의라니.
제국 내 최고라 불리는 변호사를 패배가 예정된 재판에 내보내는 것에, 어찌 성의란 표현을 쓴단 말인가?
하지만 에버그린은 그런 여자였다.
누구나 어이없게 여길 일을 태연히 저지르는 그런 여자.
그녀의 입담은 충성스러운 황실의 인원들조차 가벼이 여길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 계승자를 정하는 자리는 모든 가족이 한 곳에 모여야만 한다 하셨거든. 그게 서자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시니……. 그 아이가 죽거나 가문과 완전히 결별되기 전까진 계승식이 미뤄진다는 거지.’
‘……즉, 그 소년이 가문과 결별하지 않는 이상 계승식은 진행되지 않는다는 거군요.’
‘그래~ 사실 지금까지의 구도로 보면 나보다 15초 먼저 태어난 그 자식이 가장 우세이긴 한데, 그런 마당에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아이를 위해 이렇게 노력했습니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에 대한 점수가 높아지지 않겠어?’
배 다른 자식이라도 가족이거늘.
그 서자가 어떤 끔찍한 꼴을 겪게 될지 짐작을 하는 주제에, 소년에 대한 안위는 상관없이 제 배를 불릴 생각만 가득하다니.
‘교단이 말하는 마녀란 분명 그 여자를 지칭하는 거겠지.’
하지만 신앙 또한 법으로 정립되는 사회에, 그 여자가 마녀로 몰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간사한 입담은 광신도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니…….
그런 여자를 거스르는 건 명성의 실추보다 더 두렵게 여겨지는 일이었다.
"면회는 철창을 두고 진행된다. 모쪼록 불필요한 접촉은 삼가도록."
"알고 있습니다."
경비병을 따라간 끝에 도착한 곳은 구치소의 깊숙한 장소.
그곳에 철창 하나를 앞둔 곳에, 이번 재판에서 변호를 맡게 된 자가 있었다.
셰인 골드리안.
200년 전 야만인들이 벌였던 금술인 ‘약학’ 대해 연구했다 여겨진 소년이었다.
"이번 재판에서 당신의 변호를 맡게 된 제네릭 얀데르센이라고 합니다."
표독스러운 눈빛과 오똑한 콧날.
셰인이 마주한 제네릭 얀데르센의 첫 인상은, 누가 보더라도 깐깐하고 지적인 사람이란 느낌이 다분히 느껴지는 자였다.
"아, 네. 반가워요. 셰인 골드리안이라고 합니다."
툭 말을 내뱉은 셰인이 마저 하던 일을 반복했다.
제네릭이 표정을 구기며 셰인을 향해 물었다.
"지금 뭘 하고 계신 거죠?"
"여기선 할 일이 없어서 운동하고 있었죠."
셰인이 하는 건 팔굽혀펴기였다.
아니, 정확히는 ‘발을 대지 않는’ 팔굽혀펴기였다.
오롯이 두 팔만으로 체중을 지탱하며, 팔을 굽히고 펴길 반복하는 무시무시한 단련법.
그럼에도 호흡을 하는 면상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그건 분명 대단히 여길 일이지만…….
"왜 구치소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겁니까?"
"쉬면 근손실 오거든요."
‘운동하는 녀석들은 왜 다 이 모양이야.’
제네릭의 표정이 팍 구겨졌다.
재판을 앞둔 상황에 변호사가 찾아왔음에도 운동에 집중하다니.
평생을 책 보며 살아온 변호사에겐 이해 못 할 일이었다.
"그렇게 운동하시면 키 안 크실 겁니다."
어차피 이길 생각도 없는 재판이니 장단에나 맞추자.
그렇게 툭 하고 내뱉은 말에 셰인의 표정이 왈칵 우그러졌다.
‘이 시대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이 모양이지?’
그다지 좋다곤 할 수 없는 첫 만남이었다.
* * *
면회는 방음기능이 활성화된 방에서 진행이 된다.
외부의 경비들이 틈을 통해 지켜보기는 하나, 서로가 나누는 대화가 외부에 유출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몸수색은 철저히 하며 마력에 대한 감지가 이루어져, 내부에서 무언가 공작을 펼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셰인 골드리안."
그리고 제네릭은 마법사가 아니다.
그가 이곳에 온 건 공작을 위해서가 아닌, 어디까지나 이 철 없이 문제를 일으킨 소년에게 제 처지를 직시시켜 주기 위해서였다.
"당신은 제도에서의 재판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아십니까?"
파일과 펜을 꺼내든 제네릭이 안경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구치소 안에서 쪼그려 앉아 있던 셰인이 잠시 고민을 하다 대답했다.
"법정에서 피고인을 두고 법조인들끼리 토론을 한 후 형벌을 결정하는 거……. 맞죠?"
"네, 잘 알고 계시는군요. 지방에서 벌어지는 재판이지만."
"지방……?"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제도이며, 재판이 열리는 곳은 엄연히 ‘황실 휘하’의 재판부입니다."
그래, 현재 셰인은 라인하르트의 영지에서부터 이단심문관들로부터 호송되어, 현 제국의 수도인 ‘제도-아스토라’의 수감소에 끌려온 상태였다.
그것이 벌써 1개월 전의 일.
셰인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구치소에 수감된 채, 홀로 체력단련이나 하며 시간을 때우는 판국이었다.
담당변호사인 제네릭이 오기 전까진.
"……제도의 재판은 다른 영지와는 다른 건가요?"
"골자는 같습니다. 다른 점은 공소제기를 하는 쪽이 교단 측의 인물이란 것과, 대개 해당 사건을 전담한 자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사건을 전담한 자.
즉, 이후 변호인인 제네릭을 상대하며 재판을 주도할 자는 심문관인 안젤라란 것이다.
그건 셰인도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판사까지 교단 측의 인물이 아니길 바랄 뿐이지.
"또한 황실의 영향력을 받은 재판이 벌어질 때엔 ‘제국의 3공작과 황실 측의 일원’들이 참관인으로 출석을 할 것이 의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3공작…… 전원?"
"당신이 구치소에 몇 달 간 수감된 것도 그런 이유죠."
공작 뿐 아니라 황실 내의 인원들까지.
참관인들 하나하나가 많은 책임을 짊어진 만큼, 그들의 스케줄을 맞추는 데에도 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황실측에서도 온다면 황제분도 오시는 건가요?"
"대개 대리인을 보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아무리 큰 권력을 쥐었다 한들 재판에서의 참관인은 결국 관람자일 뿐입니다. 실질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건 배심원단이라 불리는 이들이죠."
배심제.
일정한 기준 하에 선출된 이들이 집단을 대표하여 죄의 유무를 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 아래에서 판사는 어디까지나 진행자이자 형량을 정하는 사람일 뿐.
실질적으로 유죄와 무죄를 판별하는 건 배심원단이라 불리는 이들인 것이다.
"배심제 자체가 연속된 재판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3공작가와 황실의 인원이 참관인으로 들여올 정도의 중요한 사건에만 시행되는 것이죠. 또한 배심원단으로 선택될 분들은 사법부에서 정하지만 누가 선출될지는 대대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습니다."
귀족일지, 마법사인지, 기사인지, 성직자인지, 혹은 황실 내의 인물인지. 당연히 평민인지 귀족인지조차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선출된 이들도 서로가 누구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죠. 서로를 안다면 서로의 직급과 활동에 따른 편견이나 우려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죠."
어디까지나 그 자리에 초정된 후, 은폐된 장소에서 재판의 과정을 지켜보고 의견만을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 구조의 설명에 셰인이 감탄을 흘렸다.
"의외로 편견 없이 진행되네요."
"입김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일단은 그걸 위해 노력한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편견이 없는 재판이라는 것이 피고에게 언제나 의로운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 법입니다. 특히나 이번 재판의 경우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겠죠."
"……무슨 의미죠?"
"이단자에 대한 평가는 모두가 같다는 겁니다."
이단자란 반사회적인 인물.
어느 계층이건 이단자는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때문에 이단자에 대한 변호만은 그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얘기하겠죠. 셰인 골드리안, 당신이 이번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역시 이자의 배 다른 누이를 적으로 돌리기 싫어 억지로 맡은 것이었으니.
"……."
셰인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다지 놀라거나 벌벌 떠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보통은 어떻게든 무죄로 만들어달라거나, 형량을 얼마나 낮춰줄 수 있냐. 그런 말을 하게 마련이거늘.
‘아직 어려서 상황파악이 안 된 걸지도 모르지.’
아무래도 좋다 생각했다.
"본래 이단의 연구를 한 자는 무기징역이나 사형까지 가는 경우가 많죠."
어차피 이번 재판이 끝난다면 다시 볼 일이 없는 자일 테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내면 될 뿐이다.
그래야만 그 여자가 바라는 ‘성의의 표현’이 제대로 될 테니까.
"하지만 당신은 아직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어린 나이이니, 호기심으로 접근했다 하며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 정도 선처를 해줄 겁니다. 대강 예상을 하자면……. 그래요. 수도원에서 15년을 보내는 게 최선의 결과겠죠."
15년.
셰인의 나이인 14세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이다.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을 수도원에서만 보낸다면, 사실상 그 이후의 진로는 교단에 신변을 위탁하는 것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나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그곳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으면 죄를 용서받고 성직자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실제로 이단자의 자식이었던 자가 수녀원에 위탁되었다 주교의 자리에 오른 일도 있으니……."
그리고 그건 의뢰주인 에버그린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길 시나리오일 것이다.
수도원에 신변을 위탁한다면 그 즉시 셰인은 골드리안 가문에서 퇴출될 것이고, 그럴 경우 시간 끌 거 없이 바로 계승식을 진행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유능한 변호사를 소개시켜줬으나 끝내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가상히 여겨 점수를 따낸다.’
그런 안타까운 결과를 만드는 게 모두에게 좋은 결말이란 것이다.
이 소년에게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변호사 님."
그런 미래를 앞두었음에도, 당사자인 셰인의 얼굴엔 감정의 격동 따윈 나타나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변호해줄 자를 조용히 마주하기만 할 뿐.
"변호사님께선 제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