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59화
"……."
말없이.
그렇게 사샤는, 바닥에 처박힌 소년을 그저 내려다보기만 하였다.
무너진 집무실의 곳곳에 흩뿌려진 피.
그 속에 걸레마냥 널브러져 있음에도, 그의 입에선 고통스러운 신음 하나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 신음이 나와야 할 자리엔 설득이 동반되어 있었다.
‘이런 잔혹한 곳에서도 지켜야 할 선은 존재하지 않겠냐고.’
그 선을 이미 수 없이 넘어버린 남자가, 그 선을 수 없이 넘어온 동류에게 그런 설득을 행한 것이다.
‘…짐승이, 아니었던 건가.’
본능에 충실한 짐승.
그녀에게 있어, 이 땅에 몰려든 이단자들은 하나 같이 그렇게 정의될 존재들이었다.
무턱대고 변화만을 주장해 피를 흘릴 것을 각오하고, 그것을 남들에게도 강요하기에 이르니…….
그런 독선은 모든 이들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제국에선 결코 용납 받지 못할 일이었다.
그런 녀석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곳이다.
외세의 방위라는 명목 하에 만들어진 울타리에, 제국 내에 존재하는 이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이 이단의 영지.
그런 곳에 모인 이들을 이용해먹을 대로 이용하고, 분쟁의 씨앗을 가진 이들을 선별해 제거하는 것이 이 영지의 목적 중 하나인 것이다.
‘이 제국이 감당해야 할 혼란을, 이 영지 하나만으로 감당하기 위해서.’
그러한 땅의 관리자가 될 것을 각오했기에 알 수 있었다.
이 제국에서 이단은 환영받지 못할 일이고, 그렇기에 그 문물을 발전시키고 보존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이곳뿐이라는 걸.
200년 전의 인간에게 그런 사실을 이해시켜 준다면, 필시 자신의 한계를 실감하며 이 영지에 터를 잡으리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제대로 된 착각이었다.
그는 이제껏 마주해 온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르다.
아직 금기를 알아가는 단계인 다른 이단자들과 달리, 이미 그는 자신이 지향하는 길의 완전성을 목도한 자였다.
그 학문이 이 시대에 어떤 위험을 초래하고, 그것이 광기에 섞일 경우 얼마나 큰 희생을 낳을지를 모두 알고 있기에…….
그 시작만은 결코 전쟁에서 이루어선 안 된다 주장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시대의 사람들과 달리.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에, 결코 ‘피를 흘려선 안 되는 길’을 구축하고자 하고 있었다.
그것이 조국을 멸망시킨 나라에서 개화시킨 목적이다.
지금보다 더 잔혹한 시대를 경험하고도 오직 자신만이…….
자신이 추구하는 변화에 뒤따라올 책임을 감당할 것을 각오한 것이다.
"……셰인 골드리안."
그 고결한 이상이.
이윽고 이단의 군주에게 ‘경의’라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네가 200년 전에 네가 썼던 이름은 무엇이지?"
"……."
"…말해라."
거듭 강조해 묻는 사샤의, 제 앞의 소년병을 구속하는 손에서 차차 힘이 풀리고 있다.
그 행동에 의구심을 느껴졌지만, 동시에 무언가 분위기도 달라졌다.
교육이란 명목 하에 살벌히 다져졌던 낌새가 쥐죽은 듯 조용히 사라지며.
"카일 페터슨."
"그래…. 카일. 카일 페터슨."
그 분위기에 자연스레 뱉어진 이름을, 사샤가 제 입밖으로 재차 되뇌기 시작했다.
이제껏 마주해온 짐승들과 달리, 결코 하찮게 여겨선 안 되는 ‘사람’의 이름을.
"……카일 선배."
이윽고 사샤가 입에 물은 담배를 내팽개치고, 쓰러진 그와의 눈높이를 맞추었다.
"선배……?"
"저보다도 앞서 전쟁을 경험한, 선배인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죠."
입 안을 게우고자 내뱉은 연기엔 존중이 담겨 있었다.
경의에서 비롯된 변화였다.
더 참혹한 전장에 서고도, 그 인간성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 시도하는 자를 향한 경의.
"또 무슨 시답잖은 얘길 하려고……."
당장의 셰인에겐 수상히 여겨지는 태세전환이었다.
이단의 땅을 지도하고자 윤리관을 버린 이 여자는, 결코 자신을 거스른 자에게 고개를 조아릴 자가 아니었으니까.
"당신에게도 나쁠 것 없는 제안일 겁니다."
그리고 그 평가는 아주 틀린 게 아니다.
경의를 느끼되, 그런 감정이 지휘자로써 따라오는 책임보다 우선이 되진 않을 테니까.
그러니 사샤는 생각했다.
이 자에 대한 경의를 유지하면서, 이 영지를 위해 어떻게 이용할지.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교본을 하나, 쓰지 않겠습니까?"
"……뭐?"
"책을 하나 집필해 달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걸 적어둔 지식을요."
그 자의 지식과 성과를 기록으로.
그 중 위험하지 않은 걸 선별해 이 시대에 전파한다.
그것이 사샤 블레이즈가 경의를 표하고, 그를 이용하고자 택한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당신 입맛대로 키울 병사들을 양성하는 데에 쓸 책을 쓰라는 거야?"
"정규 교육에 편입할 생각이지만, 그런 목적만은 아닙니다. 제 연줄을 이용해, 가능하다면 이 영지 밖에서도 출판할 기회를 모색할 생각이죠."
이 영지를 넘어 대륙 전체로.
그저 책일 뿐이지만, 그 책에 담긴 정서가 이 시대에 적합하다면 분명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든.
그런 위험을 가지고 있으니, 그 작업은 아주 신중하게 진행될 예정이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기존의 체재를 유지하는 데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 영지는 그에 예외가 되지만, 이곳에 있는 변화가 제국을 침범하려는 순간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하겠죠."
발전을 거부하는 시대엔 아는 것도 죄가 되니까.
하물며 그가 가진 지식은 신성력이라는 힘을 숭상하는 자들의, 그 근간을 붕괴시킬 만한 것.
이 시대에 그가 가진 지식은 너무나도 위험한 것이다.
그걸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걸 존재시키면서 통제를 할 수 있다 말하는 건, 이단의 군주에게 있어서도 분명 오만이라 부를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저보다 현명하겠죠. 이 시대는 어쩌면, 당신이 살아가던 시대보다도 더 뒤쳐졌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이전의 대화에서 짐작한 바였다.
14년.
그 시간 동안 이 시대를 경험한 자가 내린 결론은, 평생 전장에서만 시간을 보내온 자신이 가진 이상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요, 당신이라면……. 평생을 이 전장에서 보낸 저보다도, 이 시대를 보는 눈이 더 정확할 겁니다."
이윽고 사샤가 카일의 손을 맞잡았다.
황제조차도 쉬이 다루지 못하는 땅의 군주가, 과거의 적군에게 진실 된 경의를 드러낸 순간이었다.
"그러니 당신의 지식을 어찌 활용할지는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더욱 나아가 그 길이 올바르다 판단이 되면……. 저 역시 당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을 함께 짊어드리겠습니다."
요구하는 대가는 오직 하나.
지금의 이 고결한 이상을 계속 유지하는 것.
그리고 이 영지를 넘어, 이 제국 전체에 그 이상을 실현시키는 것.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물음에 할 답은 정해져 있었다.
* * *
"어머, 셰인, 그 몸의 상처는……."
"침바르면 나아요."
케이미의 연구실에 들어선 셰인이, 개인실을 향해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이런저런 시험을 하며 사용했던 공간.
그 방에 들어가기 전, 셰인은 케이미를 돌아보며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 것보다 종이랑 펜 좀 내어줄 수 있을까요?"
"네 뭐, 그 정도야……."
"아주 많이 필요해요."
아주 신중하게, 몇 번이고 갈아치워야 하니까.
다행히도 그녀의 스승은 유능한 연구원.
뒤따라오는 지원이 많은 만큼 종이를 구하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이야, 창고에 있는 게 전부 거덜 났네요. 이 많은 종이를 어디에 쓰려는 건가요? 종이를 모아서 다시 나무라도 만들려고 하나?"
"그런 게 있어요."
공교롭게도 이건 그녀에게도 공유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셰인은 홀로 어두운 방에 들어선 뒤, 발광석이 달린 스탠드만을 켠 채 종이에 글을 적어갔다.
사령관이 제안한 책에 어떤 내용을 쓸지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을.
‘역시 가장 우선시 여겨야 할 건 응급처치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신성력이라고 하는 힘에 매혹되어, 그를 보완할 만한 것들을 모조리 배제해 왔다.
그런 체재가 유지되길 200년.
전통에 불과해야 할 교리마저 규율에 일체화되었고, 그로 인해 원리의 탐구가 전제되는 학문의 발전엔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시대라도 전문성이 없는 기술은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를테면 응급처치.
위기의 상황에, 확실하지만 치료의 속도가 더딘 신성력보다도 신속하게 목숨을 부지하는 기술은 필요하다.
빠지거나 부러진 뼈를 절묘히 끼우는 접골법.
마냥 조이거나 휘감는 게 전부가 아닌, 엄연히 제대로 된 방식이 존재하는 지혈법.
환자를 보호하면서 호송하는 호송법. 그리고 심정지의 상태를 회복시키는 제세동술…….
‘……아니, 이건 빼자.’
이내 심폐소생술에 관련된 술법에 대해선 제거해버렸다.
생명에 귀결되긴 하나, 이건 아직 이 제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심장이 근육과 신경세포에 의한 게 아닌, 영혼에 의해 일어난다 여기고 있으니까.
그 지식의 부재로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갈 수 있다 한들.
그걸 견제하여 적어 넣는다면, 그 반발에 결국 모든 걸 그르칠 수도 있다.
언젠가 살릴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
그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역시 사람의 목숨에 귀결된 일이니, 이 부분에 대해선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고전적인 방식이라도 채택해서…….’
제세동술이 만들어지기 전의 원시적인 심폐소생법.
자신의 기준에선 비효율적이나, 이 시대엔 전혀 접하지 못한 신개념이다.
그런 걸 갈비뼈가 부러지더라도 영혼을 되돌리는 수단으로 써라.
그런 식으로라도 받아들여지길 바라며, 셰인은 그 원시적인 수단을 거짓으로 포장해 과감히 적어내었다.
그런 식으로 내용을 쓰고 지우길 반복.
종이의 산이 수북이 쌓여갈 무렵, 다음 내용을 써내려가는 그의 펜이 어느 한 순간 멈춰졌다.
‘마투술.’
자신이 전생에 창안한 기술.
갑옷마저도 내버리고 최전선에 뛰어들어, 아군을 보조하며 자신을 지키는 호신기.
이 기술로 인해 부대의 생존률은 크게 상승했지만, 그건 단순히 능률만이 아닌 입문이 쉽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마법처럼 복잡한 원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사들의 오러블레이드처럼 섬세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호흡을 루틴으로 삼아 마나를 다스리고, 빠르게 모으고 터트린다.
그렇게나 단순한 구조이나 그만큼 몸에 부담이 많이 가며, 고수준의 기술을 쓰고자 하면 육체의 단련은 기사들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요구한다.
입문은 쉽되, 숙달은 어려운 것이 마투술이란 전장호신술.
그런 기술은 대개 대중에겐 위험한 기술로 여겨지지 않는 법이다.
이 호신기를 살인기술로 바꿀 수 있는 지식을 가진 게 아니라면.
‘대장, 저는……. 왜 의사인데 사람을 죽여야 했던 건가요?’
그래, 그녀처럼.
누구보다도 유능한 의사를 터무니없는 학살자로 만들어버린 이 기술은.
의학을 받아들이지 못한 시대에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 기술의 기본기에 대해 서술하던 중, 문득 카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뭐라고 말했더라?"
그 과오의 연장선은 분명 존재했지만, 어째서인지 머릿속에선 당시의 기억이 쉽게 윤곽이 잡히질 않았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분명 그때에도 대답을 한 건 한참의 정적이 흐르고 난 뒤였다.
‘……네가 의사라서 죽인 게 아니야.’
고요함이란 공통된 상황을 통해.
셰인은 흐릿한 기억의 윤곽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의사도 사람이니까.’
떠오른 건 한편으론 순리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
‘궁지에 몰린 사람은 선택할 수 없으니까. 너 역시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야.’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한낱 인간이 어찌 선택할 수 없는 일을 이끌어내는, 그런 재해와 같은 것.
그것을 간과한 자의 말로란 언제 비참함에 사무치는 것이었다.
‘그럼, 앞으로도 이런 게 계속 된다는 건가요?’
그렇기에 이어지는 말을 부정할 순 없었다.
앞으로도 의사이길 희망하는 자에게, 상황을 넘기기 위한 위안 따윈 상냥한 거짓말조차도 되지 못할 테니까.
‘그걸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좌절한 채로.
앞으로도 체념한 채 살아가라 할 순 없지 않은가?
‘그게 싫으면 강해지면 돼.’
그러니 그는, 언제나 자신이 고수해온 해결책을 얘기했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거닐지 않으리라 여겼던 여인을, 자신이 거니는 길로 끌어들이길 택했다.
‘강해지다니…….’
‘네가, 네 앞에 있는 사람을 살릴 수 있을지 말지……. 그 목숨을 쥐었다 펼 수 있을지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면 되는 거야.’
만약.
자신들이 종교를 가질 수 있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기준을 정할 것 없이 교리를 따르면 되고, 그것을 따르는 군중에게 동조를 구하며 흐름에 맡기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들은 의사였다.
성직자와 같은 병자의 구제를 추구하되, 인간의 완전성을 부정하기에 신앙을 가지는 게 허락되지 않는 존재.
그런 이들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 느낄 딜레마를 해소하는 법은, 그 자가 가진 강함으로 지향하는 바를 한정시키는 것뿐이다.
적어도 카일은 그렇게 생각한다.
‘메디슨 카일. 너에게 이 자리에서 묻겠다.’
그리고 그 생각을 제 앞에 선 여인에게 전파했다.
‘네가 이 전장에서 바라는 게 뭐지?’
‘저는…….’
그 생각을 전해들은 그녀가 힘겨이 대답했다.
‘저는 이 전장에서,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의사니까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자니까…….’
‘하지만 그조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야.’
그들이 서있는 곳은 전장이고.
전장에 들어선 이들은 사람이기보다도, 의사이기보다도 군인이길 강요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곳에서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건 분명 과한 욕심이다.
그리고 그런 욕심을 충족하는 방법은 어느 시대건, 어느 지역이건 어느 위치에서건…….
그 근본만큼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 강해져.’
사람을 살리기 위한 지식은 물론이고,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손대중이 가능한 힘이라도 좋다.
종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정신력이라도 상관없다.
‘어떤 식으로든 강해져. 언제 어느 때에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너 혼자 일어설 수 있도록.’
설령 자신이 세운 철칙을 어긴다 해도, 그로 인해 심신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힘을 가진다면…….
설령 그게 해결책이 되진 못해도, 해결책을 찾기까지의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을 테니까.
‘네가 날 따라오겠다 한다면, 내가 널 그렇게 만들어줄게.’
그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끝까지 추구하지 못하는 가혹한 길.
그리고 그 가혹한 길을 거닐어야 하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카일 역시, 제 스승의 부재를 실감하는 자로써 그 이상을 실현할 것을 강요받는 자였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기에…….
그는 자신의 생에 추구해야 할 세 가지의 규율을 세운 것이다.
‘신조 하나-의무의 길을 거니는 자는, 스스로의 목숨을 중히 여겨야 한다.’
‘신조 둘-의무의 길을 거니는 자는,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는 선에서 아군을 지키는 데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신조 셋-의무의 길을 거니는 자는, 위의 두 가지 신조를 지키는 선에서 맡은 바 일에 충실히 한다.’
평소처럼 그 세 가지를 되뇌고.
그 끝에 내려진 결론을 자신이 쓰게 될 교본을 써내려갔다.
[사람을 살리는 자는, 전장의 그 누구보다도 강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자는 앞으로도 이 문장을 끝없이 되새기며, 사람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를 알아주었으면 한다.]
[의무의 길은 당신이 경험해온 그 어떤 것보다도 힘겹지만, 그렇기에 그만한 가치를 지닌 일이라는 걸.]
그러한 서막을 시작으로, 셰인은 이 시대가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여긴 지식을 써내려갔다.
그 지식이 담긴 책이 영지를 넘어 제국 전역에 퍼지기까지에 걸린 시간은 4년.
셰인이 18세가 되는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