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의무병의 환생-66화 (66/255)

의무병의 환생 66화

"으아아! 저리가! 꺼져!"

마을 한가운데, 수레에 담긴 광물더미를 엄폐물로 삼은 반란군이 비명을 지르며 총을 쏴대었다.

표적이 된 자는 그 총을 피하거나 하진 않았다.

비록 무장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지만, 소총에 의한 사격 정도는 2써클의 마나로 시전하는 강체술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니까.

"어서 쏴! 가까이 오잖아!"

"젠장, 총알을 빨리……."

-쿠궁!

장전을 하는 새에 들려오는 굉음.

그 직후 엄폐물을 등진 반란군들의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안녕 친구들~"

겨울날의 맑은 하늘 아래.

태양을 등지고 있는 사제복의 청년이, 거센 입김을 불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아악!!"

비명을 지른 반란군이 총을 쏴갈겼다.

그 총알을 마나를 두른 손으로 잡아낸 셰인이 코웃음을 터트렸다.

"너희 어머니께서 인사하는 사람 면전에 총빵부터 놓으라 가르치더냐?"

"무, 뭔 소……."

-짜악!

총알을 쥔 주먹을 펼쳐 휘두르는 셰인.

뺨을 얻어맞은 반란군의 머리가 비틀어지다, 그 자리에서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옆에 있던 동료가 기겁하며  품에서 권총을 꺼냈지만, 그 전에 셰인의 주먹이 휘둘러지는 게 먼저였다.

-콰앙!!

안면을 강타함과 동시에 이루어진 마나의 기폭.

그와 함께 멀리 떨어져나간 반란군이 끅끅대는 가운데, 셰인이 그에게로 다가서며 제 주먹을 틀어쥐었다.

"아이고 이 녀석 몸 튼실한 거 보게~ 어머니께서 좋은 거 먹여가며 잘 키워주신 것 같으신데……. 근데 너희 어머니께서 이런 일 하라고 그리 잘 먹여주셨던 거냐?

"크학! 그, 그만!"

"이런 객지까지 출장 왔는데 부모님에게 연락은 드렸니? 명절에 집에는 내려가고? 설마 그 나이 처먹고 용돈 타먹는 건 아니지? 유독 네가 가진 총도 더 좋아 보이는데, 반란군 자금도 부모님 등골 뽑은 거 팔아다 장만한 거냐? 응?"

"네, 네가 그런 걸 왜 신경 쓰는……. 쿠헥!!"

사정없는 구타 가운데, 반박마저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셰인이 그의 목을 틀어쥐었다.

손에 서있는 핏줄은 그의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내가 니들 같은 놈들 잡아다 빵에 가둔 게 열 마차는 되는데."

-쿠당탕!!

내던져진 반란군의 몸이 옆 건물의 지붕에 처박히고, 눈이 까뒤집힌 채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전신골절에 뇌진탕.

숨통은 붙어있지만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는 몰골이다.

그에 모두가 기겁하는 가운데, 기교를 벌인 당사자가 뻐근한 목을 쥐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요새 느낀 건데, 반란군이란 건 어디 고아원 하나 잡아다 개조해서 만든 게 아닌가 싶더라고."

"무, 무슨……."

"그렇지 않고서야 가정교육도 못 받아먹은 놈들이 공장에서 찍어낸 것 마냥 꾸득꾸득 기어 나올 리가 없잖아."

변경지대에 온 지도 언 4년.

셰인은 그동안 사샤의 지시를 받는 정예병으로 활동하며, 특히나 영지 인근에 판을 치는 반란군들을 소탕하는 일을 도맡아 왔다.

교외지역을 점거한 무력집단, 보급로 습격, 혹은 잔당소탕 등등…….

그렇게 득시글거리는 놈들을 상대할 때에 느끼는 건 언제나 짜증이었다.

"수틀리면 다 때려 부수는 게 참 편하고 좋지 엉? 누구는 이 나라 뒤집고 싶은 거 다 참아가며 회의 중에 눈물의 콜라쇼를 펼치고 있는데 이 씹새끼들아."

우드득.

마치 그의 감정을 대변하듯, 곤두세워진 손에서 뼈의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마침 그 꼰대한테 갈굼 받은 것도 서러운 참인데 잘 됐네. 나도 니들 상대로 화풀이 좀 해보자."

"이익! 뭔 소릴 하는 거야!"

"한 발 씩으로는 모두 튕겨낸다! 동시에 사격해!"

-타타탕!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탄.

그 총탄을 피해 달아나는 셰인이 눈을 퍼트려 안개를 만들고 엄폐물 뒤에 몸을 숨겼다.

‘이쪽에서 먼저 도발을 하긴 했다만……. 역시 여러 발은 좀 위험한데.’

2써클만 되어도 소총탄을 튕겨낼 수 있지만, 그 방어의 원리는 견고함이 아닌 마나의 성질을 응용한 결과물이다.

마나는 의지에 반응하며, 그건 무의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바.

강체술에 의한 방어는 몸 전체를 상시로 굳히기 보단, 공격이 오는 부위를 자동으로 감지해 그 부위를 견고히 다지는 쪽에 가깝다.

당연히 총알처럼 가벼운 투사체는 막기 쉽지만, 여러 공격이 적중하면 무의식적으로 운용되는 마나가 분열되어 방어가 약해지게 된다.

‘물론 사격에 지연 시간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요새 쓰는 총들은 그 지연시간도 크게 단축된 물건들이라는 게 문제지.’

상부 내장형 탄창.

소총의 긴 총신의 위쪽에 탄창을 달고, 그 안에 총알 여러 개를 한 번에 집어넣어 장전의 효율을 극대화시킨 기술이다.

처음 영지에 왔을 때만 해도 한 번 장전에 한 발이 기본이었거늘.

설마 장전속도를 발전시킨 후장식 소총에, 더 발전의 여지가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참 좋을 때네. 아카데미에서 코피가 터져라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총 하나만 쥐면 누구나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라니."

200년 전 저 무기를 제식병기로 채택했다면 연합국도 쉽게 당하진 않았으리라.

그런 아쉬움도 들지만, 그런 걸 곱씹어봐야 비참해지는 건 고대인인 자신뿐이다.

‘뭐, 어쩌겠어. 지금이라도 그 숙원을 실컷 풀어봐야지.’

엄폐물 뒤에서 준비를 하는 가운데, 사격을 멈춘 반란군들이 셰인을 포위하고자 총구를 겨눈 채 거리를 좁혀왔다.

셰인이 엄폐물의 뒤로 손을 빼낸 건 그 거리가 지척까지 다가온 순간.

"무슨……."

몇몇 반란군들이 반응했지만 이미 늦었다.

손은 눈보다 빠르며.

-파앙!

그 손가락으로 쏜 총알의 순간 속도는 음속을 넘어서니까.

"카학!"

경쾌한 폭음과 함께 쏘아진 무언가가 반란군의 어깨를 꿰뚫었다.

터져 나오는 핏줄기.

총알이 박히며 생긴 것이다.

"무, 뭐?"

"무슨……."

"놀랄 거 없어 새끼들아."

셰인이 엄폐물 밖으로 빠져나오며 손을 휘둘렀다.

그 주변에 띄워진 것은 염동력에 의해 나도는 금속덩어리.

탄피에 감싸인 총알들이다.

"니들만 총 쏘는 게 부러워서 나도 쏴본 것뿐이니까."

적들이 반응하기 전, 셰인이 총알을 앞둔 손가락에 마나를 실어 넣었다.

손가락에 돌출된 예리한 마나의 바늘.

그것이 공이치기가 되어 총알의 뇌관을 정확히 때리고, 내부의 화약을 팽창시켜 납탄을 방출시켰다.

반란군들은 미처 대응할 새도 없이 그 공격에 픽픽 쓰러져갔다.

손으로 총탄을 쏜다는 말도 안 되는 기교에 대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끄아악!"

근거리는 물론 배후에서 견제를 하던 이들도 예외는 없었다.

대응사격이 무색하게도 총알 한 방에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반란군들.

이윽고 소강상태가 되었을 무렵, 셰인이 아직 초연이 남아 있는 탄피를 움켜쥐며 유유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왜 굳이 거추장스럽게 총알을 총으로 쏴대는지 모르겠다니까? 손으로도 충분히 쏠 수 있는데."

"히, 히익!!"

비명을 지르며 물러서는 반란군들.

맨 손으로 총알을, 그것도 정확히 표적을 명중시키는 괴물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왜 이런 괴물이……. 끄윽!!"

"가만히 있어."

셰인이 곧 쓰러진 녀석들의 무기를 내던지고, 그들의 몸에 박힌 총탄을 손가락을 이용해 하나 둘 씩 빼내주었다.

"무, 뭘 하려는 거야! 고문할 생각이라면……."

"고문이 아니라 응급처치야 인마. 범죄자인 니들은 어차피 성직자들에게 치료도 못 받을 텐데……. 파상풍 걸려서 피똥싸다 뒤지기 싫으면 얌전히 소독이나 받아."

총알을 빼내고, 소독약을 뿌려 오염을 막은 뒤 수술용 실을 이용해 상처부위를 꿰매주었다.

빠르고 능숙한 손길이지만 손가락이 살을 헤지는 감각은 선명히 느껴진다.

그에 아우성을 쳤지만, 셰인은 묵묵히 그들에 대한 지혈행위를 이어갔다.

"운 좋은 줄 알아. 너희들이 좀 더 강했으면 이 정도로 안 끝났을 테니까."

미처 손대중을 하지 못할 정도의 강적을 만날 경우엔 처치고 뭐고 없다.

어디까지나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의 자비.

셰인에게 있어서 그들을 치료해 준 건 그 정도로 끝날 문제였다.

‘이후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내 처치를 마친 반란군들을 붕대로 결박한 후 구석진 곳에 내팽개친 셰인.

그 후 탁 트인 마을의 한복판에 서니, 언덕 위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셰인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네가 대가리냐?"

"……이들을 이끈 자를 묻는 것이라면 맞다."

얼굴부터 두피까지 뒤덮고 있는 화상자국.

누구나 추하다고 볼 일이지만, 이 세계엔 신성력이란 만병통치의 힘이 존재한다.

상처를 남겨놓은 건 어느 정도 고의성이 있단 것. 그리고 대개 그런 자들은 범상치 않은 전력을 지닌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건 바스타드 역시 마찬가지로 느끼는 바.

"블레이즈 영지에서 활동하는 사제복의 소년……. 그래, 네가 소문의 주인공이었군."

소문의 주인공.

그 말을 들은 셰인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이야, 날 알고 있어?"

"소문으로 익히 들어왔지. 네가 쓴 책도 읽어보았다만……. 설마 그 책의 저자가 이만한 실력자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군."

적의에 내포된 감탄.

그 감정을 읽은 셰인이 느낀 건 다름 아닌 흐뭇함이었다.

‘그래도 책을 쓴 보람이 있네. 내 이름이 반란군들에게까지 전해지고.’

목적과 별개로 칭찬을 듣는 건 셰인에게도 좋게 볼 일이었다.

특히나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들을 때면 전생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이 시대에도 사람을 치료하라는 자라고 인정해주는 것 같으니.

"그래, 내가 바로 그 소문의 주인공인 변경의 의사선생……."

"셰인 골드리안! 네가 바로 그 유명한 변경의 망나니 사제였구나!!"

제 소개를 무시하며 울려 퍼지는 기세 좋은 외침.

그것을 들은 셰인의 자부심이 일순간에 나락까지 처박혔다.

"……아니."

"근래 소문으로 이 인근에 반란군을 전문으로 소탕하는 사제가 있다고 들었다. 사제답지 않게 맨몸으로 달려들어 혼자서 궤멸시킨 집단만 해도 두 손을 다 합쳐도 못 셀 정도라고!"

"대체 뭔 소릴……."

"그런데 설마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단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자라곤 생각도 못 했군!"

바스타드가 이를 갈면서도 입꼬리를 주욱 들어올렸다.

방해자에 대한 불쾌감과 더불어, 유명인을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

반대로 셰인은 이 상황에 그리 좋은 감정을 품지 못하였다.

‘…내가 아무리 존칭들을 사람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망나니 사제는 좀 너무하지 않냐?

셰인은 망나니도 아니고 사제도 아니다.

그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에 사제복을 입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에 불살주의를 지향하며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려줄 뿐.

‘근데 씨발……. 내가 왜 이 시대까지 와서 저런 별명으로 불려야 되냐고.’

카일 페터슨은 최고의 암살자이며, 그가 이끄는 부대는 최고의 암살부대다!

그의 부하들이 전장에 나갔다 아군을 살리며, 동시에 적군의 모가지도 같이 따고 오기에 붙은 별명이었다.

정작 카일은 의사가 된 후 살생을 범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거늘…….

‘하지만 이번 생에선 모를 일이지.’

셰인이 속으로 숨을 다스리며 눈앞에 있는 녀석을 응시했다.

안면부터 두피까지 화상자국에 감싸인 남자를.

‘저놈이 단련시킨 졸개 녀석들. 포지셔닝부터 사격실력까지 어지간한 정규군은 넘어서고 있었지.’

그런 집단의 우두머리라면 필시 상당한 강함을 지녔을 터.

어쩌면 4년간 만난 놈들 중 가장 까다로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가운데 바스타드가 셰인을 내려다보며 감탄을 흘렸다.

"역시 싸울 생각인가."

"그럼 내가 여기 싸우러 왔지 댁이랑 차 한 잔 하러 왔겠어?"

들어 올린 손가락이 그를 향하며 까닥여졌다.

"덤빌 거면 내려와서 덤벼라 이 고아원장 자식아."

"……재밌군."

그 도발을 유쾌히 받아들인 바스타드가, 이내 제 몸을 언덕의 밑으로 떨어트렸다.

쿠웅.

땅에 닿기 무섭게 들려오는 굉음. 눈밭이라는 부드러운 발판에도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후드 밑에 감춘 장비가 상당한 중량을 가졌다는 의미.

"그래, 어린 나이에 그만한 일을 저질렀다면 호기도 있어야지. 내 너에게 경의를 표하며 전력으로 상대해 주마!"

그 장비가 이윽고 후드가 벗겨지며 드러나고,

그것을 본 순간 셰인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단숨에 사그라졌다.

"저건 또 뭐야……?"

한 자루의 총…….

아니, 손에 쥐어진 게 아니다.

그 총은 녀석의 ‘몸과 일체화’되어 있었다.

정상적인 팔과 달리 관절하나 달려있지 않은.

그 끝에 매어져 있는, 열 개가 넘는 총구가 달린 기계장치가.

‘이런 씹!’

마주하기 무섭게 덮쳐오는 위기감에 셰인이 다급히 자리에서 등을 돌렸다.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투타타타타타!!!

진동음의 뒤를 이어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

그와 함께 쏘아진 탄환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소총을 넘어서며, 난사속도 역시도 단발식 소총과는 비교를 거부할 정도다.

-쿠과강!

총탄 세례가 지나친 자리의 건물이 무너져 내린 때, 그를 돌아본 셰인의 얼굴이 창백한 색으로 물들어졌다.

"야이씨……. 내가 먼저 고아원장 타령 했지만, 진짜 엄마 없는 성능의 무기를 가지고 오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