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67화
고작 10초 남짓.
그 시간 동안 상대는 100발이 넘는 총탄을 쏴갈겼다.
발전된 총기로도 20명은 있어야 가능한 사격을 혼자 해낸 셈.
그 말도 안 되는 위력에 경악하는 가운데 바스타드가 광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 맛이 어떠냐!! 이게 바로 너희가 배척해온 이단의 산물이 지닌 위력이다!!"
-투타타타타!!
또 다시 이어진 총탄세례가 벽을 함몰시키는 가운데, 셰인이 그 공격을 피해 마을 곳곳을 뛰어다녔다.
이전까지만 해도 제 부하들을 학살하던 녀석이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광경.
그 광경은 바스타드에겐 더 없는 희열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무기는 처음 마주하니 놀라울 법도 하겠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너희 제국이 배척해온 고대 민족들이 가진 기술의 결정체! 1분간 600발이나 되는 마나의 총탄을 발사하여, 30mm의 철판마저도 걸레짝으로 만들어버리는 중량형의 기관포란 말이다!"
"…말 드럽게 많네."
"자이너의 과학력은 세계 제이이이이일!!!"
쏘아지는 총알만큼이나 쉴 새 없이 쏴대는 총탄.
그 난사의 속도는 상부내장형 탄창 따위는 저리가라 할 정도였으며, 당연한 거지만 저만한 총탄 세례를 강체술로 막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자이너……. 그 나라가 멸망하지 않았다면 연합국도 저런 무기를 쥘 수 있었던 건가.’
철의 나라 자이너.
전쟁 당시 마나 그 자체를 마법이 아닌, 기계장치의 동력이나 그 부속으로 쓰는 방식을 고안했던 나라다.
하지만 당시에는 모두가 그걸 말도 안 되는 발상이라 여겨 외면했고, 별다른 투자 없이 무리하게 개발을 이어가던 자이너는 끝내 연합국에도 퇴출.
제국은 그들의 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비 없이 그 나라를 휩쓸어 불모지로 만들어버렸다.
‘그런 나라의 산물이 구현된 것도 놀라운데 마나로 이루어진 총탄이라니, 상식을 벗어난 것도 정도껏 해야지.’
마나는 의지에 반응하며 육체를 기점으로 모이는 에너지.
당연히 육체에서 떨어져나간 마나는 의지를 받지 못하고, 그 마나가 자아내는 물리력 역시 빠르게 소실되기 마련이다.
공 정도의 크기로 투척해도 유지되는 시간은 길어봐야 5초 정도. 당연히 총알 정도의 크기라면 쓰는 즉시 코앞에서 분해되고 만다.
반면 저 기관총이란 무기로 사출한 마나는, 결집이 흐트러지기도 전에 대상에게 도달한다.
총탄 한 발 한 발의 속도가 최신식 소총마저 아득히 넘어선다는 것이다.
"왜 그러나!? 아까까지의 기고만장한 태도는 어디로 갔지?"
숨어서 빈틈을 보려고 했지만, 상대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견제를 하는 법에 익숙한 상태였다.
사각으로 돌려는 시도를 하면 바로 총구를 겨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총알보다는 빨리 움직일 수 없는 법.
연사속도가 말도 안 되기에 조금이라도 직선으로 움직이는 순간 적중하나, 그걸 견제해 엄폐물에 몸을 숨기면 상대와의 거리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하다못해 거리만 어떻게 하면 총알이라도 쏴서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치직!
도화선에 불이 붙는 소리.
바스타드가 품에서 꺼낸 다이너마이트를, 기계팔에 장치된 점화장치로 불을 붙이며 난 소리였다.
그 표면에 그려진 건 블레이즈 영지에 소속된 공장의 마크.
"야이씨 행보관 누구야! 저걸 왜 반란군새끼들이 쓰는……."
-콰강, 콰가강!
방산비리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를 정면에서 받아낸 셰인.
강체술로는 어찌 버텨낼 순 있지만 데미지는 누적된다.
그 충격을 계속 버텨내는 건 심신에 큰 부담이 되는 일.
이윽고 그 공세에 밀린 셰인이 막다른 길목에 몰리고 말았다.
-철컥.
몰아세운 직후 총구를 겨누며 다가오는 바스타드.
셰인이 이를 갈며 자신의 목에 손가락을 겨누었다.
"…진짜 무리하기는 싫은데."
현재 경지는 3써클.
대개 재능 있는 마법사들이 성인이 될 무렵에 도달하는 경지지만, 상대의 공격을 막는 것은 그런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다.
‘예전보다 낫긴 하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써야 해.’
지금이 바로 그 신중하게 써야 하는 때인가?
그 갈피를 잡으려는 가운데, 바스타드가 셰인에게 겨눈 총구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야 대화를 나눠볼 수 있겠군."
"……뭐?"
"살려줄 의향이 있다는 거다. 네 놈이 투항한다면."
그 말을 증명하듯 겨누어진 총구의 회전이 잠시 멈춰졌다.
장치를 가동하는 데에 쓰이는 마나를 회수했다는 것.
그 침묵의 이유를 짐작한 셰인이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투항은 지랄. 그냥 끝낼 수 있을 때 처리하지 그러냐?"
"아니, 지금의 제안은 너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야 너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니까."
"같기는 무슨. 같은 사람 취급할 거면 일단 머리에 모근부터 심고 오지 그러……."
"셰인 골드리안."
"……."
빈정거림이 뚝 끊어졌다.
망나니 사제라는 멸칭이 아닌, 존중을 담아 불렀기에…….
실제로도 자신을 마주하는 그의 눈에선 적의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까지 임무를 수행하며 적잖게 봐온 눈빛이기도 했다.
"혁명단에 합류하지 않겠나?"
그래, 자신의 소식을 접한 반란군들은 대개 이런 제안을 해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을 밀어붙인 녀석이 없었다는 것뿐.
그리고 고작 그 정도 차이만으로 셰인이 내뱉을 답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여기 반란군 소탕하러 왔다는 건 알고 있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활동 역시 위에서 내려진 지시를 따를 뿐이라는 것도."
바스타드에게 있어서 셰인은 탐이 나는 인재였다.
나이가 어리다곤 하나, 현 제국의 군권을 쥔 영주의 지지 아래에서 책을 출판하기까지 하는 수완을 가지고 있다.
그 또한 현 제국의 체제에 순응한 자가 쓸 내용이 아니기에, 반란군에선 셰인에 대한 평가는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 너는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게 아닐 거다. 신성력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을 치료하는 기술을 전파한 것 자체가, 이 제국의 체재에 문제가 있다 주장하는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의중을 묻듯 눈을 가느다랗게 뜨는 바스타드.
셰인이 어깨를 으쓱였다.
"…불만이야 어느 집단에 있어도 생기는 거지."
"나 역시,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처음엔.’
그건 공통점을 가진 자들이나 입에 담을 말이다.
의미를 알아차린 셰인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물었다.
"……탈영병이냐?"
"탈영이 아닌 퇴역이다만…. 어쨌든 한때 너처럼 블레이즈 영지에 신세를 진 건 사실이다."
절그럭.
기계팔이 움직이며 소음을 내었다.
총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장치.
그 출처가 어디인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혁명군은 블레이즈보다 더 자유롭지. 너의 경우엔 성과를 보였으니, 합류한다면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치외법권지보다도 제약도 없고 지원도 큰 장소.
셰인과 같은, 고대의 지식을 구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제안일 것이다.
매 회의 때마다 마찰이 잦았던 만큼 더더욱.
"그래서 나도 같이 꿀 빨라 탈영하라 회유하는 거고?"
"내가 회유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다. 그야 네가 그곳에서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제국이 바뀔 일은 없을 테니까."
바스타드.
그 역시 셰인처럼 변혁을 추구했던 자이나, 그 말로는 결국 제국의 적이 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국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기에.
그리고 이 순간 셰인을 회유하려는 건, 그 역시 언젠가 자신처럼 되리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무언가 변화한다고 느끼겠지만 그것도 오래 가진 못할 거다. 당장 네가 저술한 책만 하더라도 교리에 반하는 내용이 전혀 없는데도, 제국에서 여러모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 그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알고 있다.
변경지대라 외부 소식이 뜸하다 한들, 새로이 증원을 오는 사람들은 제국에서의 소식을 간간이 물어다오고 있었으니까.
그중 교단 사람들의 경우, 특히나 셰인에 대한 적개심을 크게 드러내곤 했다.
구급법 역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고, 그걸 대중화시키는 걸 신성력이 무능하다 폄하하는 거라 해석해 버리기 때문에.
"너 역시 그 책을 쓴 이유는, 그런 체제와 인식이 잘못되어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었나?"
"……."
셰인은 바스타드의 의견을 부정하지 않았다.
신성력을 절대적으로 숭상하는 제국은 잘못된 곳이다.
셰인의 모든 행동이 그걸 전제로 한다는 건, 결코 틀리다 할 수 없는 것이니까.
"……구구절절 옳은 말이네."
그로부터 유대가 형성되는 것을 느낀 바스타드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럼……."
"근데 잘못되었으니 체제를 바꾸고 싶으면 총을 들지 말고 정치를 해야 하지 않냐?"
"……뭐?"
멍한 표정을 짓는 바스타드.
셰인이 그를 앞에 두며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이 사회에 불만이 많으면 공무원이라도 한 자리 꿰차다 귀족으로의 출세라도 노려보라고 말했는데 왜, 그렇게 정치판에 끼어드는 건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어서 싫어?"
누가 듣더라도 비꼰다는 것이 다분히 느껴지는 말투.
바스타드가 욱한 심정을 느끼며 그를 쏘아붙였다.
"지금 말장난을 하자는……."
"말장난하는 거 아니야."
셰인이 말꼬리까지 자르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었다.
정치할 생각이 없으면 적당히 순응하며 사는 게 사람으로써 마땅한 일이라고.
그 눈빛을 읽은 바스타드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몸을 떨었다.
"……의외로군. 그런 책을 써놓고 세태와의 야합을 택하다니."
"안 하는 게 이상한 거지. 그 책 하나 출판하는 데에도 마찰이 더럽게 많았으니까."
제국을 증오한다.
그것만은 앞으로도 변치 않겠지만, 그런 감정은 어디까지나 속에서만 맴돌아야 하는 법이다.
속내란 설득을 동반하지 않고 표현하면 허황된 개소리로 취급되고,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도 행동을 강행하는 것을 세간에선 범죄라 부르는 것이니.
"그리고 난 평화주의자라서, 그 쪽처럼 수틀린다고 총부터 뽑는 몹쓸 어른은 되고 싶지 않네."
뿌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
다만 그 분노는 셰인의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여서가 아니다.
"……그렇게 쉽게 견딜 수 있었다면 반란군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거다."
아직 18세.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아이다.
통탄한 것은 그 아이가 개화시킨 목적이 세상의 가혹함에 꺾여서일 뿐.
하지만 바스타드는 알고 있다.
그 가혹함은 결코 정당한 게 아니며, 그걸 참기만 하는 것은 비참한 말로로 이어진다는 걸.
"내 아내는……. 이 제국에서 저주받은 자라 불렸던 사람이다."
그래, 그는 그 부조리를 겪었던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사람이었다.
"다리가……. 태어날 때부터 제대로 움직이지 않던 사람이었지. 그래도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세상이 그녀를 핍박해도……. 언젠가 그녀가 저주를 극복하기를 바라며 옆에서 그녀를 부축해주며, 모두가 그녀를 긍정해주는 날을 꿈꾸었지."
저주를 극복한 자는 성인으로 취급된다.
과거엔 제 아내가 그런 자가 되길 바랬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취급 자체가 부조리하기 그지없는 처사였다.
교단은 그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저주로 돌렸을 뿐이니까.
"그녀와 내가 운영하던 공방이 불태워졌을 때,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바스타드의 손이 이윽고 제 얼굴로 향해졌다.
화상으로 뒤덮인 자신의 얼굴로.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녀가 ‘저주를 받아 천벌이 내려진 것이다’라는 둥의 헛소리나 주절대었어. 그저 태생이 그릇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제까지 나와 그녀가 세상에 인정받기 위해 해온 노력마저도 모두 부정해버린 거라고!"
구원을 필요치 않은 사람들에게 있어, 구원을 갈망하는 자의 노력 따윈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들의 눈에 비춰진 건 언제나 극복한 자들의 위상뿐이니까.
그 수면 밑에 무너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은 알지 못하고, 알더라도 관심을 꺼버린다.
"나는……. 나의 아내와 같은 사람들이 다시는 이 제국에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그렇기에 이 영지에 온 것이다."
이윽고 그의 손이 자신의 기계팔로 향해졌다.
화재로 잃어버린 팔을 대체하는 물건.
지금도 완벽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나를 신경으로 대체함으로써 기계적인 구조를 조절하는 정도의 방안은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제국에서 이단이라 배척해온 기술 중에서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지. 그래, 그녀와 같은 이들도 구원받을 가능성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 지식을 여기 영지 밖으로 그냥 가져갔다고?"
돌연히 말꼬리를 잘라내는 셰인.
더 이상 들을 것도 없었다.
대강 그가 어떤 이유에서 반란군이 된 건지, 계기부터 과정까지가 눈에 보이듯 뻔했으니까.
그 예상을 동조라 받아들인 바스타드가 환희를 표출했다.
"그래, 그들은 네가 예상했던 대로 내가 가져온 해결책을 완전히 부정했다. 완벽한 인간의 신체를 기계로 대체한다는 것이 교리에 반한다는 이유였지."
차차 추한 미소가 그려진다.
증오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일그러진 미소가.
"대체 뭐가 완벽하다는 거냐! 그저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것만으로 내 아내의 존재가 부정 받아야 하는 이유가……. 그런 이들을 돕기 위한 기술을 부정 받아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다!"
공감할 수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애초에 셰인이 블레이즈 영지에 온 것도, 바스타드의 아내와 같은 ‘저주받은 자’를 치료하던 걸 들켰기 때문이니까.
바스타드 역시 그 소식을 접했기에, 셰인이 이대로 있으면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리라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셰인 골드리안, 너라면 잘 알고 있을 거다! 이 제국이 지향하는 힘은 결코 모두를 위한 구원이 될 수 없다는 걸! 이 영지에 와서 일궈낸 성과를 부정하는 대중이 얼마나 그릇된 존재인지를!"
그런 잘못된 체제를 뒤집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부수고 다시 새로이 구축한 세계.
그러한 곳에선 그의 아내와 같은 사람들도 분명 편히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는 그가 자신과 함께 할 걸 주장했지만…….
"……하아."
정작 셰인의 입에서 내뱉어진 건 다름 아닌 깊은 한숨이었다.
주장하던 바스타드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왜 그러지?"
"아니 뭐……."
셰인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심각한 상황에서 결코 나올 수 없는 반응.
이후에 이어지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별로 특별할 거 없는 이야기를 듣자니 시간낭비란 생각이 들어서."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