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68화
‘어디에나 있는 사연.’
그것이 바스타드의 얘기를 들은 셰인이 내린 결론이었다.
자신이 겪은 비극을 하찮게 여기는…….
그런 태도에 모멸감이 느껴졌지만, 셰인에겐 그런 감정의 격동 따윈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아무렴, 콩 심은 데에 콩 나듯 불구대천의 쓰레기들에게도 그럴싸한 사연이란 게 존재하겠지. 살인에 재미를 느끼는 싸이코들도 감정 장애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는데, 댁이라고 아무 이유 없이 일을 저질렀겠어?"
악행에는 어떤 식으로든 원인이 존재하는 법.
악당과 싸우고자 한다면 먼저 그것을 염두에 둬야만 한다.
그들의 사연에 공감해 주는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이해’ 정도로 끝내기 위해서.
"근데 이유가 뭐가 됐건 변화의 수단으로 정치가 아니라 총을 택했으면 그 총구를 지도층에만 겨눠야지, 왜 애꿎은 민간인들을 죽이고 납치해대며 민폐를 끼치는 건데?"
종류만 다를 뿐이지.
그들의 입장에선 뜬금없이 망나니가 몰려와 이웃과 가족을 죽이고, 약탈하고, 멋대로 쇠고랑을 채워 부려먹는 거나 다름이 없다.
그 비극만 쳐도 이 자의 아내가 겪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아내를 위한단 녀석이 그런 걸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말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제국은 자신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아무렴, 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셰인이 으쓱이며 빈정거렸다.
"니 상상 속에서만 말이야."
빠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노가 배신감으로 바뀐 순간.
하지만 그런 감정 자체가 셰인에겐 도리어 경멸스럽게 보일 뿐이었다.
"셰인 골드리안……. 어리다고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나는 너를 죽일 수 있음에도 일부로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고, 그렇게 애 취급할 정도로 나이 잘 드신 분께서 전쟁질에 민간인 끼워 넣으면 안 된다는 건 모르시나? 반란을 그따위로 할 거면 차라리 대의가 아니라 독재를 위해서라고 말하지 그러냐?"
"우리의 숭고한 목적을 그따위로 폄하하지 마라! 독재라니, 가당치도 않은……!"
"가당치도 않은 소리는 네 주둥아리에서 튀어나오는 거고요 이 씹탱아. 민간인들 학살해 가면서 이룬 혁명으로 권력 꿰차고 나면 그 권력을 지키는 방법이 폭력 말고 뭐가 있는데? 자기한테 반대하는 놈들은 다 개자식에 이단이며 병신머저리로 낙인찍고 힘으로 찍어 눌러 닥치게 만들 게 뻔히 보이는데 어느 주둥아리로 내 앞에서 대의를 논해?"
무력에 의한 정권교체는 새로운 독재자만을 양산할 뿐.
대의가 광기에 침범해 버린 그들의 무력은 평화를 위한 통제가 아닌, 새로운 부조리를 쌓는 초석으로 전락하는 법이다.
셰인은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증오하는 제국을 무너트리고자 하는 반란군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이다.
"사연팔이 하면서 지 꼬라지 정당화하는 거 보면 네가 무슨 비극의 영웅서사를 써내려가는 주인공이라도 된 줄 착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역사에 이름을 남길 영웅이 되고 싶으면 혁명이 아니라 매국을 해라 이 등신아."
"그, 아아아아악!!!"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 바스타드가 셰인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내, 내가 잘못 봤군. 너 역시 제국이 주는 콩고물에 미친 개자식일 뿐이었어!!"
총열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마나를 받아들인 기계장치가 가동되는 순간.
그것을 직시한 순간 셰인의 손가락이 제 목을 파고들었다.
"죽어라 제국의 개!!"
-투타타타타!!!
또다시 이어지는 총탄의 세례.
하지만 그 총탄은 셰인의 몸을 파고들지 못한 채 사방팔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무형의 에너지로 이루어졌지만, 그 총알의 궤적만은 잔상으로 남기에 그 비정상적인 흐름을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무, 무슨……."
바스타드가 더욱 맹렬히 마나를 불어넣어 사격을 이어갔지만, 그마저도 셰인의 주변에 소용돌이 치는 마나의 흐름에 사방팔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마나는 마나에 간섭한다.’
그 성질은 몸을 두르는 둥의 ‘장막’과 같은 형태면 쉽게 일그러지지만, 그것이 기류와 같은 흐름이라면 작은 투사체 정도는 가벼이 흘려낼 수 있다.
지금처럼 시전자를 주축으로 한 물리력의 소용돌이라면, 자그마한 투사체 정도는 수천 발을 쏘아도 모조리 밀어낼 수 있단 것이다.
"버텨줘라. 이번엔 진짜 힘조절 안 하고 팰 생각이거든."
그 풍압이 땅을 디딘 발에 힘을 실어 넣으니 더욱 거세졌다.
전성기의 전력이 해방된 순간.
하지만 바스타드는 그에 주눅들지 않고, 도리어 제 팔에 힘을 실어 넣었다.
"아직 성인식도 안 치른 애송이가!!"
철컥.
기계음의 뒤를 이어 튀어나온 것은 날카로운 드릴.
그 끝은 사용자의 마나를 통해 회전과 관통력을 극한까지 벼리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힘으로 이루어진 일격이 이윽고 셰인의 손끝과 격돌했다.
-콰그그그극!
맹렬히 튀어오르는 불씨.
소리만으로도 공간이 뒤틀릴 것만 같지만, 그럼에도 드릴이 파고들어야 할 손은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밀린다.
기구의 보조를 받더라도, 셰인의 손이 발하는 손끝에서 비롯된 회전력이 더욱 거셌기에.
"아까 고대민족이네 어쩌구 한 거 봐선 너도 200년 전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럼 그때 왜 공학이 발전을 못 했는지는 알고 있냐?"
곧이어 셰인이 땅을 디딘 다리의 축을 돌렸다.
그 순간 회전하는 팔. 그로 인해 절개술의 칼날이 회전하며 돌파력이 강화되었다.
"그땐 이딴 잔재주도 필요 없는 괴물들이 넘쳐났거든."
‘마투술-절개바람.’
무검술을 연마해 견고해진 절개술로 완성된 필살 공격.
그 공격에 의수의 드릴이 붕괴하며 사방으로 파편을 터트렸다.
그리고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쿠과강!
그대로 몸을 부딪쳐 건물을 부수고 들어간 셰인.
쓰러진 바스타드는 여전히 의식이 남아있었다.
어찌어찌 마나를 끌어 모아 피해를 줄인 듯했지만, 이미 마운트 포지션이 잡힌 상태에선 저항 따윈 무의미하다.
"야 대가리."
"하, 하하! 패배자에게 훈계라도 할 생각이냐!?"
바스타드가 숨을 허덕이며 이를 갈았다.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라! 네가 무슨 말을 하건 내 증오가 꺼질 일은……."
-퍼억!!
바스타드의 머리통에 주먹이 내리찍혔다.
"뭔 소리 하는 거야. 대가리 뭉갤 거니까 주둥아리 닫으라고."
"케, 허억……."
코뼈가 으스러진 그의 두 눈이 뒤집혀졌다.
한낱 범죄자의 한탄은 그것으로 끝.
하지만 그 직후 셰인의 몸도 크게 휘청거렸다.
"……망할."
고작 30초.
그 시간 동안만 해방시켰음에도 온몸이 욱신거린다.
특히나 이전에 드릴과 격돌했던 팔은 피멍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30초만 해방해도 이 정도……. 회복이 끝날 때까진 1써클 정도 하락한다 보면 되나.’
신성력을 이용한다면 반동도 머지않아 치료되겠지만, 그조차도 출혈이나 피로까진 어찌 하지 못한다.
그리고 성직자는 전장에 서지 못하는 존재.
1분 이상 지속되면, 사실상 뒤도 보지 않고 결판을 낼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4년이 지나도 아직 남발할 정도는 못 되는군.’
이내 셰인이 바닥에 쓰러진 바스타드의 멱살을 쥔 채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마주하게 된 건 소란을 듣고 몰려든 반란군들.
총을 쥔 채 위태롭게 선 그들의 앞에, 셰인이 잡아끌고 온 바스타드를 내던지며 말했다.
"더 할 거냐?"
"하, 항복하겠습니다."
쓰러진 우두머리를 보며 지레 겁먹고 투항한다.
지금의 셰인에겐 가장 좋은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몇몇 놈들은 도망쳤겠지만…. 뭐, 그놈들을 굳이 쫓는 건 낭비일 테고.’
사샤가 보낸 이유도 어디까지나 정찰.
잔당소탕은 무리해 가며 할 일이 아니니, 이번 임무는 이것으로 끝이다.
그렇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나, 난……."
막상 바닥에 쓰러진 녀석의 중얼거리는 걸 듣고 있자니 꺼림칙함이 느껴졌다.
"난, 잘못되지 않았, 어……. 제국은, 바뀌어야 해, 제국은…."
의식이 없는 중에도 자신의 옳음을 주장한다.
셰인에겐 더 없이 씁쓸히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의 사정에 공감하진 못해도 이해 정도는 해줄 수 있었으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마라. 내가 안 왔어도 누군가가 널 막았을 테니까."
달라지는 건 사냐 죽냐일 뿐.
물론 사는 쪽이 더 비참할지도 모르지만, 셰인 역시 제 목적을 위해서 이 전장에 발을 들인 자였다.
반란군과 마찬가지로 사회를 바꾸길 희망하되, 거기에 대중의 피를 흘리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풍조의 변화를.
그걸 위해서라도, 셰인은 현 체재를 뒤집으려는 자들의 말로가 어떤지를 세상에 직접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절그럭, 툭.
그런 씁쓸함을 곱씹을 무렵, 바스타드의 몸에서부터 기계팔이 떨어져 내렸다.
셰인이 그 팔에 슬쩍 관심을 보였다.
철로 이루어져 있지만, 내부의 구조나 골자는 신체의 뼈나 혈관 등을 연상케 하고 있었다.
인간의 신체를 대체한 만큼 유사하게 만든 것이다.
"철로 신체를 대체한다라……."
결손된 신체부위를 기계로. 의학에 공학을 결합시켜 장애를 보완한다.
그로부터 탄생할 ‘의료공학’이란 분야는, 카일이 살아가던 시대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개념이었다.
* * *
반란군들을 제압한 후, 셰인은 증원이 오기 전까지 마을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자, 몸 보여주세요."
다행히 사망자는 전무하다시피 할 정도. 부상들 역시 대부분은 타박상이었다.
반란군들의 입장에선 인력도 자원으로 여겨지며, 줄 수 있는 피해라고 해봐야 스트레스 해소를 명목으로 한 구타 정도니까.
"뼈가 부러졌네요. 팔 좀 대주세요. 바로 부목 대드릴 테니까."
"으윽……."
"나름 응급처치 하신 거 같은데, 붕대 이렇게 묶으시면 안 돼요. 너무 강하게 묶으면 피가 돌질 않거든요. 여기 팔 파래진 거 보이시죠? 딱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틈을 만드셔야 해요. 그리고 출혈부위는 가급적 심장보다 위에 있게 해두고."
"아, 네……."
"상처가 심하네요. 연고 발라드릴 테니까 따끔해도 참으세요."
"그, 바르면 아픈 겁니까?"
각각 상처와 상태에 맞춰 진찰을 해주고 처치를 하는 셰인.
환자들은 그런 처치에 반 정도 호기심을 가지고 임해주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응급처치인 만큼 효과는 신성력보다 떨어질 터.
환자들이 이 연고의 성능을 신뢰하게끔 하기 위해선, 소화제에 탄산을 섞는 것과 같은 수작을 부릴 필요가 있었다.
"오오, 뭐,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에요!"
"상처가 낫고 있는 겁니다."
멘톨.
박하의 추출액은 피부에 닿을 경우 시원한 느낌을 주며, 연고를 바른 부위에 대한 체감도를 크게 높여주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겐 백날 설명해 봐야 의미가 없는 법.
체감되는 변화야말로,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에 필요한 절차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직자 형아."
마저 진찰을 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셰인을 불렀다.
눈동자가 똘망똘망한 8살 정도의 남자아이. 그 소년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형아는 신성력 못 써?"
"응. 못 써."
셰인이 바로 대답했다.
즉시 내뱉어진 부정에, 소년이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뜨기 시작했다.
"신성력도 못 쓰는데 왜 사제복을 입고 있……."
"얘, 얘가!"
뒤늦게 다가온 소년의 어미가 제지를 가했다.
소년을 끌어안은 어미가 셰인을 향해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애가 철이 없어서……."
"아뇨 뭐, 그럴 수도 있죠."
구해준 사람에게 민폐를 끼쳤으니 심장이 철렁할 법도 하겠지.
하지만 딱히 예의상으로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건 아니다. 셰인이 잠시 치료를 멈추고 소년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꼬마야. 신성력을 못 쓰는 사제는 이상하다 생각해?"
"그야, 신성력을 쓰려고 신을 믿는 거라고 들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신성력이라는 게 없다면, 신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그 의미를 대거 잃어버리는 거나 다름이 없을 테니까.
"그래도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신성력이 매력적인 힘이라 해도…….
"신성력을 안 쓰고도 상처를 지울 수 있다면, 그건 멋진 일이지 않을까?"
의학은 이런 세계라도 분명 존재할 가치가 있는 학문이다.
그 믿음이 내포된 되물음에 소년이 눈을 껌뻑였다.
마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들은 것처럼.
그렇게나 이 시대엔 치료와 신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그런 것이 전제된 시대에, 사제복을 입은 자가 신성력 없이 사람을 치료한다는 게 알려진다면…….
그건 그 자체로 인식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아이고, 선생님, 제가 좀 배가 아파서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해주실 수 없나요?"
마저 진찰을 이어가는 가운데 환자 한 명이 고통을 호소하며 셰인에게 다가왔다.
복통…….
하지만 얻어맞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변비인지, 아니면 장염에 의한 소화불량인지.
어느 쪽이건 신성력으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일단 진찰을 해보기로 하였다.
"자, 몸에서 힘 빼주세요."
곧 셰인이 환자의 몸에 손을 얹고, 내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검증술.
환자의 내부에, 자신의 의지 하에 제어되는 마나를 흘려보내어 내부의 상태를 점검하는 기술이다.
200년 전만 해도 어디까지나 ‘느낌’으로 문제를 파악하던 것이었지만, 셰인은 환생 직후부터 자신의 몸에 마나를 순환시키며 인간의 신체에 대해 검토해 왔다.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모세혈관까지 확장된 상태.
검증대상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배 쪽에 뭔가 걸리는 게 많은데…….’
내부에 드문드문 가루가 흐르고 있고, 또 딱딱하게 뭉쳐진……
‘……돌?’
대장에 낀 대변덩어리는 아니다.
뭉쳐지기만 했을 뿐이지 그 규모는 크지 않으며, 얼마 안 가 밖으로 빠져나올 물건들.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그들의 몸에 붙은 하얀 가루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여기에 혹시 석회가 가득한 곳이 있나요?"
"네 뭐, 여기 있는 광산들에서 채집하는 게 석회입니다. 저희가 채집한 석회를 영지로 보내는 게 일이죠."
석회.
제국에선 주로 건축자재로 쓰이는 물질이며, 의학에 있어서도 결코 빠지지 않는 물건이다.
석회를 이루는 성분 중 칼슘은 지혈에 필요한 주된 성분 중 하나.
셰인이 바른 연고의 성분 역시 이 광산에서 채집한 석회를 통해 얻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연고는 먹으라고 만든 게 아니다.
"……혹시 거기에 고여 있는 물 마셨어요?"
"어, 뭐 그렇지."
"일하다 목마르면 마시고 그러긴 하는데……. 문제 있는 겁니까?"
문제가 있냐 없냐…….
그건 아이헨발트에서도 여러모로 말이 오갔던 것이었다.
어느 학자는 석회수가 피부염이나 요로결석 등을 유발한다고 하고, 또 다른 학자는 미네랄의 첨가율이 높으니 실제 건강에 이로운 점도 있다고 하고…….
아쉽게도 셰인은 그 부분에 대해선 전공이 아니기에 뭐라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그렇기에 ‘논란이 있는 부분’은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태도 정도는 취하는 상태였다.
"돌가루가 첨가된 물을 마시는 게 문제 있다는 건 아시죠?"
일단은 상식선에서의 문제점을 거론해 보자.
그 생각 하에 이어진 물음에, 노동자들이 변명하듯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
"아니 뭐, 우리도 마신다면 깨끗한 물이 좋지."
"급할 때 빼곤 마실 일은 없죠. 다 이유가 있어서 마시는 거 아니겠습니까?"
마실 물이 있는데 굳이 석회수를 마시다니.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 번 말해보라는 듯 눈치를 주자 그들이 대답했다.
"그, 콜라라는 게 그렇게 맛있다며?"
"……네?"
셰인이 눈을 껌뻑였다.
그 반응이 왜 이루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 노동자들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영지 쪽에서 콜라라는 게 퍼지고 있다는데, 얼마 전에 들렸던 병사가 그게 기가 막히게 맛있다 뭐라 하더고만."
"아 그려. 그래서 한 번 동굴에서 나오는 물에다 과즙을 좀 타서 먹어봤지. 달달하고 톡 쏘는 게 의외로 맛이 있는 게……."
"아니 씨발!"
듣다 못한 셰인의 입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