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98화
"…무슨 얘기를?"
"뭐……. 그냥 의례 같은 겁니다! 이곳에 오신 분들에겐 언제나 하나씩 들려드리거든요. 굳이 말하자면 전래동화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죠."
"전래동화……?"
"네 그러니까……. 베벨디 씨께썬, 마녀사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마녀사냥.
페니가 거론한 것처럼, 이 시대엔 전래동화처럼 취급되는 이야기다.
한때 마녀취급을 당했던 베르디에겐 마냥 남일 같지 않은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요."
마녀취급을 당했기에, 왜 자신이 마녀라 불렸는지를 한 번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납득했다.
사정을 모르고 행한 놀림이라 한들, 그런 사정을 모르기에 마녀라는 단어의 존재감이 도드라진다는 걸.
"들려줄 이야기라는 건, 그런 마녀와 관련된 이야기인가요?"
"네, 그렇죠. 정확히는, 마녀의 탄생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녀의 탄생.
여러 구전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악마의 속삭임이나 신앙을 배반한 배교자들이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물론 마녀사냥이 교단의 실책이란 건 반 세기도 전에 인정된 사실이지만, 애초에 '옛 이야기'라고 한 시점에선 신빙성 따윈 아무래도 좋은 법이다.
페니가 곧 얘기를 시작했다.
"옛날옛날, 아주 먼 옛날. 묵시록의 4기사라 불리는 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계를 방방곡곡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로, 그날 역시도 지친 여행길에 한 섬마을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 마을을 발견한 병마의 백기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저기서 쉬고 가자.'
"그러자 다른 이들이 말했죠."
'그랭.'
"그렇게 섬마을은 쫄딱 망해버렸습니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
막상 들어보니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언뜻 들어보면 그런 시시한 말장난이라고…….
마을 하나가 초토화될 정도의 사건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 것이다.
페니가 으쓱이며 말했다.
"뭐, 도입부는 어떻게 되어도 별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돌림병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는 주님도 모르실 텐데 대충대충 넘겨요~"
돌림병.
대수롭지 않게 거론된 그것은, 교단에 소속된 자라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건 신성력으로도 결코 완벽히 해제할 수 없는, 전쟁과 기근과 같은 재해로 분류될 현상이었으니까.
"그래요. 주님도 병에 대해서는 정말로 무지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병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해도 환자가 끝도 없이 늘어날 리가 없으니까요."
목소리가 고조되고,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게 변해간다.
"마을에 있던 사람들은 생각했죠. 병마의 백기사가 이 땅에 뿌리를 박은 것이니, 어떻게든 이 땅을 정화해야 한다고……. 그렇기에 그들은 환자가 발생한 건물도, 밭도 모두 불태우기 시작했습니다."
환자가 계속 발생하는 건 그들이 선 땅이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원인을 알지 못하니 가질 수밖에 없는 상상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거지만, 땅을 불태울수록 거주할 장소와 식량은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다고 병이 잦아들거나 하진 않았죠. 그 땅을 떠나지 않는 한 그들은 돌림병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병의 원인은 불길 따위로는 지워지지 않을 만큼 작고, 아주 작기에…….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이 시대는 그런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
당시에 일어난 건 원인을 알 수 없는 재해였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고자 신자들은 노력했지만, 그들조차도 병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을 치료해줄 자들마저 위태로워지니, 주민들의 사이엔 차차 좌절감이 감돌았죠."
베르디도 보았던 광경이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그 알 수 없는 재해의 해결책으로 그들이 더욱 큰 신앙에 의존하리란 것도.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절망을 한 때, 한 여인이 당당히 나서며 외쳤습니다. '여러분, 기뻐해주세요! 제가 이 일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라고 말이죠."
그것을 해결하고자 나선 자가 어떤 취급을 당할지 역시.
"그녀는 연금술사로써의 학구열이 아주 뛰어났고, 또 의로운 마음을 가지기도 한 자였죠. 때문에 그녀는 전염병이 터졌을 당시에도 필사적으로 고대인들의 기록을 뒤져가며, 이 섬에 도래한 병마를 해결할 방책을 모색했습니다."
고대의 기록…….
더 듣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왜 마녀라고 불렸는지, 그리고 마녀라는 것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찾아낸 해결책을 마주했을 때에 마을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여자가, 이단의 주술을 부리려 하고 있다.'
거기까지.
잠시 말문이 막힌 페니의 고개가 딱 숙여졌다.
그러한 상태로 떨려오는 몸.
위태로운 모습에 불안함을 느끼는 가운데, 가면 밑으로부터 코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돌림병도, 고대의 기록을 뒤져가며 찾아낸 해결책도. 둘 모두 그들의 입장에선 미지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한데 묶어 두려워하다니 말이죠."
어이가 없다는 듯 주절거린 페니의 몸에서 촉수가 튀어나오고, 그 촉수가 마치 십자가를 그리듯 교차로 자세를 잡았다.
"그래요, 그렇게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 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야말로 이 사건의 원인이며, 그녀를 화형에 처하는 것이야말로 병을 종식시키는 방법이라 여겼지요."
화형.
종교적으로는 영혼의 더러움을 지우거나, 구제할 수 없는 사악한 존재를 흔적도 없이 태워버린다는 의미를 지닌 수단이다.
그러니 그들은 그릇된 존재를 불태우는 데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았을 테지만, 애초에 마녀사냥은 제국에서도 교단의 실책이라 인정한 일이었다.
그러니 그들의 행동은 이 시대의 누구에게도 공감 받지 못하리라.
부외자가 본다면, 진정 억울해 해야 할 자는 그들에게 화형을 당한 무고한 학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화형대에 오른 여인은, 자신을 향해 퍼부어지는 저주를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아아, 억울해! 나는 저들을 지키고자 한 건데, 어째서 저들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거지? 왜 신은 저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 규탄하지 않는 거야?'
"내가 잘못한 건가? 아니, 난 잘못하지 않았어. 난 잘못하지 않았다고……."
이야기와 혼잣말이 서서히 혼재되고,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한 채 침묵 속으로 사그라졌다.
그리고…….
"…가엾고 딱한 아이야. 너에게서 강한 원망이 느껴지는구나."
그 뒤에 다시 이어지는 기억.
아니, 그건 마녀로 몰린 자가 한 생각이 아니다.
눈앞에 있는 자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도 아니다.
"저들에게 복수하고 싶으냐? 그리 한다면 내 너를 도와주마. 내 억울히 죽어간 너를 위해 힘을 내려주겠다. 필요한 건 오직 하나, 네가 지금 느끼는 그 감정을 유지하며, 내가 내어주는 힘을 키워내는 것뿐……."
그건 악마의 속삭임일까?
아니면 그저 망상?
여인에겐 아무래도 좋았을 것이다.
해결책을 찾아왔거늘, 도리어 이제까지의 혼란까지 죄로 덧씌워 처형한 자들이, 당시의 그녀에겐 너무나도 원망스럽게 보였을 테니까.
"오오, 그래요. 그녀는……. 그 순간에도 불태워져가는 자신을 보며 기도를 드리는 그들에게 분노했습니다!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조차도 그녀의 감정에 혼재되고, 그 감정은 끝내 마을 전역에 퍼져가며 꿈틀거리기 시작했죠!"
꾸드득.
등에서부터 퍼져 나온 촉수들이 펼쳐지고, 이윽고 그것이 한데 어우러지며 페니의 얼굴을 휘어 감았다.
마치 사람의 손처럼.
끝자락이 다섯 갈래로 나뉜 촉수더미를 이용해.
"그리고 그녀는 잿더미 속에서 일어났지요. 그때의 그녀에겐 오롯이 그들을 향한 복수심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입에서 내뱉어지는 모든 말들을, 자신을 향한 속죄를 갈구하는 것만을 갈망할 뿐이었죠."
촉수로 이루어진 손이 벌어지며 눈알이 생겨났다.
마치 감정을 대변하듯 충혈 되고, 차차 협소해져가는 눈동자.
그녀는 그러한 눈동자로 베르디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증오를 표출하는 순간 그들은 말했습니다."
'그래,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거죽이 전부 불태워지니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냈구나!'
"모두 저 마녀를 처형해라……. 라고."
"……."
모든 이야기가 끝났음을 알리듯, 이윽고 그들이 선 자리에 정적이 찾아왔다.
다시 입이 열린 건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비브라 씨. 이야기를 모두 들으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자신을 부르는 이름엔 이제 본래의 형태마저 남지 않았다.
애초에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이미 파악한 바.
그걸 자각했음에도, 베르디는 그녀를 자극하지 않고자 냉정에 냉정을 거듭하며 물었다.
"…당신의 이야기인가요?"
"어디에나 흔히 있는 이야기입니다."
태연히 대답이었다.
"어디에서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죠."
그 끔찍한 상황이.
정말로 이 시대에 정말 흔히 일어나는 일인 것 마냥.
"뭐~! 지금 중요한 건 사실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그녀가 제 몸에서 나온 촉수들을 퍼덕대었다.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보고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그러한 촉수 중 하나가 베르디에게 뻗어지고, 그 끝이 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래요, 지금 중요한 건…. 이 이야기를 들은 당신을 이제부터 제가 어떻게 하냐에 대한 것이죠."
촉수에 묻어 있는 붉은 자국.
그로부터 풍겨오는 쇠비린내를 맡으니 이마에서부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파브르 씨. 이제부터 제가 당신을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죽일 건가요?"
이전에 먹어치운 사람처럼?
"아뇨. 그 반대예요.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신 당신을 죽일 리가 없잖아요? 오히려 감사의 의미를 담아, 당신에게 불로의 삶을 줄 생각이죠."
"불로라니……."
"아, 불사는 아니에요~ 아무래도 뇌의 일부만을 유지시키는 거라 머리를 맞으면 죽거든요."
반대로 머리에 손상이 가해지지 않으면 몸이 어떻게 되건 움직일 수 있다.
지금 페니의 뒤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존재처럼.
-카, 하으. 그…….
분명 몸이 찢겨나간 사람이었다.
남아있는 건 왼쪽 어깨와 머리, 그리고 오른팔이 전부.
장기 역시 모두 뽑혀져 있다.
-카흐, 아아…….
그럼에도 움직이고 있다.
그 몸은 모종의 힘이 주입됨으로써, 세간에서 언데드라 불리는 존재로 뒤바뀐 상태였으니까.
페니가 곧 제 몸의 촉수 중 하나를 그 언데드에게 뻗고, 그 몸을 들어 올려 제 곁으로 당겨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불로의 존재로 만들어주는가……. 그걸 이해시키려면, 먼저 언데드라는 게 어떻게 탄생하는지부터 가르쳐줘야겠군요."
"언데드의……. 탄생?"
"뭐, 들어서 나쁠 건 없을 겁니다. 당신과 같은 신자들과도 전혀 연관이 없진 않은 이야기니까요."
곧 페니가 제 촉수에 쥐어진 언데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주 직설적으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래요. 세간에서 사령술이라 칭해지는 주술은 신성력을 기반으로 행해진단 것입니다."
"……네?"
"사령술도 신성력을 기반으로 한다 했어요."
촉수에 휘감긴 언데드가 허공에서 붕붕 돌기 시작했다.
실이 달린 공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그런 장난스러운 태도로, 그녀는 교단이 믿는 근간을 붕괴시키는 발언을 내뱉고 있었다.
"사령술이…. 신성력으로?"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교단에선 신성력이라는 건 결코 연구해선 안 된다 여기고 있으니까요."
언동도 주장도.
그 모든 것으로부터 현실감이 멀어지는 게 느껴졌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수상쩍다 여겼던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듣지 않으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오직 그것만이, 저 여인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는 이유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규율이 생긴 건 의외로 몇 백 년 되지 않은 상태랍니다.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제국이 대륙을 정복하기 이전엔 그 힘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겼었죠."
이윽고 붕붕 돌리던 언데드가 바닥에 추락했다.
몸이 뭉개진 상태에서 머리만을 까닥이며 신음을 흘리는 언데드.
페니가 그 신음을 무시한 채 마저 말을 이어갔다.
"그런 이해를 위해 파헤친 결과물은 무엇인가……. 신성력이라고 하는 힘의 정의는 '만물의 기록을 검토하고, 그것을 답습하는 과정을 현실에 일으킨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을…?"
"시간은 흐르고, 만물에는 그 흐름에 따른 기록이 남게 되죠. 그저 마나가 눈에 보이지 않듯, 그 답습하는 과정 역시 인간이 직접 인지할 수 없기에 알지 못하는 것뿐……."
신성력에 의한 치료는 재생력이 아닌 '복원'에 의한 것.
육체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노리며 행하는 치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성력에 응용을 거치지 않고 행하는 순수한 사용법일 뿐이다.
"그래요, 당시의 사람들은 그런 회귀의 개념을 육체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곤 했었던 거죠. 그리고 그걸 위해선, 신성력을 빌어 여러 가지 실험을 거칠 필요가 있었죠."
신성력으로 실험이라니…….
성직자라면 누구나 불결하다 여길 일이다.
신앙을 가진 자가, 신이 내려준 힘으로 그런 걸 벌이는 게 허락될 리가 없다.
그리고 그건 당시 시대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바.
"물론 당시엔 규율로만 지정되지 않았을 뿐, 신성력을 각성한 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실험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었어요. 하지만 그 실험을 명령한 자가 신에 준하는 존재였다면 어땠을 것 같습니까?"
"신에 준하는 존재……?"
"이를테면 교단에서도 신성시여기는 황족이었다면?"
황족.
현 제국에서도 신성한 피를 이었다 일러지는 자들. 교단은 물론이고 민중 역시, 황제라는 존재를 신의 화신이나 반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그런 위대한 피를 이은 자들 중 한 명은, 이런 신성력이 가진 역행의 힘을 이용해 '불사'의 길을 추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습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
모든 인간에겐 정해진 명이 있다 믿는 교단에선 불경하다 여길 이상이지만, 그것을 꿈꾸는 자가 '반신(半神)으로 여겨진 자들이었다면 신자들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황족은 위대한 존재이니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
아니, 그 역시 인간이니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그 실험을 거부하는 신도들이 어찌 되었을지는……. 말로 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쿠직.
페니의 몸에서 쏘아진 촉수가, 바닥에 떨어진 언데드의 뒤통수를 뚫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