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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의 환생-100화 (100/255)

의무병의 환생 100화

"……르디."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인 순간, 멍해진 정신이 서서히 바로잡히기 시작했다.

"베르디, 괜찮아?"

눈에 들어온 것은 맑은 햇살.

그리고 거대한 언덕을 뚫어 만든 공간.

열려있는 두 개의 문을 앞두고 줄을 지고 서있는 건,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행원을 상징하는 옷을 걸친 아이들이었다.

그러한 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자신, 그리고 제 옆에 있는 한 소년.

"베르디. 왜 그래?"

자신과 마찬가지로 연홍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었다.

낯익은 얼굴.

이름 역시 알고 있다.

"……오빠?"

베델 하트리스.

분명 그런 이름을 가진 소년이었다.

부모를 여의고, 고향을 잃었음에도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어준 유일한 가족.

그리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분명 그럴 터이거늘…….

'존재하지 않는다니, 왜?'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지?

괴리감에 고개를 기울이는 베르디.

그러고 보면 몸도 작아진 것 같다.

손도, 다리도.

마치 세상이 한층 더 낮아지기라도 한 것 같다.

그런 느낌이 들었지만…….

'…꿈인가?'

그래, 언제나 커지고 싶었으니까.

잠에 들 때면 엄마처럼 예쁘고, 키가 큰 사람이 되고 싶다 누누이 생각해왔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은, 교단에 들어오기 전만 해도 자신을 '꼬맹이'라 놀리길 반복했던 사람이었다.

"오, 왜 그래?"

"…나 애 아니야."

괜스레 기분이 나빠진 것을 느끼며 볼을 부풀리는 베르디.

그것을 보던 베델이 애석한 미소를 지으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해. 일 끝나면 나중에 간식 하나 더 줄게."

"헤헤~"

마음이 풀린 베르디가 미소를 지으며 의구심을 완전히 털어내었다.

그래, 앞으로도 함께 하게 될 가족이거늘, 크고 작고가 무슨 상관일까?

그렇게 제 오빠의 손을 맞잡고 발걸음을 내딛은 베르디.

마침 입구에 서있던 사제가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두 분이 마지막인가요?"

청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젊은 여성. 목에는 말뚝이 박힌 십자가의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런 여인이 베르디를 알아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후후, 베르디는 오늘도 귀여우시군요."

정식 사제들에게 있어 수행원들은 피가 이어지지 않았을 뿐. 자식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건 베르디의 옆에 선 베델 역시 마찬가지.

여인이 무릎을 살짝 굽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런 귀여운 공주님에겐 든든한 호위가 있어야겠죠?"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이래보여도 성기사 지망이거든요."

"믿음직스럽네요. 그 마음가짐을 유지된다면 분명 좋은 기사가 될 수 있겠죠."

앞으로 하루.

그 동안 수행원들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자신들을 돌보아줄 어른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도를 드리며 인내하는 것뿐.

그건 어린아이에겐 매우 힘든 일이겠지만, 이 안에 들어갈 아이들은 모두 교단에서의 교육을 충실히 따라준 아이들이었다.

분명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모쪼록 이 안에서의 하루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기를 빌게요."

이후 두 사람에게 인사를 고하는 사제.

그녀를 뒤에 진 베르디가, 제 오빠의 손을 굳게 잡은 채 암실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 * *

"열어줘!!!"

암실에 울려 퍼지는 고함소리.

목이 마른 내지른 비명엔 걸걸함마저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소년은 문을 두드리는 데에 사력을 다했다.

베르디는 그 모습을 구석에 쪼그려 앉은 채 볼 뿐이었다.

이미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포기한 채 쓰러진 아이들과 함께.

"제발, 열어줘. 제발……."

그래, 무엇을 하건 결국엔 부질없는 저항일 뿐이다.

그렇게 모두 포기한 채, 널브러진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절망을 흘려갔다.

"왜 열리지 않는 거야? 왜?"

"아직 하루가 안 지난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벌써 횃불도 꺼졌다고."

"배고파."

"목말라. 누가, 물을……."

백이 넘는 아이들의 아우성이 메아리친다.

베르디는 그 광경을 구석에 웅크려 앉은 채로 지켜볼 뿐.

그 시선이 어느덧 반대편에 쓰러져 있는 소년에게로 향해졌다.

"첼리."

관심을 가진 한 아이가 그에게 다가서며 몸을 흔들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분명 앞으로도…….

"첼리가, 숨을 안 쉬어."

가장 많이 발악했고, 가장 많은 체력을 소모했던 아이.

그런 친구의 최후를 인지한 아이들이 다급히 모여들었다.

"누, 누가 빨리 신성력을……!"

"무리야……. 우리가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그 신성력을 각성하고자 금식제라는 수행에 참여했던 것이거늘.

하지만 그걸 각오한 것도 결국에는 하루뿐이었다.

체감을 넘어 신체적인 문제마저 야기되는 현재, 이 상황은 더 이상 수행이라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수행이 아니라면…….

"그래, 이건 시련인 거야."

한 소년이 말했다.

퀭한 눈동자를 벌린 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소년이었다.

"시련이라니……."

"그 왜, 서, 성경에 그런 말도 있잖아? 어느 성직자는, 1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기도만 하면서 살아남았다고. 그, 그러니까 성직자분들도, 우리들이 그렇게 하길 바라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첼리가 죽었다고!"

"다들 조용히 해!! 너무 소리치면 체력이……."

"너야말로 닥쳐!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밖에서 문을 걸어 잠갔어! 우릴 집어넣고 잠갔다고! 우릴 다 죽여 버릴 생각인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밖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거야."

"엄마, 엄마아아……."

분쟁 속에 울리는 애탄 비명.

또 누군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암실 속에 꿈틀거렸다.

그 혼란이 서서히 광기가 되어 술렁일 무렵, 한 소년이 시체로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먹자."

고작 한 마디.

그것만으로 아이들의 난동이 멈추고,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었다.

쓰러져 있는 시체를, 흉흉히 뜨여진 눈으로 응시하는 소년이었다.

"먹자니……."

"무슨, 말이야?"

공통적으로 떠오른 것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누구 하나 그 말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잘못 들었다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그러길 바랐지만, 차마 그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할 순 없었다.

"저걸, 먹자고 했어."

거기에 동조하지 않으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이니까.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릴……."

"그, 그래……. 첼리는 우리 친구라고."

"친구가 아니야."

"무슨……."

뭐라 말하기도 전, 달려든 소년이 쓰러진 소년의 몸을 걷어찼다.

그럼에도 비명하나 들려오지 않는다.

그 침묵은 걷어찬 자가 싸늘한 주검임을 가르쳐줄 뿐이었다.

"이렇게 해도 아무 반응 없잖아. 다시 눈을 뜨는 일도 없고 우리들의 말을 들어줄 리도 없는데, 이게 뭐가 친구라는 거야!"

-꿀꺽.

한 소년이 침을 삼켰다.

메마른 입을 쥐어짜내어 가까스로 낸 침을.

이윽고 몇몇 아이들이 나아가려던 때, 한 소년이 그들의 앞에 자리를 잡으며 다급히 외쳤다.

"먹으면, 그 다음은……?"

그 역시 갈증과 공복에 시달려 몸이 수척해졌음에도, 눈길에는 냉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조금이나마 정신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무슨……."

"여기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자그마치 100명을 넘는다.

그 중 제정신인 아이들의 시선이 시체를 앞둔 소년에게 집중되었다.

'다음은 누구지?'

문이 여전히 열리지 않는다면 또다시 누군가가 죽어야만 한다.

언제라도 제 옆에 있는 자가 자신을 죽일 수 있다.

그런 불안감은 무엇보다도 효율적인 규제가 되는 법이다.

"그럼…. 어쩌자는 거야."

그럼에도 소년은 그런 미래를 애써 부정하려 한다.

"나, 난 이렇게 죽으려고 교회에 들어온 게 아니란 말이야! 성직자로써 성공해서 날 버린 부모의 콧대를 눌러주려고……."

"너만 가족한테 버려진 줄 알아!? 나도 살고 싶다고!"

"그럼 먹어! 먹지 않으면 우리가 죽어!"

"하지만 사람을 먹는다니, 그건 잘못된 거야.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라고!"

다시 다투기 시작하는 소년 소녀들.

그런 와중에도 체력은 소진되며 공복은 더욱 심해진다.

점차 기세는 처음 소년에게 동조하는 쪽으로 기울어져갔다.

"왜……."

그런 와중에 한 소녀가 말했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데, 신은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거야?"

베르디 하트리스.

그런 이름을 지닌 소녀가 내뱉은 순간 아이들의 다툼이 끊어지고, 이윽고 그녀에게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신이 우리를 버린 거야.'

누구도 생각하지 않고자, 그렇기에 외면하고자 했던 현실이 개화된 순간.

그렇게 갈 곳을 잃은 증오가, 그것을 깨닫게 한 소녀에게로 차차 향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자각하며 몸을 움츠리는 것도 잠시.

"모두, 진정해."

누군가가 힘겨이, 넝마가 된 몸을 이끌며 그들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베델 하트리스.

소녀의 유일한 가족.

"오빠……."

베르디의 눈에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힘없이 늘어져,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등.

그럼에도 그는 제 동생의 앞에서, 제 동생을 노리는 무수한 시선을 마주하였다.

"모두……."

그렇게 홀로 마주한 채 그들을 설득하고자 하였다.

"모두 기도하자."

누구라도 어처구니없게 받아들여질 말.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했고, 몇몇 이들은 과하게 반응해 감정을 일그러트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기도? 이 상황에 기도!?"

"기도하면 뭐가 달라져? 빵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알고 있다.

지금 하는 말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하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모든 걸 내려놓고……."

아직 그는 이 밖에서 보았던 빛에 대한 동경을 꺼트리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건 이 안에 모여있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베델의 말엔 그러한 믿음이 어려 있었다.

"너희들도 동경하고 있잖아. 우릴, 이제까지 이끌어주셨던 사제분들을……."

"……."

"……그래, 우리들. 생각해보면 굳이 이 교단에 들어올 필요는 없었잖아. 다른 곳으로 향할 수도 있었지."

교단에 들어가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다.

일은 고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한정되어 있다. 지키고 싶지 않은 규칙들도 가득하다.

그럼에도 정식 사제가 되기 전까진 남들의 인정도 받지 못한다.

차라리 공장에 들어가 푼돈이라도 버는 편이 나으리라.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교단에 계속 머물러 있는 건……. 교단을 이끄시는 분들이 가진 빛을 우리들도 품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

"어른들도 분명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괴로워할 거야. 그래도……. 그 분들은 마지막까지 기도를 드리겠지. 그렇게라도, 스스로가 외도에 들어서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으실 거야."

정말 그러리라고.

베델은 진심을 담아, 그들을 향한 신뢰를 이 자리에서 드러내었다.

그 동경이 제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전파되기를 바라면서.

"그러니까 기도하자. 우리의 마음이 올곧다면, 주님께서도 우릴 버리지 않으실 테니까……."

고향과 부모를 잃은 자신들을 거두어준 것은 그분의 추종자들이지 않은가?

그러니 그 분을 따르는 것이 분명 옳은 일이리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그게 억지라도 좋으니,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그 절박한 설득에 분위기가 차차 누그러지고, 베델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그려졌다.

빛이 비춰진 건 그 순간.

'……어?'

어두운 암실의, 그 천장에서부터 무언가 번쩍이고 있다.

아주 미세하게 벌어진 틈새로부터 비추는 햇살.

그로부터 떨어지는 무언가가 반사광을 내며, 사방으로 빛을 퍼트리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땡그랑.

이윽고 그것이 금속음을 내며 땅에 떨어진 때, 그 중 가장 가까이에 있던 소년이 그것을 조용히 주워들었다.

단검이었다.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무기….

-땡그랑, 태앵!

그런 단검들이 천장의 벌어진 틈새를 타고 떨어지고 있다.

비처럼 우수수.

그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베델의 숨통이 턱 막혀왔다.

"잠깐……."

제지를 가하고자 했다.

"잠깐, 얘들아……."

떨어진 단검 사이에 떨어진 빵 한 조각을 보았을 때.

바닥에 널브러진 단검들에 악의가 깃들어 있음을 이해했으니까.

"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시다……."

누군가는 그로부터 희망을 찾아냈다.

"계시라니, 무슨……."

"주, 주님께서 계시를 내려주신 거야. 그, 봐봐. 이거, 먹을 수 있는 빵이 같이 내려왔잖아?"

가까이 있던 소년이 칼 속에 파묻힌 빵을 주워들었다.

한 사람이 죽고 난 후 빵이 떨어졌다.

그리고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소년은 우상을 만들어내었다.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제해줄 수 있는 우상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건 계시 같은 게 아니라……."

"닥쳐!!!"

이성을 상실한 소년이, 자신에게 제지를 가하려던 소녀의 배에 칼을 쑤셔 박았다.

"네가 뭔데! 너 따위가 뭐라고 주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거야 이 배교자가!!"

숨을 꺽꺽대던 소녀의 몸이 축 늘어지고.

그 순간 벌어진 천장에서 또 다른 빵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본 아이들의 눈에서 하나 둘 씩 이성이 사라져갔다.

"정말로……?"

피로에 의한 몸의 떨림도.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드는 데에 들어야 할 망설임도.

누구도 그렇게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강요했으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이 이런 일을 저지를 리 없으니까.

"주여! 제가 당신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메마른 입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찬양.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공간임에도, 그들은 빛을 향한 동경을 유감없이 퍼트렸다.

그렇게 자신들의 부정을 정당화하기 시작했다.

그런 혼란만이 만연한 현장을, 암실의 구석에 처박힌 소녀는 벌벌 떨며 지켜볼 뿐이었다.

"오빠……."

오직 한 사람만이.

아직 그들에게 동참하지 않은 소녀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괜찮아."

그 소년의 손에도 이미 칼은 쥐어져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머지않아 그 칼날이 피로 물들어지리란 걸 베르디는 알 수 있었다.

"괜찮아. 베르디. 오빠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무서웠다.

저 앞에서 자신들을 부릅뜬 눈으로 응시하는 아이들보다도, 그들을 앞두고 있는 오빠가 더 무서웠다.

자신을 대신하여 칼을 쥐고 저 현장으로 나아갈 제 오빠가.

그 미래가 어찌 될지가 너무나도 두려웠기에…….

"…베르디. 눈 감고 있어."

그럼에도 베르디는 제 오빠를 말릴 수 없었다.

떠나가는 그에게 뻗어져야 할 손은, 제 앞에 합장을 한 채 떨어질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니.

"아……."

입 밖으로 내뱉어진 탄성마저 광소와 비명에 삼켜져갔다.

유혈과 살덩어리가, 시야에 어린 모든 것이 뒤엉키며 장막 속에 사라져간다.

그 속에 제 가족이 들어가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소녀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눈을 감고, 벽을 등지고. 양 손을 모은 채로…….

'…신이시어.'

그렇게나마 속으로 하나의 문장만을 끝없이 되새길 뿐.

[의무병의 환생 4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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