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의무병의 환생-105화 (105/255)

의무병의 환생 105화

"어…… 어?"

가면 밑으로 내뱉어진 소리.

아무런 의미도 담기지 않은 소리였다.

그저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받아들여, 그저 멍하니 내뱉을 뿐인 넋두리에 불과할 뿐.

"방금 뭐라고 한 겁니까? 만약?"

그래, 지금의 이야기는 그녀에겐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이룩해낸 결과가, 자신이 주입한 '윤회력'에 의해서였기에 더욱이.

"만약이라니, 말도 안 돼요. 그런 걸 구현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잖습니까!?"

신성력은 세계에 잔존한 과거의 기억을 구현하는 힘.

마나가 의지에 기인해 물리력을 발하듯, 신성력은 믿음을 이용해 대상이 된 존재와 그 개념의 회귀를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이란 과거가 아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가 달라졌으면 어쩔까 하는, 그런 상상에 불과한 것.

"그런데 과거를 구현하는 힘으로 과거를 뒤틀어낸 결과물을 구현하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왜 그게 불가능하다 단정 짓는 거죠?"

그렇게 극구 부정하는 페니에게 베르디가 단호히 말했다.

눈빛 역시 꺾이지 않는다.

자신의 믿음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걸 가르쳐주듯.

"이 세상은 결코 믿음을 배신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아요. 그건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나요?"

마나라는 의지에 기인하는 만능의 도구가 존재하는 시대.

그 힘을 통해 마법사들은 보통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이 세계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길 반복한다.

거기에 신앙을 통해 개화시킨 힘만이 예외 되어 있을 뿐.

아직도 미지에 감싸여있는 만큼, 그 힘을 기인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것은 일종의 '가능성'으로 취급될 수 있다.

그 가능성으로 구현해낸 존재를 부정할 자격 따윈.

그저 수백 년 동안 이 섬에서, 같은 방식으로만 힘을 다뤄온 자에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으, 아아아!!"

그 존재가 곧 자신이 먹어치운 육신을 빌어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봐야 결국 약소한 군대지! 고작 그 정도로 나의 군단을 어찌 저지한다는 거냐!!"

그래, 만약 따위가 무슨 상관일까?

지금 따져야 할 건 자비를 베풀고자 했던 자가 도리어 칼을 들었다는 것.

설령 제 힘을 받아들였다 해도,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저 처형대상으로 전락할 뿐이다.

"저 녀석을 처치해!!"

오열과 함께 시체의 군단이 베르디를 향해 달려들고.

그 순간에 맞춰 베르디가 양 손을 맞잡은 채로 힘껏 외쳤다.

"모두, 부탁드릴게요."

-우우웅.

진동을 내는 아우라들이 전방으로 뻗어가, 이내 시체의 군단과 충돌을 일으켰다.

형체만이 고작인 몸.

거기에 동반된 건 미약한 물리력뿐이지만, 그들이 충돌한 지점으로부터 퍼지는 빛이 언데드들을 녹이기 시작했다.

정신을 구속하는 연결고리가 끊어질수록 무너져 가는 육체.

힘줄 하나 없는 몸은 스스로를 지탱하는 것조차 잊고, 차차 으스러져가기 시작했다.

'……윤회력에서 파생된 존재라곤 하나, 다루는 것은 순수한 신성력인가.'

저 검은 형체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아우라에 불과해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미미한 마나가 동반되어 있었다.

닿으면 바스러질 정도로 아주 미미한 수준.

하지만 그렇게나마 만들어진 그릇 안에는, 윤회력을 통해 구현된 '자아'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닌 자아가 믿음을 발휘하여 막대한 신성력을 자아내는 것이다.

'아주 획기적인 신성력의 증폭법이군.'

만약의 가능성으로 실체화할 수 있는 군대.

그 힘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는 건 터무니없다. 대륙 하나를 지배하는 나라를 한 달 내로 전복시키는 것도 꿈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힘을 저 소녀가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린 없지.'

백이 넘는 수행원들이 몸을 던져가며 언데드들을 몰아냄에도, 그 틈을 찢으며 달려드는 언데드들은 적잖게 존재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들 중 한 마리가 베르디의 곁까지 다가섰다.

식탐에 벌어진 입 안에 그득히 담긴 역병의 잔재.

그 입이 살을 씹는 순간 그녀의 몸은 빠르게 오염될 터.

-터엉!!

하지만 돌연히 나타난 무언가가 그 흉물들을 몰아내었다.

다른 아우라들과 달리 사제복이 아닌 갑옷을 걸친 형상.

특히나 가슴부분이 크게 벌어진 그 아우라는, 제 손에 구현된 대검과 방패를 치켜세운 채 베르디의 곁을 수호하고 있었다.

'뭐냐, 저건.'

하잘 것 없이 붕괴되는 이들과 달리 유독 튼튼한 몸이다.

보다 방대한 마나가 집약되어서?

아니, 신경을 써야 할 건 그 기사만이 아니다.

-우우웅.

언데드들과의 충돌에 의해 붕괴되었던 아우라들이 다시금 재현되기 시작한다.

애초에 그들의 매개는 시체처럼 형체를 갖춘 것이 아닌, 소녀의 체내에 순환하는 미미한 마나에 불과할 뿐.

마나를 받아들이는 육체가, 그리고 그 믿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한 저들은 끝없이 나타날 것이다.

이윽고 페니의 얼굴들에 진심어린 감탄이 그려졌다.

"확실히 대단하군요. 고작 혼자서 이만한 전력을 발휘하다니."

자아의 분열이란 편법을 썼다 한들, 역량만 해도 추기경급에 달하는 신성력을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나이에 해낸 것이다.

역량만 본다면 '차기 성녀'로 추앙되어도 손색이 없을 터.

"하지만 그래봐야 순수함을 저버린 힘……. 그 고결한 마음을 간직한 채 제국으로 돌아간다 한들 누구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요?"

현 제국에선 신성력의 탐구는 허락되지 않으니까.

그 탐구를 통해 각성한 힘을 제국에 가지고 간다는 건, 사실상 교수대로 용기 있게 걸어가는 거나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 걸 모르진 않을 텐데……. 그럼에도 부족한 힘으로나마 저와 적대하는 모습이 참으로 딱하게 느껴지네요."

"딱하지 않아요."

"그런 자각이 없기에 네가 가엾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구제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해도, 그 누구도 그 구제를 환영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은 비참한 말로뿐이다.

선의로 그들을 구하고자 했던 자신처럼.

"그런 당신조차도 저는 구제해줄 수 있어요."

"아니, 더욱 나아가 그 힘을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쿠구궁!

숲 위로 솟구쳐 오른 거대한 흉물의 촉수가 사방을 휩쓸었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촉수의 난동.

그 공격 몇 번에 미친 듯이 달려들던 언데드들의 군단마저 으스러지고, 그들과 교전을 하던 수행원들의 몸도 무참히 바스러졌다.

인지를 초월한 두족류의 괴수.

그 거대한 존재가 발휘하는 힘을 몰아내기엔, 그들의 육체는 너무나도 나약했다

"으윽……!"

그들과 연결된 베르디의 몸에 큰 부하가 가해진다.

그 틈을 노리고 군단의 사이를 비집고 달려드는 페니.

그것을 견제하고자 뛰어든 흑기사조차 촉수질에 무참히 도륙 내어졌다.

"그러니 그 거죽을 나에게 내놓아라,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나의 이상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원일 지어니!!"

그 존재가 이곳을 향해 더욱이 가까워져온다.

닿는 순간 역병이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퍼트리고, 그 몸에 자리한 신성력을 쥐어 짜낼 때까지 그 생명을 앗아가리라.

그런 상황을 대면했음에도, 그녀의 몸에서 일어나는 빛은 꺼지지 않는다.

'저는, 믿고 있어요.'

자세 역시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 마음에 반응하며 수행원들은 다시 존재를 구축하며 그들을 막아 세우고, 설령 다시 으스러진다 해도 마음만은 쇠를 두드리듯 더욱 단단해질 뿐.

'그들을…….'

그 고결함은 어떤 공포로도, 절망으로도 꺾이지 않으리라.

분명 움직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를.'

자신이 믿는 자는, 다시 이 전장에 두 발을 붙이며 서리라고 믿고 있으니.

-퍼엉!!!

이윽고 폭음과 함께 페니의 머리가 비틀어지고, 그 몸이 반대편까지 날아가 맥없이 쓰러졌다.

가면이 떨어지며 드러난 얼굴.

그 자리에 난 균열이란 균열엔 썩은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결코 베르디가 발휘할 만한 파괴력이 아니다.

"무, 무… 무슨……."

"이야, 아까 맞은 걸로는 좀 부족했나?"

익숙한 목소리.

그 소리를 들은 순간 페니의 몸이 크게 경직되었다.

"부족했으면 어쩌겠냐? 정신 차릴 때까지 더 맞아야지."

"어, 어떻게……."

끝없는 증오라는 미련에 움직이는 괴물조차도, 지금 마주한 자에겐 몸서리가 절로 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나 터무니없는 강함을 가진 자.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만날 리가 없다 여겼던 자였다.

"뭡니까 당신, 분명 다 죽어가던 몸이었는데 어떻게!!"

"어떻게긴. 너 잡으려고 지옥에서 돌아왔지."

셰인 골드리안.

자신이 만들어낸 불멸의 군단에 일시적으로나마 대적했던 터무니없는 괴물.

그런 괴물이라도 한계에 치달아 시한부로 살아가리라 여겼지만, 정작 지금 그의 곁에는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조력자가 존재하는 상태다.

출혈도 골절도, 심지어 몸을 들쑤시는 질병조차도 회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백이 넘게.

그만한 치료를 받은 그는 더 이상 질병과 부상에 구애된다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골칫덩이였던 폐렴도 호전되었겠다, 이제야 겨우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있겠네."

씨익.

미소를 지은 셰인이 자신을 마주한 자를 향해 삿대질하며 선포했다.

"지금부터 신나는 소독시간이다. 이 빌어먹을 세균 숙주 녀석아."

우드득.

흥분하던 몸 곳곳에 힘이 실리며, 무수한 관절음이 그곳에 울려 퍼졌다.

"……세균?"

셰인을 마주한 채 비틀어지는 고개.

"세균, 이라고……?"

너무나도 빠르게 움직인 나머지 목뼈가 탈구된 것마냥 삐걱대었지만, 애초에 그 몸은 반쯤은 송장인 상태다.

"이 필멸자가 감히……."

고통보다도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상대의 발언.

모욕감을 느낀 페니의, 그 몸에 돋아난 무수한 얼굴들이 일제히 우그러졌다.

"감히 뭔지도 모르는 말로 이 몸을 조롱하려 해!?"

-쿠과강!!

배후에 자리한 거대한 흉물이 셰인이 있는 곳을 향해 촉수를 내리찍었다.

내리 찍힌 순간 땅이 붕괴하고, 주변의 나무마저 뿌리째 뽑혀버리는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셰인은 베르디를 끌어안은 채 그 현장을 벗어나, 숲을 가로질러 뛰어갔다.

"쟤는 왜 자기가 멍청한 걸 내 탓으로 돌리면서 화를 내냐."

"세균이 뭔가요?"

"미안."

세균을 모르는 게 무식의 척도라면 이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멍청이란 소리겠지.

베르디가 셰인에게 안겨진 채로 물었다.

"몸은 괜찮으세요?"

"움직일 만 해."

"……내려주세요."

"야야, 갑자기 왜 그래?"

"움직이는 게 고작인 분에게 부축해달라는 건 실례니까요. 차라리 제가 안아드릴게요."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돼. 그냥 무리를 심하게 해서 전력이 깎여나간 정도니까."

신성력도 만능은 아니다.

아무리 100명의 사람들이 몸에 신성력을 쑤셔 박아준다 한들, 피로나 결손부위까진 어떻게 충족시킬 순 없다.

출혈을 최소화해도 마나 자체가 피를 타고 흐르는 만큼, 써클이 감소하는 것과 같은 페널티는 따라붙을 수밖에 없단 것이다.

'더군다나 이전에 너무 무리했으니까. 혈도개방은 당분간 봉인해야 돼.'

써클의 인위적인 상승은 일종의 도핑.

사용하고 나면 후유증은 적지 않으며, 단시간에 몇 번이고 반복하면 '적응의 범주'에 들어갈 위험이 있다.

마력회로의 파열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건, 즉 이후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지상승마저 불가능해진단 것.

기껏 구제받은 목숨을, 이전의 시한부였을 때처럼 자포자기로 날려 버리고 싶진 않았다.

"베르디 너도, 못 본 새에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그래, 지금의 자신이 살아 있는 건 이 소녀 덕이니까.

그에 대한 감사를 표하자 베르디가 양 손을 맞대었다.

"모두에게……."

숲을 뛰어가는 중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검은 아우라.

하지만 그들에게선 선명한 빛이 흐르며, 미처 치료되지 않은 자잘한 상처들을 서서히 아물게 하고 있었다.

그 광명을 등에 진 베르디가 나지막이 미소를 지었다.

"모두에게 우울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으니까요."

우우웅, 사방에서 들려오는 울림소리.

검은 형체들이 무언가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공교롭게도 셰인은 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그들의 검은 형체를 구축하는 매개가, 베르디의 몸을 기반으로 한 미미한 양의 마나라는 것만을 알 뿐.

'설마 신성력에 이런 사용법이 있을 줄이야.'

만약의 미래에 대한 믿음만으로 100명 이상의 신성력을 발휘한다니.

과거 전쟁에서 마주한 그 어떤 성직자도 해내지 못한, 가히 '기적'의 경지에 오를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이 애는……. 대단한 아이야.'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것을 자각하기 무섭게 대지가 요도이고, 숲을 벗어난 셰인이 산 한가운데에 베르디의 몸을 내려주었다.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건 언데드로 이루어진 거대한 흉물.

사방에서 꿈틀거리는 촉수들엔 무수한 팔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온 머리들이 공명하듯 입을 모아 외쳤다.

"보아라, 필멸자들이어."

주변을 가득 메운 시체들이 비명을 지르며 숲 곳곳에서 달려와, 이윽고 주변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이 몸이 부리는 이 재앙의 군대를 보는 것이다……!"

역병을 품은 그들은 영원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렇기에 무한한 전쟁을 갈구하며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군세야말로 이 세계에 재앙을 가져올 존재.

그 앞에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감히 대적하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으리라.

"나는 이 세계를 평정할 존재……. 그 누구도 나를 피하지도, 꺾을 수도 없을 것이다. 내가 바로 거스를 수 없는 공포로써, 이 대륙에 격변을 가져올 존재란 말이다!!"

거스를 수 없는 공포의 존재.

그것이 녀석이 내린 스스로에 대한 정의였다.

그를 듣고 있던 셰인이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터트렸다.

"거 나잇살도 그득하게 먹은 양반께서 작명 센스는 왜 사춘기 꼬맹이에 머물러 계신 걸까?"

"우습게 들려도 방심해선 안 돼요. 상대는 이 섬에서 오랜 시간 동안 힘을 키워온 존재니까."

반면 베르디의 얼굴엔 진중함이 감돌고 있었다.

이 섬에 상주했던 고대의 지도자.

불로의 삶을 추구한 그의 야망은 먼 훗날이라도 대륙을 지배하는 야망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선 미련이 강한 사람에게 기생해있을 필요가 있었다.

'……페니 씨.'

한때는 섬의 혼란을 잠재우고자 했으나, 끝내 화형당해 목숨을 잃고 만 여인.

그 가엾은 여인이 이 이상 죄를 쌓는 걸 막고 싶었다.

그러니 여기서 싸워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지만…….

"까놓고 말해서 나 이번 싸움은 자신 없어."

막상 셰인은 그 이상에 동참하는 것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아까도 상대하다 죽을 뻔했고."

셰인의 전문은 괴수 퇴치가 아닌 대인전투.

그의 의술과 체술은 오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언데드들이 뭉쳐 만들어진 거대 문어 따위를 상정에 둔 것이 아니다.

혈도 개방마저 봉인된 지금, 고작 3써클의 전력으로 저 괴물을 상대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

"아뇨, 엄연히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베르디는 그 사실을 부정했다.

거악과의 싸움을 두려워하는 그에게, 괴물을 부리는 자 역시 한 명의 사람임을 가르쳐준다.

"그리고 당신도 혼자가 아니에요."

이윽고 베르디가 셰인의 손을 잡아주었다.

줄곧 보호해온 소녀가 함께 전장에 서고자 하는 순간.

그 고요한 맥박을 느낀 세인이 미소를 지으며 발을 내딛었다.

"……그럼 할 만 하겠네."

사방에서 몰려드는 수천의 시체들을 향해, 일말의 망설임 하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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