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106화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몰려오는 상황.
그런 그들을 마주한 건 오직 한 명의 인간뿐이다.
하물며 그는 전사가 아니다.
갑옷은커녕 방패 하나 들지 않았기에 괴수의 공격을 받아낼 여력도 없다.
마법사처럼 홀로 대군을 쓸어버릴 정도의 마력을 갖추고 있지도, 성직자처럼 죽어가는 사람에게 기적을 행사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전장에 서는 데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결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며, 지금의 자신에겐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다는 걸.
-투쾅!
그 일념이 어린 주먹질이 도약과 함께 선두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그 직후 충격의 반동을 이용해 가한 날렵한 돌려차기. 뒤를 이은 절개술.
유혈이 사방에 퍼져나가는 가운데,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의 피부에 무언가 기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피에 함유된 역병이 피부를 기어오르는 감각.
그런 그의 주변엔 수행원들이 대거 몰려들어오며 빛을 퍼트리고 있었다.
-우우웅.
광명에 비춰진 언데드들의 몸이 녹아내리듯 바닥에 고꾸라져간다.
언데드의 정신을 구현하는 윤회력이 신성력에 의해 끊어진 결과.
그리고 그 빛은 이 순간, 이 전장에 유일하게 살아 있는 자의 몸에 역병이 침투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육체의 약화도.
호흡을 방해하는 폐렴도.
-투콰강!
육체를 저지하는 요소는 모두 배제된 상태.
주변의 잔챙이들을 저지하는 데에 거리낄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 끌면 위험해진다.'
교전을 이어가는 중에도, 빛을 품은 수행원들의 몸이 분해되는 게 보이고 있다.
육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미약한 양의 마나 뿐.
그것은 언데드들과 부딪치기 무섭게 바스라지고, 그럴 때마다 베르디의 몸은 조금씩 움찔거리고 있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엄연히 마나회로와 연결된 거니까. 데미지가 축적될수록 몸에도 반동이 심하게 덮여올 거야.'
반면 상대는 언데드들이 제거되는 대로, 제 배후에 존재하는 거대한 흉물은 보다 많은 언데드들을 토해내 병력에 합세시키고 있다.
쓰러졌다 여긴 언데드들도 서서히 몸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
장기전이 되면 이 쪽의 패배는 명확해진다.
'잔챙이들을 때려죽일 때가 아니야.'
노린다면 말이 아닌 장수를.
하지만 허락된 건 3써클뿐이다.
오직 그것만으로 이곳의 길을 뚫어야 한다.
'화력을 높일 순 없어. 체력의 배분을 적절히 유지해야 해.'
도륙 내는 손짓을 더욱 빠르게.
그러면서도 동작을 크게 키우지 않고,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행동의 반경을 줄여나간다.
'기술의 의존도를 높여.'
-파즈즉!
펼쳐진 붕대가 전류를 일으키며 휘감은 적들을 불태운다.
그 전류마저 저항하며 다가오는 자들에게 휘둘러지는 절개술.
부패한 유혈이 낭자하는 가운데, 전장을 누비는 셰인이 관절을 굽혀 만든 둔기로 적들의 몸을 짓이기고 부숴갔다.
'좀 더…….'
회피와 공격의 반복.
그 굴레에 으스러져가는 의지조차도, 드문드문 시체 사이로 비추는 수행원들의 광채에 다시금 일으켜 세워졌다.
'상황에 맞는 기술을……!'
-쿠과가강!!
난격은 난동으로.
이내 질주가 되어 충돌하는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단시간에 이루어진 연계란 난잡하면서도 절도 있고, 살벌하면 냉정하다.
그렇게 바스러지는 시체들이 주변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셰인의 왼팔엔 마나가 고요히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마투술-기본(基本).'
체내에 압축시킨 마나를 한데 집중시켜 방출시키는 필살 공격.
하지만 지금 그가 구사할 수 있는 마나는 겨우 3써클이며, 그만한 힘으로 방출시켜도 발치 앞의 적들을 날려버리는 게 고작이다.
'그러니 퍼트리는 걸로는 안 돼.'
공격을 통해 방출된 마나는 육체에서 분리된 순간 그대로 소실되는 법.
하지만 일부 잔재마력은 그 몸 곳곳에 남으며, 셰인은 그 잔재마력을 의지로 끌어 모아 제 왼팔로 끌어당겼다.
교전 중에 낭비되는 힘들을 끌어 모아 준비하는 필살.
공격과 집중을 병행하는 작업은 매우 고된 일이지만, 그는 최전선에 나서고자 몸을 보호하기 위한 갑옷마저 내버린 자였다.
오롯이 순수한 육체만으로.
그걸 성사시키기 위해선, 자신의 나약한 힘을 효율적으로 쓸 기술에 조예를 기를 필요가 있었다.
그래, 전생의 그가 괴물이라 불리는 이들을 마주하며 살아남은 건 강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한계를 극한까지 갈고닦은 기술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쿠궁!
그 집념이 어린 발이 땅을 디디며 굉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왼팔에 소용돌이치는 마나.
그 흐름은 대지를 디디는 동작에 맞춰, 물이 흐르듯 그의 왼손에 집약되기 시작했다.
'무호흡.'
이윽고 멈춰진 호흡과 함께 뻗어지는 주먹.
그 끝에 막혀있던 부분을 퍼트리듯.
'기본-극도(極道).'
그렇게 주먹을 휘두른 순간, 밀집된 마나는 하나의 작은 탄이 되어 전방으로 쏘아졌다.
-샤학!
폭발이 일어났다기엔 매우 경쾌한 소음.
그 소리를 동반한 마나의 탄이 언데드들의 사이를 지나쳐, 그 배후에 선 페니의 옆을 지나치기에 이르렀다.
너무나도 빠르기에 인지조차 못할 공격.
그 범위마저 협소하기에 전체적으로 보면 피해도 경미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조.
음속을 넘어선 공격의 진가란, 지나친 궤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밀어내는 데에 있다.
군대도, 괴수도.
그리고 공기마저도.
-콰아아아아!!!
진공상태가 된 자리에 다시 공기가 유입되고, 그로부터 발생한 소닉붐이 주변을 찢어발겼다.
공격에 뒤따르는 난기류의 폭풍으로 적의 진영은 일순간 와해.
그러한 기술을 오직 3써클의 경지로 이룬 대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휘둘릴 때가 아니야.'
무리를 해가면서 얻은 기회를 어찌 썩힐 수 있을까?
부러진 왼팔을 붕대로 단단히 조인 셰인이, 곧 벌어진 진영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길을 열었어요!!"
그 순간을 기회로 여긴 건 베르디 역시 마찬가지.
그 의지를 따르는 수행원들이 셰인이 벌린 길목 곳곳에 자리하고, 그곳에서 광채를 퍼트려 언데드들의 유입을 차단시켰다.
'기회는 한 번!'
곧 셰인이 두 다리에 실어 넣은 마나를 팽창시켜 도약을 가했다.
휩쓸린 시체들을.
머리만은 온전히 남은 채 망가진 사지를 휘적거리는 시체들을 넘어, 그 배후에 자리한 '우두머리'를 향해 달려가고자.
'좋아, 지금!'
이윽고 목적지에.
그 앞에 비틀거리는 페니에게 주먹이 휘둘러지려는 순간, 고꾸라졌던 그녀의 몸이 격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무슨……!"
-쿠과가각!
배가 벌어지며 튀어나온 촉수들이 셰인의 몸을 위로 쳐날렸다.
강체술을 통해 몸이 꿰뚫리지 않게 막았지만, 뒤이어 다가온 촉수들에 휘감긴 채 허공에 구속되었다.
"걸렸구나아아아! 하하하!"
몸 곳곳에 돋아난 입들이 공명하듯 사방에 메아리를 친다.
광기에 반응하듯 더욱이 길게 늘어나는 촉수.
이윽고 그 몸은 점이 되어 보이기에 이르렀다.
"이전의 싸움에서도 어느 정도 눈치 챘던 겁니다. 당신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도 강함은 물론, 전략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다는 걸요."
페니는 그런 셰인을 보다 잘 확인하려는 듯, 자신이 등지고 있던 거대한 흉물에게 지시를 내려 제 몸을 들어 올리게 하였다.
이윽고 살덩이로 이루어진 흉물의 위에 선 페니.
보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길게 늘인 촉수의 끝을 응시하는 얼굴들엔 잔학한 미소만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군요. 저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사지를 거닐어온 군인이라는 걸!"
"크하하하하!! 이 몸께서 네놈 같은 잔챙이의 수 하나 읽지 못할 줄 아느냐!?"
그 육체에 내재된 또 다른 정신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고대에도 공포로 사람을 부려왔던 군주.
그 역시 궁지에 몰린 인간에게 희망으로 다가오는 것이 무엇인지 역시 잘 아는 자였다.
절망의 구렁텅이의 위에서 미세하게 퍼져 나오는 빛.
밑바닥에 있는 자들은, 언제나 그 빛을 기회라 여기며 그곳만을 파고들어온다.
그 빛이 정작 자신을 유인하기 위한 함정이란 걸 알지 못한 채.
'이건, 위험하다.'
지금 그의 전력은 고작 3써클.
7써클로 무자비하게 당하기만 하던 때와는 다르다.
고작 그 정도의 힘으로는 자신의 구속을 끊어낼 수 없을 터다.
"자! 해체쇼를 시작해 보죠! 상공에서부터 갈가리 찢어진 몸을 밤하늘을 대체하는 폭죽놀이로 승화시킴으로써! 이 시시한 싸움의 대미를 장식하는 겁니다!!"
머지않아 두터운 촉수들이 개인을 향해 쇄도하고, 이 섬에 쏟아질 수 초 간의 핏물이 되어버리리라.
그것이 자신을 몰아붙인 강지가 맞이하게 될 비참한 최후.
페니는 그러한 미래를 상상하며 베르디를 내려다보았다.
그 잔혹한 포고에 기겁하며 투항할 모습을 기대하면서.
'뭡니까, 저 눈빛은.'
하지만 정작 베르디는 양 손을 맞잡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슬슬 다시 언데드들이 몰려들고, 자신의 동반자가 최후를 앞두고 있는 와중에도 일절 흔들림도 없는 태도로.
"베르디 씨, 무섭지 않은 겁니까? 당신의 지지자가 잔인하게 해체되기 일보 직전이란 말입니다! 형체조차도 남기지 않을 예정이라고요!"
그 고고함이 역린을 건드린 것일까.
촉수를 쏘아 보내는 와중, 페니는 포박된 셰인이 아닌 베르디를 쏘아보며 외치고 있었다.
'무섭지 않다고…….'
그 물음에 베르디는 눈을 감으며 홀로 되뇌일 뿐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그 암실에서도, 블레이즈 영지에 온 후의 전장에서도. 그 전쟁 중에 부상을 당해 후방까지 호송된 병사들에게도…….
그녀가 나아간 자리엔 언제나 군중이 발하는 절망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걸 반복해 마주한다고 익숙해질 리가 없어요.'
그저 이 세계가 잔혹하다는 것만을 상기할 뿐.
그 잔혹함을 한데 응축시킨 이 마경 속에서, 사상 최악의 재해가 될 것을 선언한 자를 상대하는 건 분명 두려운 일일 것이다.
분명 그럴 테지만…….
'하지만, 셰인은 저와 달라요.'
그래, 이 자는.
이 자 만큼은 아닐 것이다.
많은 자들이 거스를 수 없는 공포를 마주하며 으스러지는, 그런 전장 속에서도 누구보다도 강해지길 택한 남자는.
설령 이 순간이 인생의 종막이라 한들 그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살아 움직일 힘줄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절대로.
절대로 멈추지 않으리라.
-콰드득!
그 믿음에 부흥하듯.
허공에 몸이 묶여진 셰인이, 자신을 구속하던 촉수들을 모조리 힘으로 끊어내었다.
"무슨……!"
그 구속력은 결코 3써클의 마나로 끊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물며 그의 마나운용에 중시되는 건 동작.
물리력의 흐름을 동작을 이용해 증폭시키는 만큼, 써클 이상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예행 동작은 필수일 것이다.
그 움직임을 봉쇄한 이상 자신의 구속을 해제할 수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촉수가 끊어진 건, 그에 내재된 윤회력에 치명적인 힘이 발휘되었다는 의미일 터.
"어떻게……."
그래, 이 순간 페니는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촉수가 끊어진 순간 몸을 파고드는 저릿한 감각.
그 규모는 아주 희미하나,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단자인 당신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보이고 있다.
저 밤하늘을 메우고 있는 별빛보다도 더 선명한 순수한 빛이.
그의 몸에서부터 새어나오는 광경이.
"이야, 친절도 하셔라."
하지만 그 빛이 너무 작아서일까?
그는 제 몸을 구속하던 촉수들을 끊어내는 데에 별 놀라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것이 어떤 원리로 끊어진 것인지 알지 못하듯.
도리어 자신을 노리고자 솟구쳐 오르는 촉수를, 마치 역습의 기회로 여기듯 거기에 시선을 집중시킬 뿐.
"거기까지 갈 발판을 손수 마련해주시고……."
쇄도하는 흉물의 촉수를 몸을 비틀어 피해내고, 이후 그 촉수에 두 다리를 가져간다.
마나의 운용이 이루어진 건 기울어진 촉수에 두 다리가 안착한 순간.
"친절하게 길을 깔아줬으면 친히 밟고 가주는 게 예의겠지."
"무, 슨……."
-쿠과가가가!!
이윽고 기울어진 촉수를 발판 삼아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마나가 어린 발에 깎여나가는 촉수의 표면.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이내 균형이 바로잡힌 순간 미끄러짐은 질주로 바뀌었다.
살을 파고드는 발은 그 살을 짓이겨 밟고, 궤적을 그리는 핏줄기를 산발시킨다.
그 거침없는 판단과 경악스러운 운동능력은, 광기에 침식된 정신에마저 혼란을 일으켰다.
"대체……."
미처 그 촉수를 휘둘러 추락시킬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대체 뭡니까, 당신은…."
그 기세가 너무나도 거센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페니는 그를 향해 공격을 가할 준비를 취했다.
"이제야 겨우 이곳을 벗어날 준비가 끝났는데……!! 왜 이제 와서 나를 방해하러 온 거냐고!!!"
콰아아!!
몸에서 뿜어져 나온 촉수들이 쇄도한다.
셰인은 그 공격을 피하려 들지 않았다.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치고, 그 충돌을 촉진제로 삼듯 내달리는 질주에 더욱 힘을 실을 뿐.
그것이 반복될수록 주변을 감도는 마나는 더욱 날카롭게 깎였고, 이내 그를 기점으로 한 거센 폭풍으로 뒤바뀌었다.
-쿠과가가강!!!
맞닿은 공격들이 모두 분쇄되는 가운데, 조급함을 느낀 페니의 손이 위로 뻗어졌다.
'좀 더 강한 공격을……!'
그 의지에 기인하듯 올라탄 흉물이 촉수를 들어올렸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이 공격까지 막아내진 못하리라. 그렇게 확신했음에도 셰인은 질주의 방향을 틀지 않았다.
아래에서부터 치솟아 오르는 광명의 무리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격을 막아 주리란 걸 알고 있으니.
-파앙!
빛이 폭발하고.
그 작은 몸을 노리고 날아든 촉수가 그 자리에서 붕괴되었다.
촉수를 이루는 윤회력이 신성력에 의해 끊어진 결과.
그 점을 눈치 챈 페니의 고개가 다시 밑으로 꺾였다.
"베르디……!!"
언데드들이 몰려드는 중, 베르디의 주변을 지키고 있던 수행원들이 하나둘씩 셰인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그 몸들이 셰인을 향해 쇄도하는 크고 작은 촉수들을 몸으로 부딪쳐 막아내고 있었다.
빛과 시체의 충돌.
그로 인해 바스러진 재와 먼지가 사방에 터져나가 연막과 불씨를 퍼트렸다.
'대체 무슨 짓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언데드들은 그녀를 먹어치우고자 몰려들고 있는 중이거늘.
그런 자신을 지킬 병력을 도리어 이 남자를 지원하는데 쓰다니!
-쿠궁!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가 언데드들에게 먹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곁을 지키는 검은 기사가 기세를 발휘하며, 주변의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고 있었으니까.
그 또한 결국 수에 밀려 쓰러지겠지만 잠깐 정도는.
그가 자신의 앞에 도달할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다.
-쿠궁!
시체가 바스러지며 퍼진 연막.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온 셰인이, 이윽고 페니가 선 흉물의 위에 착지하며 자세를 잡았다.
"이 애송이가!!!"
-쩌억!!
입을 열기 휘둘러지는 주먹.
팔꿈치에서 일어난 마나의 기폭은 주먹의 속도를 가증시키고, 그로부터 비롯된 공격은 적의 대처보다도 앞서 안면을 뭉개버리기에 이르렀다.
"아무리 잘난 군세라도."
그만한 속도로 내지른 주먹 역시 무사하진 않다.
어느 것 하나 성하지 않은 손가락.
"윗대가리가 망가지면 오합지졸로 전락하는 법이지."
셰인은 그 고통을 이를 악물며 참아내고, 제 반대쪽 손을 틀어쥐고 있었다.
"크……. 우에엑!!"
반면 그에게 얻어맞은 페니는 제 얼굴의 벌어진 틈을 막는 데에 급급한 상태였다.
어차피 재생하면 그만이지만, 그 재생을 하는 데에도 집중력이 소요된다.
그 집중만으로도 주변에 들끓는 언데드의 군대가 주춤거리고, 그 틈을 노린 빛무리는 사방에서 광명을 퍼트리고 있다.
고작 눈앞에 있는 남자가.
고작 주먹질 한 방을 날린 것만으로, 전황이 뒤집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생력도 있는데 너무 엄살 부리는 거 아니야? 잘 조종하던 녀석들도 다 멈춰버리고."
'아니, 이건……. 고작 주먹 때문이 아니야.'
7써클의 전력을 맞고도 다시 멀쩡히 재생했던 몸이거늘, 고작에 몸이 붕괴될 리가 없다.
가까스로 얼굴을 바로잡은 페니가 셰인을, 다시끔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주먹을 쏘아보았다.
'착각이 아니야.'
그 양은 아주 미미하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 힘이 주먹질에 담긴 채 자신의 몸에 퍼져, 윤회력의 고리에 틈을 벌려대고 있다.
그저 압도적인 힘만을 때려 박았을 때와는 다르다.
지금 이 자에겐.
'이 남자, 역시 자각 없이 신성력을 쓰고 있어!'
이 불사의 육체를 붕괴시킬 수단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