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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의 환생-121화 (121/255)

의무병의 환생 121화

-찌르르르.

이른 아침.

머무르고 있던 동굴을 빠져나온 셰인이 새로이 모닥불을 피우고, 그 위에 손질된 고기들을 꼬챙이에 꽂아 굽기 시작했다.

고기에 묻어난 기름기를 보고 있자니 군침이 도는 게 느껴졌다.

근래엔 버섯이나 벌레 같은 것만 먹었으니 당연할까?

"그래도 이 녀석아. 같은 숲에 사는 친구를 이렇게 매정하게 잡아오면 쓰나?"

고기가 구워지길 기다리던 셰인이, 제 곁에 멤도는 여우를 보며 비아냥을 내뱉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이다.

어차피 상대 쪽에선 알아들을 일도 없겠지만…….

-……끼잉.

그래도 제 태도에서 께름칙함을 느낀 듯, 여우가 우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은혜를 갚고자 잡아왔는데 욕을 하면 당연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으리라.

'애초에 육식동물에게 친구고 자시고 할 게 있을 리도 없고.'

이 쪽도 신성력을 다루지 못했다면 숨통을 끊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제 손으로 치료한 이상 이 여우도 엄연히 '환자'라고 부를 존재였다.

상대쪽에서 달려들지 않는다면 이 쪽에서도 척을 질 이유는 없는 상태.

"가만히 있어봐."

셰인이 고기를 뒤로한 채로 여우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당황한 듯 주춤거리며 낑낑대는 여우. 하지만 셰인의 손을 지긋이 쳐다보고는, 그대로 체중까지 실어 제 고개를 맡기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의존하는 것 같은 모습.

하지만 셰인이 여우에게 손을 뻗은 건 쓰다듬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상처가 늘었네.'

치료했을 때에만 해도 없던 상처들이다.

이전에 사냥을 할 때에 생겼다는 것이겠지만, 정작 모닥불에서 구워지는 고기들은 이 여우와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크기를 지니고 있다.

'사냥에 익숙하지 않은 건가.'

덩치가 크니 오인할 수도 있겠지만, 셰인이 검토를 해본 바 이 여우는 '그다지 나이를 많이 먹은 편'이라곤 할 수가 없었다.

인간도 여우도 포유동물이고, 성장과정에서 어느 정도 일치하는 감이 있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 여우는 사람의 나이로 치면 10살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더 클 여지가 있다는 게 놀랍네.'

-…아우~

정작 여우는 그런 감탄을 이해하지 못한 듯,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셰인의 손에 머리를 비빌 뿐이었다.

아니, 그 상태로 미끄러지듯 이마에 돋아난 뿔을.

'그러고 보니 이 뿔도 생각보다 거칠진 않네.'

야생의 동물이 가진 뼈는 다듬어지지 않아 딱딱할 법 함에도. 마치 유리세공품이라도 만진 것처럼 매끄러움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 감촉이 묘하게 느껴져 재차 쓰다듬는 것도 잠시.

'……어라?'

뿔을 응시하던 셰인이 저도 모르게 의아함을 표했다.

'방금 빛난 거 같은데…….'

아주 잠깐이지만 뿔에서 빛이 번뜩인 것 같았다.

정작 여우는 자각이 없는 듯 '우웅?'소리를 내며 귀를 쫑긋거릴 뿐.

'……착각인가?'

그래, 반딧불이도 아니고 포유동물인데 몸에서 빛이 나진 않겠지.

설령 빛이 난다 해도 뭐 특별할 게 있을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갈 무렵, 코 끝에 맡아지는 구수한 냄새를 자각한 셰인이 황급히 모닥불로 달려 나갔다.

이전에 구워둔 고기가 완전히 익었단 것이다.

"좋아, 딱 적당히 익었네."

겉부분이 조금 까맣게 물들어졌지만, 그 정도야 인간의 몸엔  해로운 축에도 끼지 않는다.

그 고기에 소금을 치고 베어 물려는 것도 잠시.

문득 셰인이 멀찍이 서있는 여우에게로 손짓을 했다.

"거기 뭐하고 있어?"

-카웅?

"너도 같이 먹어야지 이 녀석아."

아무리 자신에 대한 은혜로 물어다준 거라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독식하기엔 양도 너무 많은 상태다.

일일이 비축식을 들고 짐이 늘어나기에 버거운 일.

여기서 처리하자는 심산에서 고기를 몇 개 내어주니, 여우가 멍하니 내려다보다 이내 발로 고기를 짓밟았다.

-으즈적, 으즉.

주둥이를 가져가며 먹는 모습에선 별 다른 경계심이 보이지 않았다.

치료해준 자신을 신뢰해서인지, 아니면 그만큼 배가 고파서인지.

'식욕이 있다는 건 긍정적으로 여겨야겠지. 많이 먹어야 상처의 회복도 빨라지니까.'

신성력이건 의술이건, 결국엔 몸 자체가 튼튼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는 법.

밥이야말로 건강의 원천임을, 셰인은 두 번째 생에서도 명심하는 상태였다.

-카흥!

식사를 다 마치기 무섭게 크게 울부짖는 여우.

그 후에 뭔가를 하나 싶었지만, 그저 자리에 앉은 채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까지 살랑이면서.

'…생긴 건 포식자인데 하는 건 영락없는 개네.'

-카흥!

"조금만 기다려줘. 정리는 다 끝내고 가야지."

모닥불을 태운 자리를 치우고, 널브러진 짐들을 하나 둘 씩 주워 배낭에 담아갔다.

그런 와중에도 여우는 자신을 향해 컹컹대며 부르짖을 뿐.

기다리는 게 지루한 듯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런 기다림이 셰인에겐 반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을 만난 지도 꽤 됐네.'

심층부를 누빈 지도 3주차에 접어드는 때.

그 동안 셰인은 영지군에 속했을 때가 무색하게도 홀로 지내왔고, 앞으로도 몇 달은 그런 고독함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짐승이라곤 하나 겨우 자신에게 호의적인 존재를 마주했는데, 어찌 기쁘지 않고 배기겠는가?

'뭐, 상처를 다 지운 것도 아니니 당분간 함께 다니면서 검진도 해야 될 테고…….'

짐을 정리한 셰인이 배낭을 들쳐매며 여우를 마주하였다.

앉은키만 해도 고개가 제 가슴께까지 올 정도.

그런 여우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본 채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

뿔 역시 그 시선이 향해진 곳에 겨누어진 상태.

셰인이 그 뿔을 응시하다 떠오른 것을 입에 담았다.

"좋아, 앞으로 네 이름은 '콘'이다."

유니'콘'할 때 그 콘이다.

물론 셰인은 환상속의 존재를 믿지도 않고, 눈앞에 있는 존재역시 말과는 거리가 있는 생물체다.

하지만 이름이란 본래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게 아닌가?

부르기 쉽고, 상대의 마음에 든다면 뭐든 좋은 법이다.

-카웅!

다행히 마음에 드는 것 같군.

셰인이 피식 웃으며, 자신이 이름을 지어준 여우의 갈기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감각이 기분이 좋은 듯 몸을 맡겨오는 콘.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흐뭇함이 느껴지는 한편, 왠지 모를 기시감 역시 함께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영지에서도 이런 아이를 하나 보살펴줬었지.'

프레이즈라는 이름의 검은 늑대.

사령관이 이동수단으로 쓰라고 내어주었던 친구로, 마지막으로 만난 지도 벌써 반년이 넘은 상태였다.

'크기도 비슷하고……. 데리고 갈 수 있으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어디까지나 데리고 갈 수 있을 때에 한한 이야기다.

모든 게 미지로 뒤덮인 심층부에서 무언가를 단정 짓다니.

그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 * *

'셰인.'

그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지칭할 때마다 그렇게 말했다.

그것을 번복할 때마다, 그녀는 '셰인'이라는 울음소리가 그 스스로를 칭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안다고 해서 이 쪽에선 그런 울음소리를 낼 순 없었지만 어쨌든…….

"콘."

그리고 아마도 그건 자신을 부르는 울음소리겠지.

물론 일관성 있는 울음소리로 부르는 건 그녀에겐 익숙치 않은 개념이었다.

그들은 동족의 신분을 대개 냄새로 구분 지으니. 굳이 일일이 소음을 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소리를 내는 건 경계심을 표할 때, 혹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때 정도.

"콘, 이리와."

그럼에도 그녀는 그가 부를 때면 언제나 답을 해주었다.

그는 자신을 치료해준 사람이고, 뭣보다 어머니와 같은 힘을 지닌 자이니까.

그런 힘을 품은 손이 빛이 날 때면, 그 손에 어린 빛이 자신을 쬘 때면 몸 곳곳의 욱신거림이 사그라지는 게 느껴졌다.

"옳지, 착하지."

특히나 그 빛이 어린 손으로 자신의 그릇을 쓰다듬어줄 때가 좋다.

아주 작기에 무언가를 행하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나마, 그가 자신을 다정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어디 아픈 곳 있으면 말해줘. 치료해주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으니까."

그는 언제 어느 때에나 자신의 몸을 살펴봐주었다.

몸 곳곳에 욱신거리는 곳은 물론, 전혀 자각하지 못했던 부위의 상처까지.

"……이건 신성력 만으론 안 되겠네."

측면의 가죽이 벌어진 부분을 발견한 그가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느껴지는 따끔함.

날카로운 무언가로 살을 찌른 것이다.

-께헹!

"가만히 있어 이 녀석아."

그 후로 소매에서 꺼내든 가느다란 실로 살을 꿰매어주는 셰인.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손끝이 꿰매어진 부분을 쓰다듬어주니 고통이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짜식. 덩치는 산만한데 겁은 많아가지고."

뭔가 불만이 있는 듯 중얼거렸지만, 그녀 역시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치료를 해줄 거면 치료만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상처부위를 찌르며 아프게 한단 말인가?

"이렇게 겁이 많은 녀석이 왜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었던 건지……."

하지만 그런 행동조차도 자신을 미워하기에 하는 건 아니다.

콘은 그걸 알 수 있었다.

언어를 알아듣지 못할 뿐, 그 목소리에 어린 감정마저 못 느끼는 건 아니었으니까.

'측은함.'

제 얼굴을 쓰다듬어줄 때마다 보이는 그건, 분명 동정이라 정의할 감정일 것이다.

간혹 사냥조에 속한 형제들이 사냥감을 향해 그런 감정을 표한 걸 종종 마주한 적이 있었다.

그들 역시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생물들에게…….

마찬가지로 지금의 그 역시,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는 제 처지를 동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셰인도 마찬가지일 거야.'

제 고향을 습격했던 이들은 그래도 무리를 짓고 있었거늘.

어쩌면 그가 자신을 치료해준 건, 그런 무리에서 빠져나온 것에 대한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셰인도 나와 같은 걸까?'

종족만 다를 뿐.

둘 모두 외톨이인 건 다를 것이 없었다.

이 가혹한 땅에서 그는 혼자서는 살아가기 버거울 것이고, 그건 콘 역시 마찬가지였다.

콘에게는 새로운 무리가 필요했다.

비록 단 둘만으로는 무리가 형성되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뭐가 됐건 그는 자신에게 먼저 도움을 주었다.

그러니 콘 역시 그를 도와줄 의무가 있었다. 무리생활에선 서로가 역할을 분담하는 게 당연한 일이니.

-카앙!

다행히도 콘은 그에게 불가능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후각과 청각은 보통의 인간보다도 뛰어나니까. 그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호시탐탐 접근하는 미행자, 습격자…….

그 모든 것을 그녀가 먼저 감지하고, 그에게 주의를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위험하다는 거야?"

다행히 그 역시 자신의 의사를 아주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위험이 있으면 회피하는 게 당연한 것.

그렇게 셰인은 콘의 경고를 새겨들으며,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진로를 재차 수정하길 반복했다.

-으르르…….

물론 그렇게 회피하더라도 위험이 아주 없지는 않다.

간혹 호전적인 성향을 가진 포식자들의 경우, 콘의 경고를 무시하면서까지 셰인의 앞에 나타나기도 하였다.

공통점은 털이 나고 네 발이 달렸다는 것.

셰인과 자신이 의견을 주고받지 못하듯, 그들 역시 소통할 여지 따윈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셰인을 지켜야 해.'

싸울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판단을 내리며 달려들려는 순간 '콰앙!'하는 소리가 옆에서 터져 나왔다.

셰인의 주먹이 근처의 나무에 처박히며 난 소리였다. 그 주먹이 처박힌 부분은 움푹 패여, 크게 기울어지기에 이르렀다.

"…조용히 지나가기만 할 거니까, 저녁밥 되기 싫으면 그냥 가라?"

살벌한 경고 한 마디를 툭 던져주니, 이전까지 그를 벼르고 있던 포식자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때가 돼서야 콘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한 생물이라는 걸.

'발톱도, 이빨도 없는데……. 강해.'

그건 아마도 그의 몸을 두르고 있는 신비한 힘 때문이겠지.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자신을 이끌었던 '빛'과는 전혀 다른 계열의 힘이라는 것 역시도.

이질적인 힘…….

그건 제 고향을 습격했던 이들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모종의 힘이 아닌 도구에 의존했으니까.

'역시 세인은 그들과 달라.'

복장은 물론이고 다루는 힘까지.

그건 곧 고향을 습격했던 이들과는 다른 곳에서 왔다는 뜻일 것이다.

다른 곳에서 왔다면…….

대체 어디서?

"콘."

그와 함께 한 후 꽤나 많은 밤이 지났다.

그는 야영을 위해 모닥불을 피운 자리에서, 그녀에게 지어준 이름을 입에 담은 채 무언가를 이야기하였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나는 이 숲을 벗어날 거야."

뭐라고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몇 번 들려주었던 것과 비슷한 울음소리를 냈고, 그런 울음소리를 낼 때면 그의 시선이 숲의 너머로 향해져있다는 것만 알 뿐.

콘은 그것이 무엇에서 기인한 행동인지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네가 날 따라온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아마도 그건 시선이 향한 곳의 너머에 존재하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딘가를 향한 그리움이겠지.

그에 대한 그리움을 표하면서도, 그 목소리엔 걱정이 적잖게 어려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밖은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스스로의 안위가 아닌, 자신의 동행자를 향해 토로하는 걱정이었다.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한 건지는 알 수 있었다.

이제껏 함께 다니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그는 숲 밖으로 나가고자 하니, 자신을 이곳에 두고 갈지 말지를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생을 이 숲에서 살아온 자신을.

-……아우.

그래도 괜찮아.

콘이 그것을 표현하듯, 셰인과의 거리를 좁혀 머리를 기대주었다.

이 숲에서만 해도 포식자들에게 죽을 뻔했고, 숲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는 상태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이미 그녀에겐 더 이상 돌아갈 자리 따윈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을 거두어준 자와 함께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래,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테니까.'

이대로 함께.

그와 함께 무사히 이 숲을 벗어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투타타타타!!'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귀에 의한 게 아니다.

머릿속에서.

분명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가, 그저 머릿속에서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자신의 고향이 습격을 당했을 때의 그 현장.

인간들이 사용하는 정체불명의 물건에 형제들이 쓰러져가고, 사방이 불길로 가득 채워졌던 그 현장.

그리고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던…….

그 모든 것이 코 끝에 맡아지는 '매캐한 향'과 함께 다시 떠오르고 있다.

-우, 우우…….

그의 뒤를 따르던 발걸음이 멈춰졌다.

육중한 몸이 부르르 떨리며 비틀거리는 가운데, 그 점을 뒤늦게 눈치 챈 셰인이 콘을 돌아보았다.

"……왜 그래 콘?"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순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 역시 자신의 생각을 읽을 순 없을 것이다.

-끼이잉!

그러니 행동으로.

콘이 셰인의 소매를 물어뜯으며 자리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와 합류한 후 열 하고 다섯의 밤이 지났을 무렵.

이 숲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는, 하필이면 자신이 도망쳐 나왔던 고향땅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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