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125화
-……카우.
"괜찮아 콘."
겨우 의식을 찾은 콘.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측은함이 밀려드는 게 느껴졌다.
자신조차도 사경을 헤맸거늘, 이 여린 몸으로 그 거대한 괴물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두렵게 느껴졌을까?-……아우우.
그럼에도 콘은 울음을 터트리지 않았다.
그저 제 얼굴로.
아직 회복이 다 되지 않은 상처가 새겨진 곳으로 머리를 향하고, 제 혀를 이용해 핥아주기만 할 뿐.
셰인이 그런 콘을 안쓰럽게 쳐다보다, 제 머리를 기대며 목을 쓰다듬어주었다.
"걱정 마. 좀 쉬면 괜찮아질 테니까."
이 순간에도 빛은 여전히 그의 몸을 비추고 있으니, 하루가 지나면 전력의 대부분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걱정되는 건 콘이었다.
신성력의 빛이란 체내에 품고 있던 것을 외부로 방출하는 것.
빛 자체가 확산되는 만큼, 자신이 아닌 대상에겐 그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우우우.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콘은 제 몸을 차차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분명 온 몸의 뼈가 다 바스라졌다 여겼음에도…….
제 신성력이 강해졌다 하더라도 너무 빠른 회복이다.
"……콘?"
-카우우…….
작게 울부짖은 콘이 셰인을 마주하였다.
마치 자신의 이마에 돋아난 뿔을 내세우듯이.
그 뿔에서 생겨난 변화를, 셰인은 이 순간 확실히 실감하고 있었다.
'뿔이, 빛나고 있어.'
함께 하는 동안 몇 번 빛났다고 여겼던 뿔이다.
정말 눈 깜짝할 새이기에 헛것을 보았나, 혹은 뿔의 반사광인가 싶기도 했지만…….
지금 콘의 뿔에선 분명히 선명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건 셰인이 가진 신성력이 강화된 후, 그 빛을 콘에게 쬔 뒤에 생긴 변화였다.
"콘, 너 설마……."
그러고 보면 콘과 처음 만났던 건 신성력을 단련했을 무렵.
그렇게나 상처받은 몸을 이끌며 자신의 곁으로 온 건 그저 우연이었을까?
"내가 신성력 다루는 걸 보고 날 찾아온 거였어?"
아니, 그 힘으로부터 익숙함을 느꼈기에.
정말로 그렇다면, 야생동물인 콘이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지지 않은 것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카우우.
대답하듯 울음소리를 흘린 콘이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콘이 자신이 가진 힘에 반응하여 찾아왔다는 데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뿔에서 흘러나오는 빛.
그것은 분명 신성력이라고 부를 힘이었다.
자신이 신성력을 주입한 후부터 발휘하게 된 힘…….
'설마 콘의 뿔은, 신성력을 흡수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건가?'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신성력이라는 힘이 미지에 뭉쳐졌다지만, 이제까진 그 힘이 '인간만의 것'이라고 여겼으니까.
문명의 흔적이 없는 지대를 살아가는 축생이 그 힘에 반응하다니…….
'하지만 콘은 신성력을 다루지는 못하는 몸이야.'
쓸 수 있었다면 진작 제 몸을 치료했을 테니까.
아니, 애초에 신성력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 자체가, 외부로부터 신성력을 받아올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ᅟᅡᆮ.
진화론적으로 본다면, 콘과 같은 생물은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무언가'를 곁에 두며 살아왔단 뜻이 될 것이다.
-카우으, 아우우.
하지만 지금껏 그녀가 살아갔던 땅은 모든 게 화마에 삼켜진 상태였다.
외부에서 신성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존재역시도.
그렇기에 그녀는 우연히 만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카우우우, 아우우우!!
다시 거대한 나무의 밑으로 돌아온 콘이, 그곳에 파묻힌 시체 중 하나를 향해 다가서며 제 뿔을 가져갔다.
셰인의 몸에서 흘러나온 신성력이 담긴 뿔을.
그것을 시체를 향해 내세웠음에도, 시체는 별 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긴 커녕 새 살이 돋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콘은 제 뿔에서 나는 빛을 더욱 선명히 키울 뿐.
-아우우, 끼으으!
울음소리에서부터 느껴지는 절박함.
"……콘."
그를 응시하던 셰인이 콘을 만류하고자 손을 뻗었다.
"신성력으로는 죽은 자를 살릴 순 없어."
의술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다루는 모든 것은 생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정도로 그칠 뿐.
그건 신성력을 담을 수 있는 존재라 해도 마찬가지다.
사냥꾼들에 의해 동족들이 전멸하고, 고향마저 불태워졌다는…….
그 잔혹한 진실은 셰인이 오더라도 바뀔 리가 없는 것이다.
"……."
그리고 콘은 영리한 아이.
분명 셰인이 왜 자신을 만류했는지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우우.
이내 콘이 힘없이 울며 셰인을 돌아보았다.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
하지만 그 이상 울음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그 감정을 억누르며 말없이 몸을 기대기만 할 뿐.
그 모습이 가엾게 여긴 셰인이 콘을 쓰다듬어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장례 정도는 치러줄게."
이후 셰인은 콘과 함께 주변을 수색해갔다.
사방에 가득한 시체들은 하나 같이 처참한 상태.
열기에 살은 물론이고, 뼛조각마저 가루가 되기에 이를 정도였다.
지금 손에 쥔 건 다리의 뼈일까? 아니면 갈비?
……모르겠다.
뼈를 보는 거야 익숙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와 같은 인간들에 한한 것이었으니까.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사방이 잿더미라 뼈를 찾기도 쉽지가 않아.'
마치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기분이지만, 다행히도 셰인의 곁엔 감각이 비약적으로 뛰어난 콘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방이 잿가루로 덮였음에도 후각을 이용해 동족들의 시체를 발견하는 콘.
그렇게 찾아낸 유골들은 본체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았지만, 장례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그 쪽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정말로 여기로 괜찮겠어?"
-……우.
콘을 따라 무덤을 세운 곳은 처음 도착했던 거대한 나무.
이 부근에 있는 식물들이 모두 타버릴 정도의 화마가 덮쳐왔음에도, 그 나무만은 여전히 뚜렷이 선 채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거대한 숯덩이에 불과할 뿐.
한때엔 생명이 넘쳐났을지도 모를 나무는, 이제는 이곳에 터를 잡았던 이들의 묘비로 전락해 있었다.
-아우우…….
그 묘비 앞에 있는 봉우리를 내려다보던 콘이 작게 신음하곤, 고개를 숙인 채 묵념을 시작하였다.
그건 셰인 역시 마찬가지다.
죽은 자를 기릴 때엔 엄숙한 태도로 진심을 다해…….
지금의 합장엔 그런 의미가 깃들어있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기를.'
그렇게 속으로 기도를 드리던 중, 문득 제 행동을 돌아본 셰인이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좋은 곳으로 가라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인간의 완전성과 사후세계를 부정하는 의사가 할 기도는 아니지 않은가?
설령 신성력을 각성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
그 힘은 그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자를 향한 존경이 경외로, 그 경외가 신앙과 대등한 수준의 신뢰로 이어졌기에 거머쥐게 된 것이었다.
원리는 알 수 없어도 추구하는 바가 다른 이상, 교단의 사람들과 같은 마음으로 장례를 치르는 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마음이 아주 부정하진 않은가보네.'
교단과 다른 이상을 추구함에도 그는 여전히 빛을 거머쥐고 있었다.
빛이라는 게 정녕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자에게 쥐어진다면, 사후세계를 부정함에도 누군가의 죽음을 기리는 마음이 틀리진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 이 또한 그저 지나가는 길에 마주한 이정표.
그것을 기리되, 기억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결코 잘못된 게 아닐 것이다.
정녕 이 손에 담겨있는 빛이 그것을 증명해준다면…….
-……우, 으으.
그렇게 기도를 끝마치려고 했을 무렵 들려오는 울음소리.
콘의 목소리였다.
상당히 힘이 없는…….
그건 이 상황의 슬픔을 더 견디지 못해 내뱉은 것일까?
"왜 그래 콘……."
감았던 눈을 뜨고 돌아보려 했지만, 미처 그 시선은 제 어깨맡으로 향해지지 못했다.
그 이전에 제 앞에 있는 것에 시선이 미치고 말았으니.
"……어?"
차마 그로부터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고개를 고정시켜버렸다.
태양이 완전히 저문 밤에도, 자신의 앞에서 희미하게 밝혀지는 '빛'을 보고…….
"뭐야, 이거……?"
무덤을 이루는 흙과 잿더미의 사이에 난 균열.
그로부터 퍼지는 빛이 주변을 서서히 밝히고 있다.
무덤을 만드는 과정에서 무언가 내부에 섞였든 것일까?
하지만 그것을 파헤치거나 할 순 없었다. 그저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세운 무덤이기 때문이 아니다.
'…통증이, 사라지고 있어.'
무덤에서 새어나오는 빛을 쐬고 있자니, 몸 곳곳의 통증이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신경이 마비된 건 아니다.
오히려 부상에 의해 일어났던 경련마저도 잦아드는 상태.
도리어 상처가 회복되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대체, 무슨……."
셰인의 시선이 다시 무덤으로 향해졌다.
여전히 균열을 타고 흐르는 빛.
하지만 그것은 무덤에서 끝나지 않고, 그 배후에 자리한 거대한 나무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자라고, 있어?'
그것은 줄기였다.
빛으로 이루어진 줄기가…….
아니, 이미 완전히 타들어갔어야 할 줄기에 빛이 어리며, 서서히 나무의 위를 향해 뻗어지고 있었다.
하나로 시작되었던 길은 두 갈래로, 그 갈래들이 위로 갈수록 늘어나 이윽고 나무의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빛이 일정한 주기마다 선명해지고 저물기를 반복하고 있다.
마치 심장이 맥동하듯…….
혈관이 빛을 품기라도 한 것처럼.
'대체, 무슨…….'
하나에 어린 빛은 작았지만, 그것도 거대한 나무의 주변을 둘러치니 주변을 전부 밝히기에 이르렀다.
마치 대지에 태양빛을 띄우듯…….
아니, 나무가 뿌리박힌 땅만이 아니다.
수십 미터 위에 자리한 앙상한 가지들에도 하나 둘씩 빛이 피어오르고 있다.
잎사귀.
그 이전에 나타날 떡잎만큼이나 작은 빛들이 하나 둘씩, 그렇게 가지 전체를 메우고, 그 중 몇몇이 땅으로 떨어지며 잿더미 속에 내려앉고 있다.
그렇게 땅에 포개어진 빛에서 서서히 돋아나는 새싹…….
'타올랐던 식물들이, 씨앗을 틔우고 있어.'
무덤에서 새어나온 빛이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고, 그러한 빛이 나무에 퍼져 나뭇잎을 틔우고 식물이 자라는…….
그 모든 것은 하나 같이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애초에 빛이란 난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지 않은가?
이해할 수 없음에도 그걸 수용하고자 하니.
이윽고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환상이 아닌 현실로써 다가오기 시작했다.
'설마…….'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하나의 가설.
원리를 모를 뿐, 명확한 결과가 존재하기에 사실이라 정의될 명제.
'이 거대한 나무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신성력.
이 나무가 발하는 빛은 분명 그렇게 정의될 힘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 몸에 나있는 상처들이 빠르게 지워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신성력이란 믿음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믿음을 어찌 식물이 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속까지 모두 불태워진 식물이, 대체 어떻게……?
-아우우…….
그에 혼란을 느낄 무렵에도, 제 옆의 동반자는 도리어 흐느낌을 흘리고 있었다.
촉촉이 젖은 눈가에는 사방에서 내리는 빛들이 반사되고 있었다.
빛이 흐르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반사광.
그런 처연한 아름다움이.
제 옆에 있는 나약한 생물로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아우, 우, 우…….
그러한 감정을 내비추는 소녀가 작게 울부짖는다.
-우, 아아…….
빛이 흐른다고.
자신의 삶에 함께 해주었던 빛이.
이제는 다시 볼 리 없다고 여겼던 빛이 이 땅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그에 부흥하듯 머리에 돋아난 뿔 역시도 더욱 크게 빛나고 있지만…….
-아우, 으…….
그 뿔을 아무리 무덤으로 향해도, 그 안에선 누구도 울음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아무도 제 곁에 서지 않는다.
누구도 일어나지 않고, 이 빛의 따스함을 느낄 수도 없다.
-아, 으…….
그것을 자각한 순간 목이 막혀오고.
어떻게든 입을 열려는 듯 몸이 떨려오지만, 그 떨림이 너무나도 가볍게 느껴진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많은 것을 이곳에 내려놓고 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니.
-아우우우우우!!
이내 추억을 곱씹는 것조차 잊은 소녀가, 감정에 복받치며 목을 놓은 채 서러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우우우, 아우우우!!
바람결을 타고 흐르는 잿가루와 빛무리, 그 사이로 울려 퍼지는 서러운 비탄.
언젠가는 사그라질 소리이지만, 그 상처만은 이 순간이 지나도 그녀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어찌 안타깝다고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 순간 그들이 묻힌 묘비는, 그 서러운 추모를 받아들이듯 빛을 밝히고 있거늘.
진정 빛이라는 것이 올바른 존재에게 내려지는 것이라면, 이 순간의 슬픔 역시 떠나가는 자가 살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괜찮아 콘."
그 슬픔을 공유하는 자가 애석히 웃으며, 그녀의 뿔을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제 손에 흐르는 빛보다도 더욱 강대하고, 강렬한…….
마치 '어머니'와도 같은 따스함을 자아내는 거대한 존재를 앞둔 채로.
'그래, 저 나무의 정체가 뭐가 중요할까.'
인간이 아닌 존재가 신앙을 품었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의 진상이 어떻건.
그 역시 이 아이와 마찬가지로 한 치의 앞을 알아가는 것도 버거운 존재이거늘.
그럼에도 나아가지 않으면 정체되고 마니 아름다운 추억도, 안쓰러운 이별도 하나의 이정표로 남겨야만 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이 잔혹하고 아름다운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게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가자."
서러이 우는 아이를 달래주는 셰인이, 광명을 등진 채 그 자리를 벗어났다.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숲까지 한 점의 미련 없이.
그럼에도 어둠 속을 누비는 그의 손아귀엔 여전히 빛이 어려 있었다.
이전보다도 더욱 따스하고, 선명한 색을 띠는 밝은 빛이…….
* * *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그 때를 포함해, 이제껏 겪어온 일들을 회고한 셰인이 그 모든 것을 적어넣은 일지를 덮으며 흡족히 미소를 지었다.
그 배후에선 가죽을 꿰매어 만든 텐트의 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벽외지역에서 몇 달을 보내온 셰인에겐 무척이나 익숙히 여겨지는 것.
-카우우~
그 뒤를 이어 들려오는 희미한 울음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근 몇 달 간 익숙하게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래, 콘. 뭘 발견한 거야?"
-카우우, 우우!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온 콘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는 건 여전하지만, 함께 지낸지도 반 년이 되면 어투와 행동만으로도 서로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정찰을 맡기기도 수월해진 상태.
그리고 콘이 발견한 건 아마 자신이 예상한 게 맞을 것이다.
"슬슬 도착인가."
셰인이 콘을 따라 텐트 밖으로 빠져나갔다.
서서히 거두어져가는 모래바람. 그 사이로 드러난 것은 거대한 도시의 실루엣이었다.
한때 벽외지역에 머물던 사람들이 살던 곳이지만, 가혹한 마경의 환경을 버텨내지 못하고 자리를 비운 곳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살다 떠난 빈 터전은 그 자체로 좋은 주둔지가 되어주는 법.
"…제대시기에 딱 맞춰서 다행이네."
성인식까지 열흘이 남은 시기.
폐도시를 앞둔 셰인은, 마침내 영지군으로의 복귀를 앞두었음을 자각하였다.
[의무병의 환생 5권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