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의무병의 환생-154화 (154/255)

의무병의 환생 154화

아무리 미리 대피를 시켰다 해도 일대가 뒤집어졌을 정도의 소동.

하물며 그 사달이 벌어진 곳은 다름 아닌 골드핸드의 간부가 자리한 장소다.

평민들과도 연이 깊은 이가 머무르는 곳인 만큼, 그곳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밀집되는 건 예견된 수순이라 할 수 있었다.

"피르엘 씨가 관리하는 곳들이 전부 통행을 막고 있다는데?"

"뭔가 문제라도……."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그 부근이 꽤 소란스러웠지."

위병들이 통행로를 막고 있는 가운데, 피르엘을 걱정하는 이들이 사방에서 몰려오며 걱정을 토해내기 시작하였다.

"설마 영주님의 분노를 샀나?"

"그럴 리가, 그분만큼 열심히 하시는 분이 어디 있는데."

대중에 알려진 피르엘은 자수성가의 표본과 같은 존재였다.

천한 출신으로나마 노력하고, 끝내 성공을 거머쥔 자.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자신들도 그처럼 성공할 수 있으리라 동경을 품지만, 본래 희망이란 억압된 현실 속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활로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공을 꿈꾸는 평민들 중 조금 더 특출났을 뿐인 그에게 권력자들이 기회를 제공해주는…….

골드핸드의 권위자들에게 있어 피르에링란, 그저 그 기회를 틈타 성공했을 뿐인 천한 신분의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위병들이 현장에 들락거리고 있는데……. 혹시 뭔가 사기라도 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그분처럼 양심적으로 장사하시는 분이 어디 있다고."

"물론 수금하는 사람들은 무섭긴 하지만, 그것도 안 준다고 잡아떼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거고……."

그 또한 제 성과를 높이고자 했던 일들.

그마저도 수금활동을 용이하게 하고자 수금자들에게 불법약물을 내어주었으며, 그로 인한 피해자나 고발자들도 은밀히 처리하였기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뿐이다.

"기부도 많이 하시고……."

"그래, 얼마 전에도 고아원 하나 증축했다면서?"

약물 수급이나 뒷세계와의 거래 등등. 부정한 일을 저지르는 데에 쓰일 탈세를 위한 기부 역시도…….

하지만 그 과정이 은밀히 이루어졌듯, 그에 대한 처리와 처벌 역시도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예정이다.

"무언가 잘못 안 거겠지."

"그래,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군중은 무지하다.

내부의 사정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할 의무조차도 없으니.

오히려 외부에 새어 나갈 경우 대대적인 소동으로 번져, 군중심리에 불이 붙을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니 때로는 사건을 은폐하거나 그 규모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현 골드리안 후작령의 관리자, 테올린은 이 사태를 그렇게 수습하고자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 * *

"죽인 건가?"

위병들이 현장을 수습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 들어선 테올린이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청년을 향해 다가섰다.

피르엘 바이서스라는 이름을 가진 죄인을 앞두고 있는 자에게…….

하지만 그에게 얹어진 손에는 분명 빛이 어려 있었다.

"딱 숨통만 붙여뒀습니다."

신성력.

이 제국에선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힘이다.

그런 힘을 이단의 활동을 한 녀석이 다루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아무리 극악무도한 죄인이라도 일단 살아 있어야 마땅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법이겠죠. 물론 이 녀석의 경우에는 후유증이 너무 심해서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겠지만요."

"……금기의 대가인가."

"실상은 약물에 의한 신체손상과 적응이 겹친 결과지만……. 뭐, 이렇게 말해도 알아듣진 못하겠죠."

그래,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일이다.

그걸 전문으로 알려주려는 것 역시 제국에선 엄연히 위법의 범주에 드는 것이지만, 상대는 그 지식을 숭배함에도 신성력을 거리낌 없이 다루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거늘. 정작 테올린이 눈여겨 본 부분은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신성력으로 죄인을 치료시킨 건가…….'

기본적으로 신성력은 교리를 절대적으로 숭배하고, 그를 준수해야만 각성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교리에는 부정을 저지른 자에겐 결코 자비를 베풀어선 안 된다 알려져 있다.

정 자비를 베푼다면 이미 죗값을 모두 치른 자, 평생을 속죄에 쓰겠다 맹세한 자 등등……  이미 대외적으로 알려진 죄의 청산을 마친 자에 한해서일 뿐.

상식적으로는 이제 막 죄를 저질렀고, 그 속죄의 의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자에게 사용할 순 없는 힘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은, 죄인을 향해서도 신성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선 이단행위보다도 더 민감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항이었다.

신앙의 상식을 벗어난다는 건, 그 자체로 그들이 가진 믿음의 근간이 붕괴되었다는 거나 다름없는 의미니까.

"이거 받으시죠."

하지만 셰인 본인에겐 그런 인식 따윈 아무래도 좋을 뿐.

이후 그가 자신을 찾아온 테올린에게 서류가 가득 담긴 배낭을 던져주었다.

"무엇이냐, 이건."

"이 녀석이 이제껏 저질러온 것들을 추려놓은 겁니다. 저택을 무너트리는 바람에 일부만 겨우 챙겨왔지만……. 그래도 당장 이 자와 연루된 세력을 구속하기엔 부족함이 없겠죠."

피르엘에게 여러모로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건 테올린도 짐작한 바였다.

그저 제대로 된 증거가 없고, 절차를 밟고 조사에 나서면 이미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골치를 썩였을 뿐.

그런 식으로 물증 하나 없이 심증만이 길게 이어지게 된다면, 그건 곧 스스로의 의심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사실은 자신이 과한 의심을 한 것이 아닌지.

자신을 신뢰해 준 자의 마음을 무시하며 누를 끼친 게 아닌지.

그에 불안함마저 느꼈던 그에게 있어, 지금 제 손에 있는 자료는 이제까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숨길 수도 있지 않았나?"

아무리 자신의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곤 하나, 그렇다고 의심이 드는 구석을 흘려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얼 말이죠?"

"너를 거슬리게 한 자료만을 제외하고 묻어두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테올린이 자료 중 하나를 셰인에게 내어주었다.

약물과 관련된 자료들.

사실상 그가 이곳에 난입한 이유로, 이것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그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기도 했다.

로열 나이츠의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자신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가문에게 보복하겠다는 심산에, 그 모든 자료를 없던 것으로 돌리며 피르엘과 교섭을 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셰인은 지도자나 장사꾼과는 거리가 먼 자였다.

그의 근본은 이제 막 기적을 깨우쳐가는 학자이자 무혈혁명을 추구하는 반란자, 그리고 한 명의 사회인일 뿐.

그런 그에게 있어서 굳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 한들, 눈앞에서 벌어지는 부정마저 못 본 채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숨기면 안 되는 이유도 있을 정도고요."

최소한의 도덕, 양심…….

그것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이에게 증거를 양도해 준 이유 중 하나였다.

전체 중에서 극히 사소한 이유 중 하나.

"……형님."

그래, 진정 그가 이유를 밝힌 건, 이 사건 자체가 '자신이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5년 전부터 가문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는 거, 사실입니까?"

자료를 살펴본 바, 피르엘이 직접적으로 부정을 저지른 건 5년 전부터였다.

셰인이 재판을 받고, 블레이즈로 향했을 때부터.

당연히 서자라 한들 그 이름에 대해선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을 터.

설령 대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한들, 그로부터 가문을 붕괴시키고자 하는 모략을 품은 이들에게도 여럿 노출되었을 것이다.

"죄책감이라도 드는 것이냐?"

그러니 마주하자마자 모진 핍박을 받더라도 마땅히 감내해야 한다 여겼거늘.

정작 테올린은 그 여파를 직시한 현 상황에도, 자신을 향한 질타 한 마디조차 내뱉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그 녀석보단 낫구나. 너는 그래도 스스로가 가문의 수치라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니."

"그 녀석……?"

"하나 네가 착각하는 게 있는 듯하니 말해주마."

그래, 지금의 발언은 자신을 책망하는 게 아니다.

"셰인 골드리안."

오히려 그런 죄책감에 휘둘리는 것을 가증스럽다 여기는 쪽에 가까운 것이지.

"골드리안 가문은, 고작 너 하나 따위가 저지른 일에 무너질 만큼 호락호락한 가문이 아니다."

"무슨……."

"수백 년이다. 자그마치 수백 년 동안 이 제국을 지탱해온 가문이, 고작 10년 남짓 살아온 녀석이 호기심에 저지른 일 하나에 무너지는 게 가당키나 하다 생각하는 것이냐?"

"……."

"골드리안은 이제껏 너 같은 녀석이 가문을 어지럽힌 것보다도 더 큰 문제를 숱하게 극복해온 곳이다. 이 정도의 일에 기울어질 곳이었다면, 애초에 수백 년간 유지되지도 못할 이름이었단 말이다."

테올린 골드리안.

현 골드리안의 가주가 된 자는, 자신이 속한 가문을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하는 것은 그저 후세가 내려준 모든 것을 이어받은 것일 뿐.

그런 계승이야말로 제 가치의 대부분을 이루는 요소이며, 그렇기에 자신은 자신을 드높여준 가문에 감사하며 봉사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그런 계승의 가치를 신성화하는 그에게 있어, 고작 '피르엘 따위'를 검거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건 도리어 모욕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러시겠죠."

셰인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납득을 하였다.

실제로도 상회 소속원이 부정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가 갉아먹은 것은 상회 전체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뿐이었으니까.

오히려 그 외의 성과는 전대 가주가 맡았을 때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난 상태.

5년 전 그만한 사태가 벌어져 가문에 균열이 가해질 시도가 있었음에도, 그는 도리어 큰 성공을 통해 골드리안이 쇠락한다는 이미지를 덮어버리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공도 더 많은 것을 묻어두기 위한 것뿐이야.'

그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대중이 열광한다 해도 내부에서 부당한 짓을 저지르는 건 여전하며, 가문의 위신을 중요시 여기는 그가 그런 낌새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리가 없었다.

'그런 걸 감수하고도 나에게 책임을 묻진 않는 건가.'

다정함이라곤 쥐뿔도 없는 태도지만, 그 됨됨이만은 사람으로서 마냥 싫다 여겨지지 않았다.

물론 그는 여전히 자신을 혐오할 것이 뻔하겠지만…….

"뭘 하고 있나. 따라오지 않고."

"……네?"

정신을 차린 셰인이 멍하니 테올린을 돌아보았다.

그는 이미 자리에서 등을 돌린 상태.

그 발걸음은 위병들이 조사하는 현장을 넘어, 영지의 중심에 위치한 저택으로 향하는 길로 향하고 있었다.

"따라오라니, 뭘……."

"착각하지 마라. 네놈이 좋아서 받아들인 게 아니니까."

잠시 발걸음을 멈춘 그가 자신의 속내를 얘기했다.

"이름을 버린다 해도 네 몸에도 엄연히 골드리안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건 이후 네가 어떤 길을 거닐건 간에, 네 모든 활동은 은연중에나마 가문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지."

스윽,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

호의나 다정함 따윈 쥐뿔도 없지만, 그렇기에 그가 하는 말이 한 점의 가식도 없는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네가 가문에서 벗어나는 건, 네가 골드리안에 부끄럽지 않은 인물이라 판단이 되었을 때가 될 것이다. 가문을 벗어날 때엔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배움을 제외한 모든 것을 내려두어야 할 테지만."

비록 이단자에 전과자라는 신분이지만, 그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정의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 정의라는 게 이 제국에 얼마나 부합될지.

혹은 그 정의를 이 제국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을지…….

테올린은 그가 속한 가문의 가주된 자로써, 그것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 할 수 있는 몸이었다.

언젠가 제명이 될지언정, 그 순간은 적어도 가문에 수치가 되지 않을 녀석이 되었을 때에 이루어지리라고.

"뭔가 문제가 있나?"

그런 원칙주의적인 태도에서 비롯된 말인 만큼, 여전히 자신에 대한 정이라곤 쥐뿔도 느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이런 녀석에게도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하하."

그 모습을 보던 셰인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애정이 없는 건 피차일반이라는 건가.

하지만 정은 없더라도, 같은 피를 이어받았다는 연으로 이어진 몸이다.

"밥값은 가문을 좀먹는 쓰레기들을 처분하는 정도면 되겠습니까?"

그런 연결고리를 유지하고자 국가가 내려준 권위를 사용하는 건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대의를 위해서도 분명 옳은 판단이 될 것이다.

그가 이끄는 골드리안 가문은 제국 최대의 상권을 쥔 가문.

제국의 대들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가문에서 벌어진 모든 일은, 이 나라 전체에도 분명 큰 영향을 끼칠 테니까.

* * *

제도 아스토라의 대신전.

그 지하는 교단원들조차도 출입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장소로, 그건 주교나 추기경의 직위를 가진 이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굳이 입장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절차를 요구하는 장소.

그럼에도 당장 그곳에 발을 들이려는 자는, 그곳을 지키는 이들로부터 최소한의 제지조차도 받지 않고 있었다.

"태자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제1황태자. 알렉산드로스 테라스.

그가 자신을 뒤따라온 호위를 돌아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할 거 없다. 이 안에 있는 이들이 벌하는 건 이단이라는 중죄를 저지른 자들뿐이니."

"허나……."

"마일즈, 설마 너는 내가 이단의 길을 거닐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다름 아닌 제국의 황제가 될 이 몸이 말이냐?"

솔직히 의심되는 사례가 이 순간 500개 정도 생각나긴 했지만, 그것을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끝내 마지못해 돌아가 버리는 전속 호위.

그에 개의치 않고 등을 돌린 알랭이, 이윽고 지하의 입구를 지키는 성기사를 마주하였다.

"그분께선 안의 기도실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모쪼록 용건만을 간단히 치르시기를……."

스윽 자리를 비키며 알랭에게 길을 열어주는 성기사.

그 옆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알랭이, 곧 지하에 자리한 어두운 복도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단 수용소.'

제국에서도 이단의 죄로 구속된 이들이 임시로 머무르는 유치장으로, 심문관의 직책을 가진 이들이 주로 교육을 받거나 거점으로 삼는 장소이기도 하다.

당연히 이 시대에서 이단행위를 하는 자들은 입이 무겁고, 자신의 신념이 절대적이라 믿고 있는 상태.

그런 이들의 죄를 실토하게 만드는 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끄아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수감동과 거리가 멀리 떨어졌음에도, 그 끔찍함이 피부를 통해 와 닿을 정도였다.

"소문으로 들었던 것 이상이로구나."

변경에서 잠깐 보냈을 때에도 이 정도로 노골적인 잔인함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쪽은 생존과 방위가 목적이니 당연할까?

'잔혹함은 생존을 위한 투쟁보단 증오와 악의에서 비롯된다는 건가.'

여러 부분에서 야만인들보다도 질이 나쁜 곳이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알랭이 이내 목적지에 다다르고 나서야 걸음을 멈췄다.

교단에서 흔히 보이는 거대한 신상이 자리한 방.

그곳을 밝히는 것은 양측에 자리한 횃불이 전부이지만, 배치된 신상은 교단에서 흔히 보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여신의 얼굴은 붕대로 감겨져 있으며, 그 손에는 성경이 아닌 칼이 쥐어져 있다.

'금기를 벌하는 자. 그 죄에 현혹되지 않고, 때로는 칼을 들 줄도 알아야 한다.'

이곳은 그런 가르침을 따르는 심문관들이 기도를 드리는 장소.

그리고 제 앞에서 등을 돌린 채 기도를 하는 신자는, 그런 심판자를 자처하는 이들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자네가 이번 승격에서 새로이 추기경의 자리에 오른 자인가?"

심문관장 토머스.

불과 몇 달 전에 심문관의 대표로써 추기경의 자리에 오른 자.

그리고…….

'그럼, 지금부터 셰인 골드리안을 대상으로 한 후속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현장에 있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정에 쐐기를 박았던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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