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158화
테올린 골드리안.
셰인이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일이었다.
'네가 소문의 주인공이냐?'
'응애.'
그러니까 갓 환생한 직후.
침대에 앉아서 옹알이나 하고 있을 무렵에 말이다.
'아버지께서도 나이가 드셔서 판단이 흐려지셨나 보군. 이렇게나 늦은 시기에 첩을 들인 것도 모자라, 후계자의 선별을 신중히 해야 할 때에 경쟁자를 늘리시다니.'
경쟁자라니.
이제 겨우 젖병 땐 아이에게 할 말은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귀여움에 매료되어 함께 꺄르르 대었다면 모를까, 정작 그 이후에 녀석이 한 행동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문제였다.
'왜 이리 힘이 없는 것이냐. 더 크게 울어보거라.'
'응애.'
'네 놈도 일단은 골드리안의 피를 이은 아이가 아니더냐? 세상에 나왔다면 좀 더 호기 있게 소리쳐 보란 말이다!'
'응애.'
'……흥. 패기 없는 녀석.'
이 망할 꼬맹이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대체 뭘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당시엔 아기였다 해도 머릿속에 든 건 어른의 정신이었다.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순간 다른 후계자들에게 칼이 박힐 게 뻔한 몸.
그런 짓을 저지를 것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테올린이었는데, 섣불리 그의 앞에서 눈에 띠는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에잇, 네놈은 역시 가문의 수치다!'
그래, 그렇게 말하고는 이후엔 완전히 관심을 꺼버리고 말았지.
당시엔 미친놈인가 싶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가문사랑에 대한 싹수가 보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다시 만났을 때엔 여자들을 잔뜩 끼고 다녔고…….'
그때만 해도 양아치가 아닌가 싶었지만, 후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나름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첩을 거느려 세력을 키우는 건 귀족사회에선 흔한 일.
특히나 그들과 맺어진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해당 가문과는 큰 결속력이 생기게 되며, 대체로 서자란 그런 이유에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실 중에 책임지지 못하거나 투자할 가치가 없는 것들이 버려지는 거지.'
그 중 1순위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서자라고 불리는 녀석들.
그런 일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대체로 서자란 각 첩 중 한 명 정도만을 두는 것이 기본으로 여겨진다.
그마저도 시기상 안 좋을 경우에는 처음부터 배척되기까지 하니…….
'아직 그 녀석은 정정한 편이니 후계자는 고려할 때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시 서자라서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는 건가.'
도서관을 벗어난 지 꽤 시간이 지났거늘, 아직까지도 그 꼬맹이가 적잖게 신경 쓰이고 있었다.
그래, 결국 귀족가에서 그나마 편히 지낼 수 있는 건 소수에 불과하단 거겠지.
흔히 정실이라 불리는 자와 맺어져 태어난 녀석들.
"어머, 리아나 왔구나?"
마침 들리게 된 신관의 옥상.
그 정원에서 마주한 자가, 바로 그 정실부인에 해당하는 자였다.
* * *
"간만에 뵙습니다. 엘레오노라 님."
"후후, 딱딱하게 구는 것도 여전하네. 그냥 편하게 노라라고 불러주면 좋을 텐데……."
다과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것은 남청색의 머리카락을 곧게 기른 아리따운 여인.
테올린과 동갑인 듯 보이지만, 피부에는 잡티 하나 보이지 않고 있다.
화장이라고 해봐야 파우더를 연하게 바른 것이 고작. 그만큼 집안 내력을 잘 타고났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쪽의 사제 분은…… 어머나?"
이후 아드리아나의 옆에 선 셰인을 마주한 엘레오노라.
그 눈동자가 크게 벌어지며, 행여나 숨이 넘어갈 것을 우려하듯 그녀의 손이 입술로 향해졌다.
"테올린. 언제 그렇게 젊어지신 건가요? 그리고 그 옷은…… 어머, 어머! 드디어 신앙을 각성하신 건가요?"
"……죄송하지만 형님은 지금 집무실에 계십니다."
같은 피를 이었다지만 그렇게 판박이인 걸까?
엘레오노라가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은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머~ 미안해요. 그러고 보면 변경에서 복귀한 형제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셰인 도련님 맞으신가요?"
"네, 뭐. 일단은 동생입니다."
어머니가 다르고 전과도 있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엘레오노라는 괘념치 않고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도련님. 골드리안의 현 가주, 테올린 후작 전하의 부인인 엘레오노라 골드리안이라고 해요."
귀족답게도 예의가 다분히 느껴지는 인사.
이후 들어 올린 고개엔 주변에 널린 꽃보다도 화사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편하게 노라라고 불러주시겠어요?"
"네, 그럼 노라라고…… 음?"
막 입을 떼는 것도 잠시.
문득 옆구리에서 느껴진 둔중함에 의문을 느낀 셰인이, 제 배후로 슬쩍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건 제 팔꿈치를 틀어쥔 아드리아나.
"어머, 리아나. 왜 그러니? 어디 아픈 거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드리아나가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양손을 다소곳이 허리께에 둔 채, 셰인의 옆을 지키면서.
하지만 숙여진 고개의 밑으로 입술을 깨무는 것이 보이고 있다.
팔꿈치로 복부를 친 반동이 아직 남은 것이다.
'요새 벌크업을 너무 열심히 했나.'
괜히 미안함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드리아나가 뭘 원하는지는 알 것 같다.
요컨대 정실을 애칭으로 부르는 건 남편의 특권이란 거다.
'이런 애정행각 자체가 남들의 눈엔 썩 좋게 보이진 않겠지.'
민감한 사람이 본다면 괜히 불륜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터.
셰인 역시 제 형수된 자와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건 피하고 싶었다.
'뭣보다 호칭보다 신경 쓰이는 부분은 따로 있고.'
스윽.
셰인의 시선이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부풀어 있는 배 쪽으로 향해졌다.
"아이를, 배고 계신 건가요?"
"네, 앞으로 4개월 정도 지나면 셋째가 태어날 거예요."
'……로열나이츠의 권한을 이용하면 정력제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4번째 아이만 보더라도 놀랄 마당에 새로운 아이가 나올 예정이라니.
그런 하찮은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아드리아나가 옷자락을 잡으며 셰인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엘레오노라 님께선 편히 쉬시길."
굉장히 힘을 담아서.
하지만 높은 구두 굽이 살짝 비틀거리는 게 굉장히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나 위태로움에도 자신을 끌고 가려는 건 정실과 서자가 오래 마주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순전히 태교에 방해가 돼서일지도 모르지.'
어느 관점이건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게 좋겠다. 생각하며 물러나려는 것도 잠시.
"셰인 도련님."
활기찬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엘레오노라.
잠시 고개를 돌리니, 엘레오노라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당분간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한 지붕 아래에 살게 된 가족끼리 편히 지내도록 해요."
"네, 뭐…….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인사는 그걸로 끝.
이후 정원을 벗어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얼굴이 마냥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고 있었다.
그녀에게 매료되어서?
아니, 신경이 쓰이는 건 그녀가 아닌, 그녀에게 얽힌 관계였다.
'가족, 인가.'
그저 자신을 향했던 그 미소와 호의로부터.
제 가슴 한구석의 퀭한 부분이 있다는 걸 자각했을 뿐.
"……도련님?"
신관을 모두 둘러보았을 때일까?
슬슬 셰인이 머무를 방으로 안내하려고 했을 무렵, 아드리아나가 자리에 멈춰선 셰인을 보며 고개를 기울여왔다.
셰인의 입이 열린 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방은 나중에 안내해 줘. 저녁 즈음에 하기로 한 일이 하나 있었거든."
"급한 용무이십니까? 대신 할 수 있다면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아니,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서……."
잠시 말꼬리를 흐리는 셰인.
이후 무언가 떠오른 듯 희미한 미소를 지은 그가, 아드리아나를 돌아보며 조심스레 제안을 건네었다.
"저녁은 영지에 내려가서 먹으려고 하는데, 잠깐 어울려 줄 수 있을까?"
일단은 예의상으로 건네는 제안이었다.
이 가문에 소속된 동안은 서로 섭섭지 않게 지내야 할 테니까.
* * *
실피어스는 대대로 골드리안을 보필해온 유서 깊은 시종가문.
당연히 아드리아나 역시 그에 필요한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아왔고, 그런 역사와 노력을 신뢰하기에 테올린 역시 그녀에게 중대한 일을 맡겼던 것이다.
귀족으로써 폐급인 녀석을, 그나마 구실이라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임무를.
'그 녀석을 제대로 된 신랑감으로 만들어라.'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에 양손을 한데 모으기까지 하며 말하니, 진지함과 더불어 황당함이 배가 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신랑감, 입니까?'
'그 녀석도 성인식을 치렀으니 슬슬 반려를 찾아야겠지. 아니, 지금도 평균에 비하면 꽤 늦은 시기다.'
대개 귀족들은 10살 정도에, 심하면 그 이전부터 약혼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실제로 셰인 역시 당시엔 약혼을 맺었던 몸.
그 약혼은 지금에 와선 공식적으로 파토가 났지만, 아직 테올린은 셰인을 가문에서 제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가문에 데릴사위로 갈 가능성도 고려해야겠지.'
'확정된 건 아니로군요.'
'그 녀석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니까.'
전과자에 이단자.
그럼에도 신성력을 각성한 데다, 로열나이츠의 권한까지 가진 녀석이다.
사실상 지금 그가 가문에 있는 것도 자신이 잡아두는 게 아닌 '협력'에 가까운 것.
그러니 테올린은 그를 강제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따윈, 그를 거두어들인 순간부터 접어둔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녀석은 골드리안의 피를 이은 녀석이다. 이후 누구와 맺어지건 자신이 거두어들인 반려에게 해를 입히는 건 그 자체로 가문의 수치로 여겨지게 되겠지.'
실제로 테올린은 정실뿐 아니라 측실에게도 애정을 가진 애처가였다.
그 또한 제 아비의 가르침을 물려받아 만들어진 인간상.
줄곧 곁을 보필하며 지켜봐온 아드리아나 역시, 그가 이 문제를 얼마나 중대히 여기는지를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요, 테올린 님을 위해서라도, 제가 이분을 제대로 된 길로 이끌어야겠지요.'
그는 용무와 식사를 치를 겸 가볍게 영지를 시찰한다 말하고 있지만, 그런 목적을 제외하고 상황만 본다면 '여성과 단둘이 거리를 걷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시종과 주인과의 관계만 아니었다면 데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
즉, 그가 여성을 얼마나 능숙히 에스코트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비록 저는 그를 섬겨야 하는 몸이지만, 그래도 테올린 님께선 자신을 따르는 시종분들도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죠.'
반면 귀족으로서의 정체성이 결여된 셰인이 그런 모습을 보이길 바라는 데엔 무리가 있을 터.
그러니 일단은 거리를 함께 누비며 눈에 보이는 문제점을 모두 기억해 두고, 시찰이 끝나면 그 문제점들을 검토하며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하도록 하자.
그것이 아드리아나가 셰인과 함께 영지에 들어섰을 무렵 세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 * *
-덜커덩.
마차의 바퀴음이 크게 울리는 소리. 그와 함께 차도를 누비는 마차가 크게 울리자 셰인의 몸이 크게 주춤거렸다.
그와 함께 살짝 인도 안쪽으로 밀려나는 아드리아나의 몸.
셰인이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지나쳤던 마차가 덜컹거린 부분의 도로를 살펴보았다.
"여기 길목, 바퀴가 지나다니기엔 좀 거칠지 않나?"
"요전번에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로군요. 아무래도 충돌 때에 도로가 조금 손상된 듯합니다."
"하여간, 이런 건 좀 빨리빨리 보수를 해야지. 바퀴가 나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쯧, 혀를 차는 셰인이 아드리아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도로를 마저 거닐었다.
그 행동이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전의 덜컹거림에 위협을 느낀 건 아드리아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리고 도련님께선 걸음을 주춤거리기까지 하셨죠.'
반사적으로 제 동행자를 보호하기 위함.
심지어 처음 길을 걸을 때부터 아드리아나보다 차도에 가까운 쪽을 걷기를 희망하였다.
남성 귀족들의 의무교육 중 하나인 기사도에도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그는 이 순간 누구의 간섭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행한 것이다.
'예전에 배웠던 건 아니겠죠. 그건 열 살의 아이가 이해하기엔 난해한 예법이니까.'
하물며 당시의 그는 가문의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몸이 아니었던가?
-땡땡~
가장 사람이 밀집된 번화가. 차도 쪽에선 인력거와 짐을 옮기는 마차들이 대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들이 어느 정도 지나치기 무섭게 제 옆에 있는 줄을 당기는 수위.
그와 연결된 벨이 다시 소리를 내자, 그제야 사람들이 도로의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셰인은 그런 도로에 아드리아나보다 앞서 발을 내디뎠다.
'제한구역을 솔선수범하게 거닐며 동행자를 보호하는 모습.'
이윽고 번화가에 들어섰을 무렵 심해지는 인파.
그 순간 셰인이 앞서 걸어가던 몸을 물리며 아드리아나의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인파가 거북하여 시종에게 먼저 맡기는 것일까?
아니, 실상은 전혀 다른 이유다.
'사람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길을 걸어갈 여유 정도는 존재하고 있어요.'
이 경우엔 앞선 동행자도 눈이 있기에, 제 앞에 있는 위험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다.
오히려 길을 열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주변 사람과 부딪치며 시비가 붙을 수도 있는 법.
그런 위험을 감수할 바에야 차라리 시야가 들지 않는 배후에 자리하며, 예기치 않은 위험에서 동행자를 지키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일 것이다.
'에스코트…….'
그래, 정말로.
길거리에서 이성과 함께 다닐 때에 해야만 하는, 가히 완벽한 에스코트(호위)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다.
"어디 보자, 여기선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그러면서도 기사처럼 딱딱하고 절도 있는 게 아닌,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듯 무심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학습된 걸 따르기보단 무의식적으로 그런 일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
즉, 지금까지 보인 모습이 그가 가진 인간으로서의 됨됨이 그 자체란 것이다.
"이쪽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네."
이후 두 갈래 길에서 왼쪽 길을 선택한 셰인.
그에 아드리아나가 의문을 느끼며 셰인을 올려다보았다.
"굳이 이쪽으로 갈 필요가 있는 건가요?"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일단 그는 영지의 중심부 쪽에 용무가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가까운 길인 오른쪽으로 가는 편이 더 좋을 터.
"뭐, 이쪽이 더 가기 편할 거 같아서."
실제로 각 도로를 보면 한쪽은 얼마 전 새로 벽돌을 다듬은 곳이며, 다른 한쪽은 조금 낡은 티가 엿보이는 곳이다.
군데군데 도로가 달아 각이 진 곳도 적지 않은 상태.
확실히 걷는 것 자체는 잘 다듬어진 쪽의 길을 가는 편이 좋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주 통행에 지장이 갈 정도의 차이라곤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맨발로 걷는 것도 아닌 서로가 구두를 신은…….
'……구두?'
아드리아나가 슬쩍 제 발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통상 구두보다 더 높은 굽.
그리고 그런 굽의 구두를 신고도 따라잡지 못하는 키…….
"……."
"표정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드리아나가 픽, 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