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의무병의 환생-178화 (178/255)

의무병의 환생 178화

슬럼가에도 마나유저는 존재하고 있다.

마법사나 기사와 달리 정석적인 방식이 아니기에 불안정할 뿐, 일부는 약물까지 사용하기에 그 위험성은 정규군을 넘어선다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자식의 운용법도, 이제까지 슬럼가에서 마주해온 놈들과 다르진 않다…….'

응용을 거치지 않는 즉발적인 사용법.

하지만 그 흐름이 굉장히 안정적인데다 절도를 갖추고 있다.

기껏 해봐야 2써클에 불과한 마나를 이렇게나 교묘히, 그리고 단발적인 파괴력을 자아낼 수 있다니.

"운 좋은 줄 알아. 이 열차가 부서지면 안 돼서 힘조절 해가며 패는 거니까."

"개소릴……."

-콰앙!!!

도발 끝에 이어진 스트레이트가 그의 안면에 처박혔다.

본래라면 그 충격에 밀려나 쓰러져 리타이어 했어야 정상일 터.

"푸하하하! 그래, 그래, 인정하지. 내가 널 너무 얕잡아봤단 걸."

하지만 리퍼의 몸은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틴 채 셰인의 주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이전의 난타에도 별 타격을 입지 않은 상태. 그것을 증명하듯 그의 두터운 왼팔이 제 머리 위까지 힘차게 들려졌다.

'장치'가 가동되며 옷과 장갑을 찢고, 이윽고 본래 모습을 드러낸 그의 병기가.

"이젠 이쪽 차례지?"

그 무기가 이윽고 위에서 아래로, 셰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쳐졌다.

-쿠웅!!

굉음과 함께 고꾸라지는 셰인의 몸.

그 파괴력은 그저 주먹을 내리칠 때와는 급을 달리한다.

지금 그의 팔을 이루는 건 금속과 기계장치로 이루어진, 한낱 인간이 버텨낼 수 없는 마력을 가진 병기였으니까.

"크하하하! 어떠냐!? 이게 바로 특제로 주문해서 만든……."

-꾸드득.

하지만 그 비장의 병기가 그의 머리를 깨부수는 일 따윈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지금 그의 손에 붙잡힌 자신의 병기가 위태로운 상태가 되어가고 있으니.

'무, 무슨……!'

결손 된 신체를 대체하는 강철의 팔.

특제로 주문하여 만들어진 기계장치는, 주변의 마나를 끌어모아 주먹의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최대출력을 낸다면 지금 그들이 탑승하는 열차의 칸 하나 정도는 붕괴시킬 수 있을 정도.

"차례?"

그에 절반에 달하는 힘으로 내리쳤다곤 하지만, 상대는 그 힘을 고작 '한 손'만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아주 전쟁할 때도 순서 정해가며 공수교대 한다 하지 그러냐? 대련도 아닌 실전에서 무슨 놈의 차례 타령이야?"

손이 쥐어진 부분의 표면이 찌그러지고, 그 부품들이 바닥으로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뭐, 뭐야 이거.'

그것을 자각하며 밑을 내려다보았을 때,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그의 시선이 리퍼의 눈에 들어왔다.

단순히 살벌히 노려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전보다 단계가 상승했다.

"그리 싸우는 게 좋다면 좀 더 세게 쳐줄게."

2써클이 아닌 3써클로…….

이전까지 제약을 두던 자신의 경지를 해방시킨 순간.

-콰아아!!

하지만 한 단계에 불과한 상승일지언정, 경지에 오른 자의 전력은 배수가 아닌 곱절로 상승하는 법이다.

"자, 잠깐……."

-콰드득!!

그대로 기계팔이 구부러지고.

그 빈틈을 타 휘둘러진 주먹이 리퍼의 아래턱을 강타했다.

강체술로 보호했다 해도 충격을 완전히 상쇄할 순 없었다.

상대가 다루는 타격기는 마나 그 자체를 동반한 공격.

순수한 마나는 마나에 간섭하는 현상으로 인해 강체술은 흐트러지고, 그자가 가진 주먹의 힘은 고스란히 상대의 육체에 전해진다.

-투콱!

그 주먹이 매섭고, 무겁기 그지없다.

-쾅!!!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이 실린 스트레이트.

그 뒤를 잇는 일방적인 폭력이 이윽고 리퍼의 전신을 망가트려갔다.

"께흐, 허억!!!"

정신없이 맞던 리퍼가 비명을 지르며 왼팔을 휘둘렀다.

힘조절 따윌 할 때가 아니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까드득!!

그 처절한 발악마저 지금 하기엔 너무나도 늦은 상태.

이미 사방에 흩뿌려 놓은 붕대가 기관실 곳곳에 엮이며, 그가 휘두르려던 기계팔의 움직임을 억누르고 있었다.

-삐그극, 삐걱!

도리어 심하게 움직이면 팔이 망가진다.

그에 어쩔 줄 몰라하는 가운데, 마나가 벼려진 셰인의 손날이 리퍼의 어깨춤으로 겨누어졌다.

"자, 잠깐, 뭘 하려고……."

-콰드득!!

그대로 휘둘러진 칼날과 함께 기계팔의 단면부가 찌그러졌다.

무검술의 내구도를 버티지 못해 기계팔에 압박이 가해진 순간.

그것이 관절을 구속하는 붕대의 힘과 맞물려, 이내 처참한 꼴로 으스러져 파편을 흩뿌렸다.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병기가 완전히 으스러졌다.

그를 허망한 눈으로 쳐다보자, 셰인이 그의 얼굴을 틀어쥐며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아까부터 자꾸 사람을 병신 취급하는데, 내가 너 같은 놈을 오늘 처음 보는 줄 아냐?"

블레이즈에서도 이런 부류의 적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다, 그날 이후로도 개인적으로 의수를 만드는 연구를 해온 몸이다.

제 앞에 있는 기계의 구조를 파악하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 셰인의 눈앞에 있는 적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한 적이었다.

'위, 위험해. 이 녀석……. 전면전으로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그리고 리퍼 역시 그 점은 진작 파악한 상태. 경지를 숨기는 데에 능하여 알아차리는 게 늦었을 뿐, 지금의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건 절실히 실감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싸움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더 할 거냐?"

이후 폭행을 멈추고 자리에 선 채 리퍼를 쏘아보는 셰인.

한쪽 팔을 잃은 채 바닥에 고꾸라져 골골대는 모습은, 그 누가 보더라도 무기력한 사람 그 자체였다.

하지만 리퍼는 이 순간에도 교묘히 눈을 굴리고 있었다.

자신보다도 강한 녀석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방법.

그걸 알고 있기에, 그는 자신의 빌어먹을 고향땅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야, 물론!!"

강한 자가 살아남는 곳이 아닌,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땅에서.

그 마지막 한 수를 실현시키려는 순간 기관실의 바닥이 쩌적 하고 갈라졌다.

3써클의 출력과 더불어, 리퍼가 가한 기계팔의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공간에 균열이 가해진 것이다.

비록 붕괴가 아닌 균열에 불과하지만 세인의 경계심을 부각시키기엔 충분한 일.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리퍼는 셰인에게서 벗어나 근처를 향해 다급히 몸을 굴렸다.

"……뭔 짓을 하나 했더니."

이내 자세를 바로잡은 셰인이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코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아까처럼 더 달려들어봐라……."

마찬가지로 승기를 잡으며 기세 좋게 미소를 짓는 리퍼.

"이 애의 머리통에 바람구멍이 나는 걸 보고 싶다면…!"

그 손에 쥐어진 리볼버는 기관실의 구석에 웅크려 있는 소녀의 머리에 겨누어져 있었다.

차마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 소녀를 향해.

그것이 제 앞에 있는 터무니없는 강자를 쓰러트리기 위한 계책이었다.

"…아무리 열차를 털어먹는 강도라지만, 이 정도로 쓰레기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크히, 하하하!! 마음대로 떠들라지! 어차피 싸움이란 건 이기는 쪽이 정의인 법이니까!!"

리퍼의 삶에 있어선 이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날 때부터 부족한 것투성이.

굶지 않기 위해선 매일 같이 물건을 훔쳐야 했고, 도둑질을 걸려 매타작을 받다 죽어버리는 아이들이 쓰레기장에 나뒹굴곤 했었다.

어린아이의 목숨이란 그렇게나 하찮은 것.

싸움 중에 어린아이가 죽어나가는 것 역시, 그의 삶에선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넌 아니겠지……. 그래, 분명 그럴 거야."

당장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를 수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자리에 멈춰선 채로 리퍼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두 눈에 짙은 혐오가 그려졌지만 그것뿐.

자신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강자조차도, 제 앞에 있는 어린아이가 위험에 빠진 건 마냥 무시할 수 없단 것이다.

'그래, 제대로 된 삶을 살아온 녀석들은 이런 법이지.'

사람의 목숨이 존귀하고, 제 재산이 법에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세계.

도덕과 윤리가 가치관의 기둥을 이루고 있는 인간들에게 있어선, 설령 전혀 관계없는 타인이라 할지라도 역린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법이다.

리퍼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알기에 범죄자의 신분으로, 제국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테러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이다.

"10초를 주지, 양 손을 들어 올리고 몸에 두르고 있는 마나를 회수해."

딸칵.

노리쇠가 당겨지며 돌아가는 실린더.

그 공이가 뇌관을 때리는 순간 아이의 머리는 그대로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이곳까지 오며 보아온 참극은, 제 앞에 있는 자가 그걸 정말로 저지르리란 걸 가르쳐주고 있었다.

"…좋아, 항복할게."

그것을 차마 간과할 수 없던 셰인이 몸에 두르고 있는 마나를 회수하며 손을 들어올렸다.

리퍼의 총구가 돌아간 건 그 순간.

-퍼엉!!

대구경의 리볼버가 불을 뿜으며, 그 총탄이 셰인의 머리를 향해 정확히 쇄도하였다.

총탄이 적중한 머리가 뒤로 밀려나고, 그 순간 리퍼의 얼굴에 쾌재가 그려졌다.

"크하하하하!! 이 멍청한 호구새끼! 그만한 힘을 가지고도 그깟 정이 뭐라고……."

-터벅.

말을 끊어내는 마찰음.

그대로 기울어져야 할 몸이 뒷발에 의해 지탱되며 일어난 소리였다.

찰나의 순간 그 광경에 의문을 느끼는 리퍼.

그 의문이 경계심으로 이어지기도 전, 쏘아진 무언가가 총을 쥐고 있는 그의 손등을 관통하였다.

"카학!!"

총을 놓치고 바닥에 고꾸라지는 리퍼.

그 틈을 노린 셰인이 기울어진 몸을 바로잡고 도약을 가해, 그의 안면을 손으로 잡고 벽에 찍어 눌렀다.

그 손아귀의 힘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상태.

만전의 상태로 리퍼의 안면을 틀어쥔 셰인이, 반대쪽 손을 들어 올리며 그 끝을 리퍼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대, 대체 어떻게…. 분명 머리에 총을 맞았을 텐데……?"

"맞긴 뭘 맞아 새끼야. 니 눈은 장식이냐?"

마치 상황에 파악할 여유를 주겠다는 듯 주먹을 휘두르지 않고 기다려주는 셰인.

직후 리퍼의 시선이 자신의 손등으로, 그에 처박혀있는 무언가로 향해졌다.

손등에 반쯤 박혀있는 것은 큼직한 납덩어리…….

분명 그의 머리를 노렸던 총탄이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이빨로 총알을……!!"

-쩌억!!!

셰인의 주먹이 이윽고 리퍼의 안면을 강타했다.

별다른 보호도 없이 이어진 일격.

"하여간, 요즘 녀석들은."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한 리퍼의 눈이 뒤집히는 가운데, 셰인이 제 앞니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실력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방심을 해대는 게 문제라니까."

진검승부에서 확인사살은 필수인 것을, 이런 녀석들도 악당이랍시고 판을 치다니.

200년 전의 전장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 * *

-뿌우우~

정차된 열차가 역에 들어서기 무섭게, 앞서 연락을 받은 영지의 위병들이 열차의 주변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제국의 중심부와 변경지대 사이를 오가는 유일한 열차.

그 열차가 가진 의미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며, 그렇기에 이번의 습격 사태는 제국에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소동이 더 커지지 않고, 한 승객에 의해 진압되었다는 건 그 자체로 천만다행이라 여길 일.

그럼에도 제 활약을 믿지 못하는 위병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오자, 셰인이 마지못해 그들에게 로열나이츠의 인장을 보여주었다.

"시, 실례했습니다. 감히 황실의 분에게……."

"됐고, 제가 말한 건 전부 사실이니까 뒷수습 잘 부탁드릴게요."

밤새도록 강도들을 때려잡은 데다, 그들에게 갈굼을 받은 환자들을 치료하기까지 하였다.

신성력에 의한 자가치유력도 한계가 있는 법.

조금이라도 빨리 휴식을 취하고 싶은 입장에서, 이 이상 위병들에게 협조다 뒷조사다 하며 시간을 할애하는 건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다.

"빽이라는 게 좋긴 좋다니까. 태클 걸 껀덕지도 없이 알아서 넙죽 고개를 숙여주고."

이후 열차를 벗어나 역을 가로지르는 셰인이, 제 손에 쥐어진 금패를 뒤따르는 리나에게 내어주었다.

신중해야 할 위병들조차도 감히 거스르지 못하는 자격.

리나가 그 금패를 내려다보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피곤하신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언어의 사용엔 주의를 기해주셨으면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이 권한을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오인할 수도 있으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 과잉진압도 엄연히 제재사유니까."

그 때문에 인질로 잡혔던 부상자들조차, 셰인이 치료를 해주겠다 나섰을 때엔 지레 겁먹고 목숨을 구걸하기까지 했었다.

덕분에 치료를 하는 것도 애를 먹은 상태.

어찌어찌 역에 도착할 때쯤에 환자들의 수습을 끝마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표정엔 여전히 석연찮음이 남아있었다.

"사망자가 적어서 다행이군."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인 거야. 로열 나이츠가 탑승하지 않았다면 분명 사태가 더 커졌겠지."

열차에서부터 시체를 수습하러 드는 위병들.

흰색 천에 감싸인 채 호송되는 이들을 보던 셰인이 제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좀 더 빨리 눈치를 챘다면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으리라고…….

마냥 그렇게 말하고 넘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민간인들이 다수 타고 있는 시설에 대놓고 강도들이 잠입한 것도 모자라, 제국 내에서 유통이 금지된 무기까지 들고 설쳤던 거니까.

그것도 황실의 영향력이 적은 변경지대가 아닌 중심부에서부터 은밀하게.

이번 사태가 황실 측에 전해진다면, 저 열차와 관련된 부분에 놓인 담당자들 중에도 대대적인 숙청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머리를 잘라낸다고 결정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련님께서도 테올린을 따르며 여럿 보셨겠죠. 문제가 발생하면 공론화를 시키기보단, 혼란이 커지지 않도록 일단 묻어두길 택하는 모습을.'

골드리안만 해도 많은 부정이 있었건만, 그 영지를 벗어나자마자 이런 사단이 터진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셰인은 엘레오노라가 했던 말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물이 넘치는 순간은 언제나 마지막 한 방울에 의해서……. 라는 건가.'

결국엔 쌓이고 쌓인 게 터지는 것뿐이라고.

그런 불만을 남기며 자리를 벗어나려는 그 순간.

"당장 이거 놔아아아아!!"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강도단을 호송하려던 중, 한 녀석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 소리였다.

리퍼 더 반데드.

리바이던의 검은 사신이라 불리는, 변경지대 최흉의 범죄자.

"당장 제압해!"

"사람 더 불러와! 이 녀석 힘이 너무 강해서……. 크윽!!"

의수를 잃고, 거의 반죽음 상태가 될 정도로 몰아붙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몸이 더욱 거세게 날뛰고 있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 숨통만 붙여두었거늘, 그것만으로도 기를 쓸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용하게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겨우 숨만 겨우 붙어있는 녀석이지.'

싸움이 불리해지면 어린아이에게조차 총을 겨누는 자식.

그런 녀석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건, 그딴 건 셰인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좋은 것이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오래 살고, 조금이라도 더 고통받으며 자신이 저지른 일에 후회를 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너희들이 뭐라고 나를 심판하는 거야, 나는……. 나는 너희들과는 다르단 말이다!"

여행길에서 만난 악당 따윈, 그의 삶에선 그런 식으로 흘려 넘길 뿐인 존재였다.

이어지는 말을 듣기 전까진.

"나는 200년 전, 너희들에게 멸망한 나라들의 의지를 이어받은 혁명가란 말이다!!"

뚝, 하고.

역을 벗어나고자 했던 셰인의 발걸음이 돌연히 자리에 멈춰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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