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179화
'이 제국은, 근본부터가 잘못된 곳이다.'
그것이 쓰레기장에서 태어난 리퍼를 거두어들인 노인이 누누이 했던 말이었다.
그는 50년 전 리바이던을 기점으로 반란을 벌였던 혁명군의 수장이었던 몸.
하지만 대의를 추구하던 자신들의 사이에도 배신자가 나왔으며, 그렇게 반란에 실패하였기에 자신이 이렇게나 비참한 몰골이 된 것이라 누누이 강조하였다.
'그래도 나는 내가 했던 일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내가 실패했다 할지라도 이 제국이 잘못되었다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 언젠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이 제국을 무너트릴 것이다.'
그 늙고 노쇠한 눈에는 제국에 대한 원망이, 그리고 야망이라 부르는 감정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리퍼를 포함한 아이들은 그의 원대한 이상에 동참하질 못하고 잇었다.
하루를 먹고 사는 것도 벅찬 마당.
손에 쥐어진 먼지가 묻는 빵의 앞에선, 노인의 말 따윈 노망난 헛소리에 불과할 뿐인 것이었다.
'영감. 우리들은 딱히 당신을 위해 살진 않을 거야.'
슬슬 자립할 무렵, 리퍼는 임종을 앞둔 비참한 패배자를 향해 말했다.
단순한 동정이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보살펴준 것에 대한 감사를, 쓰레기 나름대로 표현해본 것일까?
'당신이 먹여주고 재워준 거야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런 감에 목을 매는 게 이 땅에서 사치라는 건 당신도 알고 있잖아?'
비록 그의 은혜에 보답할 순 없지만, 하다못해 그 마음만큼은 거짓 없이 표현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것이 실망으로 다가올지라도 그렇게라도 해야 괜한 희망을 품지 않을 테니까.
'난 단 한 번도, 너희들이 나를 위해 싸우길 바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노인은 자신이 떠나기 전, 그 어떤 분노나 실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힘없이 속삭일 뿐.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이 세계에서 태어난 너희들은 자연스럽게 나와 같은 길을 거닐게 될 테니까.'
알아서 깨닫게 된다니. 그만큼 부질없는 희망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로 그 노인이 하던 말 대로 되지 않았나, 싶었다.
버려진 땅에서부터 벗어나자마자 나타난 도덕과 윤리에 찌든 사회.
종교라는 강한 결속력을 지닌 수단의 아래, 사람들은 영원히 이어지는 평화 속에서 살아가길 택하고 있었다.
리퍼의 눈엔 그 모든 것이 가식적으로만 보였다.
그저 온갖 부조리를 신의 시련이란 말에 의해 억눌러왔을 뿐.
그런 믿음으로 유지된 평화란, 인간이 가진 자아와 존엄을 거세하며 살아가는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도리어 순수한 인간성을 간직한 건, 그 누구의 구속도 없는 무법지대의 태생이었으리라.
그로부터 비롯된 환멸이 차차 충동으로 변해갈 무렵, 한 남자가 그에게로 찾아왔다.
'리바이던의 검은 사신이 네 녀석인가?'
안면의 절반 이상에 화상자국이 새겨진 남자.
그자가 가진 범상치 않은 기운은 리퍼조차 주눅이 들 정도였다.
'초대면엔 자기소개를 하는 게 먼저 아니던가?'
'나는 혁명군의 간부인 바스타드라고 한다.'
'……혁명군?'
'이 제국의 상징, 붉은 매를 떨어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푸른 화살의 일원이지. 동시에 자네를 길렀던 자에게 어느 정도 신세를 졌던 몸이고.'
거짓된 평화에 대한 불만이 커져 가는 가운데 돌연히 찾아온 반란군의 간부.
그자가 자신을 향해 손을 뻗어온 건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그 당시의 연을 빌어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도록 하지.'
곧 그가 이단의 기술로 구축된 팔을 뻗으며 제안을 건네어왔다.
'리퍼 더 반데드. 리바이던이 낳은 제국의 숙적이여, 나와 함께 이 제국을 무너트려 보지 않겠나?'
리바이던의 검은 사신.
쓰레기장에서 태어나 제국의 체재에 반감을 가지게 된 그는, 그렇게 제국의 전복을 꿈꾸는 반란군에 합류하게 되었다.
* * *
"그래, 나는……. 이 제국을 무너트리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윤리 따윈 허울에 불과한 땅에서, 이 시대에 환영받지 못한 이들의 비참한 말로를 눈에 새기며 살아왔다.
그런 녀석들의 태생을 부정하고, 삶을 조롱하며, 죽음마저 잊어버리는 녀석들이 바로 이 시대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작 그런 녀석들조차 거짓된 평화아래, 제 고통마저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것이 리퍼에게 있어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겹게 느껴졌다.
"이 제국은 알아야만 해. 지금 너희들이 가진 평화와 자유가, 무엇을 대가로 이루어졌는지……."
그건 결코 숭고한 의지도, 정의감에 의한 게 아니다.
본능에 충실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던 그에게 있어, 이 제국이 추구하는 모든 것이 제 존재를 부정하는 것만 같이 여겨지는 게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개소리 집어치워! 이제와서 이제까지 네가 저지른 짓들을 정당화할 생각이냐!?"
"정당화!?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200년 전에 그런 일을 저질러놓은 주제에, 그런 역사마저 왜곡하며 자화지찬에 빠진 너희들이 뭐가 숭고하고 뭐가 정의롭다는 거냐!!"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집단은 그들을 부정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이 제국의 근간이.
과거 이 나라가 무수히 많은 자유와 문화를 억압하였고, 그로 인해 지금의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걸.
"너희들이 이제껏 해온 일이 무엇이냐, 제대로 마주해본 적도 없는 신 타령만 하며 많은 이들을 산 채로 매장해 왔지! 대의란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나나 너희나 다를 바가 없어!"
"그걸 말이라고……."
"아니, 오히려 질이 나쁘면 더 나쁘지. 나는 그래도 내가 개자식이라는 걸 알지만, 너희들은 너희들이 저지른 죄를 언제나 빌어먹을 신이란 작자가 사면해줄 거라 여기고 있으니까!"
"다, 당장 막아!!"
반쯤 이성을 상실하며 벌이는 난동.
한 위병이 칼등으로 힘껏 내리쳐 뼈를 부러트려도, 피가 토해져 나오는 입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기를 쓰고 눈을 감춘다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지금 이 순간에도 너희들에게 멸망한 이들의 후예는, 계속해서 그 의지를 이어가고 있으니까……."
아무리 고결한 척하며 숨기려 해봐야 결국엔 반발만 더욱이 커지는 법.
정의를 주장하는 그들은 그것을 망각하고 있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하려 하고 있다.
"그래, 그 의지가 이 나라의 멸망을 바라고 있으니, 우리와 같은 이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거란 말이다!"
그렇게 늘어만 가는 피해자들이 바로 자신을 길렀던 노인이다. 그런 부조리에 휘둘렸던 이들이 자신이 속했던 반란군이다.
리퍼 더 반데드.
그는 그런 이들이 만들어낸 죄악과 증오로, 그런 환경이 빚어 만들어진 장소에서 태어난 악마였다.
대의도, 숭고함도, 목적도 없이.
그저 지금의 세태에 대한 반발심만을 간직하고 이어받은 채 태어난 악마.
"그러니 너희들은 머지않아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자신이야말로 200년 전 전쟁에서 패배한 이들의 완벽한 계승자이리라.
"200년 전 너희들이 비참히 짓밟아버린 이들의 원한에! 그들이 갈망하는 전쟁에 의해서!!"
그것이 시궁창 속에서 개화된 새로운 신념이자, 쓰레기와 같은 삶을 살아온 이가 간직한 숙명.
그 처절한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누군가가 위병들을 밀쳐내며 리퍼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사납게 날뛰는 마나를 동반한 주먹질.
살과 뼈가 으스러지며 터져 나오는 피가 주변을 더럽혀가기 시작하는 가운데, 그 섬뜩한 현장을 쳐다보던 위병들이 뒤늦게 그를 향해 제지를 가했다.
"그만! 이제 그만하세요!"
"그러다 죽기라도 하면…."
-콰앙!!
대답을 대신하듯 울려 퍼진 거센 파공성.
그와 함께 밀려난 몸이 땅을 대차게 구르다 열차 안쪽에 처박혔다.
누더기나 다름없게 변해버린 몸.
주먹을 휘두른 남자는 그 이상 그를 뒤쫓지 않았다.
제 감정을 견디는 것도 벅찬 마당에, 그를 향해 나아갈 발걸음을 내딛을 기력조차 없었으니까.
"200년 전……."
그저 피로 버무려진 제 손을 내려다보며 이를 갈 뿐이었다.
"그때 전장에 섰던 사람들이, 전쟁을 바라고 있었다고…?"
그런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토해낼 뿐이었다.
200년의 시간을 넘어 살아가게 된 두 번째 생에.
"개소리, 집어치워……."
그런 생에서 들을 리 없고.
들어선 안 되리라 여겼던 말이 너무나도 화가 났기에.
"그 자리에 있던 누가 그런 걸 바라고 있었단 거야."
그 시대의 사람도 아니다.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어."
피를 이은 것마저 죄가 있다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죄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적어도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아닐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왜곡된 역사를 이어받은 건 혁명을 주장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이니.
"이미 다 끝난 전쟁을 이제 와서 다시 일으키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억울한 양 중얼거렸지만, 거기에 공감을 느껴줄 자는 이 현장엔 존재하지 않았다.
죽일 기세로 구타를 가한 녀석은 의식을 잃어버렸고, 나머지 병사들조차도 그를 멀뚱히 쳐다볼 뿐.
이 시대엔 여전히 혼자 뿐이다.
그 고독을 씹은 셰인이, 이내 아무런 말 없이 그 자리에서 등을 돌려 벗어났다.
그 빈자리를 채우며 리퍼의 상태를 보고자 달려드는 위병들.
셰인의 뒤를 따르는 것은 오롯이 시종인 리나 한 사람 뿐이었다.
"도련님,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송구하지만, 방금 전의 그건 너무 과하셨습니다."
딱히 그 쓰레기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죄인이라도 살아서 고통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하지만 이전의 그 폭행은 그런 신념을 잊은 듯, 빈말 없이 '죽일 각오'로 벌였던 것이다.
도저히 평소의 그답지 않게도.
"평소의 도련님답지 않으셨습니다. 대체 무슨 이유로……."
"대의 같은 건 시작에 있을 뿐이야."
그 이유를 알지 못하여 걱정을 토로하는 가운데, 셰인이 역을 벗어나며 무거운 숨을 흘려갔다.
"길게 이어질수록 낭만도, 숭고함도 사라져. 용기 있는 녀석일수록 빨리 죽고, 겁쟁이일수록 오래 살아남아 이름을 날리지."
"무슨……."
"그렇게 제 목숨 부지한 겁쟁이들이 장교 딱지 달고, 그놈의 정치질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녀석들을 애국심이다 뭐다 하며 사지로 내보내는 게 전쟁이란 거야."
"……."
"……그게 다 끝나고 남은 잿더미 위에 선 건 살아남은 패배자들뿐이지."
그저 먹고 살 길을 찾고자 전장에 발을 들인 녀석들 투성이.
그런 녀석들이 같은 처지에 놓인 상대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목숨을 걸고 싸우다 죽어나가는 현장이었다.
그런 장소에서 더욱 필사적으로 싸운 건, 결코 상대를 향한 증오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이유 없는 광기에 휩쓸리는 이들이 바라는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고맙다. 덕분에 한 가지를 떠올릴 수 있었어.'
'……떠올리다니, 뭘?'
'네가 말한 시대를 빨리 종결시키려고 내가 이 검을 쥐었다는 거.'
제국제일의 검이라 불렸던 남자조차 그렇게 말했을 정도거늘.
그 시절을 겪지 못한 녀석들이, 왜곡된 역사나 입에 담으며 같잖은 영웅심리에 도취되는 꼬라지를 어찌 좋게 볼 수 있겠는가?
"아마 200년 전에 제국이랑 싸웠던 병사들은 오히려 자기들의 패배를 환영했을거야. 드디어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거니까."
그런 가족조차도 없었기에, 한 남자는 어쩌면 미련 없이 전쟁터에서 죽길 택한 걸지도 모른다.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실감하는 것이다.
아무리 이 나라가 근본부터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 근본을 뜯어고치는 수단이 절대로 '전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걸.
"……헛소리가 너무 길었네."
그 찝찝함이 이내 자연스레 그려진 실소와 함께 사그라지고, 이내 역을 빠져나온 셰인이 영지의 길목에 발을 들였다.
이내 역을 빠져나온 셰인이 영지의 길목에 발을 들였다.
이전과 달리 상쾌한 얼굴.
하지만 피곤에 찌든 발걸음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 뒷모습을 보던 리나가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어왔다.
'전쟁.'
유독 그와 있을 때면 자주 거론되는 화제.
그것을 거론할 때마다 얼굴에 감도는 감정은, 결코 갓 성인이 된 자가 보일만 한 것이 아니었다.
고작 5년이 아닌, 보다 오랜 시간을 전장에서 보내기라도 한 것처럼.
'설마 도련님께선…….'
아주 잠깐.
리나의 머릿속에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 떠올랐다.
믿음과 의지에 반응하는 힘이 실존하는 세계에서도,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여겼던 말도 안 되는 일조차도.
'…아니겠죠. 그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렇게 훌훌 털어내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마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뭉클거림이 가시질 않고 있었다.
당시에 그가 아이를 받았을 때부터 줄곧 간직해온 감정.
'불가능이라니…….'
그런 식으로 한계를 한정짓기엔, 리나는 제 상식을 넘어선 광경을 그의 곁에서 몇 번이고 봐온 몸이었다.
'…왜 그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건가요?'
'그냥…… 변경에서 돌아온 후에도 자꾸 생각나거든.'
그런 비상식의 초월이, 한때 그가 들려준 이야기와 맞물리며 크나큰 설득력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아직은 혼자만이 간직할 수밖에 없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 * *
-승객 여러분들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저희 열차는 슬슬 종점지인 블러드메리 백작령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후 열차가 종점지에 정차한 후엔 1주일에 걸쳐 운행을 정지할 예정이오니, 이 점을 참조해주시길 바라며…….
골드리안을 벗어난 지도 대략 1달이 지났을 무렵.
열차 곳곳에 뚫린 파이프관을 통해 승객들에게 안내음이 전해져왔다.
통신용 마수정도 아닌 고전적인 방식의 알람이었다.
그를 듣고 있던 셰인이 읽고 있던 성경을 덮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제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인가."
오래 걸리리라 여겼던 여정도 열차를 타니 꽤나 순탄히 이루어졌다.
위험이라고 할 것도 열차를 탄 첫날의 강도에게 습격당했을 때를 제외하면 없던 상태.
변경의 귀족들에게 시비가 걸리기도 했지만, 셰인의 재량껏 어찌어찌 흘려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그가 변경으로 향하는 이유는 이 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조사하고, 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였으니까.
-툭.
그걸 위해 마음을 다잡아가는 중, 문득 제 앞에 있는 리나가 펜을 떨구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언제나 침착한 그녀답지 않은 실수.
"블러드메리……?"
하지만 그런 자각조차도 없는 듯, 리나가 목소리와 함께 제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이유는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설마 도련님, 지금 가시는 곳이 블러드메리 백작령이었던 겁니까?"
"……내가 얘기 안 했던가?"
"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탕! 그대로 책상까지 내리치며 소리치는 리나.
이제껏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에, 셰인이 저도 모르게 벙찐 표정을 짓고 말았다.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 지금 우리가 가는 영지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거야?"
"……오히려 가문의 일원이 되신 분께서 그걸 모르시는 게 이상할 정도군요."
골이 쑤셔오는 나머지, 리나가 제 이마를 손가락으로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니 지금에라도 제 주인이 된 자가, 앞으로 향하게 될 곳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자각을 심어줘야 하리라.
"에버그린 골드리안. 그 이름에 대해선 알고 계시겠죠?"
곧 리나가 셰인을 향해 한 이름을 거론하였다.
전(前)골드리안 가문의 장녀이자 테올린의 쌍둥이 누이동생.
그리고 과거 테올린과 후계자 싸움을 펼쳐 호각을 이루었던, 현 골드리안의 '숙적'이라 불러 마땅한 자의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