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181화
셰인이 탑승했던 열차의 종점은 백작령 블러드메리.
당연한 거지만 종점에서는 열차의 관리와 더불어, 그와 관련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 중대한 시설을 설치한 이유는 바로, 이 증기기관차의 설계와 도로의 개통을 담당한 것이 블러드메리 가문이기 때문.
'설마 이 열차를 만든 게 테올린의 남매였을 줄이야.'
정확히는 만든 게 아니라 지시만 담당한 거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셰인은 상정에 두었던 계획보다도 더 빠르고, 무난하게 목적지인 블러드메리 영지에 입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영지에 발을 들인 후 처음 느낀 인상은 화려하면서도 난잡하단 것.
'뭐야 여기, 제도라도 되는 거야?'
아니, 그저 영지 내의 건축물 하나하나를 호화스럽게 꾸렸을 뿐이다.
마치 귀족의 저택, 혹은 성 등에 쓰이는 양식을 민간주택에 사용한 것 같다고 할까?
'살기 위해서라기보단 눈독을 사로잡아 발길을 늘리는 방식……. 이라고 보면 되겠지.'
비록 예술에는 조예가 없는 셰인이지만, 골드리안에 있었을 적 테올린으로부터 귀족으로써 필요한 소양을 길러본 경험이 있었다.
지금 제 앞에 있는 건축물들은 그 과정에서 들어본 설명에 부합되는 것들.
이 영지의 첫인상이 '부유하고 활기차다'는 것을 느끼도록 만드는 디자인이었다.
-퍼퍼펑~ 팡~
하지만 그 가르침에 이런 폭음은 동반되지 않았었지.
순간 어디서 테러라도 일어났나 싶었지만, 그저 하늘에 쏘아올린 연막이 폭발하며 난 소리였다.
'불꽃놀이?'
대낮이기에 불꽃의 색이 도드라지진 않지만, 연기의 색은 하늘에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짙은 연기들이 흩뿌리며 터지는 광경.
그것이 영지에 들어선 이들의 눈독을 사로잡으며 흥겨움을 더하고 있다.
그런 연막에 매료되어 자연스레 거니는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영지의 검문소…….
아니, 검문소라기엔 너무나도 시끌벅적한 장소다.
"어서 오세요! 꿈과 희망이 가득한 땅~ 메리 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들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가세요~"
검문소에서 통행자들을 받아들이는 건 위병이 아닌 호객들이었다.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검은 색의 레오타드에 각선미가 도드라지는 타이즈. 머리에 쓰고 있는 동물귀는 토끼의 그것과 같았다.
전생은 물론 현생을 포함해, 이제껏 살며 본 적이 없는 양식의 복장.
그에 괜스레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호객을 하던 여인은 그에 괘념치 않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아, 메리랜드에는 처음 오신 건가요?"
"……랜드?"
"메리~ 메리~ 블러드메리 랜드랍니다~ 영주님께서 이 영지를 그렇게 부르라 명하고 있죠."
영지를 부르는 호칭을 바꾸라니, 그래도 되는 건가?
설명에 혼란을 느낄 무렵, 호객이 셰인의 손에 쥔 표를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런데 손에 쥐고 있는 그건……. 어머나 세상에! 메리랜드의 입장권이로군요~!"
엘레오노라가 준 열차표에 동봉된 또 다른 티켓.
이것을 이용하면 영지의 검문소를 바로 통과할 수 있다고 하였지만, 얘기하는 걸 보면 메리랜드의 입장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듯하였다.
분명히 귀족령에 찾아온 것임에도 말이다.
"입장권이 있다면 다른 건 볼 것도 없죠! 자자~ 들어오세요!"
그리 말하며 영지로 두 사람을 들여보내는 토끼복장의 호객.
이후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거리 전체가 소란스러운 분위기로 물들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통행자들의 복장이 각각 다른 양식.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온 듯했지만, 그런 이들이 한마음이 되듯 모두가 이 거리에 만연한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자 여러분들께서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풍선 퍼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길가에서 공연하는 광대들.
그중 통신용 마수정을 통해 목소리를 크게 전파하는 자가, 영지의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향하며 힘차게 외치자 배후에 자리한 수백 개의 풍선이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하늘을 가득 채우는 알록달록한 색의 연속.
그것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건 셰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뭐야 저거. 어떻게 저렇게 뜰 수 있는 거야?"
고무야 제국에서도 생산이 되고, 풍선은 귀족과 같은 귀한 집 자재들이 1회성 장난감이나 장식용으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 풍선은 공기를 채워 넣어도 땅에 가라앉게 마련이건만…….
저런 식으로 자연스레 공중에 뜨는 경우는 셰인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질소나 산소, 대기를 이루는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으면 이론상 떠오를 수 있긴 한데…….'
연금술이나 바람계열의 마법을 이용하면 특정 기체를 모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마법사 자체가 무척이나 고급인력이란 것이다.
그런 걸 굳이 공중에서 띄우는 인스턴트한 유희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을 터.
'과시를 위한 과투자인지, 아니면 그런 예산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한 건지…….'
어느 쪽이건 어느 정도의 자본이 없고선 불가능한 일.
2년 전까지 이곳이 남작가에 불과했던 곳임을 생각하면, 이 영지를 관리하는 자의 수완이 상당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왜 테올린이 그녀를 적대했는지를 알 것 같군.'
에버그린 블러드메리. 이 영지를 관리하는 실세는 사실상 그녀로 판단되는 상태.
그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자 리나를 돌아보는 것도 잠시.
문득 자신을 따르는 그녀의 발걸음이 자리에 뚝 끊어진 것이 셰인의 눈에 들어왔다.
"……리나?"
"네, 넷!?"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리는 리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빤히 쳐다보던 그녀가, 평소와 달리 목소리를 심하게 떨며 반응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힐끗힐끗 보는 모습. 셰인이 혹시나 싶어 물었다.
"혹시 이런 거 좋아해?"
"그, 그런 거 아닙니닷!"
"……닷?"
"아, 아니 그게……."
혀를 씹었는지 제 입가에 손을 올리는 리나.
이후 고개를 돌린 그녀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 후 마저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그저 이런 곳은 처음 와보았기에 놀란 것뿐입니다. 그, 그렇군요. 이곳이 바로 에버그린 님께서 신세를 지고 계시는 영지……. 확실히 관광도 엄연히 산업의 일종이니, 영지를 부흥시키는 데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 그래. 관광산업."
이렇게 시끌벅적한 이유엔 그런 이유가 있었다는 건가.
그래도 이제까지 보아온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질감이거늘.
정작 리나는 주변에 시선을 빼앗길지언정, 어느 정도 염두에 둔 듯 셰인처럼 경악을 느끼진 않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분께선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을 자주 보이고는 하셨죠. 다른 후계자 분들께서 인맥을 쌓고자 타 가문이나 교단 분들과 교류를 맺었지만, 그녀는 유독 마탑 소속의 마법사와 학자분들과 어울리며 괴상한 마도구들을 가문에 들여오곤 하셨습니다. 덕분에 교단에선 에버그린 님을 껄끄럽게 여기셨죠."
"그러고 보면 교단은 마탑이랑 사이가 나빴었지."
"세상의 진리를 파악하고자 하는 집단과, 신이 창조한 본연의 모습을 숭배하는 교단은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골드리안 가문에서의 후계자 싸움에서 테올린은 교단의 대표 중 한 명인 레오드릭 추기경의 지원을, 에버그린은 마탑의 원로들로부터 조력을 받았다고 하였다.
교단은 교리와 역사에서 비롯된 전통을, 그리고 마탑은 탐구에서 비롯된 발전을.
'그 싸움에서 승리했던 게 테올린이었다는 건가.'
교국인 제국에선 애초에 정해진 결말일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그런 불리한 처지에도 그녀는 테올린과 호각을 이루었다는 평이 있었다.
점점 더 그녀가 얼마나 대단하고, 왜 리나가 그렇게 두려워 했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가볍기 그지없는 영지의 환경을 보면 그다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음?"
광장부를 걷던 중, 셰인이 흠칫 놀라며 제 몸을 경직시켰다.
제 앞에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서. 두 다리로 서고 양 팔을 지니고 있지만, 그건 분명 '곰'이라고 부를 생물이었다.
-지이잉!
그 존재를 감지한 순간 반사적으로 손날을 치켜세우는 셰인.
마나의 운용을 감지한 리나가 깜짝 놀라며 셰인을 돌아보았다.
"도련님, 무슨……."
"아, 미안. 좀 착각했어."
셰인이 다급히 제 손의 마나를 거두어들였다.
제 앞에 있는 건 진짜 곰이 아닌, 어디까지나 곰인형탈을 쓴 축제도우미에 불과하였다.
그것도 곰 특유의 포악함을 크게 누그러트린 귀여운 모습으로.
하지만 곰을 모사한 만큼 셰인에겐 탐탁찮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곰을 무서워하시는 건가요?"
"네가 뭘 몰라서 그래. 곰은 사람을 찢는다고."
심층부를 누볐을 때에도 가장 위험했던 때가 바로 곰이랑 겨뤘을 때였다.
산만 한 덩치를 가진 대형종은 인간 한 명을 상대로 달려들지 않지만, 곰과 같은 야수는 한 끼를 연명할 식사에 불과한 인간을 상대로도 전력을 다하니까.
'그래도 여긴 심층부가 아니니까…….'
스스로 긴장을 타이르는 가운데, 셰인의 앞에 선 곰인형이 자신의 비어있는 손을 뻗어왔다.
공격하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저 그의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 뿐.
-휘릭!
곧 인형탈의 손이 비틀어지고, 이전까지 비어있던 손에 무언가가 쥐어졌다.
비닐에 감싸인 막대사탕.
교묘한 손재주를 이용한 마술을 통해 사탕을 꺼낸 것이다.
"받으라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인형탈.
그 후 사탕을 내어주고 자리를 벗어나는 그를 본 셰인이 쓴웃음을 짓고는, 제 손에 쥔 사탕을 리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왜……?"
"나 단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당질이 두뇌활동에 도움을 준다곤 하지만, 사탕의 경우에는 당분 외에 쓸데없는 성분들이 너무 많은 편이다.
저단백의 고칼로리 식품은 몸 관리엔 치명적인 법.
그렇다고 친절을 거부할 순 없는 노릇이니, 아쉽게나마 동행자에게 건네주려는 것이다.
"리나 넌 단 걸 꽤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전……."
"내 앞에선 애써 숨기지 않아도 돼."
함께 다니는 동안 상대의 호불호를 구분 짓지 못할 만큼 눈치 없는 사람은 아니다.
더욱이 사탕을 내세우자, 리타가 마지못해 사탕의 막대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어, 어쩔 수 없군요. 받은 성의가 있으니, 이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수줍게 얼굴을 돌리는 리나.
묘하게 귀가 빨개진 것으로 보아 부끄러움을 느낀 듯 하지만, 그래도 사탕이 마음에 드는 듯 입에선 떼어놓지 않고 있었다.
'뭐, 지금은 시녀장의 업무를 내려놓은 상태니, 이런 식으로 휴가를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것도 잠시, 맞은편에서부터 다가온 누군가가 셰인과 리나에게 관심을 보여왔다.
패달이 달린 바퀴의 위에 올라타며 저글링을 하는 광대와, 그 옆에서 피리를 불며 사람들의 이목을 이끄는 광대.
"오우~ 잘 어울리는 남매로군요~"
"거기 꼬마 아가씨~ 오빠랑 같이 놀라 오신 건가요?"
-콰득!!
툭 던진 말에 리나의 입에 물려진 사탕이 대차게 박살났다.
치악력을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붕괴된 것.
그 후 눈초리를 주자, 분위기를 읽은 광대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 버렸다.
홀로 리나의 곁에 남은 셰인이 우물쭈물하다 힘겨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
"왜 도련님께서 사과하시는 거죠?"
"사탕 하나 더 사줄 테니까 화 풀어."
"그러니까 도련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니잖습니까!"
따지고 보면 자신이 그녀에게 사탕을 건네줘서 이런 일이 생긴 거다만.
그럼에도 리나는 더 이상 셰인에게 따지지 않고 묵묵히 길을 거닐 뿐. 당연한 거지만 사과 같은 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시종이 된 자가 섬기는 이에게 소리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나도 편한 사람이 되었다는 건가.'
그래, 지금은 스승과 제자의 사이도 겸하고 있으니까.
이 정도의 헤프닝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자, 생각한 셰인의 시선이 문득 근처의 노점으로 향해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도 이 분위기에 한 번 녹아들도록 하자. 셰인이 곧장 노점에 다가서며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선 뭘 파는 겁니까?"
"제국 각지에서 들여온 진귀한 음료들을 팔고 있지요~"
"제국 각지에서?"
"변경지대부터 제도에! 심지어 제국의 끝자락까지도~! 없는 걸 찾는 게 더 힘든 이곳이 바로 블러드메리 랜드~ 자자, 보고~ 또 보고 마음껏 사고 가시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정신을 빼놓는 상인.
이후 그가 제 손에 쥔 컵을 셰인에게로 스윽 내세웠다.
"서비스로 시음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지금 이 영지에서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음료입니다~"
-부그르르.
컵 안에 들어 있는 검은 액체에서 거품이 끓어오르고 있다.
열기에 의한 것이 아닌 탄산에 의해.
그로부터 익숙함을 느낀 셰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콜라?"
"오오~! 외지에서 오신 것 같은데 콜라를 아시는 겁니까?"
"네, 뭐……."
당연히 알 수밖에 없다.
콜라는 제 스승이 만들어주었던 자양강장제를, 셰인이 이 시대에 나름대로 어레인지시켜 만들어낸 것이니까.
당시 영지에선 몰래 돌려먹는 간식거리 취급이었거늘.
'에버그린, 그 녀석이 나한테 허락도 없이 이걸 상품으로 만들어서 팔아치우고 있다 이건가.'
열차도 그렇고.
어째서 이 영지가 제국과 다른 분위기를 띠면서도, 몇 년 사이에 급성장을 할 수 있는지를 알 것 같았다.
요컨대 제국 곳곳에 퍼져있는 기술이나 문화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고, 그중 유용한 걸 교묘히 상품화시키고 팔아치워 영지를 부흥시켜간 것.
하지만 그런 일은 단순히 아이디어만이 아닌,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데에 필요한 자원과 기술력이 확보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마 후계자 싸움을 하는 중에……. 아니, 그 이전부터 이런 걸 준비했을지도 모르겠군.'
기존의 상품과는 다른 독보적인 신비함과 편의성, 그리고 자극……. 그 규모가 커진다면 대중에겐 혁명이라 받아들여져도 이상하지 않을 터.
물론 자신의 것을 멋대로 가져다쓰긴 했지만, 거기에 대해선 그다지 화가 나거나 하진 않았다.
약으로써 만들었던 것을 '음료'라고 포장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나마 이 제국에서의 인지도를 크게 높인 거니까.
"자자, 한 번 주욱~ 들이켜보시지요. 주욱!"
콜라가 든 잔을 내어준 채 그를 부추기는 상인.
어차피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리움을 해소하기 위해 공짜로 한 잔 정도는 마셔도 되리라 생각되었다.
"어디 그럼 한 잔 마셔볼까?"
그렇게 제 입에 콜라잔을 가져가는 셰인.
콜라의 액체가 입 안에 고이자 달달하고 톡쏘는 맛이 입안 가득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끈적거리고 역하기 그지없는…….
"부웨에엑!!"
그에 구역질을 느낀 셰인이 입밖으로 액체를 뿜고 바닥에 몸을 고꾸라트렸다.
아니,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연신 구토를 하기까지.
콜라 특유의 단맛에 위액이 섞이니 구토감이 가증되는 게 느껴졌다.
"우윽, 윽……. 우우에에엑!! 엑! 우에에에엑!!!"
"어, 어어? 손님? 왜 그러시는 거죠?"
"씨발, 씨발!!!!"
파악! 소리가 날 정도로 격하게 컵을 내팽개치는 셰인.
그 내용물이 토사물과 함께 거리를 더럽혔지만, 셰인은 차마 거기에 죄책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를 넘어선 극도의 분노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으니.
"야이, 미친 새끼야!! 콜라에 이딴 걸 대체 왜 꾸겨 넣은 거야!!! 누구 사람 잡아 죽일 일 있어!!?"
"네, 네? 꾸겨 넣다니요? 저는 그저 손님이 기뻐하는 마음에서 서비스를 드린……. 으아아악!!"
그대로 상인을 상대로 멱살잡이까지 해버리는 셰인.
그런 와중에 바닥에 엎질러진 콜라의 탄산이 증발하며, 상인이 추가로 넣은 내용물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탄산수에 녹아내려 끈적이게 바뀐 청록색의 빙과와 검은 알갱이.
한 화학자가 만들어낸 인류사 최악의 생화학병기인 '민트초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