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192화
"……잠깐의 공방."
조용히 견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뫼비우스가 조용히 셰인을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대와 나의 역량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실감할 수 있었겠지."
그 말과 함께 몸 곳곳에서부터 욱신거림이 느껴진다.
상대에게 당한 타격은 물론, 이 쪽에 내리치며 가한 반동 역시 고스란히 피해로 다가온 것이다.
'반면 상대는 데미지가 거의 없다…….'
자그마치 5써클의 마나를 실어 넣어 쳤음에도 피해가 없는 수준이라니.
몇 달 전 열차에서 마주했던 강도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내구력이다.
"덩치는 산만 한 녀석이 왜 이렇게 신사적이야?"
그런 녀석이 친절함을 보이니 괴리감이 들었지만, 정작 상대는 자신을 무덤덤한 눈으로 쳐다보며 침착히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대에게 악의는 없다."
후욱.
호흡에 반응하듯 호흡기와 이어진 관이 수축되고, 몸과 이어진 약물들이 줄어들며 거품이 끓어올랐다.
그 약물이 몸에 스밀수록 부풀어 오르는 근육.
혈관을 통해 볼 수 있는 심장의 박동 간격은, 격한 운동을 마친 인간의 몇 배에 달하기에 이를 정도였다.
"내가 이곳에서 그대를 가로막는 건, 결코 그대를 향한 악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자네에게 존경마저 표현했겠지."
당장 몸에 도는 피만으로 고혈압에 뇌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그럼에도 자신을 향한 목소리는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아이헨발트…… 그 날의 재판에서 그대가 거론했던 나라가 없었다면, 나 역시 이렇게 숨을 붙이고 있지는 못했을 테니."
존중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렇게 이어가는 말은 셰인에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당시 재판에서도 거론했던, 제 조국의 이름이 다름 아닌 반란군의 간부에게서 내뱉어진 것이었으니까.
"……그 몸을 뜯어고친 건 누구야?"
"그대와 마찬가지로 그 나라의 의지를 이었던 학자다. 이미 이단재판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제 앞에 있는 자와 달리.
"그리고 나 역시도."
뫼비우스가 제 오른팔을 대체하는 기계를.
그 끝에 매어진 견고한 주먹을 들어올렸다.
"평생을 제국에서 일해 왔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내 몸을 치료할 수 없다는 걸 알자마자 무참히 내쳐버렸지. 그렇게 버려져 죽었어야 할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준 것이 바로, 지금의 내가 섬기시는 분이었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결국 사연팔이냐."
블레이즈에서 마주했던 반란군이 그렇듯, 열차에서 마주했던 강도 녀석이 그렇듯.
악당이란 건 언제나 그럴싸한 사연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법이지만, 셰인이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오롯이 이해뿐이지 동참까진 해줄 수 없었다.
"그 나라에 은혜를 느끼는 거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 의사로서의 소견을 얘기하자면 넌 앞으로 그다지 오래 살지도 못할 거야. 기껏 해봐야 한 달이 한계겠지."
약물도 그렇지만 신체의 절반 가까이를 기계로 대체한 상태.
몸에 받아들이는 약물이 남은 신체에 더 과한 영향을 끼칠 것이며, 단기적으론 큰 전력을 낼지언정 오래 지속될수록 인체의 수명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상관없다."
그럼에도 뫼비우스는 셰인의 소견을 부정하며, 제 몸에 대한 만족감을 표출하였다.
"죽었어야 한다면 그 때 죽었어야 했을 몸이니."
아무도 구제해주지 않는 자신이 이런 식으로나마 목숨을 부지하며, 자신을 구원하지 못한 나라에 대한 복수심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 얼마 안 남은 삶은 오롯이 이 제국을 붕괴시키는 데에 쓰리라.
그것이 자신을 향해 죽음을 명령한 주군을 마지막까지 따를 수 있던 이유였다.
"……그렇다면 뭐."
셰인이 뭐라 말을 하려다 이내 실소를 터트리며 제 목에 손을 올렸다.
그래, 애초에 200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위대한 지식과 기술이 탄압을 당하고, 그에 대한 규제마저도 그릇되었다 말하는 세상에서.
그렇게 어긋난 기술로나마 희망이란 걸 거머쥔 녀석을 설득할 재주 따윈, 공교롭게도 그에겐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아니, 설령 말재주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전장이란 그저 입장이 다른 자들 간의 사투에 불과하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피차 물러날 생각도 없는데 잡설은 끝내자고."
'혈도 개방-6써클.'
전성기의 경지가 해방된 순간.
-쿠궁!!
두 다리에 힘이 실리고, 그로부터 터져나간 출력이 셰인의 몸을 자리에서 밀어내 전방으로 쏘아 보내었다.
-쿠궁!
그 직후 이어진 발차기마저 뫼비우스는 제 왼손만을 치켜세워 막아낼 뿐.
"셰인 골드리안, 그대는 확실히 강하다."
이전보다 충격은 강하지만, 그 역시 약물을 통해 증폭된 신체능력과 마나를 통해 셰인에 준하는 경지를 발할 수 있는 몸이다.
"나 역시 그대와 마찬가지로 제 몸을 단련하여, 이 제국에 충성을 맹세해본 바가 있는 몸이니……. 아마도 제국에서 그대를 육탄전으로 당해낼 인간은 존재하지 않겠지."
아니, 그 기세는 여기서 더욱이 늘릴 수 있다.
자신의 얼마 없는 수명을 좀 더 깎아낸다면.
"하지만 그래봐야 평범한 인간의 육체!!!"
그 직후 호흡이 거세지고.
-쿠궁!!!
셰인의 다리를 밀어낸 뫼비우스의, 그 오른팔이 크게 펼쳐지며 표면에 균열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끼리릭, 철컥!
사방에 돋아나는 건 톱날.
그것이 뫼비우스가 가진 마나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엔진과 함께 회전하고, 그 날붙이가 이윽고 셰인을 향해 쇄도하였다.
-콰드득!!
6써클에 달하는 마나의 장막조차도, 저 회전하는 칼날 앞에선 종잇장이나 다름없는 법.
피부가 찢겨나간 직후 덮쳐오는 식겁함.
그에 몸을 주춤거리는 가운데, 그의 발치에 자그마한 쇳덩이들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기계팔이 분리되며 튀어나온 시한폭탄들.
-콰가강!!
연쇄적인 폭발에 물보라가 증기로 바뀌어가고.
그 직후 연막을 뚫고 들어온 뫼비우스의 오른팔이 셰인의 몸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콰앙!!
그 직후 날아오르는 거구가 튕겨져 나가는 몸과 비등한 속도로.
자세를 바로잡기도 전에 따라붙은 뫼비우스의 거체가 휘둘러지려는 순간, 셰인이 제 측면에 마나를 퍼트려 자세를 굴절시켰다.
-휘리릭!!
직격이 아닌, 스치듯이.
그 직후 퍼져나간 붕대가 그의 오른팔을 휘어 감았지만, 아무리 마나가 실려 있다 한들 톱날의 회전력을 저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마저도 힘으로 찢어발긴 뫼비우스가, 그 여세를 몰아 주먹에 더욱이 힘을 실어 넣었다.
-쿠궁, 쾅!!
육체와 육체의 충돌.
그 파공성이 주변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셰인의 몸이 서서히 뒤로 밀려나기 시작한 순간 기계팔이 셰인의 몸을 강타했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다."
돋아난 톱날이 마나의 장막과 그의 신체를 찢어낼 기세로 품에 파고들며, 셰인의 몸에서 피를 퍼트린다.
도리어 회전력에 의해 밀려난 육체가 바닥을 구르는 가운데, 뫼비우스가 그 앞에 우뚝 서며 자신의 양팔을 들어올렸다.
쿠궁! 내리치기가 작렬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물보라.
그 공격을 몸을 꺾어 피해낸 셰인이, 그대로 턴을 돌려 마나가 밀집된 손바닥을 뫼비우스의 복부에 처박아 넣었다.
이어지는 건 체내에 직접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고, 그것을 직접 기폭시켜 내부에 피해를 주는 방어파괴의 기술.
하지만 공교롭게도 뫼비우스는 그 육체의 내부마저 강화된 상태였다.
"그대의 몸으로는 이 육체를 꺾을 수 없다. 아무리 강하건, 몇 번이고 달려들어도……!!"
-끼리릭, 철컥.
몸을 밀어내기 무섭게 의지에 반응하며 변화한 기계팔.
톱날이 거두어지며 나타난 자리에 드러난 건 다름 아닌 여러 발의 총구다.
그 모든 것이 제 앞에 있는 표적을 향해 겨누어지기 시작했다.
"피와 철, 그리고 강대한 의지와 화약으로 무장한……. 전쟁 그 자체나 다름없는 나를, 한낱 인간 따위가 어찌 이길 수 있냔 말이다!!"
-투타타타타!!!
굉음과 함께 쏘아지는 무수한 납탄세례.
그 총탄에 내장된 폭약은 충돌지점에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파괴력을 극대화시킨다.
한 발이라도 관통되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그 무차별적인 폭격에 꼴사납게 몸을 굴리며 도망치는 셰인이, 뒤늦게 제 배후가 막다른 길목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난동에 의해 무너진 통로.
그것을 자각하기 무섭게 셰인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 이것이 이 제국이 외면한 현실이다."
-쿠궁!!
뻗어진 주먹이 셰인의 머리를 강타해, 이윽고 그 육체를 파편 무더기 속에 처박아 넣었다.
"그대가 존중하되, 그대가 함께하고자 하는 나라가 거부했던 나라가 추구한 기술의 완전성!! 그것을 부정하는 것을 고결하다 여겨온 제국은, 머지않아 자신들이 멸시한 기술에 의해 멸망하게 될 테지."
뫼비우스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제 오른팔에 더욱이 힘을 실어넣었다.
"그러니 그에 함께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운명을 저주하며 죽어라. 그 분이 구제로 재탄생한, 이 몸의 영광스러운 진화를 목도하면서!!"
마나를 주입하고, 더욱이 출력을 높여, 그 육체를 파편 속에 처넣은 채 갈아 넣을 기세로 밀어버리며.
-콰드득!!
그 무자비한 전진이.
어느 순간 철이 우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끊어지고, 그에 뒤따르듯 전시의 신경이 곤두세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영광스러운 진화는 개뿔."
머리를 움켜쥔 기계팔의 표면이, 그의 악력을 버텨내지 못하고 찢겨나가기 시작한다.
전진을 해야 할 팔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선 상태.
"주먹 힘 좀 쌔지니까, 하루하루 제 몸 열심히 가꾸는 놈들이 그렇게 우스워 보이냐? 지 몸땡이 키우는 것도 귀찮아서 약이나 기계에나 의존하는 주제에……."
한낱 인간의 몸으로.
제 앞에 있는 자는,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 육체로 자신의 전력을 다한 밀어내기를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이 빌어먹을 로이더 새끼가 누구 앞에서 훈수질이야!!"
'분위기가 달라졌다.'
방심 따윈 하지 않는다.
지금의 그는 무언가 수단을 썼다.
그 점을 경계한 뫼비우스가, 제 왼팔에 힘을 실어 넣어 그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쿠궁!
그 주먹을 고개를 비틀어 피해내고, 이후 셰인이 그의 눈앞에서 자신의 두 손가락을 가져갔다.
엄지와 검지를 한데 맞닿은 형태로.
-타앙!!
그 손가락이 튕긴 순간 울려 퍼진 경쾌한 소리와 함께, 뫼비우스의 왼쪽 눈이 찢겨져 피를 터트렸다.
"무, 무슨……!"
-쩌억!!!
그대로 휘둘러지는 손가락에 가슴팍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용의 목마저 도려낼 기세를 가진 칼날.
조금만 몸을 물리는 게 늦었다면, 그대로 몸이 양단되는 것도 각오해야 했으리라.
'역시 평범한 인간이라 해도 예사롭지 않다.'
한 번만 기습을 성공시켜도 이 쪽의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상대는 무투가이며, 그 유효 전투거리는 창보다도, 검보다도 짧은 지근거리다.
원거리에서 공격을 가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터.
설령 거리를 좁혀 오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이 쪽에게 반격권을 양보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원거리에서 견제사격을, 다시 거리를 좁혀오면 그 때 승부를 낸다.'
그러할 생각으로 기계팔에 마나를 불어넣고, 그 형태를 기관총으로 바꿔낸 그 순간.
-콰앙!
그가 가진 기계팔의 내부에서 일어난 격한 폭발.
그 충격에 총기가 마비되며 균열이 가해진 순간, 뫼비우스의 얼굴이 창백한 색으로 물들어졌다.
'뭐냐, 방금 그건…….'
그는 여전히 자리에 멈춰선 채로 자신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이전에 눈에 손상을 입혔을 때와 같은 자세.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손가락을 튕긴 것이 전부다.
그것만으로 무언가가 쏘아져 제 눈을 멀게 하고, 더욱 나아가 기관총의 총구로 무언가 들이닥쳐 내부를 헤집은 것이다.
'사전 동작이 없으니 마법은 아니야, 순수한 마나를 모아서 쐈다면……. 매직미사일?'
아니, 위력부터가 다르다.
육체를 벗어난 마나의 의지란 빠르게 소실되는 법.
그 물리력이 탄착지점에 위력을 온전히 전가하기 위해선, 총기와 마찬가지로 마하의 속도로 쏘아 보낼 필요가 있다.
"방금, 뭘 한 거지……?"
경계심을 느낀 뫼비우스가 남은 한쪽 눈으로 셰인을 응시하며 물었다.
그 역시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은 상태.
그럼에도 그는 제 몸에서 흐르는 출혈에 개의치 않고, 뫼비우스를 향해 피가 묻어난 손가락을 겨누어볼 뿐이었다.
"……무협지 보고 배운 기술."
기를 뭉치고, 손가락을 튕겨 쏘아 보낸다.
과거 취미삼아 읽었던 책에선 탄지신공(彈指神功)이라 불렀던 기술이지만, 그걸 마나를 통해 이룬다는 건 상식적으론 불가능한 것이다.
마나를 총알로 삼아 쏜다니.
신체에서 떨어지는 순간 의지가 소실되는 마나로 그만한 기행을 일으키고자 한다면, 그 마나를 음속에 준하는 속도로 쏘아 보낼 필요가 있다.
-파앙!!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그것을 실현시키고 있다.
남아 있는 한쪽 눈을 노릴 기세로 날아든 총탄이, 가까스로 뫼비우스의 옆을 지나치며 배후의 벽을 관통하였다.
깊숙이 파인 벽.
그만한 위력의 공격이, '마나의 장막'마저 무시하는 성질로 쏘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래, 지금의 그는 상식을 벗어난 일을 저지르고 있다.
같은 마나의 유저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팔에 존재하는 마나의 흐름이.
그 흐름이 발생시키는 '고리(써클)'에 이상증세가 있다는 걸.
"운 좋은 줄 알아 애송아."
'2써클.'
아니, 평범한 2써클이 아니다.
하나의 써클 만이 존재해야 할 그의 팔에, 지금 이 순간 2개의 써클이 생성되어 있었다.
통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현상.
셰인이 그 팔을 대수롭지 않은 투로 들어 올리며 그를 향해 말했다.
"원래 그 애한테 보여주려고 아끼고 있던 기술, 못 써먹을 거 같아서 그냥 너한테 쓰기로 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