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196화
'……할머니께서.'
그리고 리나 역시 셰인에게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상태.
인체에 해로울 만한 무엇인지, 그 점을 노려 대중적으로 쓰이는 독극물들의 사용처와 그 해결방안도 교육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러니 비소라는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을 터.
'그러고 보면, 제가 할머니를 발견했을 때 컵이 깨져있었어요. 저것과 같은 색으로 물들어져있던 컵이…….'
그래, 그녀도 깨달은 것이다.
제 조모가 오랜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컵에 발라진 도료가 뜨거운 물에 녹아내리고, 그에 첨가된 비소가 급성 중독을 일으켜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이, 빌어먹을…….'
진상을 파악했을 때 셰인은 차마 분노를 감추지 못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제국에서 납중독에 대해 대대적으로 거론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이었으니까.
납으로 이루어진 컵에 알콜이 첨가되고, 녹아내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그 날의 재판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지 벌써 7년이나 되었단 것이다.
그런 마당에 납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인물질을 일상품에 발라 넣고 유통시키다니.
'샬레 그린. 몇 년 전부터 변경지대의 떠돌이 상인들이 유통하기 시작한 도료야.'
하지만 그런 인식에서 벌어지는 일의 규모는, 셰인이 상상했던 것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에버그린 블러드메리.
정보의 수집에 능한 그녀가, 이 제국에 퍼진 녹색 도료와 관련된 자료가 산처럼 쌓인 것을 보여주었을 때에 그 사실을 실감하였다.
'당신이 염두에 두었던 증세를 보이며 사망한 사람들은 주로 샬레그린을 생산하는 공장의 노동자와 그 주변의 사람들과 그 도료를 취급하는 상인, 그리고 대량으로 사들여 주변을 꾸렸던 귀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야. 기사가 뜨진 않았지만, 성직자들 중에도 적게나마 사망자가 나왔지.'
'성직자들까지……?'
'녹색을 선호하는 건 성직자들도 마찬가지니까.'
녹색은 그 자체로 생명을 의미하는 색. 그 가치를 중시하는 성직자들 역시 그 색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마당에 종교적인 순수성을 해치지 않는, 순수한 녹색 화합물이 한 연금술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광물에서 채취한 물질을 가벼운 공정을 거쳐 만들기만 하면 되니, 성직자들의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리라.
'뭐, 당신은 태생이 제국인이 아니라 그다지 와닿진 않겠지만, 제국에 있어서 녹색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 편이거든. 그 중에서 색으로 밥을 먹고 사는 예술가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어이쿠, 세상에나~ 그 도료가 이미 예술가 길드를 통해 제도까지 유통되었네?'
변경의 한 지역에서부터 서서히 확산되던 샬레 그린의 소식이, 이윽고 중심지대를 통해 제국 전체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의문이 제기된 후, 그에 대한 조사 자료가 그녀를 통해 들여온 것은 몇 달이 지난 후.
그 날의 사교회 이후 1년이 넘었을 무렵의 일이었다.
'솔직히 나도 놀랐어. 샬레 그린이라면 이 쪽 영지에서도 축제 준비를 한다고 몇 개 가져온 게 있었거든. 어쩐지, 노동자들이 두통을 호소한 이유가 있었구나.'
그래, 지금 이 사태의 무서운 점은 독극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시장에 침투하고, 그 누구도 자각하지 못하는 독을 주변에 퍼트린다는 것이다.
두통과 복통, 신경증과 피부염, 호흡기의 화상과 독의 축적에 의한 뇌손상, 그리고 심부전…….
그 모든 것을 고작, 색에 대한 갈망만으로 감내하려 드는 건 미친 짓일 것이다.
'어딜 가려는 거야?'
'만든 새끼 죽여버리러.'
'하하, 죽인다니.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거짓말이 아니다.
지금의 이건 대륙 전체에 독극물을 살포하는 생화학 테러.
불살이고 평화주의고 간에, 어떻게든 막아야 할 일이었다.
'의사 양반. 일단 진정 좀 해.'
하지만 정작 에버그린은 그런 셰인의 이상에 동참하지 못했다.
제 존재를 드러내는 칭호를,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입에 담으면서까지 그를 만류할 뿐.
'지금 이 도료는 싼 값에 선명한 녹색을 유지할 수 있어서,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귀족들도 가지지 못해 안달이 난 물건이야. 그런 마당에 그 진상을 밝혀낸 게 이단의 방식에서 기인한 거라면,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부정당할 게 뻔하겠지.'
'그럼 이걸 그대로 보고만 있으라고?'
'내 말은 그런 폭력적인 방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거지.'
그리 말한 에버그린이 새로운 자료를 그에게 내세웠다.
샬레 그린이라는 상품에 대한 시장의 움직임을 세세히 적어둔 자료. 그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현재 골드리안 상회에서 그 도료를 대량으로 매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뭐?'
'아마 오라버니도 눈치 챈 거겠지. 양지에 한해선 정보의 습득력이 나보다도 더 높은 사람이고, 나보다도 먼저 조사했다면 변사체가 발견된 모든 현장에 이 도료를 썼다는 걸 파악했을 테니까.'
그래, 애초에 테올린은 셰인보다도 먼저 아리엣의 죽음에 의구심을 품고, 그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사를 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녹색을 갈망하는 풍조가 있는 이 제국에 있어, 순수한 색을 자아내는 도료의 유통을 방해하는 건 그 자체로 체제의 역이나 다름 없는 일이니.
'유행상품을 상대로 한 사재기는 어마어마한 자본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물론 주변에서 엄청난 반발이 돌아오긴 하겠지만, 업계의 상식선에선 어느 정도 납득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아니겠어?'
유행을 지울 수도, 유통을 막을 수도 없다면 차라리 그 상품 자체를 이 쪽에서 취급하며 규제하겠다.
독점에 의한 패악질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진상을 안다면 누구라도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 여길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제국에서 벌어진 문제가 샬레 그린 하나뿐이라면.
'하지만 문제는 어떤 품목을 대량으로 독점을 하는 것도 꽤나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거지. 그 허점을 노리고 제국에서 불법으로 여겨지는 물품들이 양지의 경로를 통해 유통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그래, 샬레 그린은 현재 제국에서 파격적인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상품.
그것을 사재기로 매입을 하면 상회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도 연대를 결성해 반발할 것이며, 그로 인한 마찰은 곧 시장 독점의 흐트러짐으로 이어진다.
즉, 감시망이 헤이해진 틈을 타 군수품을 포함한 암거래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1년 전 사교회의 습격사태 이후, 반란군들의 활동량이 미친 듯이 증가한 걸 생각하면 악재에 악재가 겹친 격이라 할 수 있었다.
'독극물의 유통을 통제하자니 군수물품들이 퍼지고, 그렇다고 반란군들의 지원을 견제하자니 평화를 누리는 사람들이 대규모 독살을 당할 위험이 있으니….'
영향력만은 제3공작을 넘어서는 가문조차도, 그 양측의 책임을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런 마당에 제 앞에 있는 '개인'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나서다니. 누가 보더라도 같잖게 여겨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아.'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하다못해 그걸 행동으로 표현해야만 한다고……. 그런 마음가짐만은 분명 옳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는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이 사태를 벌인 장본인을 홀로 찾으러 나선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 * *
"의도한 게 아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이 제국에 대량으로 독극물을 유통시킨 장본인을 마주한 현재, 셰인은 속에서부터 허탈함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저, 우연이었어요. 그냥, 학계에 제출할 만한 연구를 하려고, 비소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마당에, 연구비가 떨어져서…… 그래서 이제까지 있었던 연구의 부산물들을, 팔았던 것 뿐이에요. 그런데, 얼마 후에 그 상인이 다시 찾아와서……."
비소의 화합물은 대부분 녹색을 띠는 법.
연구에만 매진하던 학자는 그걸 개의치 않고 처분 겸 팔아넘겼지만, 그것을 싼값에 매입한 상인은 도료로써의 수요가 높다는 걸 알고 그에게 제대로 된 거래를 제안했던 것이다.
엄연히 독극물로써 여겨지는 물질을 이용한 도료를, 거액으로 시중에 판매하기 위해서.
"……비소가 독약에 사용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
"취,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직접 입에 넣지만 않으면 된다고만 여겼어요. 다른, 물질들처럼……."
그래, 애초에 이 시대의 화학자들이 아는 건 화학반응뿐이다.
그 반응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니, 그 화학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남은 건 이런저런 재료를 섞으면 독이 완성된다, 라는 추상적인 결과뿐.
그런 안이한 경계심은, 현 시대에 유일하다시피 화학에 정통한 연금술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바였다.
"그 도료를 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건……. 설마 이제까지 눈치 채지 못했던 거야?"
"……."
침묵하며 시선을 회피하는 파리스.
셰인이 그런 그를 앞둔 채 옆의 벽을 쾅! 소리가 나게 내리찍었다.
벽에 균열이 가해지고 파편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
그에 기겁한 파리스가 눈을 질끈 감으며 침묵하는 가운데, 셰인이 그의 멱살을 잡아 제 앞까지 끌어왔다.
"내가 이 도료의 존재를 알고, 당신에게 도달하기까지에 1년이 넘게 걸렸어."
그 1년 동안 이 제국에서도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다.
귀족들의 떼죽음, 체펠리 가문의 몰락, 그로 인한 변경가문들의 결속 와해와 불신…….
반란군들은 눈에 띠지 않는 곳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평화에 찌든 이들은 그에 대해 대비할 방책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마당에 독극물마저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판국이라니….
"여기까지 오는 길에 뭘 봤는지 알아? 옷이건, 그림이건 건물이건 간에 전부 다 녹색 천지야. 이 제국 어디를 가더라도 전부 다 당신이 만든 독극물이 퍼지려 하고 있다고!"
도료가 발라진 컵을 선물 받았던 아리엣은 물론이고, 사교회에서 겨우 생존한 엘렉트라의 경우 옷뿐만 아니라 머리까지도 샬레 그린으로 머리를 물들였었다.
서민은 물론 귀족들까지도 그를 각광하고 있는 상태.
일부 반대의 목소리조차도 유행에 대한 열광에 묻혀버리는 판국이다.
그것이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제 입으로 말할 수도 없는 처지란 말이다.
"당신은…… 이 제국에 역병을 퍼트린 거야."
아니, 질이 나쁘기론 흑사병보다도 더 심하다.
그야 흑사병은 재앙이라고 인식이 되지만, 이 제국을 물들이는 색은 모두가 희망이라 여기고 있으니까.
희망이라 여기는 곳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안락사…….
그것이 정녕 이 제국이 추구하는 이상향이란 말인가?
"그, 그래도……."
그 현실을 뒤늦게 알았음에도, 그 모든 것의 원인을 제공한 파리스는 차마 셰인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만족하고, 있으니, 된 거 아닌가요……?"
"……뭐?"
"당신도, 눈치 챈 걸,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는, 없잖아요.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고……."
"……."
"그, 그래요. 교단에서도, 귀족들도…. 우연히 만들었지만, 제가 만든 도료를 쓰며 좋아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데……!"
이 남자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자각이나 하고 있는 것일까?
독극물을 퍼트려놓고, 사람들이 만족하는 걸 좋아하고 있다고?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이 남자에게도 죄책감이라는 게 존재하고 있다.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추하게 울면서도,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나마 말을 이어가는 게 그 증거다.
그저 이 상황을 어찌 할 바를 모르니 되는 대로 주절거리는 것뿐.
"그래요, 이미 제가 말릴 수 있는 범주도 넘어섰는데. 그러면……."
현실도피, 자기만족.
그리고 순응…….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여기며, 지금 자신에게 돌아온 보상만을 즐기려는 심보.
이해는 되지만, 이 사태의 진상을 아는 셰인에겐 더 없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 그래, 사람들이 뒤져도 만족하며 죽어가면 그만이라는……."
"신성력이라면!!"
돌연히 울려 퍼지는 고함소리에, 그를 향해 내지르려던 주먹이 어느 순간 거두어지고 말았다.
"신성력이 있으면, 독도 회복할 수 있으니까, 그, 그럼……. 피해도, 생각한 것만큼, 커지지 않을 테고……."
"……."
말없이.
셰인은 그저 제 앞에 늘어져 있는 자를 응시하기만 하였다.
신성력.
이 제국이 200년 전 승리로 이끌었던 힘.
믿음을 빚어 만든 만병통치제이자 의학을 쇠퇴시키고, 이 시대의 사람들이 구원이라 믿는 힘.
그 힘이 존재하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몸을 해하는 물질조차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고 있었다.
그 존재가 자신들이 바라는 것이라면 더욱이.
도리어 그 갈망하는 존재를 거머쥐는 데에 기적이란 힘이 필요하니, 기적이 지닌 가치는 더욱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걸……."
하지만 기적이라는 것이.
기적이라는 것이 정녕 인간이 원할 때에 일으킬 수 있는 힘이었는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셰인은 알고 있다.
기적이라는 건 그저 헛된 기대로 끝날 일에, 우연이라는 매개를 빌어 과장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걸.
"고칠 수 있으니까, 당장 뒤지질 않으니 나라 곳곳에 독을 유통하는 걸 허락해도 된다는 게……."
그로부터 비롯된 생존은 그저 운일 뿐이고, 용기나 희망, 유대 같은 것도 결국엔 구실이 있으니 마련된 것뿐이다.
허상에서부터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걸, 모두가 바라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떠들어대는 거냐고……."
기적이란 본디 그 정도의 가치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셰인이 생각하는 신앙이란, 진통제의 올바른 사용법이다.
그 간단한 사실조차도 깨닫지 않으려 드는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들을 대체 어떻게 꾸짖어야 할지.
아니, 그런 게 정녕 자신에게 가능한 것인지.
-쿠당탕!
그런 막막함이 속에 응어리질 무렵, 문 밖에서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신이 이 호텔방에 난입한 후의 소란을 듣고, 누군가가 도시의 위병들을 불러온 듯 하였다.
제압하는 건 어렵지 않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인은, 그저 제 손에 쥔 이를 내팽개치며 창문에 발을 들일 뿐이었다.
"다, 당신……."
"당신들은……."
떠나가는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파리스.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차마 만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없는 남자를 돌아본 셰인이, 그를 마주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위로 흐르는 눈물을 삼키듯 입을 열면서.
"이 제국은……. 기적을 쓰기 좋은 소모품으로 취급한 나라의 말로가, 이제 곧 찾아올 시대라는 걸 알아야 해."
그런 한이 어린 목소리를 끝으로, 이내 그의 몸이 깨진 창문의 밑으로 떨어져 골목길에 추락하였다.
이후 소란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 파리스의 방에 들이닥쳤지만, 셰인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시내의 인파 속으로 숨어들었다.
사람이 가득한 거리.
그들 모두가 아무런 걱정도 없이, 늘 반복되는 일상을 누리듯 각자의 사정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분위기가 좀 더 들떠 있다는 점.
그건 가게에 전시된 옷과 장식에, 가구와 도구에, 그리고 벽과 지붕을 뒤덮은 녹빛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정겨운 풍경이 그에겐 더없이 두렵게 여겨졌다.
전장보다도 훨씬 가혹한 장소로.
멸망을 예지하지 못하고 서서히 죽어가는 사회란, 그렇게나 암울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