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209화
문맹률 80%…….
그것이 셰인이 생각하는 제국의 현 교육 수준이었다.
간단한 글자나 숫자 계산 정도야 종이의 보급이 원활하니 그렇다 쳐도, 가업을 잇거나 농사, 건축 등의 단순 노동에는 그 이상의 폭넓은 지식은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반대로 아이헨발트의 문맹률은 10% 수준.
슬럼가나 빈민가 출신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국민이 의무교육이란 정책 아래 평균적인 지식수준이 높이 끌어올려진 상태였다.
의사가 되기 전의 카일은 10%에 속했었지만 어쨌든.
"여러분, 주님께선 자신을 본뜬 인간을 창조한 후, 그를 향한 사랑을 지금 이 순간까지도 열렬히 이어오고 계십니다. 그 덕에 이 제국이 이 순간까지 평화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태초의 인간이 있기 전 이 세계에는 빛과 어둠이, 그리고 대지와 물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 셰인은 생각했다.
자신이 의사가 되기 전, 그저 슬럼가에서 깡패짓이나 하고 다녔을 때에도 저런 개소리를 진지하게 믿을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을 거라고.
"주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에 빛과 어둠을, 그 아래에 대지와 바다를 만들며 하늘에 경계를 두었으니! 그러한 세계는 저희가 살아 숨 쉬는 이 순간까지 계속 유지되었지만, 생명이 죽고 태어나길 반복하는 순리 속에도 물과 대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즉, 물과 대지는 영원한 불멸을 유지하는 존재이며, 이는 즉 이 세계의 역사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할 수 있지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상가의 한복판에서 이어지는 연설에 셰인이 제 표정을 구기고 말았다.
흙의 경우에는 그나마 화석이나 퇴적층이라도 남지만, 물이라는 건 애초에 그런 흔적이 남을 수가 없는 유기적인 물질이니까.
그런데 물이 답을 알고 있어?
세계의 기억을 보존해?
"자, 여기에 있는 이 두 화분을 보시지요."
어이없어 하는 셰인의 앞에서, 남자가 제 옆에 자리한 테이블로 손을 뻗은 채 마저 호객행위를 이어갔다.
"좋은 말을 들려준 물을 머금은 튤립은 아주 화려하게 자라났지만, 나쁜 말을 들려준 물로 자라난 튤립은 이렇게나 시들시들하지 않습니까?"
"허억! 정말이네! 좋은 말을 들려준 튤립이 더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어!"
호객에 몰려온 행인들 중 누군가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주 노골적인 경악.
자세히 본다면 연기라는 걸 알겠지만, 그 의심마저 주변의 웅성거림에 삼켜지기 일쑤였다.
"거 물 얼마요!?"
"저 물로 물감을 만들면 좋은 물건이 나오겠군!"
"마시기도 아까운데 저걸 물감으로 만든다고!?"
'사실 문맹률 80%도 높게 친 거 아니었을까?'
마음 같아선 바로 뒤집어버리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지켜보는 위병들도 그 활동엔 별 제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저런 과장과 왜곡이 합법인지, 아니면 저 말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할 만한 지식이 없어서인지.
아니, 어쩌면 빌어먹을 주님께서 인간보다 물을 먼저 만들었다는 점에 감명을 받은 걸지도 모르지.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그런 사기꾼 한 명에 표정을 구기는 것도 잠시.
시장터를 누비던 셰인의 눈에, 이전과 비슷한 부류의 개소리를 주절대는 이들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보석이 다른 돌과 달리 아름다운 빛을 가진 것은 이유는 그 자체로 신비한 힘이 깃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저희들은 이 힘을 정제하여 만들어낸 이것을 파워스톤이라고 부르죠!"
"여러분, 게르마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고명한 연금술사의 말에 따르면 이 게르마늄이란 광석에서부터 나오는 힘이 주변을 정화하는 힘이 있다고……."
'아주 그냥 방사능도 몸에 이롭다고 하지 그러냐.'
물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보석이란 그저 오랜 시간에 걸친 화학작용에 의해 변형이 일어난 결과일 뿐이다.
효과가 있다면 플라시보에 의한 심리적 안정일 뿐.
그로부터 얻는 이익은 종교를 믿었을 때 얻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종교에 의존하는 나라에 왜 이제 와서 유사과학이 판을 치는 건지…….
'설마 반란군들의 스파이가 선동을 하라 주절대는 건가?'
그런 음모론마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가운데, 문득 거리를 지나는 한 호객의 말이 셰인의 귀에 들어왔다.
"여러분, 사실 인간의 정신은 본래 저력의 10%만을 발휘하도록 힘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에라이 씨발."
어지간한 건 그냥 흘려 넘기려 했건만.
이내 발걸음마저 멈춘 셰인이 상인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북적거리는 시장의 한복판에 자리한 노점상인. 그가 상품으로 취급하는 건 한 장의 그림이 그려진 패널이었다.
"간혹 여러분들께선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겪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를 테면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 어미가 마차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거나, 칼을 든 강도를 마주했을 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그를 무찌르는 등……. 그렇습니다, 여러분.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저희 인간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존재하는 것이죠!"
의학적으로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생물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있으니까.
그런 힘을 해방하는 건 정말로 죽기 일보직전, 혹은 그에 준하는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
즉, 나머지 90%를 해방하는 게 아닌,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내는'마지막 발악'이나 다름없는 일이란 것이다.
'애초에 무의식적으로 절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거기에 적정선을 둔다는 거지.'
과한 운동은 도리어 근파열이나 골절 등을 유발하건만.
그런 힘을 성기사처럼 신성력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이 인위적으로 해방시킨다는 건, 제 수명을 단축시키는 거나 다름없는 미친 짓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저희 인간들에겐 누구에게나 잠재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잠재력을 억누르는 정신을 해방시킨다면 언제 어느 때에나 그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요! 바로 이 제품을 이용한다면!!"
그리 외치며 검은색과 하얀색이 회오리치는 그림판을 들어 올리는 상인.
멈춰있음에도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단순한 '착시현상'을 유발하는 물건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 또한 신기하게 여겨질 터.
"이봐요 아저씨."
그에 지갑을 여는 손님들을 보다 못한 셰인이 상인에게 제지를 가했다.
뚱한 얼굴을 마주한 상인의 입가에 그려진 간사한 미소.
상대가 어떻게 나오건 자신의 화려한 언변으로 설득할 수 있단 자신감이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좋을까, 셰인이 그를 향해 툭 내뱉었다.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힘을 억누른다고 하는데, 그건 즉 인간은 평소에 제 정신의 10%만을 발휘한다는 말씀입니까?"
"후후, 그거야 물론이고말고요. 주님께서도 인간을 창조하실 때……."
"아니 됐고,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제 질문 하나에만 답해주세요."
성경의 내용을 빌어 말의 설득력을 높이려고 하겠지만, 이미 성경의 내용을 모두 꿰고 있는 셰인에겐 그런 설득은 쥐뿔도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당하게 나선 이유는 하나.
상대의 개소리를 개소리로 논파하기 위해서였다.
"흔히 영혼이란 심장에 깃들고, 정신이란 머리에 깃든다고 하죠. 그건 성경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니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하하! 그야 물론 알고 있죠."
"그럼 머리의 90%가 없어도 당장 생활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는 거겠네요?"
"……네?"
"그렇잖아요. 저희가 정신의 10%만을 쓴다면 머리가 반쯤 함몰되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건데."
어깨를 으쓱이며 그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셰인.
그 물음에 상인이 우물쭈물하다, 제 손에 쥐어진 판넬과 주변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스멀스멀 나타나는 의심의 눈초리.
당황한 상인이 애매히 웃으며 셰인을 돌아보았다.
"어, 그건 말이죠……."
"알아서 생각하세요."
그렇게 툭 내뱉고 등을 돌리며 벗어나는 셰인.
그 후 배후가 시끄러웠지만 아무래도 좋게 여길 일이었다.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저런 사기꾼들이 아닌 다른 곳이었으니까.
* * *
"아~ 술 존나 땡기네."
공원의 벤치에 앉은 채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응어리를 토해내는 셰인.
지나가는 사람이 듣는다면 주정뱅이라 오해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사기꾼이 판을 치는데 답답하지 않은 게 이상할 것이다.
'로열나이츠의 권한을 쓴다면 뒤집어버릴 수야 있지만, 수지에 맞지 않는 게 문제지.'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엄연히 엄중한 절차를 따르는 일.
그런 마당에 거물 범죄자도 아니고 코 묻은 돈이나 뜯는 놈들을 잡는 데 황실을 호출하다니, 세금의 낭비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애초에 사기 치는 놈들이야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법이지. 그 수단이 너무 고전적이라 내 입장에서만 껄끄러운 거고.'
그만큼 이 시대 사람들의 지식수준이 낮다는 뜻일까?
물론 아카데미나 마탑과 같은 교육, 연구기관은 존재하지만, 그것도 결국엔 귀족이나 재력가들의 전유물인데다 폐쇄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다.
교리에 의해 여러모로 제약을 받기에 연구성과에 따른 발전도, 대중화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그 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제국의 문맹률은 내려가지 않겠지만, 당연하게도 제국은 지금의 체재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정치에 있어 우민화란 효과적인 전략.
학문을 대신해 종교를 선택한 나라이기에, 더욱이 그런 방침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아이러니한 일이야. 기껏 전쟁에서 승리하고 문화랑 기술을 싹 다 매장시킨 주제에, 이제 와서 그런 잔해들을 어중간하게 발굴한 사기꾼들이 되도 않는 걸 들먹이며 거리에 판을 치는 꼬라지라니.'
그리고 그런 지식수준이 합법적인 독극물의 유통을, 더욱 나아가 그에 대한 잘못을 자각하지 못하는 현 체제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반역행위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보았던 것도 어디까지나 '전조'에 불과할 뿐.
그 뒤를 이어 이 제국에 찾아올 것은, 감히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혼란일 게 분명하다.
외세와의 전투가 아닌'내전'이란 형태로.
어쩌면 200년 전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전쟁으로.
'그걸 나 혼자서 막아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무언가 거대한 반향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그 사실을 되새긴 셰인이 하늘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차차 공원에 전시된 것들을 응시해갔다.
잘 다듬어진 조각상, 다채로운 색상에 뒤덮여 있는 그림, 그 너머로 보이는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물…….
예술의 도시라는 이명답게도, 이 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눈을 사로잡는 예술품들은 쉽게 볼 수 있다.
"보기 좋네."
복잡한 설명 없이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술렁이는 것이 느껴진다.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제 가슴을 자극하듯…….
그래, 그건 흔히 '감동'이라고 부르는 감정이겠지.
벽외의 심층부에 들어서기 전, 그 섬을 떠났을 때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감동…….'
주변을 가득 채운 예술품을 매개로, 그 기억이 서서히 그날 섬에서 보았던 광경으로 이어져갔다.
하늘과 땅을 뒤덮었던 장대한 빛의 무리.
그와 같은 광경이 다시금 이 앞에 펼쳐진다면, 그 광경을 본 누군가 역시 자신이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상을 낼 지도 모른다.
저것이 이 시대에 이루어져야 할 이상적인 세계의 축소판이다. 라는 감상을…….
'그리고 그걸 이루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의 도움을 빌리는 거고.'
슈베르트 블러드메리.
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빌린다면, 어쩌면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신은 없지만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확보되었다면 거기에 거는 것이 당연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왜 이렇게 갈등을 하고 있는가.
'오빠는 예전부터 저런 식이었어.'
그건 그런 천재성 또한 누군가의 인생을 망쳐온, 그 자가 가진 '저주'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천재성이라는 것도 결국 한정된 부분에서의 두각을 보이는 거야. 그 외엔 일상생활에서도 지장이 클 정도로 결여된 점이 많은 상태지.'
그로부터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인들마저 고통받은 경험이 있는데, 그저 천재성만을 보며 그 장애를 남겨두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그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저 자기 좋을 대로 '장애'를 이용하는 것이?
'대의에 비하면 시시한 문제라고는 하지만……. 스승님께서도 누누이 말씀하셨지. 대의를 핑계로 눈앞의 환자에서 눈을 돌린다면 인명경시의 태도로 이어질 거라고.'
그래, 의사란 정치인이 아니니까.
만인이 아닌 제 앞의 환자를 먼저 구제할 것을 의무로 삼아야 하는 그들에게 있어, 그 정체성을 져버리지 않는 한 이에 대한 갈등은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다른 의사였다면….'
그렇게 습관적으로 제 조국의 의사들을 떠올렸지만, 이내 제 머리를 가로저으며 그 생각을 지워버리고 말았다.
다른 의사라니.
이 시대에 존재하는 의사는 자신이 유일한데, 이제 와서 그런 걸 고려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윤리, 가치관……. 의사로서 필요한 모든 것은 오롯이 그가 홀로 결정해야 할 일.
이후에 사건을 해결하건, 혹은 또 다른 사건을 마주하건, 그렇게 고독한 삶을 살아가리란 건 변치 않을 예정이다.
'외롭네, 정말로.'
그 미래를 예지하니 앞날이 어둑해지는 게 느껴지고, 그건 곧 고향에 두고 온 반려동물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졌다.
정확히는 그녀를 통해 마주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 내면에 잠들어있을 존재가.
-콰강!!
그 존재를 떠올리기 무섭게 폭음이 울려 퍼지고.
그와 함께 신경을 곤두세운 셰인의 시선이, 곧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무슨…….'
평화에 녹아들었다 한들 신경만은 언제나 곤두세운 상태.
그런 그의 눈이 향해진 곳에 나타난 건, 도시 곳곳에 세워진 탑 중 하나가 무너지는 광경이었다.
-콰르릉!
바로 달려들어 대처할 새도 없었다.
파편이 도로에 떨어지며, 그 길을 지나던 이들이 육중한 돌덩어리에 짓눌리며 시야에서 지워져 갔다.
도로 곳곳의 틈새를 타고 흐르는 유혈…….
-콰강, 콰아앙!!!
그를 응시한 사람들의 입이 차례차례 벌어지기 무섭게,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폭발이 비명 소리를 삼켜가기 시작했다.
건물이 무너지며 사람들이 퇴로를 찾아 부리나케 달리는 현장.
하지만 그마저도 연막 속에서 피는 섬광과 함께 쓰러져, 도시에 하나 둘 씩 쓰러져가기 시작하였다.
-투타타!
하는 소리를 동반하는.
셰인에겐 더없이 익숙히 여겨지는 소음이.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그들의 손에 쥐어진 '총기'를 마주한 순간 셰인이 이를 바득 갈며, 제 양손에 마나를 끌어모았다.
"이젠 하다하다 시골도 아니고 도시 한복판에서 개난리를 쳐!?"
제도를 제외하면 가장 큰 도시를 대상으로 벌인 테러다.
멀리서까지 폭음이 들려온 것을 보면 규모도, 은폐도, 심지어 동원된 인력도 그만큼 상당하다는 뜻일 터.
하지만 그런 갑작스러운 습격보다도 더욱 심각히 여겨지는 것이 있었으니.
"두려워 말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내리는 심판이오니."
복장과 무장을 통일한 반란군 무리.
그들의 사이에 세워진 십자가에서부터 새어 나오는 광채는, 이 순간 셰인의 손끝에 맺힌 것과 같은 부류의 힘이었다.
"주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두려워 말라! 이것이 오만에 사로잡힌 인간들에게 내려지는 마땅한 처벌이오니!!"
'신성력.'
신성력을 등에 진 테러집단이, 지금 이 순간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여 나가고 있다.
그것이 신앙의 위에 세워진 나라에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