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의무병의 환생-210화 (210/255)

의무병의 환생 210화

도시 곳곳에서 치솟는 폭연에 의해 서서히 뿌옇게 변해가는 하늘.

그 밑에 펼쳐져야 할 아름다운 도시가 무너지며 거리는 핏빛으로…….

그마저도 뒤덮는 잿더미가 시야를 어지럽혀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인츠바이 가문에선 이렇다 할 대처하나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 땅의 존재의의는 예술에 대한 조예를 기르고, 그에 따라 제국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

도시에 상주하는 병력이 다른 영지에 비해 많다 한들, 그것은 결코 지금과 같은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병력이라 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 하던가요?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 하나 갖추지 못했다 한들 일단은 공작령이니, 이곳이 무너졌을 때의 파급력은 실로 무시무시하겠지요."

그러한 설명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의 입에서 내뱉어지고 있다.

율리우스 아인츠바이.

도시에서 벌어진 전란을 눈에 새긴 공작령의 영주가, 제 방에 마주앉아있는 이를 쏘아보며 으름장을 내뱉었다.

"브루투스……. 지금,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정녕 자각이나 하고 있는 것이오?"

"이유를 설명하라기에 설명했을 뿐입니다만?"

미소를 지은 브루투스가 다리를 꼬아 앉으며 아인츠바이 공작을 마주하였다.

상인 특유의 가식저인 미소.

이제껏 거래를 하며 몇 번이고 보아왔지만, 오늘만큼 가증스럽다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역을 한다면 권위자를 무너트리는 게 좋을 것이고, 그 대상으로 아인츠바이가 가장 적합하다 여겼다……. 이 설명에서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이 있으신 겁니까?"

"지금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잖소!"

선전포고라니.

제국의 녹을 먹으며 산 자가 그런 말을 제정신으로 입에 담을 리가 없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그래,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아인츠바이 공작이 그러한 심장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의 오랜 친구를 보며 연이어 한탄을 내질렀다.

"왜 그대가, 어째서 이런 모략을……!

수십 년간 이 가문과 연을 맺은 조력자가 아니었던가?

예술가들로부터 각광받는 소재인 샬레 그린이 골드핸드 상회에 통제되었을 때에도, 브루투스는 불매운동을 벌이는 이들의 생활을 보존하는 데에도 힘을 써주었었다.

지난 1년간 그에 대해 느낀 감사는 오랜 연이 이루어낸 결실이라고, 그렇게나 공작은 그에 대한 감사를 몇 번이고 강조를 해왔었건만…….

"네, 공작님. 공작님께서 골드리안을 대신하여 저희 상회에 크게 의존해주었던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내 찻잔을 내려놓은 브루투스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아인츠바이 공작의 옆을 지나쳐 창밖으로 보이는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덕분에 이 날을 위한 병력과 무기를 숨기고, 폭탄을 설치하는 작업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으니까요."

내부에 숨어든 복병만으로도 대군이 전멸할 수 있는 법.

유동인구가 하루에만 수십만이 되는 도시조차도, 수천 남짓한 인원이 벌이는 테러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설령 무장한 군대가 곳곳에 존재한다 한들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빨리 무너질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군요. 모두가 입을 모아 최약이라고 말하는 곳이긴 하지만 이건……."

"브루투스!!"

분노를 감추지 못한 아인츠바이 공작이 벽에 걸린 칼을 빼들었다.

화려한 장식은 본래의 목적이 치장에 불과함을 가르쳐주나, 그런 검이라도 엄연히 날이 벼려진 칼이다.

마나를 불어넣는다면 사람의 몸 정도는 쉽게 도려낼 수 있을 터.

그럼에도 바로 칼을 휘두르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작님. 제 오랜 시간 동안 당신을 봐오며 느낀 것이지만……. 역시 당신은 공작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요. 당신이 정말로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정말로 저를 용서하지 못했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제 목을 쳤어야죠."

"…아직 이유를 듣지 못했기에 그런 것뿐이오."

침과 함께 참담함을 삼키고.

이내 아인츠바이 공작이 이제까지의 인연을 끊어내듯 이를 깨물며, 그를 향한 적대를 힘겨이 드러내었다.

"나에게 보였던 건……. 이제까지 다져온 우정과 신뢰는 거짓이었던 것이오?"

"그건 아닙니다. 변심을 한 건 시기적으로 본다면 1년 전 정도겠죠."

그래,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올린 연과 비교한다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

하지만 그 시간에 걸친 깨달음이 수십 년 지기 친구마저 내버릴 정도로, 그가 접했던 진실이란  충격적이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네, 진실을 보았다 할 수 있겠죠. 저희들이 살아오고 믿어온 모든 것이, 사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의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슨……."

"하지만 제가 설명해도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죠. 아니, 이해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짊어진 것이 적은 평민과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가문을 지탱하는 가주…….

그 차이를 실감한 브루투스가 제 품에 손을 넣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아야죠. 모든 것을 잿더미로 바꿔서라도……."

품에서부터 뽑혀져 나온 금빛으로 물들어진 리볼버.

그 위험성을 어렴풋이 짐작한 율리우스가 제 몸에 마나를 둘렀지만, 정작 브루투스의 총구가 겨누어진 곳은 자신이 아닌 제 관자놀이였다.

"브루투스. 안 돼!!"

"나 브루투스! 이 낙원의 진실을 알리는 혁명에 모든 걸 바친 것에 한 점의 후회 하나 없으리라!!"

-타앙!!

자부심에 찬 유언을 마지막으로 총을 격발시키는 브루투스.

그것을 끝으로 이 사단을 벌인 장본인의 몸은, 그저 사람의 거죽을 뒤집어 쓴 고깃덩이로 뒤바뀌게 되었다.

아인츠바이 공작은 그 시체를 허망한 눈으로 내려다볼 뿐.

그 죽음에 뒤따라오는 분노가, 그러한 현실부정에 잇따른 슬픔이 뒤엉켜 혼란을 자아내었지만, 정작 그가 당면한 현실은 그로 하여금 이 자리를 벗어나라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에선 사람이 죽고, 이 나라의 자랑스러운 유산들이 불살라 사라지고 있으니.

"공작 전하!"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가는 가는 중 누군가가 돌연히 방에 난입해 왔다.

아이작 아인츠바이.

자신의 친동생이자 더 유능하고 영리한 자.

그럼에도 후계자 싸움을 흔쾌히 마다하며 자신에게 가주의 자리를 넘겨주고, 그렇게 가문의 일원으로써 잇따른 또 다른 사명을 수행하고자 한 자.

"공작 전하, 어째서 브루투스 씨께서……."

"브루투스는 반란군과 결탁하여 지금의 폭동을 주도했다."

그 역시 이 사단에 혼란을 느끼는 듯했지만, 아인츠바이 공작은 마음의 술렁임을 가라앉히며 방 밖으로 발을 내딛을 뿐.

피 한 점 묻지 않은 칼날을 여전히 쥐고 있지만, 부드러웠던 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딱딱히 굳어져 있었다.

아이작이 그 뒤를 조급히 따르며 설명을 이어갔다.

"전하, 현재 영지에 주둔한 병력으로는 이 상황에 대한 수습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방어선을 구축하며 대피소를 만든다 해도, 제도에서의 조력이 올 때까진 버텨낼 순 없을 겁니다."

선발대조차 도착하기까지에 두 나절은 족히 걸릴 거리다.

그 시간 동안 반란군들이 날뛴다면 희생은 더욱 늘어날 터.

자칫 하면 공작령 자체가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더 걱정해야 할 건 공작가 자체가 붕괴하는 사단이다.

이 제국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가 뿌리째 뽑히다니. 그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현장의 지휘는 가주 대행으로서 제가 맡겠습니다. 그러니 전하께선 준비된 호위와 함께 성의 뒷문으로……."

"아니, 현장엔 내가 나선다."

이내 결심을 굳힌 아인츠바이 공작이, 제 손에 쥔 검을 틀어쥐며 성의 출구로 나아갈 준비를 취했다.

어느덧 성에 결집한, 이 공작령을 수호하는 '정예병력'들과 함께.

"공작 전하!"

"아이작. 지금은 준비된 전쟁이 아니다."

거듭되는 아이작의 만류에도 참담함을 억누르며 말하는 공작.

"아무것도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이 영지 전체가 전복될 만한 위험에 처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 이 땅의 주인인 나마저 벗어난다면……. 이 전란이 끝난 후 누가 이 가문을 신뢰하고 따른단 말이냐?"

단지 제 친동생에 대한 걱정만이 아니다.

가주로서의 책임이.

제국을 지탱하는 3개의 기둥 중 하나를 이룬다는 책임감이, 그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기에.

"그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제가 존재하는 겁니다. 형님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대신 짊어지기 위해……."

"아니, 대신 짊어지기 위해 네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아인츠바이 공작은.

아이작의 혈육인 율리우스는 제 동생의 설득을 거부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신을 입에 담아 말할 뿐.

"차마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때를 대비하여 네가 존재하는 것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전란을 수습하고자 하는 병력이 모이는 상황.

그런 이들의 앞에서 자신이 물러난다면, 그 자체로 사기의 하락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는 데엔 그것만으로도 뼈아픈 손해.

하지만 이 상황만을 모면한다면, 설령 자신이 잘못된다 할지라도 총명한 동생은 그 빈자리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으리라.

"아이작, 너의 걱정은 타당하다. 무훈을 쌓은 라인하르트, 죄인을 관리하고자 방비를 갖춘 키르슈타인……. 그들에 비하면 확실히 우리 공작가는 무(武)와는 거리가 먼 가문일 테니."

이윽고 동생의 곁에서 떨어진 그가 검을 치켜세우고, 성에 결집된 공작령의 수호자들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하나 아인츠바이 역시 이 제국을 지탱하고자 하는 사명을 수백 년간 이어온 가문이다! 이 제국이 줄곧 보존해온 역사가 자리한 이 땅을 버리고 도망치는 건,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재산과 자부심을 내려준 선조들을 모독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일 터!"

평화에 찌들어 무를 멀리했을지언정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은, 그 가르침은 죽음조차도 초월하는 법.

그 정신만은 완벽히 계승해 낸 공작이, 이내 제 동생을 돌아보려던 시선을 거두며 제 가신들에게로 발을 내딛었다.

"아이작. 사람이 떠난 자리에도 그 흔적은 남는 법이다. 그건 많은 예술가들을 보고, 그들을 양성해 온 네가 더 잘 아는 일이겠지."

"……."

"그들을 데리고 대피해라. 네가 이 제국에 대한 충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면."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배반한 친우와 달리.

그러한 믿음을 끝으로 성을 떠나는 율리우스의 등을 응시하던 아이작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가 떠나간 자리에서 등을 돌려 질주했다.

'괜찮을 거다. 쉽게 당하진 않을 거야. 아무리 이 가문이 전쟁을 대비하지 않았다 해도……. 엄연히 제국을 지탱하는 공작가니까.'

라인하르트 가문처럼 사병을 대대적으로 소집하지도, 키르슈타인 가문처럼 죄인들을 관리하고자 본래 감시를 철저히 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이 도시 역시 엄연히 공작가를 수호하는 호위들의 명맥을, 그리고 유능한 마법사들을 여럿 대동하고 있는 상태다.

목적은 허울뿐이라곤 해도 그들의 실력만은 진짜.

그들과 함께 나선다면 반란군들에게 쉽게 당하진 않을 것이다.

이 순간 아이작이 가질 수 있는 건, 오롯이 그런 근거에서 기인된 믿음뿐이었다.

하지만…….

* * *

-투타타타타!!

사방에서 쏘아지는 총탄과 함께, 전란의 중심에 들어선 마법사들의 몸이 무참히 으스러져 쓰러진다.

전방으로 펼쳤던 마나실드가 부질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그중에는 이 제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마법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가, 간달프 님……."

"간달프 님! 정신 차리세요!"

늙고 노쇠한 몸 곳곳에 터져나오는 핏줄기에 경악을 토로하는 병사들.

하지만 숨통은 물론이고 심장의 박동 역시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다.

사지가 경련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후경직일 뿐.

제국에 얼마 없는 6써클의 경지에 오른 마법사가 맞이한 최후란, 그렇게나 부질없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멍청한 노친네 같으니. 엄폐물도 안 끼고 캐스팅을 하면 총알이 알아서 빗겨가나?"

소총과 기관단총, 그리고 폭발물로 무장한 반란군들.

그들의 조롱을 듣던 위병들의 얼굴이 공포와 분노로 물들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들 중 섣불리 반란군들에게 달려드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쥔 무기는 갑옷을 뚫을 정도의 관통력에 더해, 몸을 두르는 강체술마저 흩뜨려 붕괴시키는 힘을 갖추고 있었으니.

그 존재와 원리조차 접해본 바가 없는 병사들의 입장에선, 가히 악마의 무기라 여겨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이, 천벌 받을 녀석들 같으니……."

그런 속내만이 읊조림이 되어 겨우 내뱉어질 뿐.

그를 들은 반란군들이 풋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들의 배후로 고개를 돌렸다.

"천벌이라고?"

"그래, 그 말대로 천벌이다!"

"다름 아닌 주님께서 어리석은 인간들을 벌하고자, 우리를 사자로써 내려 보낸 것이란 말이다!!"

그들의 배후에 자리한 십자가에서 새어 나오는 광채.

그 빛에 노출되어있는 반란군들의 몸에 난 상처들이, 아주 느릿한 속도로나마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신성력.

그 빛이 자신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이 도시를 전장으로 바꿔낸 이유였다.

"이 빛이 우리들에게 하사되었다는 건, 즉 제국의 타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님의 비호를 헛되이 사용하며 자신들의 사리사욕만을 채우니, 주님께서도 분노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너희를 벌하라 보낸 것이란 말이다!"

"우리가 바로 방주요, 타락한 인류를 정화할 해일일지니. 그러니 두려움에 떨어라, 어리석은 민중들이여. 이 제국이 쌓아올린 어리석은 역사를 증오하며 죽어가는 것이다!!"

신성력이란 마음의 실체화.

결코 불경한 자는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학살을 자행한다는 건, 그 자체로 이 제국의 근간을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 자리에 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자가 아닌, 신앙을 갖춰본 경험이 없는 인간이기에 더욱이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반란군들이 신성력을……."

어쩌면 이제껏 믿어온 모든 것이 잘못된 걸지도 모른다는.

그러한 불신이 반란군들이 등에 진 빛으로부터 서서히 개화되며, 이내 그들의 충성과 애국심을 지워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불신과 두려움뿐이지만 머지않아 깨달음으로 이어지리라.

배반의 불씨가 되어, 이 제국을 더욱이 활활 불태워버린 불씨로써.

"모두 쓸어버려!!"

그 불길을 키우고자 반란군들이 기세를 몰아가려는 순간.

-콰아앙!!

반란군들의 사이에 돌연히 난입한 무언가가, 그들의 몸을 찍어 눌러 바닥과 벽에 부닥쳐대었다.

"뭐……?"

총이라는 무기를 쥐고 있다 한들 육체는 엄연히 평범한 인간의 것.

쇳덩이에 짓눌린 채 꺽꺽대는 동료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그들의 광기에 제동을 걸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절그럭.

그러한 철구와 이어진 사슬이 누군가의 손에 쥐어진 채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그 끝을 따라 서서히 움직이는 반란군들의 시선.

이내 그 끝에 자리한 것은 말뚝이 박힌 십자가가 매어진 목걸이를 건, 한 성직자의 모습이었다.

"어, 어째서……?"

하지만 성직자라기엔 너무나도 이질적인 모습이다.

그 몸에 묻어나 있는 혈흔은 고결한 신자라면 반드시 멀리해야 할 것이었으니.

"어째서, 심문관들이…… 왜 이 도시에……?"

-찰그랑.

도시 곳곳에.

거악을 벌하고자 찾아온 심판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