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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의 환생-211화 (211/255)

의무병의 환생 211화

'그 천성은 선악을 알게 된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더럽혀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

'그럼에도 고결한 존재이길 희망한다면 죄를 멀리하라. 그를 유발할 모든 것을 그대의 삶에서 지워내어라.'

그 구절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성직자들에게 있어, 폭력이란 그 어떤 상황에서건 멀리해야 하는 법.

그러힉에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곤, 그들은 제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언데드와 같은 부정한 존재를 마주했을 때.

성기사들이 전장에서의 투쟁심을 신앙으로 승화시킬 때.

그리고 심문관의 자격을 부여받은 이들이, 현 나라에 받아들여져선 안 될 이들을 징벌할 때를 제외한다면.

"두려워 마라."

그렇기에 그들은 언제나 말한다.

지금의 말을 듣는 이가 떳떳하다면, 결코 자신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두려워 마라. 내 그대들과 함께하오니."

그 몸에 피가 묻을지언정, 그 피는 오롯이 부정한 존재의 것만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니.

"놀라지 말라, 그분은 우리의 주인이 되는 분이오니."

"그러니 그분의 명을 받아, 내 그대들의 앞에 서며 그대들을 굳세게 하리라."

"내 그대들을 돕고자, 이 의로운 손으로 그대들을 붙들리라."

그 손에 쥔 흉측한 흉기들은 괴물들의 뼈를 깎아내 만들었을지언정, 결코 인간이 된 자에겐 겨누어지지 않으리라.

"그대들에게 노하는 자에겐 수치와 욕을."

"그대들과 다투는 이들은, 그 무엇도 아닌 존재로 전락할지어니."

전란 속을 누비며 기도문을 읊는 가면의 신도들.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무기라기엔 지나치게 거대하고 흉측한 것이었다.

망치를 넘어 마차의 바퀴만 한 철구와 가시가 달린 기둥을.

관과 십자가를. 그리고 장검도, 대검조차도 아닌 단두대에서 떼어놓은 칼날을 땅에 끌며.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그렇게 업화 속에선,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갈지어니."

그를 응시하는 이들이 주눅이 드는 가운데, 선두에 선 이가 제 손에 쥔 성경책을 덮으며 가면 아래의 눈을 번뜩였다.

"시련을 각오한 이들이여."

이윽고 그 선언과 함께 육중한 무기를 들어 올린 순간.

그 중심에 선 한 심문관의 입에서 기도의 끝이 내뱉어졌다.

"정벌을 시작하라."

-쿠과강!!!

선언이 내뱉어지기 무섭게 붕괴되는 건물의 외벽.

그 틈을 가로지르며 쇄도하는 거대한 칼날이, 이윽고 벽을 빠져나오며 경로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나쳐갔다.

파공성을 자아낼 정도로 공기를 밀어내고, 그 앞의 벽과 육체마저 부질없이 찢어내며.

"무, 무슨……."

"이 괴물 새끼들이!!"

이를 바득 가는 반란군들이 달려드는 성직자들을 향해 총을 쏴갈겼다.

맹렬한 총성과 빗발치는 섬광.

그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는 심문관 중 하나가, 제 등에 쥔 거대한 십자가를 대차게 휘둘렀다.

-쿠당탕!

쳐내어진 이의 몸이 거리에 나자빠진 직후, 그 위로 무너진 지붕의 잔해가 추락하여 몸을 짓뭉갠다.

무자하게 휘둘러진 철구가 일대의 건물을 강타한 순간.

언뜻 무자비해 보이는 폭동이지만, 그 표적은 정확하게 반란군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쿠광!

파편에 몸이 매몰되는 와중에도, 그 사이를 벗어나는 데에 성공한 반란군의 몸에 정확히 철구가 처박힌다.

그로부터 비롯된 유혈의 파도가 퍼져나가는 가운데, 위에서부터 드리워지는 것은 한 줄기의 그림자.

-쿠웅!

철구의 위에 정확히 착지한 심문관이, 제 등에 지고 있는 수레바퀴와 이어진 사슬을 힘차게 휘둘렀다.

-끼기기긱!

내부의 장치가 가동되며 끝자락에 붙기 시작하는 불길.

그로부터 수레바퀴는 화마가 되어 거리를 질주하고, 자신이 지나친 자리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부수며 불길로 집어삼켜 갔다.

터무니없는 힘과 무자비한 파괴의 연속.

그에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본 반란군들이 이를 바득 갈며 총을 들어올렸다.

"이익, 당장 쏴!!"

"망할, 총알이 안 통해!"

응사를 가함에도 대부분의 총탄이 입고 있는 옷에서부터 튕겨져 나가고 있다.

심문관들이 걸치고 있는 성법의. 신성력에 반응하여 단단히 굳혀지는 옷은, 그 자체로 막강한 방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제 몸들을 찢어발기고 짓누르며 흐르는 피를 몸에 묻히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살생을 반복하는 모습.

그 흉측함은 가히 지옥에서 재림한 악마를 연상케 할 정도였으니…….

"겁먹을 거 없어! 저 녀석들도 결국엔 약쟁이들일 뿐이야!"

"약물 투입해!!"

그에 두려워하며 물러설 법도 하건만, 반란군들은 숨겨두었던 약물을 몸에 주사하며 심문관들에게 오히려 역으로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래, 예전만 해도 두려워 마지않을 존재였지만, 지금의 반란군들은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부류의 존재임을 알고 있다.

터무니없는 힘은 약물이나 신체개조로, 그 도구 역시도 기계장치와 화약의 힘에 의존하며 발휘하는 것이니.

그들을 수호하는 것 또한 결코 신이라 부를 존재가 아니며, 그들이 다루는 도구 역시 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결함을 증명하듯 신도복을 입고, 십자가를 앞두며 기도를 하는 허울에 집착하는 집단.

그런 녀석들에게 꺾일 정도로, 자신들의 대의는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결국엔 같은 수단으로 겨룰 뿐인 존재들이라고.

"끄아아아악!!"

그런 다그침마저 비명소리와 함께 잦아들고, 일부 반란군들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향해졌다.

그곳에 자리한 것은 벽에 처박힌 채로 발발 몸을 떨고 있는 동료의 모습.

몸의 중심에 거세게 처박힌 흉기가 살을 갈아내며, 주변에 살점과 핏줄기를 퍼트리고 있다.

-위이이잉!!

휘두르지 않음에도 피가 터져 나오는 이질적인 현상.

정확히는 날을 체인으로 대체하고, 그 회전을 엔진이라는 기계장치가 발하는 마력으로 움직이는 물건이다.

"피……."

무기보다는 공구에 가까운 물건.

그것으로 반란군을 잔혹하게 도륙낸 수녀가, 피칠갑이 된 얼굴로 남아 있는 반란군들을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피가, 모자라아…… 더 많은 피를……."

-위이이이잉!!!

손잡이를 당기기 무섭게 더욱 맹렬히 울려 퍼지는 굉음.

그로부터 살벌함을 느끼는 반란군들이 총구를 겨누었음에도, 수녀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당장 쏴갈겨!!"

-투타타타!!

맹렬히 쇄도하는 총탄세례.

그 공격을 몸으로 받아치는 수녀의 몸에서 핏줄기가 터져 나왔다.

"숙청…. 더 많은 죄인을 숙청해야……!"

신성력에 반응해 굳어지는 성법의로도 차마 막아낼 수 없는 난사.

하지만 그 공세 끝에 여인은 그들의 부대 속에 난입했고, 그 손에 쥐어진 톱날이 휘둘러지며 피가 용솟음쳤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고, 그 섬뜩한 웃음이 그들에게 공포로써 다가온다.

멀리서 그 상황을 돌아본 한 심문관이, 그들의 사이에서 가장 직위가 높은 신도에게 다가서며 언질을 주었다.

"빅토르 주교님, 알리사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신경 쓸 거 없다."

그 손에 쥐어진 도끼가 날을 번뜩였다.

"저 칼날을 우리에게 겨누지 않는다면."

제 동료의 실성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 또한 저들을 굴복시킬 무기가 되어주는 법이니."

그렇게 그들은 제 광기마저 무기로 삼아, 제 앞에 보이는 이단들을 처형할 준비를 취한다.

심문관이란 그런 존재였다.

이 시대에 결코 받아들여져선 안 될 금기를 이해하려 들면서도, 신앙을 앞서 주장하며 생기는 갈등에 매 순간 사투를 벌이는 존재들.

그러한 과정은 인지의 부조화를 가속화시키고, 그러한 현상은 서서히 정신을 좀먹으며 감정을 죽이고 이성을 마비시켜 간다.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단을 향한 증오, 그리고 뒤틀린 정의관에 의한 광기.

그것은 일종의 진통제가 되어 육체에 대한 고통은 물론, 죽음으로도 결코 꺼트릴 수 없는 불사의 의지를 선사한다.

"크, 흐으……. 아아, 악!"

"뭐, 뭐야 이 녀석! 분명 심장에 총알을 박아 넣었는데, 어떻게……!"

"죽어, 죽어라…. 이 빌어먹을, 이단 녀석들……!!!"

죽음이 예견된 순간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피를 쏟아내고, 온 몸이 으스러지며 심장마저 멈춘다 해도.

신앙을 빚어 만든 힘으로 그 육체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그렇게 제 앞에 있는 '악'을 처단하고자 하는 것이 심문관이란 존재이니.

-콰아앙!!

그 끝에 싸울 수 없게 된다면, 그 한 몸을 잿더미로 불살라 적들과 동귀어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몸에 매달아 놓은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자폭을 택하는 모습에, 그를 맞닥트린 반란군들의 얼굴에 차차 절망감이 어려가기 시작했다.

"미, 미쳤어."

"미쳤다고, 이 녀석들……."

그러한 두려움으로 진군이 멈춘 순간, 그제야 그들의 눈엔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저 총구가 겨눈 적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철과 폭약의 충돌.

그로부터 만들어진 시체와 피로 가득한 현장.

"일단 도망쳐!"

그 중심에 자신 역시 포함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윽고 그들로 하여금 자리를 벗어나길 강요시켰다.

하지만 그런 도주마저도 이단을 벌하는 이들에겐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니.

-푸칵!

멀리서부터 날아든 한 줄기의 섬광.

그에 급소가 꿰뚫린 동조가 나자빠져 골골대는 가운데, 그 옆을 지키던 반란군들이 입밖으로 비명을 질러대었다.

"하다하다 저격수까지……."

전쟁 같은 건 전혀 대비하지 않았던, 앞으로도 오래토록 평화만이 존재하리라고 믿었던 나라다.

그런 곳이 이제까지 깨끗한 척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단을 필두로 한 반역자들보다도 더한 개짓거리를 벌일 수 있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이 빌어먹을 제국녀석들…. 이제까지 그렇게 깨끗한 척 한 주제에, 결국 너희들도 우리랑 다를 바가 없잖아!!"

그 깨달음이 이윽고 절규가 되어 불타오르는 도시의 한복판에 울려 퍼졌다.

저 멀리.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탑의 꼭대기에 전해질 정도로 큰 목소리가.

* * *

-타앙!!

그 소음마저 화약이 기폭 되는 소리에 삼켜지고, 거리에는 또 한 구의 시체가 생성되었다.

한 발에 한 사람.

하물며 저격총의 특성상 돌파력이 강하여, 어중간한 강체술로는 막아낼 수도 없다.

-티잉~!

그러한 사격도 노리쇠를 당겨 탄피를 빼내기만 하면 다시 할 수 있으니.

그럼에도 손에 피 한 방울 묻지 않는 이 순간만큼 괴리가 짙은 때가 또 언제 있을까?

'총을, 선택하시는 겁니까?'

그래, 메어리의 손에 쥔 무기는 그런 것이었다.

자신이 살생을 범했다는 자각을 일으키면서도, 그 감각마저 무척이나 희미하게 만드는 무기.

'저는 다른 분들처럼 제대로 된 힘을 기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총이라면 특정한 시술이나 기술이 없어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겠죠.'

'빨리 실전에 투입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그런 이유만으로 그 무기를 선택한 건 아니겠지요?'

'…….'

당시 배신자의 추적에 합류하고자 하는 자신을, 토머스는 그다지 탐탁찮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다.

심문관이란 이단을 정벌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존재.

이단이라 한들 인간을 처형한다는 과업을 받아들이기로 한 존재이며, 그렇기에 그들은 살생의 현장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그 손에 피를 묻힐 것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를 해야만 한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총을 다룬다는 건, 몸에 피를 묻히는 것을 거부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인 법.

'지금은 넘어가겠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명심하도록 하세요. 그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이 그 무기를 이용해 저지른 일은 분명 존재했다는 사실을요.'

그래, 직접적으로 피를 묻히지 않을 뿐.

이 총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살해했다는 인과는, 다름 아닌 방아쇠를 당긴 본인이 잘 아는 일이다.

'그런 깨달음은 지금의 제 말이 아닌 실전으로 다가오는 순간 이루어질 것이고, 그 때가 찾아온다면 당신은 분명 시련에 들게 되겠지요.'

-타앙!!

추기경의 말을 회고하는 메어리가 다시금 방아쇠를 당겨, 거리를 누비는 반란군들을 하나둘씩 쏘아 죽여 대었다.

속속 쓰러지는 그들의 모습을 위병들은 멍하니 쳐다볼 뿐.

몇몇 이들은 엄폐물에 몸을 숨기며 제 머리를 움켜쥐기에 급급했다.

우습지 않은가.

그저 기계장치가 뭉쳐져 만들어진 무기를, 마치 신의 천벌이라도 되는 것 마냥 저렇게 두려워하다니.

하지만 그 모습을 스코프를 통해 확인하는 것만으로, 새로이 장전이 끝난 총의 총구를 시계탑 밖으로 빼내는 행위에 망설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째서인가.

적이 엄폐물을 뒤에 지지 않는다면 한 발만으로도 그들을 사살할 수 있거늘, 그에 대한 자각이 쌓여갈수록 제 정신이 어지러워져가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 분명 죄의식이라 불리는 감정이다.

'죄를 범했다 하더라도 결국엔 너와 같은 사람들이다.'

'너는 더럽혀졌어. 결코 천당에 가지 못할 거다.'

'그 마음이 계속 유지된다면 모를까, 하지만 괜찮을까? 이 세계의 진실을 서서히 알아차리는 네가?'

마음속의 술렁거림이, 스코프를 통해 보았던 반란군들의 모습이 투영되며 그녀의 주변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다.

정신이 또렷함에도 악몽과도 같은 현장.

그에 구역질이 치밀고, 현기증이 일어날 정도로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감각이 덮쳐왔지만…….

'그 아이도…….'

그런 두려움 따위.

이제까지 질리도록 상상하고, 겪어오고, 또 극복해 온 것이다.

그녀가 이 총을 자신의 무기로 선택한 건, 결코 지금과 같은 살생을 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아이도 이런 심정이었겠지.'

신조차 구제하지 못한 소녀가 있었다.

그럼에도 교단의 사람들은 그 소녀를 구제하고자 하였고, 그렇게 목숨까지 내던지며 살아남은 소녀에게 더한 절망을 선사하였다.

고결한 마음의 말로는 소녀의 동경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그렇게 남게 된 빈자리엔 이윽고 어긋난 정의관이 채워졌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빛을 거머쥐었다.'

정상적인 방법이라 할 순 없지만, 그런 방식으로나마 고결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방식 역시 외도가 아닌,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자가 있었다.

'그래, 나는…….'

그런 이들이 발한 빛에 매료되었기에.

그녀는 한 번 흔들렸던 신앙을 다시 바로잡으며 이 자리에까지 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잘못되지 않았어.'

그러한 자기암시를 반복하는 그녀의 손끝에 서서히 떨림이 잦아들고, 이내 그 빈자리에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빛이란 자신이 가진 마음의 형체화, 자신이 가는 길이 올바르다는 증거.

그 빛을 되새긴 메어리가 다시금 총구를 시계탑 밖으로 겨눌 준비를 취하였다.

아니, 그러려는 순간.

"이거, 시계탑이 시끄럽기에 누가 있나 했더니……."

-후웅!

배후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바로 몸을 꺾는 메어리.

제 손에 쥔 저격총의 총구가, 곧 제 배후에 돌연히 나타난 자에게로 겨누어졌다.

시계탑의 밑엔 다른 심문관들이 상주하고 있었을 터이거늘.

"아아, 너무 경계하지 말아주시죠. 저 역시 당신의 동료니까요."

그럼에도 몸에 피를 묻히고 있는 남자가 멋쩍게 웃으며, 제 손을 메어리의 앞에서 슬며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자, 여기 보시지요. 여기……. 빛이 보이잖습니까?"

그가 제 앞에 뻗은 손바닥에 어린 빛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신성력이라고 부르는 힘.

그 힘을 다룬다는 건 그 자의 마음이 올곧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메어리는 그를 향한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벨나르 주교."

직접 마주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어디까지나 그의 인상착의를 전해 들었을 뿐.

"저를 알고 계신 겁니까? 이런, 죄송하지만 저는 당신을 모르는……."

"당신이군요. 파이몬 주교님을 살해한 사람이."

주교 파이몬.

심문관을 지망하는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사람.

그리고 같은 자를 동경하며 유대를 다져왔던 사람.

그런 자를 살해한 것이 정말로 제 앞에 있는 자인가?

"전(前)주교라고 해주시죠. 지금은 교단원을 그만둔 상태니까요."

그 물음을 그는 부정함에도 부정하지 않았다.

주교라는 직위를 부정함에도, 주교를 살해했다는 말을.

마치 그 일을 벌인 것이 숨 쉬듯 당연했다는 것 마냥.

"신입 심문관에게 제 소개를 해드리죠."

구릿빛의 피부를 가진 민머리의 남자.

입고 있는 것은 종교적인 색이 짙었으나, 그 형태는 결코 교단의 것이라고 할 수 없었다.

저 거리를 누비는 반란군들이 걸친 것과 흡사한…….

"저의 이름은 벨나르 벨레로프. 제국의 전복을 꿈꾸는 혁명 연합 연합군의 간부이자, 현 '푸른 화살'의 수장이 된 몸입니다."

그래.

제 앞이 있는 자가 바로 이 테러를 벌인 주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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