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226화
[외전-테라스 내전(8)]
구급법에 의한 생존율이 크게 늘었다 한들, 그건 어디까지나 당장 죽거나 재기불능이 된 상태를 임시로 연장하는 것뿐.
상태를 안정권까지 끌어올리려면 신성력의 도움은 여전히 필요하며, 이는 지금의 전쟁 역시 성직자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현 전선에선 그들의 증원을 마냥 반갑게만 느낄 순 없었으니…….
"헤럴드 주교. 내 자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 이 전선은 현 제국과 반란군간의 전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로 꼽히는 곳이오. 이곳이 밀린다면 이후에는 제도에도 위험이 미칠지도 모르거늘……."
블레이즈를 제외한 장소에선 결코 총기의 유통을 허락해선 안 되는 법.
하지만 이미 완성된 방어선인 블레이즈와 달리, 지금의 전선은 피난민들 중 지원자를 차출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별다른 훈련을 거치지 않고도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총기의 도움이 절실한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곳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이해를……."
"이단의 힘을 빌려 이루어낸 승리에 무슨 의미가 있단 것이오!!"
하지만 교단의 사람에게 있어선 이 전선 역시도 제국의 땅에 해당하는 곳.
그 승리는 오롯이 이제까지의 방식으로만 이뤄야 하는 것이며, 그에 반하는 일은 엄연히 규제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 오는 이들이야말로 당신이 범한 금기를 반복하다, 끝내 타락의 길에 들어선 자들이오. 그런데 그들을 상대하고자 그들과 같은 길을 거닐다니……. 그렇게 승리를 거둔다 한들 결국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라는 걸 왜 알지 못하는 것이오!!"
이전까지 전란에 휩쓸렸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어처구니없게 여길 말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명예도, 숭고함도 없이 개처럼 죽어나가는 현장이거늘.
눈앞에 있는 자는 그러한 현장이 얼마나 참혹한지는 알고 이렇게 떠들어대는 것일까?
"참으세요, 미겔 씨."
그 폭언을 듣다못해 호위로써 참가한 미겔이 검을 뽑으려 하자, 리나가 다급히 그 손을 잡아 제지를 가하였다.
그녀 역시 보급관이란 중책을 가지고 이 회의에 참여한 상태지만, 정작 그 정체성은 상인보다는 의사에 가까운 상태.
그런 그녀의 입장에서도 지금 저 성직자의 말은 어처구니없게 여겨졌지만, 그럼에도 그의 말을 담담히 받아들이고자 하고 있었다.
"아무리 구급법의 도입으로 생존율이 올랐다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전장에서 교단의 지원이 절실한 건 변함없는 상태예요."
그래, 제 스승이 이 자리에 있었다 해도 지금의 자신과 별반 다름없는 행동을 취했을 것이다.
신자란 논리와 응변이 아닌 책에 적힌 내용을 절대적으로 맹신하며, 감히 인간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신앙심을 키워간 존재니까.
그런 식으로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을 걸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신성력인 것을, 그로부터 비롯된 힘이 절실한 마당에 교단의 대표를 적으로 돌려선 안 될 터이다.
"참으라니 참겠습니다만, 그래도 하나만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로부터 비롯된 마찰은 총을 사용하길 결정했을 때부터 예견했던 바.
하지만 대의와 개인의 감정은 언제 어느 때에나 별개로 취급해야 할 문제이며,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 해도 불만을 모두 지워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저는 교단사람들과 상종하고 싶지 않아요. 교단에선 저의 주군과 공녀님을 상대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리를 범해왔으니까요."
교단과 라인하르트 공작의 사이가 틀어진 후, 그들은 인간의 생명에 직결된 수단을 담보로 라인하르트에 많은 압박을 걸어왔었다.
어찌 도움을 구한다 해도 통상보다 높은 헌금을 요구하며, 막상 치료에 들어서면 '불경한 자에게 주님은 은혜를 내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번복하며 치료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분하였으니.
하지만 더욱 화가 나는 건 그런 방침이 생색이 아닌 진심에서 비롯되었단 것이다.
진심으로.
교단과 척을 지기로 한 가문을 불경한 존재로 여기고 있기에.
"내 이 일에 대해선 교단과 황실에 보고할 테니 그리 아시오!"
"자,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헤럴드 주교!! 이대로 물러나면 이후에 생길 부상자들은 어찌 하라는 겁니까!"
"이미 죄를 범한 자들을 치료하는 데에 주님께서 힘을 내려줄 리가 없잖소!"
설령 제 앞에 부상당한 자가 있다 한들, 금기를 범한 이들을 치료하는 건 그 자체로 신앙에 해가 되는 일.
그 점을 강조하며 텐트를 벗어난 헤럴드 주교의 눈에, 곧 텐트 내의 소란을 듣고 몰려든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어찌 무장을 갖추고, 참모의 지시를 따라 주둔지의 전선을 가다듬고 있는 병사들이.
"그대들에겐 천벌이 내려질 것이오!"
그 사력을 다하는 모습조차도 가증스럽게 보인 듯, 헤럴드가 그들을 쏘아보며 격노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어리석고 아둔한 자들 같으니! 우리의 선조는 그 누구보다도 태초의 땅과도 같은 낙원을 동경하며 이 나라를 지키고 다듬어왔거늘, 그 의지를 이은 그대들은 어찌 그에 대한 감사하나 느끼지 못하고 죄를 범하는 것이오!? 어찌 제국의 녹을 먹는 자가 이 땅을 위협하는 이들과 같은 길을 거니냔 말이오!!"
설교를 방자한 폭언에 한 병사가 붕대에 감싸인 팔을 틀어쥐고, 그 옆에 사라진 전우를 떠올리는 병사가 제 머리를 움켜쥐며 눈물을 삼켜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안쓰럽게 여겨야 할 헤럴드 주교의 눈엔 표독스러움만이 가득할 뿐.
"존, 이건……."
"그래,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야."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작전 참모, 존이 특유의 눈웃음마저 지우며 표정을 굳혀갔다.
병사들의 사이에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는 불안…….
아니, 그건 불안보단 불만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패잔병이나 피난민들.
하나 같이 적들의 위험을 직시하고, 제 아군과 동지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남아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애국심과 명예를, 그리고 가족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건만…….
정작 자신들이 지키고자 하는 이는, 그러한 노력마저 대의를 위한 희생이 아닌 타락이라 표현하고 있었다.
하물며 지금 이 전쟁의 시발점은 이 제국의 지지기반인 '빛'을 연기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났기에 그런 것.
그런 의심이 이 진영에도 존재하는 마당에, 지금의 망발을 망발이란 자각도 없이 내뱉는 자를 보며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철컥.
어느덧 들려오는 총의 장전음.
그 소리를 현장에 있는 모두가 들었지만, 그럼에도 누구도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러 나서지 않았다.
도리어 의도적으로 고개를 돌릴 뿐.
방관조차도 공범이라고 하나, 그건 즉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암묵적으로 이후 벌어질 일을 수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생이 다한다 한들 당신들을 위해 기도를 해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오. 그 누구도 천당으로의 인도를 받지 못한 채 지옥 속에서 비참히 고통을 받을 것이란 말이오!!"
그럼에도 그 타깃이 될 자는 여전히 폭언만을 반복할 뿐.
그것이 총이란 병기의 위험성을 모르는 순수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험한 일을 겪어본 적이 없는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느 쪽이건 이대로 있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참모총장. 밖이 소란스러운데 무슨 일인가?"
그에 갈등을 하며 난입할 준비를 취하기 직전 목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존의 시선이 차차 제 배후로 향해지게 되었다.
그곳에 자리한 것은 헤럴드 주교와 같은 성직자이자, 주교의 자리에 올라있는 자.
그리고 블레이즈에서부터 함께 온 소대에 합류한, 신성지원부대의 총 책임자가 되는 자였다.
"핀들레이 주교님, 이시군요."
주교 핀들레이.
그의 손에 묻어나 있는 피는 아마도 환자를 치료하며 난 것이리라.
신성력만을 이용해 치료한다면 몸에 피를 묻힐 일은 없겠지만, 지금에 와서 블레이즈 출신자 중 그 광경을 이상하게 보는 자는 없었다.
그 소년병이 오간 후로 영지의 치료체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
"환자의 치료는 어찌 되었죠?"
"일단 할 수 있을 만큼 했다만……. 그래도 자리를 바로 비우긴 뭣하니 정찰의 보고를 듣고 싶군. 적들의 동향은 어떤가?"
"여전히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부 주둔구역을 무너트려서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긴 하지만, 전체에 비하면 극히 사소한 피해에 불과하겠죠."
아무리 일라이가 강하다 한들 한 번에 감당할 수 있는 병력엔 한계가 있는 법.
하물며 지금의 전쟁은 적들의 섬멸보다도, 제 조국과 아군을 지키는 데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하는 싸움이다.
그를 위해서라도 병력의 보강은 필수적인 일이건만, 정작 기존의 체제만을 고집하며 그 선택을 나무라는 신자의 모습이 그의 눈엔 어찌 보일까?
"……대충 어찌 된 건지 알 것 같군."
그를 확인한 핀들레이가 매고 있는 어깨끈을 고쳐 쥐며, 존의 옆을 지나쳐 헤럴드에게로 다가섰다.
그를 만류하고자 손을 뻗으려는 것도 잠시.
일라이가 그 앞에 팔을 뻗으며 존에게 제지를 가했다.
"일단은, 맡겨보도록 하죠."
"……그래."
그녀는 물론 자신 역시도 저 성직자를 익히 봐온 몸.
그라면 분명 괜찮을 것이다, 생각한 존이 이내 뻗으려던 손을 거두며 그 모습을 묵묵히 응시하였다.
"헤럴드 주교."
설교를 이어가는 헤럴드의 앞에 자리한 핀들레이.
그 목소리에 낯익음을 느낀 듯, 헤럴드가 분노를 지우며 바로 반가움을 토로하였다.
"오오, 그래. 핀들레이 주교, 마침 자네도 이곳에 있었군. 잘 왔소, 자네도 신자라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그라면 분명 자신에게 동조를 해주리라.
그러한 믿음을 빌어 협력을 요구하고자 돌아본 순간, 핀들레이를 마주한 헤럴드의 두 눈이 크게 벌어졌다.
반면 핀들레이는 별 괘념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상태.
어깨가 쑤신 듯 어깨의 끈을 고쳐 쥔 그가, 제 앞의 동지를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마저 말을 이어갔다.
"헤럴드 주교. 자네가 이곳에 와주니 마음이 놓이는군. 마침 나 역시 최전선에서의 활동이 예정되어있는 상태이기에, 후방을 대신해 맡아줄 사람이 필요한 상태였다네."
지금의 상황에 대해 별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
그런 핀들레이를 눈으로 쫓던 헤럴드의 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그저 못 본 체하는 것인가?
"이곳의 치료는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나는 이만 준비를 하러……."
"핀들레이 주교."
이내 뒷일을 맡기고 물러나려는 순간, 헤럴드가 다급히 입을 열며 그를 향해 격하게 떨리는 손가락을 향했다.
"자네, 지금 뭘 등에 지고 있는 것이오?"
어깨끈과 이어진 것은 소총. 이 주변에 있는 병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무기였다.
그 무기와 이어진 끈이 핀들레이의 으쓱임과 함께 크게 흔들렸다.
"내가 이상해 보이나?"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오!?"
감히 신자 된 자가…….
그것도 만인을 이끄는 주교의 자리에 오른 자가 몸에 피를 묻힌 것도 모자라, 금기라 여겨지는 무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짊어지고 있다니.
그것이 정녕 가당키나 한 일이란 말인가?
"핀들레이 주교! 내 그대가 크리스틴 추기경님과 마찬가지로, 블레이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왔다는 건 알고 있소, 하지만 그건……. 그건 어디까지나 수행을 위해 간 것이 아니었소!?"
진정 신자 된 자란 제 앞에서 벌어지는 부정을 보고도, 결코 현혹되지 않고 경건한 마음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거늘.
그렇지 않고서야 신자임을 주장해선 안 되는 것이거늘.
"그런데, 어째서 자네마저 그런 금기를……."
"……헤럴드 주교."
"핀들레이 주교! 자네는 지옥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은 것이오!?"
그 당혹 끝에 내뱉어진 고함.
그를 묵묵히 듣고 있던 핀들레이가, 이내 겸언쩍게 웃으며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이상한 말을 하는군. 신자된 자가 천당에 가지 못할 걸 아쉬워하는 게 아닌, 지옥에 갈 것을 두려워하다니."
"그게 무슨……."
"헤럴드 주교."
자신을 향한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기 그지없는 눈.
핀들레이가 그러한 눈으로 헤럴드를 향해 말했다.
"자네는 지옥이 어떤 곳인지를 알고 있나?"
이어지는 물음의 답은 정말로 간단한 것이었다.
신자라면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물음.
어떤 이유로 그런 질문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의 마음이 달라질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지옥이란 죄를 범하고, 그를 회개하지 않는 이들이 영원히 고통을 받게 되는 장소지. 자네를 포함해 이곳에 있는 이들처럼……."
그렇기에 인간은 결코 죄를 범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지옥에 가지 않도록 사람들을 굽어 살피며,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는 자들이야말로 천당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 마음을 유지하며 빛을 거머쥔다면 분명 천당에 향할 수 있으리라고…….
그렇게 죽음마저 불사르며 금기를 멀리하는 것이, 제국에서 태어난 이들에겐 당연시 여겨져야 할 사상이었다.
"그렇다면 하나 더 물어보지."
그렇게 빛을 거머쥐어 천당으로 갈 것이 예정되었던 자가, 곧 제 주변을 둘러보며 헤럴드를 향해 되물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이전의 물음과는 하등 상관도 없는 물음.
하지만 쉬운 질문인 건 마찬가지다.
"이곳은 전장……."
"지옥이네."
그렇게 생각하는 헤럴드를 향해 단호히 대답하는 핀들레이.
일순간 헤럴드의 입이 다물어지고, 그와 함께 제 숨통이 차차 죄여오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우리가 있는 전장이야말로 한없이 지옥에 가까운 장소란 말이네."
자신을 꾸짖듯 말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설교를 빙자한 자학.
입가에 서서히 그려져 가는 미소는 분명 자조라 부를 것이었다.
"그러한 현장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고, 그 환경에 적응하고자 하는 이들을 나무라다니……. 자네는 그것이 정녕 옳은 일이라 생각하는 겐가?"
오직 그것만이.
이 순간 지옥에 제 발로 들어가길 희망하는 신자가 간직한 감정의 전부였다.
* * *
7년.
그 시간 동안 이단의 땅에서의 봉사와 수행을 마치고, 다시 제국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금기를 마주하면서도 고결함을 유지한다면 더욱이 선명한 빛을 거머쥘 수 있을 터.
하지만 그 수행을 끝마치고 제국으로 복귀했을 무렵, 그와 마찬가지로 블레이즈에서 활동했던 크리스틴은 차마 핀들레이를 향한 동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핀들레이. 당신도 알고계시겠죠. 곧 있으면 교황님께서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시게 되리란 걸.'
거의 반세기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몸이다.
황제와 마찬가지로 이미 늙고 노쇠한 상태.
머지않아 그는 은퇴를 선언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추기경들 중 한 명이 그 자리에 올라 교단을 이끌게 될 것이다.
'임명식이 시작되면 저, 혹은 저와 같은 추기경 중 한 분이 그 자리에 오르게 되겠죠. 그와 동시에 추기경의 자리가 하나 비워지게 될 테니…….'
그 자리 중 한 명으로 제 앞에 있는 자를 추천하고 싶었다.
이단의 땅에 있는 동안에도 그에 현혹되지 않고, 여전히 고결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신자를.
'하지만 당신은, 이미 그 땅으로 돌아가고자 마음을 굳힌 듯 하군요.'
'…….'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핀들레이.
그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크리스틴이, 이내 그를 향한 시선에 안쓰러움을 담으며 되물었다.
'이유를,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역시 평생을 주를 섬길 것을 맹세했던 자였건만. 그런 마음에 의해 그 땅에 있었을 적에도 그 소년병과 잦은 마찰을 일으켰던 것이건만…….
어째서 그의 마음은 수행을 마친 이 순간에도 이단의 땅으로 향해져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