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병의 환생 240화
황제와의 독대.
고작 그 한 번의 만남을 통해 무언가가 바뀔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0%에 머무를 뿐이다.
아주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면 움직여야 한다.
설령 당장 제 말을 듣지 않을지언정, 제 말을 들음으로써 훗날에 그가 상정할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도 있는 법이니까.
"……별거 없어."
물론 그런 속내조차 독대하기 전까진 숨겨야겠지만, 잭을 포함한 황도군도 황제의 개짓거리에 대한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온 참이다.
그 진상이 밝혀진 이상 제 계획도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진 못할 터.
"그냥, 이 나라 사람으로써 충언이나 하나 올리려는 거지."
그래, 이어지는 것은 그런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내뱉어지는 것이었다.
"충언이라……. 어떤 충언을 말인가?"
그런 말이나마 흥미가 생긴 것일까?
잭이 의외인 듯 돌아보며 되물으니, 셰인이 간결하게 제 의견을 축약해 대답했다.
"책임지지 못할 건 애초에 내려두라고."
"……뭐?"
"애초에 나라가 왜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겠냐."
제 대답에 눈을 껌뻑이는 잭에게, 셰인이 마저 자신의 의견을 들려주었다.
"대륙 하나를 통일해놓은 주제에 나름 군주제랍시고, 나라에 있는 모든 권력이란 권력을 다 처먹으려고 하니까 그런 거지."
외세가 없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치안 유지를 제외한 병력마저 통제했던 나라가 아닌가?
안보관이 소홀해지니 정치인들은 뚜렷한 적을 찾지 못해 제 이익만을 챙기기에 급급하며, 그렇게 자신과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칼을 겨눌 생각만을 한다.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이 입게 되는 법.
그런 혼란조차 신앙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나, 그것도 결국엔 눈을 가리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그런 체제를 바꾸려는 사람들도 죄다 숙청해 버리다가, 이젠 그 숙청해야 할 놈들의 힘이 너무 거대해져서 이 사달이 난 거잖아? 그렇다면 차라리 그놈들이랑 기를 쓰고 같이 살 게 아니라, 나라 밖으로 내쫓아버리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살라고 하면 되지 않겠어?"
"그건……."
그의 말에 잭이 묘한 표정을 짓다, 이내 무언가를 짐작한 듯 제 턱을 괴어 보였다.
"자네의 말은, 요컨대 지금 반란을 벌인 이들을 독립된 세력으로 인정하라는 건가?"
"인정하고 자시고,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200년 전만 하더라도 당연한 것이었다.
그것이 제국에서 생긴 정치적인 문제 때문인지, 종교로 규합을 한 이들이 타국을 전부 야만인으로 지정하여 광기의 진군으로 이어졌을 뿐.
결국엔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를 가진 것이 세상인 만큼, 인간은 세력의 규합만이 평화를 위한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만 할 것이다.
"정 그들을 독립된 나라로 인정하지 못한다면 일시적으로 휴전이라도 제의해. 그렇게 체재를 정비할 시간을 가진다면 냉정하게 자기들이 저지른 일들도 돌아볼 수 있고, 어느 정도 자중을 가질 테니 당장의 희생도 막을 수 있겠지."
더욱 나아가 느슨해진 안보관을 다지며, 그를 통해 신앙만으론 확보할 수 없는 결속을 다질 수도 있을 터.
공공의 적을 두는 만큼 세력 내의 사람들끼리 견제할 일은 적어질 것이며, 서로가 잿더미뿐인 승리를 추구하는 것도 피하려 들 테니 직접적인 싸움이 아닌 '외교'라는 수단도 고려하게 될 것이다.
"물론 거기까지 간다면 더 이상 통일제국이라 불리진 못하겠지만……. 애초에 통일이란 게 감당 못 할 걸 포용하면서까지 이뤄야 할 건 아니잖아?"
같은 건 나라 뿐.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살고 다른 사건을 겪으며, 저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이들을 하나의 정의만으로 통일시키는 건 말 그대로 이상론일 뿐.
때로는 공존이 아닌 서로 간에 벽을 치고, 이해 못 할 이들을 상대로 칼을 겨누며 스스로를 지키는 법도 고려해야만 한다.
그것이 200년 전엔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까지 평화만이 이어졌던 시대에 그런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건, 오롯이 과거를 체험한 자신뿐이란 것이다.
"……타당한 이유로군."
그러한 의견을 잭은 나무라지 않고 곱게 순응하였다.
다름 아닌 지도층을 보필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음에도.
"…부정하진 않나 보네."
"부정할 게 뭐가 있겠나? 자네의 말대로 감당하지 못할 일을 감당하고자 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인 것을."
영원한 평화를 위해 큰 힘을 탐내다, 결국에는 모든 것을 그르치고 말았다…….
황실에 대대로 내려지는 역사에도 숱하게 있었던 일이다.
그것이 대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고, 그것이 그저 글로만 표현되었기에 와닿지 않았을 뿐.
그래도 자신만은 괜찮으리라는 방만의 대가를 직접 마주하였는데, 제 앞에서 이어지는 정론을 부정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하지만 아무리 타당하다 한들 현 제국에 애국심을 가진 자라면 할 수 없는 발언이겠지. 전부터 누누이 생각했던 거다만, 자네는 이 제국을 꽤나 싫어하는 것 같군."
멸망한 나라의 사람이니 당연할까?
"뭔 소리야? 나만큼 이 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하지만 곧 실소와 함께 이어지는 말은, 잭에게 있어선 의외라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냥 너무 좋아해서 한 50개 정도로 나뉘어졌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 거지."
"하하하하하하하하!!"
비아냥이라기엔 너무나도 유쾌한 발언.
그에 저도 모르게 폭소를 터트린 잭이 손뼉을 치다. 이내 고개를 숙이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래, 자네의 말대로야. 애초에 책임지지 못할 것은 애초에 거머쥐어선 안 되는 법…."
입가에 그려진 진한 미소에서 느껴지는 시건방짐.
하지만 그의 말만은 방정맞음으론 숨길 수 없는 권위가 엿보이고 있으며, 자신을 향한 시선엔 상쾌함이 돋보이고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앓고 있던 고민의 답을 찾아내기라도 한 듯.
-그, 으으…….
그 직후 들려오는 신음 소리에 두 사람의 고개가 측면으로 향해졌다.
길게 이어진 통로의 반대편에서부터 터벅터벅, 걸어오는 한 그림자.
잭이 클라우디아의 빛을 그곳으로 내세우니, 언데드 한 마리가 퀭한 눈으로 자신들을 쳐다보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노쇠하고 연약한…….
이제까지 상대했던 난폭한 놈들에 비해 무척이나 나약해 보이는 좀비 한 마리.
"저건……."
"충분히 쉬었다면 가보아라."
그 늙은 좀비를 마주한 잭이 셰인에게 손짓을 하며, 제 손의 클라우디아를 질끈 틀어쥐었다.
"최심부도 이제 머지않았지만, 괜히 추적해오는 놈들에게 시간을 빼앗기면 체력도 크게 떨어질 터……. 그러니 이곳을 사수하는 건 내가 맡을 테니, 자네는 이 앞으로 나아가 결착을 짓고 오도록 해라."
-쿠궁, 쿵!!
배후의 문에서부터 들려오는 거센 소음.
통로를 막아두면 돌아갈지도 모른다 생각했지만, 도리어 그들의 화만을 돋울 뿐이었다.
머지않아 이곳에도 몰려들어 오리라.
그 점을 자각한 셰인이 제 앞의 늙은 좀비를 힐끗 쳐다보다, 다시 잭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겠냐?"
황도군으로서 이 앞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터인데.
"…나는 아직 이곳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서 말이다."
회수했던 검을 들어올리고, 마나와 신성력을 통해 그날을 벼려가는 잭.
그 칼끝이 겨누어진 것은 제 앞에 나타난 늙은 시체였다.
그 시체가 누구인지 공교롭게도 셰인은 알지 못했다.
그저 이제까지 마주했던 언데드들에 비해 훨씬 얌전하다…. 하지만 황도군으로선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머뭇거리며 상대한다는 것만을 직감할 뿐.
"……죽지 마라."
그래, 일단은 맡기고 가자.
"물론."
그렇게 기약을 하며 떠나가는 셰인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잭이 쓰게 웃고는, 제 앞에 있는 늙은 좀비를 돌아보았다.
이전까지 입가에 그린 웃음마저 입술을 깨물어 삼키며.
"……아버지."
그 말을 입에 담은 순간부터.
그는 황도군의 잭이 아닌, 제 1황태자 알랙산드로스 테라스가 되어 자신의 혈육을 마주하게 되었다.
카이네르 테라스.
이 제국의 현 황제이자 자신의 아버지.
아니, 이제는 '아버지였던 것'이라고 불러야 할까?
"……제 태어나길 당신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지가 언 22년이 흘렀습니다."
썩고 메마른 시체는 공허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기만 할 뿐.
무언가를 주절대고 있지만 의미를 가진 말은 아니었으며, 아마도 그 귀에는 자신의 말 따윈 전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저 알랙산드로스 테라스.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이 제국의 평화를 바라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럼에도 태자는 말했다.
"그 옥좌에서 내려왔을 때, 더 이상 황제가 아니게 된 당신을 아버지라 부르며 큰 절을 올리는 날만을 기다려왔건만…….
그에게 제 말이 전해지길 바라는 것이 아닌, 제 속의 착잡함을 다스리고, 삼키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을 처음 입에 담는 것이, 당신의 장례를 치르는 날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군요."
그렇게 제 앞에 있는 자의 유해를 돌아보며 조촐하게나마 임종을 기려줄 뿐.
-쿠궁, 쿵!!
그 직후 배후에 닫혀있는 문에서 거센 파열음이 울려 퍼지고.
그 소리에 공명하듯 황제의 좀비 역시도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으어아아아아아아아!!!
그래, 이 영지를 잠식한 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받아낸 존재가 아닌가?
조금 늦었을 뿐이지 그 역시 자신이 가진 힘을 깨달아가는 상태.
그로 인해 차차 변형되고, 거대해져 가며 만들어지는 추한 몰골엔 그 어디에도 고결하고 위대한 피 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믿음을 가지지 못한 자의 말로였다.
신앙을 근간으로 하는 힘에 불신을 가지고, 오롯이 자신의 목적을 위한 힘만을 탐낸 결과 순수한 욕망에만 반응할 뿐인 아귀로 전락할 뿐.
"고결한 피를 이은 군주여."
하지만 그런 추한 괴물조차도 한때엔 이 나라를 진심으로 위하고, 그렇기에 영원한 평화를 이루고자 했던 자였다.
"하나 그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채 이 땅에 비참히 매장되어 버린……."
동시에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자다.
"그렇게 더럽혀진 채 사라져갈 존엄을, 내 이 손으로 정화하며 기억해 주리라."
그런 이를 처형하는 것은, 분명 이후에 찾아올 시대를 버텨내기 위한 시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200년 전보다도 더욱이 치열한.
그 난세를 이끌 군주로써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시련으로.
* * *
그리고…….
-쿠궁!
타르타로스의 최심부.
그 내부의 제단과 이어진 굳게 닫힌 문을 걷어차 부숴낸 셰인이, 이윽고 그곳에 펼쳐진 광경을 눈에 새기며 제 숨을 멈추고 말았다.
'뭐야, 이건.'
들어선 곳은 제단이라 불러 마땅한 넓은 장소.
하지만 그곳엔 검은 아우라만이 가득 채워져, 한 치의 앞도 파악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힘의 근원지는 저쪽…….'
그 힘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곳은 어두운 장소의 중심부.
그곳에 앉혀진 이는 무언가를 조잘대고 있지만, 아우라가 너무 짙게 깔린 나머지 그 형상조차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래, 저 존재가 언데드들을 일으켜 세운 존재일 터.
-퍼어엉!!!
그 직후 들려오는 폭음과 함께 퍼져나가는 아우라.
그 풍압에 몸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낀 셰인이,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을 응시하며 숨을 죽였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을 틀어쥐고 있는 검은 아우라.
마치 이전의 폭풍이 그가 휘두른 검에 의한 것인 듯, 틀어쥐고 있는 검에선 아직까지도 미미한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힘에 아직까지도 제 살결이 떨릴 정도지만, 묘하게 그가 취하고 있는 자세가 눈에 익어 보였다.
'저거, 설마…….'
그 기시감을 눈치 채기도 전, 셰인의 관심이 그의 반대편에서 대치 중인 이에게로 향해졌다.
신자복을 입고 있는 한 사내.
그의 배후에서 꿈틀거리는 검은 아우라들은, 자신을 이곳까지 데리고 오고자 했던 '알리사'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 이들을 등진 남자가 부상이 심한 듯 주저앉으며 숨을 허덕이는 상태.
그와 대치 중인 검사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검을 치켜세우며 달려들 준비를 취했다.
"……좋아, 상황파악 완료."
생각을 마쳤다면 즉시 행동으로.
그렇게 셰인이 신자에게로 달려드는 검사의 앞으로 도약.
양손의 톤파를 교차로 세워 그 공격을 가드하고, 역으로 힘을 발휘하여 상대의 공격을 밀어내었다.
-……!?
갑작스러운 난입에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서며 태세를 바로잡는 검사.
셰인이 그를 견제하듯 톤파를 들어 올리며 제 배후에 자리한 중년의 남자를 돌아보았다.
"당신은……."
"오랜만입니다. 추기경님."
추기경 토머스.
블레이즈에서 복귀했을 적의 후속재판에서 딱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는 자였다.
크리스틴과 더불어, 형량을 마친 후 치렀던 후속 재판에서 유이하게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던 인물.
"당신이 주신 권한은 지금도 잘 쓰고 있어요."
그 점을 기억하고 있음을 가르쳐주듯 품에서 금패를 꺼내 보여주자, 토머스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니, 눈이 없으니 보이진 않을까?
석연찮음을 느낀 셰인이 그 권한을 다시 집어넣을 무렵, 토머스가 제 몸을 일으켜 세우며 그를 향해 물었다.
"이곳에 온 건, 혼자입니까?"
"중간에 도와주는 사람은 많았지만 지금은……."
안젤라와 더불어 태자가 이끌었던 황도군이 속한 대대.
그들 중 대부분은 아마 지상에 있는 언데드들을 토벌하거나, 언데드들이 이 영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 깊은 곳까지 도달했던 것도 잭 한 명이 유일했을 정도.
즉, 지금 당장 이곳에서 그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셰인 혼자뿐이란 것이다.
"그 쪽은 혼자서 여기에 온 겁니까?"
"……."
그에 대답하기 전, 토머스가 말없이 제 배후에 있는 이들을 스윽 돌아보았다.
그곳에 가득 채워져 있는 검은 아우라들.
마치 그들을 제 동료라 여기는 듯 했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을 인간으로 여기지 못할 것이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그 점을 염두에 두며 이어지는 물음에 셰인이 대답했다.
"…비슷한 걸 봤으니까요."
애초에 여기까지 오는 길에도 알리사의 도움을 받았고, 벽외지역을 누볐을 때에도 그와 같은 힘을 다루는 이들을 보았다.
차이가 다소 있다 한들 근간은 같을 테니 이제 와서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쪽도, 제가 앞으로 뭘 하건 일단은 묵인해주세요. 황제가 제국을 배반했다 한들, 제국이 망한 건 아니니까."
곧 셰인이 두 손에 쥐어진 톤파를 들어올리며, 제 앞에 자리한 검사와 조용히 대치하였다.
말 없이 그의 뒷모습에 고개를 두는 토머스.
이내 입에 담긴 피를 게워낸 그가 목주를 움켜쥐며 대답했다.
"……여러모로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당신을 이곳으로 인도해 주신 주님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으로 그치겠습니다."
"허허, 그거 참 반가운 소리네요."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마당에, 그 모든 이야기를 주님의 덕으로 돌리며 일축하다니.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런 태도마저도 반갑기 그지없게 여겨질 지경이다.
'자, 그럼…….'
그래, 지금의 상황은 그만큼 심각한 것이었다.
자신이 난입한 후 견제에 들어간 검사는 심문관과 이단자, 둘이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고 공투를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저 빌어먹을 놈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취하는 자세는 라인하르트 류의 검법.
하지만 대를 거듭하며 조정과 발전을 이룬 데에 비해, 그 태세는 상당히 고전적이라 할 수 있었다.
평화의 시대가 아닌 살육전에. 그리고 전쟁 그 자체를 염두에 특화된 자세…….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셰인은 확신할 수 있었다.
'볼레로 라인하르트.'
윤회력을 통해 구현된 과거의 최강자가.
질리언 라인하르트의 피를 매개로 하여, 지금 이 시대에 재림하게 되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