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의무병의 환생-243화 (243/255)

의무병의 환생 243화

장애로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비운의 천재.

그가 그려낸 그림은 그 자체로 마주한 이를 압도하며, 그로부터 마음이 움직인 사람 중엔 셰인 역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색을, 섞겠다고요?'

하지만 그가 금기시 여겨지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겠다 했을 때, 셰인은 그의 판단에 적잖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네, 셰인 씨의 의뢰를 수행하려면 최대한 녹색을 많이 사용해야 할 것 같거든요.'

'녹색이라니…….'

'샬레 그린이라는 도료는 독이라고 하셨죠?'

'…….'

'…길드장님에게 들었어요. 얼마 전에 한 미술가가 발작을 일으키다 쓰러졌다고.'

이 제국에서 녹색이 가진 가치는 그저 아름다운 색 정도가 아니니까.

그런 도료가 통제된 마당에 밀수입까지 하며 그림을 그리려 할 정도로, 이 제국의 사람들이 가진 녹색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설령 그 도료에 불온한 무언가가 섞여있다 한들.

믿음을 빚어 만든 만병통치약이, 그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리라 믿고 있으니까.

'슈벨 씨, 잘 생각해주세요. 제가 한 의뢰는 얼마든지 거절해도 되는 거예요. 그걸 수행할지 말지는 온전히 슈벨 씨의 몫이고요.'

그런 마당에 하필 제국의 주요행사에 색을 섞은 그림을 제출하겠다니.

그에게 의뢰를 하는 입장이라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권장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 결과예요. 녹색을 써야만, 셰인 씨의 의뢰를 제대로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언제나 최선이 정답인 건 아니에요. 위험이 있다면 그걸 피해야만 해요.'

더군다나 자신의 의뢰는 어떤 의미에선 이 세계의 수치를 꼬집어내는 것.

그 그림을 대중에게 보여줘야 하는 마당에, 환영받지 못할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그 질책은 화가 본인에게로 향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저는, 셰인 씨가 보여준 세상을 위해선 그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 생각해요.'

그럼에도 그는 제 소신을 열렬히 주장할 뿐이었다.

'색을 알고 난 후에 마주한 건 처참했지만 그래도….'

그것이 그가 자신의 이상에 동참하는 이유였다.

'그래도, 이제껏 제가 본 적 없는 아름다움도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세계의 진실이란, 그저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것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한 세상에서 필요한 구제가, 그저 신앙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기에.

* * *

"그 그림. 누가 의뢰를 해서 그렸는지를 알고 있습니까?"

그런 숭고한 마음을 가진 자를 심판하고자 하는 이를, 어찌 이 자리에서 놓칠 수가 있겠는가?

"그건 이후에 조사를 하며 알아봐도 되겠지요."

"그걸 모르고……."

"그걸 모른다 하여도 장부를 조사해본 바, 물감을 섞는 데에 필요한 재료를 샀던 것은 슈베르트 블러드메리 본인의 명의였습니다."

아인츠바이의 장부를 조사하던 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예술제를 대표하는 예술가임에도 길드의 지원을 받지 않고 직접 재료를 준비한다…….

그건 곧 공작의 선택과 별개로, 그 그림 자체에 슈베르트의 의사가 크게 동반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물감을 섞는 정도라면 큰 문제라곤 할 수 없습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선 권장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는 위법이라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럼……."

"하지만 그 그림을 제출한 예술제는 엄연히 제국의 중요 행사입니다. 그러한 장소에서 권장되지 않는 방식의 작품을 제출한다는 건, 제국에서 금기시되는 무언가를 전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겠죠."

제국의 주요 행사에 리스크를 안으며 작품을 출품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름 아닌 그 예술가를 고용한 자가 '공작'의 자리에 오른 자이니,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 안에 내포된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는 '광범위한 세뇌교육'을 행하는 데에 일조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이 극단적인 생각인가?

아니, 당장 저 옥좌 위에 목이 잘린 자 역시, 슈베르트를 고용한 자와 같은 작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런 짓을 저지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고작 한 장의 그림입니다."

그 점은 셰인도 이해하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기에, 차마 제 앞에 있는 자를 어리석고 멍청하다 비난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장의 그림만으로 세상이 바뀔 수 있기를 누구보다도 열망함에도, 마음에도 없는 말로 그를 저지하고 싶을 정도로.

"고작 한 장의 그림으로도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 변화가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설령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 할지언정, 그 희박한 가능성조차도 제국의 존망이 걸렸음을 생각하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겠죠."

"제국의 지도층들마저 이런 짓을 저지른 마당입니다. 그런데도 기존의 체제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건……!"

"지도층이 붕괴되어도 사회는 유지 돼야만 해요."

"……."

"…아직은."

문답 속에서 끝내 말을 흘리는 토머스.

"아직은 아니에요. 지금의 체제가 잘못되었다 할지언정, 그 잘못을 경솔히 인정하며 변화를 추구하는 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교황 제레프.

그 역시 교단 내에서의 변혁을 추구했던 인물이었다.

그러한 변화에 의해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보다 많은 이들이 억압당하며, 뒤늦게 그것을 눈치 채고도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생겨난 걸 인지했던…….

같은 사람으로썬 죄인이라 부를지언정, 그 내막을 아는 자로선 동정을 금치 못할 수밖에 없는 존재.

"지금의 이 나라는……. 아직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그래, 전쟁에선 결코 승리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 이후에 있을 평화의 시대를 살아갈 것도 고려해야 하는 법.

그러니 지금 해야 할 건 지금의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후에 있을 혼란에 대비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 바뀌어."

하지만 그들과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그럼에도 고결함을 간직한 이단자는, 제 앞에 있는 자와 달리 이 시대에서 희망이란 걸 찾고 있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 가능성만은…….

그저 희생이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능성을 흔적도 남김없이 지우기만 해선 안 되는 법이라고.

"당신도 그걸 아니까, 나한테 기회라는 걸 준 거 아니야?"

제 품에서 꺼내든 금색의 패.

비록 그의 눈엔 보이지 않겠지만,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막고자 하는 이유엔 자신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제가 잘못되었다고……."

그래, 토머스 역시 그걸 알고 있다.

알면서도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막으면 되는 겁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자와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자.

그 두 존재가 충돌하는 건 필연적인 일이니.

그러니 타인에게 기회를 열어줄지언정, 스스로는 그 길에 동참해선 안 되리라.

설령 제국이 무너질지언정.

무너지기 전의 순간까지는, 그는 이제껏 짊어진 책임과 고수해온 신념을 지킬 필요가 있었으니까.

"…좋아,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길게 말 안 할게."

그 마음을 이해한 셰인이 물러서지 않고, 토머스의 앞을 가로막으며 자신의 맨 손을 들어올렸다.

"간단하게……."

이전의 치열한 공방에서 망가진 톤파 마저 내버린 채.

피로 얼룩진 양 손만을 붕대로 감싸며.

"여기서 이긴 놈이 나가는 걸로 하자고."

그렇게 언젠가 찾아올 갈등의 종착지가 이 순간임을 되새기고, 그렇게 숨을 다스리면서.

* * *

……그리고.

-털썩.

도시 곳곳에서 하나 둘 씩 쓰러져가는 시체들.

그들이 내지르던 아우성마저 어느 순간 끊어지고, 이윽고 망자의 땅이라 불렸던 장소엔 정적만이 감돌게 되었다.

주둔구역을 사수하던 대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사그라진 순간.

"성공한, 건가?"

한 대원의 말에 그 빈자리가 곧 환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태자님께서 성공하신 거야!!"

자신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태자, 알랙산드로스 테라스.

이 사태의 주모자를 찾아 황도군을 이끌고 지하로 내려간 그가, 마침내 망령들을 일으켜 세운 술사를 처치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솔선수범하게 무리를 이끈 것으로도 모자라 재앙과 같은 일을 해결하기까지.

그것만으로 가히 영웅이라 불러 손색이 없는 업적이겠지만, 그런 환희에 가려진 나머지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태자가 지하로 내려간 이유는 주모자를 잡는 것보다도, 키르슈타인 공작이 납치했던 황제를 구출하기 위함이라는 걸.

"공작님, 태자님께서 지하에서 올라오고 계신다 하네요."

"가보도록 하지."

"…네."

케이미에게 전해진 보고를 들은 질리언과 안젤라가, 곧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타르타로스의 입구로 향하였다.

언데드들이 움직일 때만 해도 몰려들었던 장소.

그곳을 막고 있는 시체들을 치워내는 황도군과 태양기사단이, 곧 그들을 뒤따르는 이를 군의 앞에 내세워주었다.

금발에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는 남성.

하지만 입고 있는 것은 황도군과 같은 제식 군복이다.

존귀한 피를 이었음에도 이 지하의 깊은 곳까지 나아간.

"태자님, 무사하셔서 다행……."

그런 주군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려는 것도 잠시.

시선이 낮아진 순간, 질리언의 눈에 태자의 손에 쥐어져있는 한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태자님, 폐하는……."

절망감을 느끼는 건 옆에서 지켜보던 안젤라 역시 마찬가지.

주교라는 고위직에 오른 그녀 역시, 황실의 드높은 분을 마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라인하르트 공작, 그리고 안젤라 주교인가?"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며 쓴웃음을 짓는 알랭.

"내 그대를 본 게 8년 전이었건만, 옥에 가두어진 중에도 자네의 외모는 여전한가보군. 공작과 동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야."

경박한 태자라는 소문답게도 여유가 가득한 모습이나, 정작 안젤라는 그의 행실에 이렇다 한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 손에 쥐어진 머리의 주인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으니.

"태자님, 그 손에는……."

"카이네르 테라스."

"……."

"내 아버지이자 이 나라의 지도자는 이 땅에서 사망하였다."

그리 말한 태자가 제 손에 쥔 머리를 스윽 들어 올리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늙고 쇠약해진 것을 넘어, 언데드 특유의 썩어문드러지기까지 한…….

그래, 그가 시체가 된 건 엄연히 자신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 벌어졌던 일이었다.

"모두 보아라."

그로부터 모두가 절망을 흘리는 상황에, 곧 태자가 제 손에 쥔 머리를 들어 올리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의 이 상황이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황제 카이네르 테라스는, 교황 제레프와 키르슈타인 공작과 협력하여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꾸며내었다. 그야말로 이 혼란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이란 뜻이다."

아니, 절망이 존재한다면 이 목을 베어 넘기기 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그로부터 비롯된 파장이 얼마나 거셀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자가 얼마나 있을까?

이미 시체가 되어 목이 베어진 황제도 사실 이 사태의 주동자고, 더군다나 키르슈타인 공작 뿐 아니라 교황마저 이 사태에 연루되어 있다니.

"레온 단장. 이곳에 오기 전 제레프 교황은 어디에 있었지?"

"……폐하의 요양을 살피고자 함께 계셨습니다."

그런 마당에 황제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면, 이 상황에 교황 역시 엮여있다 추측할 수 있을 터.

하지만 황제는 이미 언데드로 한 번 부활했고, 언데드들이 쓰러진 건 필시 술자의 사망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황제는 이 사태를 일으킨 직접적인 주동자는 아니란 것.

교단의 최종 책임자인 만큼 윤회력의 존재와 사용법도 알고 있으며, 황제는 어디까지나 그에게 이끌린 것에 불과하리라.

'그리고 그를 막아낸 건 태자님이 아닌…….'

아직 이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전직 소년병, 그리고 자신의 동기이자 현 추기경인 토머스.

그것을 자각한 안젤라의 표정이 착잡함으로 물들어가는 가운데, 설명을 이어가던 태자가 제 손에 쥔 머리를 호위에게 내어주었다.

"만약 이 사실을 그대로 공표한다면 어찌 될 것 같나?"

그래, 지금 중요한 건 그들의 야망이 저지되었다 한들, 살아남은 이들은 이후를 대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내란이 일어난 마당에 황실과 교단의 고위 지도층마저 타락하여, 언데드라는 불경한 존재를 양성하여 제국에 혼란을 초래하려 하다니.

그 소식이 알려진다면 지도층의 붕괴를 넘어,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져 무수한 희생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답하기 힘들다면 달리 물어보도록 하지."

그러니 진실을 숨겨야 한다.

민중은 무지해야 하니까.

"후계가 예정된 마당에 전란이 일어나고."

잔혹한 진실이란 군주의 혼란을 초래하고, 그렇기에 때로는 그러한 진실을 거짓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으니.

"그런 전란에 의한 책임을 뒤집어쓰게 될 것에 겁을 먹은 태자는……. 제 아비의 목을 베어버린 후 그것을 반란세력에 넘기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을 앞으로도 다스리기 위해선 누군가는 희생되어야만 한다.

만인의 죄를 품은 채 십자가형을 받아 목숨을 잃은 성자 예슈아처럼.

현 테라스 제국의 초석을 마련했던 위대한 피의 후계자와 마찬가지로.

"키르슈타인 공작은 그 꿍꿍이를 눈치 채고, 황제의 피신처를 자처하다 결국 태자의 손에 몰살당하고 만 것이지."

"폐하, 그건……."

"그 일화가 잔인하고 충격적일수록 좋을 거다. 그리 한다면 반란군들도 마냥 가벼이 받아들일 수 없을 테고……. 그 이야기를 잘 끌어나간다면, 그들과의 교섭에 성공하여 당장의 전쟁을 막을 수도 있을 테니."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했다 알리는 것으로, 지금의 전란을 잠시나마 종식시킨다.

그런 태자의 의견에 주변의 가신들은 말없이 서로의 눈빛만을 교환할 뿐.

그를 지켜보던 질리언과 안젤라가 힘겨이 입을 열었다.

"……많은 이들이 실망할 겁니다."

"그리고 떠나겠죠."

진상과 상관없이, 그저 대중에게 알려진 사실만으로 최악만을 모면할 뿐이라고.

그를 마다하며 택한 차악은, 200년 간 이 제국이 추구해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200년 간 이어져온 통일제국의 분단.'

그것이 정녕…….

정녕 차후 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내릴 결정이란 말인가?

"그래, 자네들의 말대로 이 나라는 200년 전보다도 훨씬 작아지겠지. 어쩌면 더 이상 제(帝)국이라 불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결정에 동참하라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한다면 자네들은 어찌할 텐가?"

그저 이 자리를 빌어 제안할 뿐.

자신과 마찬가지로 진상을 알게 된 이들은, 과연 그러한 시대를 자신과 함께 감당할 자신이 존재하는지를.

"그러한 결정을 내린 나를 따르고, 나와 함께 망조가 깃든 나라에 남아있겠나?"

"……."

그 물음에 그들은 그저 서로의 눈치만을 살필 뿐이었다.

이제 곧 권력이 무너질 황실을 섬기는 황도군은 물론 교단의 추종자들도, 그리고 줄곧 교단을 우선으로 두어 핍박을 받았던 마탑의 일원들도.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혼란은 감히 공작의 자리에 오른 자만 못하리라.

"라인하르트 공작."

이윽고 태자의 시선이 질리언에게로 고정되었다.

"자네는 이곳을 벗어난 후 어찌 할 텐가?"

머리 밑으로 서서히 흘러내리는 식은땀.

남들보다도 더욱이 큰 긴장과 갈등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애초에 그가 병사들을 훈련시켰던 건 반란군들을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닌, 본래부터 예정에 두었던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였으니.

"태자님, 저는……."

그 속내를 입에 담아 말하려는 순간.

-쿠르르응!!

대지가 격동하고.

곧 그들이 있는 현장의 건물들이 하나 둘씩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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